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살기 ㅣ 온우주 단편선 2
곽재식 지음 / 온우주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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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적에 있었던 일, 누가 살았고, 뭘 하다 죽었다라는 이야기. 소설가는 이 한 줄로도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일 것이다. '누가'에 수많은 사람들을 더 연결시킬 것이고, '무엇을'에 수많은 사건들을 더 이어 붙여  죽기 전까지 혹은 죽은 뒤까지 꾸며 만들어 낼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신기하기도 하지,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이 작가의 작품은 대체로 과학과 관련된 상상 이야기였고 우리 역사를 바탕으로 지어 낸 이야기도 읽기는 했는데, 나는 역사 쪽보다는 과학 쪽 책이 더 마음에 든다. 이유가 뭘까, 생각을 안 해 볼 수가 없다. 나는 우리 역사를, 우리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내가 의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안 좋아하는 것 같다. 우리 역사를 읽다 보면, 주로 느껴지는 감정이 짜증, 화, 속상함, 억울함, 답답함 등이다. 이러니 독서가 즐거울 리가 없다. 마지못해 의무감으로 읽는 게 대부분이다. 감정이입이 아주 잘 되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너무 내 이야기 같다는 것, 너무 내 처지 같다는 것, 너무 내 아픔 같다는 것, 그러니 자꾸만 모른 척하고 싶을 수밖에.  

 

소설도 마찬가지다. 역사가 불편하니 흥미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민족은 어떻게 그때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그 안타까움이 크기만 하니 신기한 것도 대견한 것도 좀처럼 찾지를 못한다. 잘했던 무수한 업적마저 바래고 마는 슬픈 사건, 원망스러운 인물들 때문에 순순히 받아들이지를 못하는 거다. 내 신경이 한심한 거지.

 

그리하여 이 책, 이번 독서는 실패인 셈이다. 자유로운 상상을 허락하지 못하는 내 한계만 뚜렷이 봤네. (y에서 옮김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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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여행 2 - 두근두근 혼자 떠나는 일본 여행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윤지은 옮김 / 살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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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여행을 하고 싶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여행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모순이다. 안다. 그렇지만 이렇게 양쪽으로 확연하게 갈라지는 욕망도 있는 법이다. 하고 싶은데 하기 싫은 그 무엇들. 우선 귀찮고 그 다음에도 귀찮다. 여러 모로, 집을 떠난다는 게. 그런데 또 궁금한 점도 있다. 가서 보고 싶은 것들도 있다. 그런데 나서자니 성가시다. 맴돈다. 맴돌면서 살 듯하다.


대신 책을 본다. 여행기도 읽고 만화 여행기도 본다. 재미있다. 안 나가고 싶은 내 마음을 충분히 대신해서 만족하도록 해 준다. 사서 보기도 하고 빌려 읽기도 한다. 이미 본 책을 다시 봐도 좋다. 여행이라는 것도 여행지라는 곳도 시간의 흐름을 타는 분야라 언제 나온 책인가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는다. 가끔은 이제 없어진 곳도 만나게 되는 황당한 경험까지.


이 만화책은 오래 전에 나왔고 나는 리뷰를 올리지 않았다(올렸는데 못 찾아낸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새로 보고 몇 자 올린다. 담백하게 재미있다. 일본 만화 작가가 일본 내 6곳을 다녀본 과정을 그림으로 그려 놓았다. 이 중 내가 가 본 곳은 오키나와뿐, 다른 곳들은 낯설다. 책이 나왔을 즈음에 읽었을 때는 나도 가 보겠노라고 작가의 일정에 맞춰 계획을 세워 보았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이대로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무엇보다 잘 먹는 작가다. 각종 체험활동에도 열려 있는 작가의 성향이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가 나를 만나는 가장 좋은 시간, 나 홀로 여행하는 시간일 것이다. 낯선 상황에 대처하는 나, 어찌할지 모르는 나, 갑자기 용기가 솟기도 하는 나, 포기도 도전도 들쑥날쑥 결정하는 나, 해 볼 만한 일, 해 봐야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나이와 상관없이. 그런데 나는 지금 귀찮단 말이지.


방구석 안에서도 게으른 내가 게으른 나와 잘 만나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 변명을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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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열차의 죽음 ㅣ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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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여행은 상당히 매력적인데, 기차에서 밤을 보낼 수도 있다면 더 그러할 텐데, 이 여행이 마냥 앉아서 밤을 견뎌야만 하는 고단한 여정이 아니라 침대도 욕실도 갖춰져 있는 호화로운 일정이라면 더더욱 낭만적일 텐데. 세상에는 이런 여행도 있다고는 하는데. 그런데 이게 또 살인이 일어나기에도 알맞은 조건이 되기도 하는 모양이니. 요즘은 워낙 카메라 장치가 잘 되어 있고 타고 내리는 사람의 신원이 확실하니 쉽지 않겠지만 백 년 정도 이전에는 그랬을 수도 있겠다 싶다 생각하며 본 소설.


