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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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었던 이 작가의 산문집이 내게 아주 좋은 인상을 남겨 주었고, 그 책이 마음에 들어 이 책을 구한 것이었는데, 이제 이 책은 이 작가가 쓴 다른 책까지 관심을 갖게 해 준다. 독서의 기쁨, 작가의 발견이다. 한동안 우리 소설에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만나게 된 것 같아 참 고맙다.


소설의 분위기는 대체로 밝지 않다. 그렇다고 어둡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닌데 어쨌든 가라앉아 있다. 사는 일에 희망도 별로 없어 보이고, 답답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소설 속 주인공들은 늘 술을 마시고 있고, 그런데 신기하게도 짜증이 나지 않는다는 것. 무엇 때문에 온통 암울해 보이는 분위기에도 나는 기꺼이 들어서는 마음으로 이 소설들을 읽고 있는 건가 따져 보고 싶게 해 준다.(보통 이런 분위기를 풍기는 소설에 그다지 마음 두지 않는 스타일인데.)  


좋은 문장 표현에 반했던 면도 있다. 줄거리만 따라 읽어 가는 게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세세하게 묘사해 놓은 게 좋아서 지나쳤다가도 다시 돌아와 읽었다. 이런 경험, 윤대녕의 소설을 읽으면서 해 봤던 건데. 내용도 주제도 문체도 차이가 아주 많은데 나는 비슷하게 읽고 있다. 비슷하게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또 생각해 봐도 좋다. 내가 좋아할 작가가, 내가 기뻐하며 읽을 책이 늘어났다는 것은. 


학생들과의 독서 모임보다 어른들이 여는 독서 모임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소설의 주제를 찾아내는 것보다 각 소설들을 읽은 후 자신이 생각한 것만 얘기해 보라고 해도 참여한 사람 수만큼의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이 작가의 소설의 장점이 이것이었구나, 읽는 사람이 자신의 속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도록 해 준다는 것. 어쩌면 이건 박완서의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얻었던 유익한 경험이기도 한데. 


끝까지 다행이다 하면서 읽을 수 있어 좋았다. 한 작가의 소설이 다시 그의 소설을 불러 내는 일은 좀처럼얻기 어려운 행운이기도 하니까. (y에서 옮김201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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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부 선생님, 안녕 ㅣ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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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값에 투자한 책인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제 번역되어 나온 것일 뿐 실제로 이 작품이 나온 것은 20여 년 전인 셈이니, 밀도는 떨어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이라고  사정을 다 알고 읽는다면, 허술한 듯 하지만 귀여운 맛도 있다. 


다른 사람을 속이는 사람들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자신의 허물을 숨기기 위해서, 자신의 속셈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모르게 하는 것이 알게 하는 것보다 어떤 연유에서든 이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이익이란, 그 이익을 지킨다는 게 어떤 의미일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기는 할 텐데, 때로는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협적인 이익일 수도 있을 텐데, 인간의 욕심이란 게 참으로 부질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순간을 맞기도 하는 모양이다. 


사소한 속임에서 비롯되는 사건들이 전개된다. 주인공 여선생님은 나름 씩씩하고 추리도 잘하고 자신의 본분에 충실한 건강한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고. 이 여선생님에게 두 남자가 프로포즈를 하고 있고. 각자의 매력을 발휘하면서 사건은 전개되었다가 꼬였다가 풀리고.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산뜻한 긴장을 유발하는 정도의 속임과 해결은 우리 삶에 있어도 좋겠다 싶은 생각도 해 본다. (y에서 옮김2015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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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사랑한 여행
한은형 외 10인 지음 / 열림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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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기 싫은데, 귀찮은데, 그런데 여행을 가고 싶다. 이 무슨 앞뒤 말도 안 되는 말인지. 안다, 그럼에도 이러하다, 가기 싫은데 가고 싶은 마음, 하기 싫은데 하고 싶은 마음, 그것도 간절하게. 여행의 안 좋은 점과 좋은 점이 한꺼번에 나를 사로잡아서 이런 듯하다. 나는 곧 여행을 떠나게 될까, 어쩔까?


시인과 소설가들이 쓴 여행집이다. 10년도 지났구나, 코로나 19 상황 이전의 여행 이야기이니 이것도 읽으면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었다. 이제는 그때와 도무지 같을 수 없을 것이니, 아무리 잘 준비해서 떠난다고 해도. 


