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김미월 지음 / 창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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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로로 이 작가의 이름을 얻었는지 전혀 모르겠다. 이 책 이전에 읽었던 작품이 있기는 했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는데. 이 책,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제야 펼쳐 읽게 된 게 섭섭할 정도로. 가끔 이렇게 뒤늦게 만나는 글이 내 마음에 들 때면, 내 게으름을 탓할 수밖에 없다. 그때는 뭐하고 있었나 싶어서.

2011년에 발간된 책이고 실린 작품들은 2007년부터 2011년에 발표되었다. 10년 전이다. 그때 나는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었던가. 근무했던 곳을 떠올리면 대략 내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2007년부터 2011년의 10대 뉴스도 찾아보았다. 그런 시절에 쓰였던 소설이구나, 10년이나 지났음에도 답답한 마음이 인다. 세상의 어떤 부분은 참 느리게도 흐르는구나 싶다.

잘 읽히는 소설들이다. 그런데 전혀 가볍지 않다. 주제는 무거운데 표현은 경쾌하고 발랄하다. 그 탓에 자칫 마음을 놓을 뻔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글들이어서 계속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읽는 마음은 뿌듯했고 소설 속 상황에는 흔들렸으며 작고 큰 미움과 분노와 원망과 한탄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때 그 힘들었던 젊은이들은 지금 또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보다 한 세대 앞선 나로서는 딱히 할 말이 없고 자꾸 숨고 싶어진다. 이래서야 원.

한 편 한 편 다 재미있고 따끔거린다. 배경이 되는 몇몇 곳은 앞으로도 이 작가의 소설을 떠올리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 같다. 서울 프라자 호텔이나, 도시의 공원이나, 중국어 학원 같은 곳들. 무심하고 게으른 내 정서의 한 쪽을 건드리면서 내가 깨어 있도록 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고마운 소설집이다. (y에서 옮김201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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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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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소재로 삼은 소설의 주제는 대체로 비슷하다. 서점을 살리자. 특히 동네서점을, 작은 규모의 서점을.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에 대응해서 살아남도록 서점 주인도 독자들도 주변의 주민들까지 서점을 지켜내 보자. 조금 더 싼 값으로 책을 살 수 있다고 모른 척 하지는 말자...... 읽는 마음은 따뜻했고 한편으로는 뒷맛이 썼다. 지극히 자연스럽게 계산을 하고 있는 나를 보았으니. 남는 게 참으로 중요하다는, 그게 돈이든 정성이든 그 무엇이든.

출판사와 유통업계와 서점 간의 관계를 전혀 모른다. 이 소설 속 일본의 사정과 우리네 사정이 어떻게 다른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작가가 책을 내면서부터 이 책이 내 손에 닿기까지의 과정을 전혀 모른다는 뜻이다. 이걸 알게 되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사 보게 될까? 이러나저러나 사 보는 사람들만 사 볼까? 책을 안 읽는다고 한탄만 하지 말고 더 많은 사람들이 책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해 주면 좋을 텐데, 하는 아무런 영향력 없는 혼잣말도 해 본다.

출판유통회사에 막 들어간 신입사원. 도쿄를 떠나 오사카 지역으로 발령이 나고 낯선 곳에서 일을 익히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배우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에 고바야시 서점이라는 공간과 이 서점의 주인이 주인공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까지. 주인공에게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해결책을 마련해 주는 서점으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갓 사회에 발을 내딛는 초보자들에게 이런 장소, 이런 이웃이 있어 준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텐데. 어디 초보자에게만 그러하랴. 누구에게나 그럴 텐데. 아마도 작가는 동네서점이라는 특징을 살리고 싶었을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걸 보면 실제로 이런 곳이 있기도 하다는 말이고.

삶의 공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바람직한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적어도 자전거를 이용해서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장소가 모두 갖추어져 있는 공간에서 산다면. 그래서 서점이, 병원이, 가게가, 학교가, 등등이 중심 역할을 하나씩 맡게 된다면, 우리네 삶이 조금 덜 복잡해지게 될까? 조금 더 살 만해질까?

서점은 세상 어느 곳에 있든 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y에서 옮김202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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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로, 일본 책방 - 어느 헌책방 라이더의 고난극복 서점순례 버라이어티
조경국 지음 / 유유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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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다 나와 있다. 책방 주인이 오토바이를 타고서 일본의 책방을 여행했다는 내용. 오토바이도 책도 책방도 여행도 좋아하는 작가가 한번에 다 품고 시도한 작업이었으니 읽는 마음이 벅찰 수밖에. 이 일을 이렇게? 따라할 수도 따라하고 싶지도 않은 오토바이 여행, 그래도 책방 여행이라는 행태는 무척 끌린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선, 내 삶과 이어지는 가치관 하나를 만날 수도 있을 듯하여.

작가는 진주에서 소소책방이라는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단다. 책방의 위치가 대략 짐작이 되는데 가 볼 수 있는 날이 올지 어쩔지. 인터넷 서점과 대형서점에 밀려 돈을 벌기에는 마땅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에서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들. 할 말이 없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가서 한 권의 책도 못 사고 있는 처지에. 그저 이렇게 먼 거리에서 아무런 힘도 못될 시선으로 지켜보는 수밖에.

