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가 있었다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김예진 옮김 / 검은숲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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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을 읽다 보니 마더 구스라는 동요가 종종 소재로 쓰이는 걸 본다. 어린이들이 즐기는 양식의 내용을 범죄추리소설의 소재로 사용하다니, 이것부터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그만큼 더 무섭거나 끔찍하거나 잔인하다고 느끼기를 기대한다는 뜻일까. 나로서는 마더 구스에 대해 아는 바가 워낙 없으니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읽고는 있지만.


노파라는 인물에도 상당히 부정적인 인상을 갖게 한다. 돈이 많고 욕심도 많고 통제성도 강해서 쉽게 반감을 살 수 있는 인물. 범죄가 일어나는 게 자연스럽다고 여길 정도로 나쁘게 묘사되어 있다. 노파라는 말 자체가 기분 나쁘게 들린다.  


이번 소설은 시작부터 상당히 엉망진창이다. 엄청나게 부유한 노파가 등장하고 이 노파에게는 남편이 둘 있고 각각의 남편에게서 자녀가 셋씩 있고. 노파의 첫 남편은 노파를 부유하게 해 주었으나 세 자녀가 비정상이다. 그런데 바로 이 모자람 때문에  노파의 사랑을 받는다. 두 번째 남편의 자녀 셋은 멀쩡하며 능력도 가졌는데 그 때문에 도리어 노파로부터 미움을 받는다. 이런 설정, 납득이 안 된다. 그럼에도 소설은 재미있었다.


첫 남편의 자녀와 두 번째 남편의 자녀 사이의 갈등이라니. 그것도 서로 간의 목숨을 빼앗을 정도의 증오심을 이용하는 배경이라니. 노파는 있고 심장병을 앓고 있고 자녀는 차례로 목숨을 잃는다. 누가 죽인 것인가. 엘러리는 아버지와 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바삐 뛰는데 끝난 듯 끝나지 않는다. 덕분에 내 소설 읽기도 끝이 나지 않게 되고. 


엘러리처럼 용의자나 범인을 바로 붙잡지는 못하지만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해도 남아 있는 책의 쪽수를 보면 반전이 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희생자를 제외하고 용의자를 좁혀 보는데 범죄의 동기까지는 파악하지 못하겠다. 그럴 힘도 없고. 그냥 작가가 말해 주는 대로 넙죽 받아 읽는 게 좋다. 머리를 쓰지 않는 추리소설 읽기라니. 그저 게으른 탓이다.  


사건이 모두 해결된 후에 등장하는 니키 포터. 이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 보게 되는 것인지. 아니, 이미 본 적이 있었던가. 모르겠다.(ㅎㅎ) (y에서 옮김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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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없는 밤
위수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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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으로 분위기는 짐작이 되었다. 없는 것이 밤일지라도, 밤이 아무리 어둡다고 해도, 없는 게 있는 생은 유쾌하거나 즐거울 수가 없다. 우리에게는 밤이 있어야 하고, 밤을 보내야 또 아침이 더 밝게 온다는 것을 느끼기도 하고, 밤을 견디는 힘으로 온 나날을 버틸 수도 있으니. 


한숨을 쉬고 살펴본 소설의 수는 모두 10편. 이 중에 작품 '아무도'와 '오후만 있던 일요일'과 '9'는 다른 책에서 읽었던 글이었다. 책 뒤쪽에 각 소설의 출처가 나와 있고 [소설 보다] 시리즈를 통해 작가 이름을 알고 있어서 쉽게 알아보았다. 자칫 기억의 오류 속에서 헤맬 수도 있었을 것 같았는데 안심했다. 이제는 더 이상 놀랍지도 않은 현실이지만 그래도 읽은 글과 안 읽은 글이 헷갈릴 때는 좀 서글퍼진다. 더구나 이만큼이나 짙게 우울한 글에서는. 읽을수록 우울해지는 이 시절에는.

이 리뷰를 적으려고 책을 다시 펼쳐보는데, 여전히 마음이 안 좋다.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한 편 한 편 썼을까? 쓰는 동안에는 얼마나 마음 아팠을까? 쓰기 전보다 쓰고 나서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 자신이 만들어낸 주인공의 고뇌나 불행이나 안타까운 처지 같은 것들을 마치 남의 것인 듯 표현한 후에 새삼스럽게 들여다보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일까? 그러면 세상이 조금 더 괜찮아 보일까? 아무리 엉망진창인 세상이라고 해도.

생각해 보니 작가들이 소설 속에서 그려 내는 세상은 어지간해서는 괜찮지 않았던 듯하다. 그렇겠지, 소설은 문제적 상황을 다루는 장르이니. 그래도 이렇게 편편마다 암담해서야, 동정조차 할 수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 앞에서는 맥이 빠진다. 

'집'이 특별히 남는다. 집을 떠나 어느 먼 곳에서 마침내 마음 속 집을 구한 주인공의 딱한 이야기. 어떤 삶은 삶이 아닐지도 모르는데 내가 아주 쉽게 남의 삶을 평가했던 것 같다는 반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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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라이프 1
다카기 나오코 지음 / artePOP(아르테팝)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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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평온하지 않았을 청춘이다. 시간이 흘러 일러스트레이터로 어느 정도 성공한 인생이니 이 만화도 애틋하게 봐 줄 수가 있는 것이고. 이런 상황이 만약 누군가에게 지금 진행 중인 것이라면, 얼마나 안타까울까. 어쩔 수 없이 엄마의 마음으로 읽히는 만화, 어려운 청춘들에게 작으나마 위로가 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기는 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그림을 잘 그렸고, 그래서 그림 그리는 일로 먹고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고 도쿄로 왔다는데, 이런 과정이 우리나라의 서울에 있을 익명의 비슷한 청춘들을 떠올리게 한다. 좋아하는 그림은 그리지도 못하고,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해 이리저리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고단한 날들, 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노력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삶은 원하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그저 팍팍하기만 하다.

