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 밀라논나 이야기
장명숙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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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른은 있다, 분명히 있다. 이 책의 작가처럼 드러나기 쉽지 않아 그렇지, 우리 사는 곳곳에 이분과 같은 어른들이 있을 것이다,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렇게 믿고 싶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우리 사는 이곳이 너무도 쓸쓸하고 고단하기만 할 것 같으니. 


친구의 소개로 이 작가의 유투브를 먼저 보았다. 몇 편 안 보았지만, 세상에 이런 분이 계시는구나, 감탄했다. 그리고 이 책을 보았다, 빌려서. 이 작가분이라면 굳이 사지 않고 빌려 보아도 이해해 주실 것만 같았다. 대신 우리네 젊은 작가의 책을 꼭 사서 보리라 다짐도 했다. 


나이는, 세상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든다. 시간이 흐르는 대로 얻는 게 나이일 테니. 그러나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다 괜찮은,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게 쉽지 않다. 아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젊었을 때 실수나 실패나 시행착오가 없어야만 되는 것도 아니다. 있었어도 어떻게 겪어 내었는가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이가 들수록 주변 사람들을, 특히 자신보다 어린 사람이나 약한 존재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며 어떤 태도로 대하는가 하는 점이 중요해진다. 그리하여 이것을 어떻게 배우고 실천하고 있는가 하는 게 좋은 어른의 기준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이 작가와 반대 쪽에 있는 것 같은 사람을 최근 인터넷 만남의 공간에서 보았다. 내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그가 쓴 글을 통해 드러낸 자신의 정보뿐이다. 나이는 60 중반에서 70 사이인 듯하고, 학교에서 근무를 했다고 하며 관리자로 퇴직했다고 하니 대략 짐작할 수 있을 내용을 갖춘 사람이다. 그러려니 하며 보아 넘길 수도 있는데, 나는 자꾸만 그가 써 올리는 글에서 불편함과 거북함과 어떤 저항심을 갖는다. 내가 왜 이러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두고, 내게 직접적으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데, 뭐가 이토록 불편하고 거슬리는 거지? 다른 사람을 나무라는 글을 비교적 쉽게 써 올리는 이분은, 그러함으로써 스스로가 상당히 괜찮다고 여기고 있는 것만 같은데, 이 또한 괜찮지 않은 어른이 갖는 착각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 책을 읽고 비로소 뚜렷해지는 경계를 본다. 이건 참 중요하고 생각한다. 내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과도 직결되는 것이므로.


나이가 들면 자신이 지나온 삶의 이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경향이 강해지는 것 같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잘 살아왔다고 여기는 사람일수록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문제는 경계, 어떤 일이든 이 경계선을 넘지 않는 게 중요한데. 내 얘기를 하면서 남들에게 내비치는 것이 자랑스러움과 자랑 중 어느 쪽으로 치우치는가, 듣는 대상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과 자신의 잘난 의견으로 충고하려고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강한가, 감정을 함께 나누려고 하는 것과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겠노라고 강요하는 것 중 어느 쪽에 가까운가... 특히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말이나 글에서. 이런 종류의 비교 물음이 줄줄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는 내 마음이 얼마나 당황스러워지던지. 내가 지금 어느 선에 서 있으며 어떤 쪽으로 가려는 것인지 확인하는 마음은 더더욱.   


이 작가처럼 나이 드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어쩌면 꼰대가 되는 길이 더 쉬워서 그런 걸까. 세상에 그 많은 꼰대들이 나대는 것을 보면. 나는, 이 나이가 되어서도 진로를 탐색하고 있는 나는, 이 작가에게서 배운 바를 실천하는 쪽으로 가고 싶다. 이 작가와 같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겠다는 게 아니라, 단 한 사람에게라도, 아니면 나 스스로에게만이라도. 내 그릇의 크기에 맞게, 괜히 넘치지 말고, 가족과 주변인과 지인들을 챙겨 주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이미 너무 큰 세상이기도 하고.  (Y에서 옮김20220417)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들고 떠나는 것


당신이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더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63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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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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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장길에 카르타로 읽은 이북이다. 구입한 책이 몇 권 안 되지만 벌써 구별이 되는 느낌이다. 이북으로 구입하고 읽어도 좋을 책과 종이책으로 구입해야 할 책. 집안 공간 정리가 될 듯하다. 이전처럼은 사 들이지 않을 것 같으니까.


딱 이만큼, 공기만큼의 가벼움을 주는 책이다. 재미는 있었으니까 눈으로 보이는 책이 없더라도 섭섭하지 않겠다. 범인을 알고, 범인이 저지를 일을 글따라 좇으면서 어떻게 해 나가는 것일까를 기대해 보는 재미, 이 작가의 글답다. 계속 읽다 보니 작가가 소재를 취하는 방식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어떻게 얻는 것일까, 어떻게 인물을, 그들의 관계를 설정해 보는 것일까, 독자와의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어떤 반전을 꾀하는 게 좋을까를 모색하는 일, 어떤 식으로든 괴로움을 느끼는 작가가 아니라면 이 작업은 참으로 신나는 일이겠다.