책이 좋아 책과 함께 살겠다고, 아주 잘 살겠다는 욕심 때문이 아니라 조금 더 책방을 잘 운영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일본의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찾아다닌 작가의 책방 순례. 책방을 소재로 삼은 일본소설을 읽은 덕분에 작가가 들려 주는 일본의 책방 문화가 낯설지 않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잠깐씩 부러워했던 어떤 사정을 작가도 부러워하는 걸 보면서는 같은 대상을 좋아하는 이들끼리의 동질감을 갖기도 했다. 그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이럴 테지, 여기면서.

거대한 서점 말고 화려한 서점 말고 건축으로 유명한 서점 말고(이것들은 이것들대로 있어야 하겠지만), 제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단단한 책방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좀 많이 무안하고 따끔해진다. 가까이 있어도 할인율에 인터넷 서점을 이용할 것이면서, 나는 안 하면서 다른 사람은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같다는 걸 알기에. 살기에 팍팍하다는 느낌이 들수록 더 벌어질 거리감이다.

사서 읽었으면 좋았겠으나 빌려 읽고 남기는 이 죄책감은 또 어찌해야 할지. (y에서 옮김202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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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일주일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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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텔레비전에서 보여 주었던 프로그램 '달팽이호텔'이 떠올랐다. 딱 그 구성이다. 혹시 이 소설을 참고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정도로. 호텔 손님이 일반인이 아니라 연예인들이라 그게 다르긴 하지만.

아일랜드가 어디에 있는 나라던가. 영국의 왼쪽 옆에 있는 나라지. 북쪽의 북아일랜드는 영국 땅으로 되어 있고. 이 소설의 배경이 아일랜드 서부의 호텔로 되어 있어 인터넷으로 아일랜드에 대해 좀 찾아 본다. 대략, 아주 조금 알겠다. 가 보고 싶게 만든다. 기회가 올지 모르겠지만.

등장인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소설이다. 이런 구성이라면 2편, 3편,... 계속 만들어 낼 수 있겠다. 사람들의 삶이라는 게 비슷한 면도 있고 다른 면도 있는 것이니, 적절하게 조화시켜 보여 준다면 새로움과 공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구성이다. 힘든 일상을 벗어나 일주일 정도 호텔에서 쉬면서 낯선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살짝살짝 아픔도 나누고 위로도 받고, 그래서 호텔을 떠날 때가 되면 마음도 몸도 개운해져서 새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는 설정. 나는 지금 별로 어려운 형편에 놓인 것도 아닌데, 이런 곳이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면 가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앞으로는 이런 공간을 활용하는 게 일상의 틀에서 흔해질지도 모르겠다.

내 취향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잔잔하면서도 진지한 전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이나 호의가 고스란히 살아 있고 전해 오는 이야기, 낯설면서도 매력을 갖고 끌어당기는 이국의 풍경, 오해든 실망이든 낮은 감정을 점차 회복해 나가는 휴식의 방법들. 이런 호텔을 운영하는 것도 한편으로는 축복된 일이구나 싶을 정도로 부러웠다. 내게는 전혀 없는 능력들을 가진 호텔 운영자들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

아일랜드, 아이슬란드와는 또 다른 매력의 나라. 나는 이렇게 이 소설 하나로 아일랜드에 호감을 갖게 되었다. (y에서 옮김2018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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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한마리
양성우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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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양성우 시인의 시 구절이 맴돌았다. 오래 전에 외웠던 시인데 '남모르게 숨긴 칼 허공에 휘두르며'로 시작하는 "믿음 때문에"라는 시였다, 고 확신하고 있었다. 혹시 싶어 인터넷 공간에서 찾아 보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으니 더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 시집을 샀다. 혹시 비슷한 구절이라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시집이 오래 되었던가, 종이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물론 시를 읽는 데에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못했지만. 이런 경우 새책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쪽이 아니라 이런 책이라도 얻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시집조차 얻지 못하게 될까 하여. 


시인의 목소리는 내가 기억하고 있던 그대로다 싶다. 여전히 힘있고, 여전히 밝고. 힘들고 고단한 세상에서 기운 내어 살아가자고, 혼자가 아니라 내가 있고 네가 있고 우리가 있으니 서로가 함께 하고 있음을 잊지 말자고 하면서. 너무도 기막힐 때는 잠깐 절망스러워지기도 하지만, 그래도그래도 하면서 토닥여 주고 어루만져 주는 시어에 매달리게 된다.


애써 끌어모으고 싶다. 나자빠지지 말고 물러서지도 말고 적어도 버티고는 있어야 할 시절이다. (y에서 옮김20150301)

사람의 모든 시간이 물처럼 흐르지만,



그것이 어딘가에 문득 머물기만 한다면



거듭하여 쓰러진 자에게도 희망은 있다. - P12

내 안의 아름다운 너를 보낸다.



......



빈 들을 건너 반짝이는 물끝 너머로



내 안의 눈물겨운 한 사람



너를 보낸다. - P13

물 밑에 물이 흐르고.



이미 흔적도 없이 아득히 사라진 꿈 뒤에도



또다른 꿈들이 따라오는 것을.



홀로 묶인 빈 뱃전엔 밀물이 들면 떠나리라. - P19

저 가을 나뭇잎들이 그 자리에 또다시



피어나기 위해서 떨어지는 것과는 달리,



사람은 한번 헤어진 뒤에는



처음처럼 다시 만나기 어렵다. - P23

오늘 하루 나 혼자 내 그림자를



밟는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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