셋 세고 촛불 불기 ㅣ 바통 8
김화진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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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8인이 기억하고자 하는 기념일을 소재로 엮은 소설집이다. 이 중 내게까지 인상적인 기념일로 다가온 글은 세 편. 아쉬움이 남는다. 몇 편 더 와 주었으면 좋았으련만.


김화진의 '축제의 친구들'. 낯선 사람들과의 동행. 우리는 몇 살 때부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친구라고 해서 다 똑같은 친구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고. 내가 친구로 여기는 농도와 상대가 나를 친구로 여기는 농도가 다르다는 것도 분명하고. 연애와 우정 사이 혹은 연애와 우정의 차이? 그리고 이 모든 불분명한 과정이 삶이라는 무게로 와 내리누르는 청춘의 어깨라니. 나는 지나와서 다행이고 지나와서 섭섭하다.


윤성희의 '바다의 기분'. 바다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의자라든가, 구름의 기분을 짐작할 수 있는 의자 같은 것을 갖고 싶다는 기분을 느끼게 한 글이다. 이 작가의 글을 향한 나의 호감도를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사람끼리의 관계, 사람 사이의 거리, 관심의 밀도와 오해의 착각. 조목조목 따지듯이 서술되어 있는 문장을 읽고 있으니 저절로 차분해졌다.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의 양이 줄어드는 것만 같았다.  


남유하의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고독사박물관이라니, 뜨끔했던 상상력을 본다. 우리는 누구나 홀로 죽을 수밖에 없는데, 따지고 보면 고독하지 않은 죽음은 없는 것인데, 살아 있는 누구도 경험해 본 적 없으니 두려움이 크다.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홀로 죽으면 힘들까, 내가 죽고 나면 죽은 나를 어떻게 처리할까... 사실 내가 고민할 필요가 없는 사항들인 것을. 자꾸자꾸 살려 내는 이 시절에 존엄한 죽음이라는 것을 내가 과연 가질 수 있게 될 것인지 헤아려 보게 한다. 


여러 사람이 참여한 소설집을 읽고 나면 오락가락 한다.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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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Y의 비극 ㅣ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서계인 옮김 / 검은숲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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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람이 분명히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나쁜 사람. 엄마가 혹은 아빠가, 아니면 둘다 나쁜 사람이어서 태어나기 전부터 나쁜 유전인자를 갖고 있는 아이의 경우가. 맞는 말일까? 과학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완전히 믿기도 아주 안 믿기도 어려운, 있을 법한 경우란 말이지. 유전자라는 게, 유전자의 특성이라는 게 여러 모로 사람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다.


소설의 배경은 해터 집안이다. 가족 중에 한 명씩 죽는다. 자살로 타살로. 이런 분위기를 괴기스럽다고 해야겠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당사자들은 엉망인 상태로 버티고 있는 가정 환경. 사건이 해결된 후의 결말은 쓰다. 탐정 역할을 맡은 도르리 레인의 결정이 믿을 만한 것이어서 더더욱 입맛이 썼다. 그럴 수밖에 없었고 그러는 게 최상의 선택이었다는 것. 


범죄자는 어쩌다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일까? 범죄수사 드라마를 보면 아주 어려서부터 잔인한 속성과 공감하지 못하는 본성으로 생명체를 함부로 다루는 사람이 있던데. 이들이 자라서 잔인한 범죄자가 되곤 하던데. 심지어 이런 사람들이 인류 역사 이래로 죽 있었다고 하던데. 인간 본성은 발전하는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 것일까? 전쟁광이 이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것처럼.    


이 소설에서 펼쳐진 상황이야말로 사람의 의지로 다스릴 수 없는 비극이라고 해야겠다. (y에서 옮김20231229)


[이전에 읽고 리뷰도 올렸는데 다시 읽으면서 새로 읽는다는 기억도 못하고 읽고 쓴 글. 이럴 수도 있지, 더 종종 이럴지도... 그러면 또 이것대로 되풀이하면서 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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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Y의 비극 ㅣ Mystery Best 1
엘러리 퀸 지음, 강호걸 옮김 / 해문출판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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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주문하는 책값 맞추려고 구입했는데, 의외로 읽는 보람을 남겨 준 책이다. 작가도 책 이름도 이 분야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었던 모양인데, 내가 모르고 있었던 거다. 이제라도 이렇게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읽는 기쁨을 더 보탤 수 있겠지.

 

1932년 작품이라는데, 오래된 작품이라는 인상은 책 어느 곳에서도 느끼지 못했다. 내가 책을 많이 안 읽은 탓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대단하게 보인다. 인물도 배경도 구성도 표현도 그리고 추리 과정까지도 허술하거나 낯익은 대목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요즘 추리소설보다 더 정밀하다고 느꼈다. 추리의 정통이라고 해 두고 싶을 정도로.