이북으로 소설 읽기, 생각했던 것보다 더 괜찮다. (Y에서 옮김2015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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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산장 살인 사건 ㅣ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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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곳에서의 살인 사건, 그곳에 초대된 손님들 외의 인물은 없고. 모든 등장인물이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되는 상황. 결국 인물들 간의 싸움이 아니라 작가와 독자의 대결이 된다. 이 작가는 누구를 범인으로 만들고 있으며, 읽는 나는 어떻게 그 과정을 거꾸로 파헤칠 수 있는가. 한번도 이런 싸움에서 내가 이겨 본 적은 없었지만, 그러려고 하지도 않고 기꺼이 속아주면서 편하게 읽고 있는 나. 작가가 이런 독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 맥빠질까?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저절로 떠올랐다. 오래 전 고등학교 시절, 라디오 드라마로 들었던 그때의 충격과 공포를 잊을 수가 없다.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는 인상이 비슷한 배경의 글을 읽을 때면 어김없이 그 글을 떠올리게 한다. 전혀 심심하지 않게, 지루하지도 않게. 


소설 속 화자의 역할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게 된다. 화자는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관찰자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입장에서 다른 인물을 어떻게 그려 보이느냐에 따라 상황을 아주 다른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이 또한 트릭일 것이다. 속이고 속아 넘어가는 일, 알고 속고 모르고 속는 일, 더 나아가 알고 속이는 사랑, 모르고 속는 사랑에 이르기까지. 


이 작가의 글이 많이 읽혀지고 있으니까 출판사에서 계속 그의 글을 준비하고 있나 보다. 그 덕분에 독자인 나로서는 끊임없이 읽을 수 있어 괜찮다. 올 가을은 오롯이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하는 계절이 되었다. (y에서 옮김201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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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
지미 지음, 이민아 옮김 / 청미래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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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줄 안되는 글, 그보다 몇 배 그득히 많은 그림, 그리고 그 둘을 합친 것보다 훨씬 깊고 그윽한 그리움.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는 이 책이 제 그림책의 하나인줄 알았던 모양이다. 내가 아무 말 안하고 있었더니 나보다 먼저 그 책을 읽는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기에 뭘 좀 알겠냐고 물으니, 내용을 잘 모르겠단다. 그럴 수밖에. 이미 애 둘을 가진 내 삶을 통해 비추어보더라도 쉽게 닿을 수 없는 깊이이며 자리인 것을. 나는 한 바닥 한 바닥 꼼꼼히 뜯어보겠다는 마음으로 글과 그림을 읽었다.

얼마나 오랜만에 읽어보는 그림인가. 선 하나, 그림자 하나에조차 또 이야기들은 어찌 이토록 많이 숨어 있는가. 나는 지나가는 듯한 말로 딸에게 전한다. 이 다음에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노라고. 쉽게 고개를 끄덕이는 딸을 보며 나는 또 한편으로 생각했다. 내 아이가 이런 그림을 그릴 줄 모르면 또 어떠랴마는 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이의 정서만큼은 배워 닮았으면 좋겠다고.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았는데, 너무도 사소하였으나 그 때문에 오히려 더 특별해지는 관계. 평소에 우리들이 쉽사리 놓쳐버림으로써 뒤늦게 안타까워하는 소중한 인연들. 그러므로 지금 바로 우리 옆에 있는 사람을 눈여겨 볼 일이다. 너무도 친숙하여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던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

마음 졸였다. 읽는 내내 주인공들의 따뜻한 만남을 기대하고 있는 나 자신을 지켜보면서 아직 내게 남아 있는 따뜻함을 확인했다. 그래서 고마웠다.  (y에서 옮김20010206)

[인상깊은구절]

12월 20일

도시의 수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줄곧 같이 살면서도 평생을 서로 알지 못하고 지내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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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5 - 부디 이 원앙차가 맛있어지기를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양윤옥 옮김 / 모모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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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까지는 탈레랑 커피점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미호시와 아오야마의 관계가 조금씩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면 이번 호는 아오야마에게 집중했다는 느낌이 든다. 아오야마의 사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의 아오야마, 아오야마가 어려서부터 소극적인 듯하면서도 끈질긴 성격을 갖고 있는 사람임을 보여 주는 에피소드들. 그 중에 특별하다고 볼 수 있는 아오야마의 첫사랑 이야기 등. 


그다지 재미없었다고 쓴다. 아오야마의 첫사랑으로 등장하는 인물도, 그 인물을 아오야마가 첫사랑으로 여기게 되는 과정도, 첫사랑과 다시 만난 어른으로서의 태도도 도무지 내 성향과는 거리가 멀어서 소설 속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도통 이해해 주고 싶지가 않았던 것. 인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이야기는 더더욱 억지스럽게 느껴질 뿐.


작가의 설정에 의심이 드는 정도다. 현재의 아오야마를 더 잘 보여 주기 위한 장치였겠지. 미호시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에피소드로 삼고 싶었겠지. 결과적으로는 아오야마와 미호시의 관계가 돈독해지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과정이 이렇게 험하고 지저분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싶기만 하다. 어째 내가 배배 꼬인 기분이다. 그래도 아오야마에게는 순수한 사랑이었을 텐데. 


한 권 남았다. 탈레랑 커피점 같은 곳이 내가 사는 곳 근처에도 있었으면 좋겠다.(찾아보니 일본에서는 8권까지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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