 

다행히 내 인생에는 이런 방황 기간이 없이 지나가 주었으나 앞으로 남은 날들은 암담하다. 이제는 청춘도 암담하고 노년도 암담한 미래다. 어떤 욕심을 얼마나 버려야 인간다운 존엄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 나같은 사람은 어떤 방법으로 남은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하는지, 이 만화의 주인공과 너무도 비슷한 처지에 놓인 내 딸과 아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애를 써야 하는 것인지. 시대는 어쩌자고 점점 더 고달파지려는 것인지.

 

아르바이트 인생만 들여다 본 것 같다. 2권에서는 아름다운 인생을 맞게 되려나 천천히 봐야겠다.  (y에서 옮김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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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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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 : 어떤 대상에 대하여

꺼려지거나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겁나는 데가 있다.

두렵다 : 어떤 대상을 무서워하여 마음이 불안하다.<표준국어대사전에서>


'무섭다'는 느낌을 일으키는 힘의 말미가 무엇이며 어떠한지를 알고 있을 적에 빚어지는 느낌이다. '두렵다'는 느낌을 일으키는 힘의 말미가 무엇이며 어떠한지를 모르고 있을 적에 빚어지는 느낌이다.


대상을 알면 무서운 것이고, 대상을 모르면 두려운 것이다. 사고를 쳐서 아버지를 화나게 할 것은 무서운 것이지 두려운 것이 아니다. 반면에 밤에 잠자는 데 마루에서 무슨 소리가 나서 나서려고 할 때는 두려운 것이지 무서운 것이 아니다.         - 김수업의 <우리말은 서럽다>에서


그러니까 이 책은 두려운 쪽이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떨림. 사람은 무서운 게 아니라 두려운 것일까.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대응을 할 수 있을 테니, 그가 잔인하든 난폭하든 무서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상대가 예상을 엎는다면, 예상 밖의 행동을 한다면, 기대밖의 생각을 보인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그 판단을 쓸데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이라면, 그는 두려운 사람이다. 두려운 것이다. 


이 작가의 전작에서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정인데, 전작에도 이런 류의 두려움을 일으키는 요소들이 깔려 있었던 게 아니었나 하는 새삼스러움에 오싹해진다. 사람만이 희망이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지만, 사람만큼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또 어디에 있으랴. 내 마음도 내가 못 믿는데 하물며 남에 있어서랴. 


일본 특유의 정서라고 할 수 있을 괴기스러움이 이 책에도 잘 녹아 있다. 낯설기는 하지만 의외로 통하는 부분도 있다. 인류 공통의 무의식일까. 사실, 가장 무서울 때는 내 속의 괴물을 내가 느꼈을 때이니까, 남을 두고 뭐라고 할 것도 못되기는 한다. 내가 나에게 진저리를 칠 수 있을 뿐.  (y에서 옮김201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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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형사들 - 사라진 기와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명섭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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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추리소설을 읽던 중 우리의 작품을 찾다가 만난 책이다. 배경이 조선이라는 것, 주요 인물이 포도청의 군관이라는 것, 그리고 당시에 있었다는 묘한 사건을 두 사람이 해결한다는 설정에 끌렸다. 


    역사가 배경인 소설을 읽을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을 혼동하거나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 재미로 읽고 각자 유익하게 받아들이면 된다는 것. 등장인물이 실존 인물이냐 가상 인물이냐, 이 사건이 역사적 사실이냐 아니냐, 특정의 조상이나 가문이나 직업을 욕되게 한 것이냐 아니냐, 이런 점들을 따져서 답을 얻으려 하면 독서 활동이 상당히 난처해진다는 것. 이런 여러 주의사항을 고려하여 느긋하게 또 재미있게 읽어 보려고 하였는데.


    실존인물이라고는 하나 전혀 모르고 있던 좌우포도청의 군관인 이종원과 육중창의 활약은 더없이 명쾌하고 마음에 들었다. 기와가 사라진 사건도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다고 하고 이를 작가가 조화롭게 엮어낸 소설로 팩션이라고 칭한다는 것도 알게 되어 흐뭇하였는데. 단 하나, 정조와 정약용이 등장하는 요소가 나의 하찮은 독서를 일부 방해하고 말았다는 것이지. 두 군관에게는 너무도 든든한 배경이라서 내게는 스포일러처럼 읽혔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힘으로 모자라게 되더라도 이 사건은 무조건 해결되겠군, 병조참판이든 병조판서든 나아가 영의정이 죄를 짓더라도 결국 벌을 받게 되겠군, 그래서 좀 싱겁군...  


    팩션이 아닌 장르소설을 내가 기대했던 것일까? 이를테면 다음처럼. 조선시대의 군관 둘이서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서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을 그들이 가진 능력의 범위 내에서 해결한다. 역사적인 자료들을 서민들의 삶에 적절히 녹여 서술한다. 읽는 나는 아주 편하게 조선의 풍습 속으로 여행을 다녀온다......


    나는 작가가 아니라 독자일 뿐이니 이런 기대를 해도 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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