 

이 작가의 작품으로 'X의 비극'과 'Z의 비극'도 있고, 거기에서도 이 책에 등장해서 사건을 진행하는 주요 인물인 드루리 레인이 나오는 것 같고, '드루리 레인 최후의 사건'이라는 책까지 이어지고 있는 모양인데, 언젠가는 이 책들을 모두 읽게 될 것 같다. 드루리 레인의 활약이 꽤 마음을 끈다.

 

범죄추리소설을 읽는 재미에 대해 좀 생각해 본다. 범죄드라마를 보는 재미와도 연결될 것 같은데, 나는 왜 재미를 느끼는 것일까. 왜 읽고 왜 보는 걸까? 범죄도 잔인한 장면도 싫어하면서, 굳이 보는 이유가 뭘까? 작가나 연출가에게 속히고 뻔히 질 줄 알면서도 범인을 추측해 보는 재미? 나름 머리를 굴린다는 자만? 현실의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안전하게 접해 보는 모험? 글쎄,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의 심리나 범인을 잡는 사람의 심리를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것 같고.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 찾아서 추리소설을 읽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특별히 마음 상하지도 않고 자책감 느끼지도 않고 그저 현실에서 벗어나 있을 수 있으니까. 뭔가를 생각하고 도모하기에는 너무 뜨겁고 더워 지친다. 좀 숨어 들어 있고 싶다. (y에서 옮김201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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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 ㅣ 웅진 세계그림책 199
이와무라 카즈오 지음, 김영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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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 괜히 찾아본다. 그림책이 대표적이다. 내 마음에 드는 그림책이 이렇게도 많이 있다니. 빌려 보는 데도 끝이 없는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읽는 속도보다 작가들이 펴내는 속도가 더 빠른지도. 다행이다. 내가 다니는 도서관에서 다 빌려 볼 수 있어서.


눈이 내리고 쌓이고 아이들은 눈밭으로 나가서 논다. 어른들은 귀찮다. 나도 생각만으로도 딱 귀찮다. 춥고 불편하고 재미있을 것 같지도 않고. 다람쥐 가족의 아이들은 부지런하게 논다. 해야 할 일이, 하고 싶은 일이 오직 눈썰매를 타는 일밖에 없는 것처럼. 그 순수성을 존중하면서도 나는, 에휴, 귀찮은...


아빠와 엄마를 눈밭으로 불러낸다. 나가기 싫다며 핑계를 대면서 귀찮아 하다가 결국 아이들과 같이 논다. 나중에는 아이들보다 더 즐겁게. 그러할까? 이해가 되는 듯도 하고. 


눈 오는 날을 맞이한 게 꽤 오래되었다. 남쪽 땅으로 이사를 하고 보니 눈을 보는 게 쉽지 않다. 눈이 쌓여서 외출도 하지 못했던 그 아득한 날이 살짝 그리워진다. 추웠으나 창밖 풍경만으로 아늑했던 날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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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가의 살인 ㅣ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종인 옮김 / 검은숲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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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가에 살인 사건이 있었다. 아내가 살해되었고 남편이 범인이라고 했다. 남편은 자신이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고 했지만 범인일 수밖에 없는 증거만 나왔고 12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다. 이 사건의 진실을 새로 밝히고자 엘러리 퀸은 라이츠빌 마을로 초대를 받는다. 폭스가의 아들과 며느리로부터. 


12년 동안 억울하게 갇혀 있었을 사람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리 소설이라고 해도.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더 놀랍기는 하지만. 작가는 소설의 소재나 배경을 이런 실제 사건에서 얻는지도 모른다. 도무지 없을 것만 같은데 생기는 일, 억울하기 그지없지만 억울하게 되는 일, 우리나라든 다른 나라든 사람 사는 곳에서는 일어나게 마련인 일들로. 


경찰이나 검사나 의사나 판사나 다 사람이고, 사람이기 때문에 불완전하고, 불완전해서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고, 잘못을 저질렀으나 잘못인 줄 모르고, 그 사이에 어떤 사람은 생을 송두리째 빼앗기기도 하고. 열 명, 백 명의 범인을 잡는 것보다 한 사람의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게 수사관의 사명이라는 말을 듣기는 하지만 이것도 함부로 단언할 수는 없다. 내 일이 되는 경우와 남의 일인 경우, 내 생명인 경우와 남의 생명인 경우가 하늘땅만큼이나 차이가 나는 입장일 테니. 


범인으로 잡혀 복역 중인 사람이 스스로 범인이 아니라고 했으니 결말은 간단히 짐작된다. 혐의가 풀릴 것이다. 그러면 누가 범인인가. 누가 12년을 속이고 희생자의 남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인가. 엘러리 퀸은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결말에 이르면 허탈한 느낌과 이대로 또 다행이라는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된다. 어떤 비밀은 정말 비밀이 되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y에서 옮김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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