작가 10명. 이름을 알고 있었던 작가와 몰랐던 작가가 반반이다. 이들이 간 곳 중 내가 실제로 가 본 곳은 세 곳. 기억도 나지 않지만 비슷하게 젖어들어 보았다. 나도 그러하였겠지. 안 가 본 곳들 중에는 김경주 작가가 여행한 리투아니아 빌뉴스가 가장 이끌렸다. 예전 같았으면 직접 가 볼 궁리라도 해 볼 텐데, 지금은 그런 마음의 움직임만 짚고 끝낸다. 무엇보다 이제는 비행기를 타기 싫다고, 공항 들어가고 나오는 게 딱 싫다고.


시인의 여행기와 소설가의 여행기와 여행작가의 여행기가 다르게 읽힌다. 당연한 현상이다. 직업에 따라 다르게 볼 테니까. 나 또한 다른 기분으로 읽는 재미가 좋아서 적절하게 골라 읽는다.  소설가는 여행지에서도 이야기를 꾸미고 시인은 여행지에서 시적 분위기를 생성하고 여행작가는 여행지를 샅샅이 훑는다. 같은 곳을 여행한 세 작가의 글을 한번에 읽는 것도 퍽 흥미로울 것 같다. 이런 궁리는 바로 해 봐야지.


여행지 사진은 작가의 글별로 흑백 한 장씩만 보이고 그것도 뚜렷하지 않다. 오래된 듯 시간의 흐름이 확연하게 보이는 책이다. 여행기도 시류를 타겠지? 아무렴, 세상은 시시때때로 변하고 있으니까 여행지도 달라지고 있겠지. 이 책의 효용이 날로 떨어질 것만 같은데. 


편집 의도가 괜찮아 보이니 이런 여행기는 계속 이어져 나오기를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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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름다운 흉기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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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에서 읽기에 딱 좋은 소설이다. 다른 것에 신경쓰지 않아도 될 한정된 공간과 시간 안에서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순전히 재미로 만들어진 추리소설. 권선징악과 기승전결과 사필귀정이 오롯이 들어 있는 구성과 내용.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아야지, 당연히 소설인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내게 두 부류로 구별된다. 잔인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내용을 미리 알고 읽을 수는 없으니 읽은 뒤에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좀 답답하기는 하다. 이 책은 굳이 안 읽어도 좋았을 만큼 무서웠다. 범인이 무서웠다기보다는 인간의 욕망 중에 어떤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강하게 발현되는 과시욕이 무섭게 느껴졌다고 해야겠다. 그게 뭐라고, 잘나 보이고 싶은 게 뭐라고,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게 보이는 그게 뭐라고....그걸 위해 자신을 버리고 남을 해치기까지 하는가 말이다.

 

범죄소설을 읽는 재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범인은 반드시 잡히니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된다는 교훈은 물론 아닐 것이고-그러면 좋기는 하겠지만 그걸 굳이 내세울 것 같지는 않으니까,-작가가 쳐 놓은 구조 안에서 범인을 잡으려고 애쓰는 독자의 심리를 다루는 방식과 대결 정도? 이렇게 말하고 보니까 이것도 싸움과 같은 원리로 여겨져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쨌든 잘 읽고 가볍게 정리할 수 있어서 개운하다. 기차 안에서 시작하고 마무리한 독서가 되었다. (y에서 옮김201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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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아름다운 집
구효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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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작가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소설집이었다. 아름다웠다. 모름지기 아름다움이란, 아름다운 소설이란 이런 소설들을 읽고 말하는 것이어야 한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좀 슬프고, 좀 아늑하고, 좀 부질없고, 많이 아름답고 많이 아름답고 많이 아름답다는 느낌... 소설 속 풍경도 사람들도 대사들도 분위기도 리고 무엇보다 작가의 글솜씨까지 내 마음을 빼앗는, 바로 그런 아름다움.

 

오랜만에 만난 우리 소설이었다. 기억은 떨어지지만 여운은 오래 남는 소설들.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는 소설들. 지나간 소설 혹은 앞으로 나올 소설들까지 읽어보게 기대하는 이름. 나를 설레게 하는 소설가.

 

소설의 내용에 대해서는, 글쎄, 말할 수가 없다. 그냥 이 책을 읽고 있었던 이틀이, 그 시간들이 내내 행복했다. 이 가을 어느 날에 읽은 우리의 소설집. (y에서 옮김200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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