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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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읽는데도 이렇게 무참한 기분이 들 수가.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생각이나 의견에 동감하게 되면 기분이 아주 좋아지게 마련인데 이 책은 정반대다. 동감할수록 기분이 나빠진다. 나빠질 뿐 아니라 절망스러운 마음에 빠진다. 이대로 영영, 그의 임기 끝까지는 아닐 것이라고 작가가 위로 비슷한 말을 해 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때가지는 너무 아득하기만 하고 나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읽지 않을 수도 없고. 

이 책을 사서 읽는 자체가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입장을 말해 준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고 있는지. 나는 작가와 같이 이렇게 보는 사람들 쪽에 서 있다. 언제부터 책을 사서 읽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해 주는 사회가 된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어떤 리뷰는 망설여진다. 

이 책은 한시적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치워질 책이다. 그런 한 시절이 있었지, 그 시절에 그런 사람이 있었지, 어리석고 무모하며 답답하기만 사람, 정도로 입에 오르내리고 말 것으로. 누구 때문에?, 누구 탓을 할 수 있겠는가. 절반은 유권자의 잘못된 선택이었던 것을. 

잘못을 저지른 일도 학습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학습을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왜 못하느냐고 다그칠 수는 없다. 불가능한 일이니까. 할 수 있고 할 줄 아는 쪽에서 해야 하는 수밖에. 직접적으로 잘못을 하지 않았더라도 주변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말릴  수 있는데도 말리지 않았다면 이 또한 잘못의 하나. 나는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우울감을 내 잘못에 대한 반성으로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모습, 좀처럼 바뀌지 않는 아집들. 꽉 막힌 사람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나를 흔들어댈 생각이다. 썩 안 좋다. (y에서 옮김202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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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84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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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은혜로운 듯해도 냉혹하다. 아닌가, 순전히 받아들이는 쪽에서의 입장인가. 삶 자체에는 아무런 가치나 의미가 없는 것일 수도. 그저 하나의 생명체로 태어났다가 사라져가는 것일 뿐인데, 유독 인간만이 삶의 이유를 찾고자 한다더니 나도 그러고 있는 건가? 댈러웨이 부인의 하루가 내게는 어찌 이리도 고달파 보이는지. 사는 일은 쉬운 걸까, 어려운 것일까. 물음만 남아 있다.


하루 동안에 벌어지는 풍경이 담겨 있다. 주인공은 댈러웨이 부인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하루의 풍경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댈러웨이 부인뿐 아니라 부인이 진행형으로 만나는 사람, 예전에 만난 사람과의 기억, 이 기억과 함께 하는 사회적 역사적 의미, 부인이 걷는 거리의 하찮은 모습들, 부인이 하려는 일로 벌어질 일들, 부인과 연관된 사소한 사건 등등이 모두 주인공의 일부로서 활약하는 내용이었으니. 


나는 괜히 부인의 자리에 나를 대입해 본다. 나, 내 주변의 사람들, 내가 오가는 길과 건물과 풀과 나무들, 나의 지난 시절과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건들, 내가 기억하는 이들이 가진 배경과 앞선 역사적 사건들, 내가 배웠거나 겪었거나 상상하는 모든 배경들을 잘 엮으면 이 책과 같은 모습으로 태어나려나? 그건 또 그것대로 의미를 가지려나? 소설가의 역량을 내 상상으로 이어보는 재미, 괜찮다. 단지 상상만으로도. 


소설은 쉽게 읽혀지지 않았다. 읽는 시간보다 읽다가 멈추는 시간이 더 많았던 독서였다. 앞에 어떤 글을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에 없는 채로 다음 문장을 읽으면 문장 하나하나가 풍경을 펼쳐 주었다. 그래서 읽고 나면 또 스르르 지워졌다. 되돌아가서 읽을 의욕은 일어나지 않았고 나는 무책임한 기분으로 읽고 넘겼다. 다 읽고 난 후에도 내가 정말 읽었는지, 읽었다고 해도 되는지 헷갈렸다. 작가는 내내 어려운 사람으로 기억되겠다.


'자기만의 방'이 내가 읽고 있는 책들 사이에 꽂혀 있다. 읽고 싶은데 참 읽기 어렵다. 나는 누구이고 왜 살고 있는가? 그러니까 이 물음을 접어야 한다는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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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윤이형 외 지음 / 워크룸프레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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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광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의 5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 중 동시대 파트에 해당하는 3부 전시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전시 도록은 한 번 열리고 사라지는 전시를 기록하는 성격이 짙다. 이 책은 전시를 기록하는 것이 아닌, 소설집으로서 전시에 참여하는 책의 형태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이떤 기획에 의해서든 이런 책이 나오면 반갑다. 최인훈의 <광장>을 떠올려보는 계기도, 우리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만나는 기쁨도 다 얻을 수 있으니까. 촌사람이 미술관에 들러 얻었던 성과물 중 가장 컸던 보람이 아닐까 싶다.