이 작가가 소설의 배경을 열차로 내세운 작품으로는 오리엔탈 특급 살인 사건이라고 유명한 것도 있다. 이 소설도 그에 못지 않다. 희생자나 범인이나 주변 인물들 모두 만만치 않은 배경과 동기를 갖고 있고. 포와로 경감의 추리 솜씨는 이번에도 화려하고 은근하면서 명쾌했고. 내 추리는 완전 엉뚱하게 흐르고 말았지만 그래도 역시 재미있었다. 


귀한 보석, 백만 장자, 갑자기 얻은 유산, 도박으로 생긴 빚, 사랑 없는 결혼, 유혹에 능한 바람둥이 등등. 추리소설로서는 갖출 요소를 다 갖춘 소재들인 셈이다. 내 현실과 아주 멀어서 글 속 이야기만으로 충분히 흥미진진한 이야기. 기억력이 형편없는 나로서는 이 다음에 다시 보아도 범인이 누구였는지 모를 확률이 아주 높다. CSI 수사드라마를 보고 또 봐도 번번이 겪는 경험이라 짐작이 된다. 볼 때마다 새로우면 나로서야 좋지, 뭐 이런 마음이다. 


책은 오래되었고, 값이 싸고, 글자의 크기가 작은 편이다. 이것대로 또 만족스럽다. (y에서 옮김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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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아리아
곽재식 지음 / 아작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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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혀서 슬프다, 그런 느낌이다. 상쾌하지는 않은데 시원한 맛은 있고, 답답한데 피식 웃게 되는 순간도 맛보고. 현실에서 아주 먼 이야기인 듯 싶다가도 바로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도 있고, 내게 닥치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은데 절실함은 멀고. 나는 이 작가를 응원하는 독자이므로 좋게만 보게 된다. 이것도 역시 어쩔 수 없다.

 

말 잘하는 남자 같다. 글을 읽는데 수다스러운 남자의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듣고 있는 것 같다. 신기할 정도로 늘어놓는다. 이런 게 재주이겠지. 소설가가 되는 사람의 특성일 테고. 한 마디로 '그래' 할 것을 적어도 수십 장 이상의 글로 써서 독자로 하여금 '그렇구나' 하게 만들어 보이는 힘.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숨찬 수다를 들은 뒤에 끄덕이게 되는 각각의 의미.

 

못된 사람들 참 많다. 자기 이익 챙기겠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도 많고. 그렇게 죄를 짓는 그들은 살아 생전에 벌을 받게 될까? 받았으면 좋겠는데 세상이 꼭 정의로운 대로 흐르지는 않더란 것이지. 게다가 이렇게 빌어 보는 나 같은 사람도 종종 정의에 벗어나는 일을 하거나 생각을 하기도 하니, 크고 작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느 누구도 이른바 그러한 '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터. 다른 사람에게는 숨겨도 자신에게만은 숨길 수 없기도 하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싶어도 아프게 건드리는 부분이 있다. 통쾌한 복수로 갚아 주지도 못했는데 흐지부지 스스로 무너지고 사라지는 나쁜 사람들의 결말을 읽다 보면 허탈해지기도 하고, 세상 다 그런가 보다 체념도 된다. 내 힘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뭘 그리 많겠는가. 또 내 힘이 아니어도 해결되는 일이 기대 밖으로 많기도 할 것이고.

 

재미있게 읽고 있다. 더 바랄 것 없이 지금처럼 계속 읽을 수 있기만을 빈다.  (y에서 옮김2017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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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장 살인 사건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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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출판사에서 나온 이 작가의 책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한꺼번에 사지 않고 한 권씩. 이 책은 서울의 친구집에 놀러 가면서 친구에게 줄 책을 사려고 들어선 서점에서 발견한 두 권 중의 하나다. 할인이 없어도 서점에서 직접 책을 사는 맛을 느끼게 해 준다.


    내용은 익숙하다. 사건을 해결하는 푸아로 탐정도, 함께 하는 헤이스팅스도.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 프랑스의 어느 마을로 나오지만,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사건들과 큰 차이는 없다. 이래저래 부잣집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니까. 부잣집에서 일어난 사건이니 당연히 돈 문제는 얽혀 있게 마련이고.  


    이런 사건을 다루는 소설이나 드라마를 내가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하나는 확실하다. 깔끔하게 해결이 된다는 점. 범인을 확실하게 잡아 준다는 점. 범인을 잡아 줌으로써 뭔가 사회 정의의 한 쪽을 실현시켜 주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 현실이 늘 그러하지 못해 내가 많이 답답한 모양이다. 괜히 특별한 이유 없이-아니,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라 더 답답한 것이니-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싶을 때면 이런 소설이 더욱 잘 읽히니까.  


    어쨌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기억력이 필요하다는 것쯤은 알겠다. 대화든 사물이든 기억을 하고 있어야 그것을 적용해 나갈 수 있을 테니. 나처럼 관찰력도 기억력도 부족한 사람은 도무지 시도해 볼 수가 없는 일이겠다. 어찌 된 일인지 읽는 동안에는 폭 빠져 들었다가도 덮고 나면 싹 잊어버리다시피 하니. 다음에 이 시리즈를 다시 읽어도 다 읽을 때까지 나는 범인을 모를 것이리라. 이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y에서 옮김20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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