 

참여한 작가는 7명이다. 7편의 작품에 모두 설레었더라면 더할 수 없이 좋았을 텐데, 내 취향은 여기서 끝까지 타협하지는 않았다. 글이 실린 순서대로 앞의 네 작품과 뒤의 세 작품이 나뉜다. 윤이형, 김혜진, 이장욱, 김초엽은 내 쪽으로. 박솔뫼, 이상우, 김사과는 아닌 쪽으로. 같은 소재로 저마다 다른 빛깔로 만든 글들을 읽으면서 어째 주제는 한곳으로 모이는 것 같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광장이라는 곳이 원래 그런 곳일지도 모른다.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하나의 자리라는 것, 결국은 모여야 한다는 것, 모일 수밖에 없다는 것, 벗어나려 해 보았자 그러지 못하리라는 것, 어떤 광장 안에서 살아갈지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바라는 모습의 광장이 있다면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 ......

 

재미있었다. 이런 기획에서 나온 책들이 언젠가부터 흥미로워졌다. 실린 글들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도 괜찮다. 다양한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좋고, 다르게 말하는 듯하지만 결국 같은 것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도 기쁘다. 내가 어떤 작가와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만큼은 더없이 반갑고 마음이 놓이는 일이다. 생각이 굳어버린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니까.    

 

최근에 우리 작가들의 글을 의도적으로 자주 읽으려고 하는 중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기특하다. 글을 쓰는 것보다 강연을 하는 것에 더 몰두하는 작가가 보이는 듯도 하여 약간 염려스럽기는 하지만, 나의 이 염려가 어서 빨리 편견이었음을 깨우쳐 주었으면 좋겠다. 강연을 잘 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쓰는구나 생각하게 되도록.

 

문화의 힘이 정치를 바른 길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간절히 기원한다. (y에서 옮김201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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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개조론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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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세계사라는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느낄 수 있다. 학교에서 배웠던 교과서와 다르게 쓰인 역사책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후 살면서 남들이 다들 그저 그렇게 같이 보는 현상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본 것을 다르다고 말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치가가 아닌 작가 유시민은 나에게 용기 있는 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이 책도 그런 기대로 읽었다. 내가 우리나라의 정치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애써 외면하면서 살아오고 있기 때문에 그가 정치계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런데 그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 책을 더 객관적으로 읽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나는 참 설득이 잘 되는 사람인가 보다 하고. 평소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에 대해 관심도 없고 아무 생각도 없는 나이기에 어느 당이 어떤 일을 잘하고 못하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말할 거리가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모르면 할 말이 없을 수밖에 없다는 작가의 말을 듣고 나니 전적으로 수긍이 가는 것이었다. 모르면 억울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짜증난다고,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의 정치 세계로부터 눈을 돌릴수록 우리의 정치 발전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니 참 딱한 노릇이다. 한미 FTA, 장수의 재앙, 사회서비스 시장, 건강투자정책, 한나라당의 이중성, 공적개발원조. 이 책을 통해 내가 알게 된 것들이다. 책 한 권을 읽고 이만큼 건졌다면, 정부와 각 당의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서 홍보자료를 찾아보아야겠다고 내가 마음먹었다면, 이 책의 작가도 다행스럽다고 생각해 주지 않을까 싶다. (y에서 옮김2007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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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로의 크리스마스 (완전판)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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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제목을 확인하지 않고 읽어 나가다가 푸아로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임을 알았다. 이 탐정이 등장한다면 당연히 일어나겠지 싶었던 그 일마저 일어나지 않는 반전의 구성. 이 작가의 글은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다. 이미 스무 권이나 읽었는데, 단편까지 계산한다면 100편 넘게 읽었을 것인데 마무리는 내 예상밖이다. 나는 끝내 이대로 순진한 척 남게 되는 걸까? ㅎㅎ

인간성 혹은 유전인자의 본질에 대해 매 작품마다 생각해 보게 된다. 부모가 어떤 사람인가, 부모로부터 어떤 유전자를 물려 받는가 하는 문제. 막연하게나마 부모가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 있다고 느낀 적이 종종 있다. 부모로서의 자질이 모지란다고 느낀다거나 자녀에게는 본인의 약점을 물려 주지 않고 싶다고 느낄 때라고나 할까? 내 불행을 되풀이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그런 마음으로. 이런 마음이 든다고 누구나 아이를 낳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작가가 냉정하기는 하다. 피해자를 그렇게 만들어 버리는 것을 보면. 마치 심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피해자에게 아무런 동정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묘사해 내는 작가의 솜씨는 깔끔하기도 하고 명쾌하기도 하다. 벌을 받아야 할 자, 벌을 받으라 하는 식이어서. 이런 점에 내가 또 호감을 더 느끼는 것일 수도 있고.(y에서 옮김2019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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