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웨이 부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84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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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은혜로운 듯해도 냉혹하다. 아닌가, 순전히 받아들이는 쪽에서의 입장인가. 삶 자체에는 아무런 가치나 의미가 없는 것일 수도. 그저 하나의 생명체로 태어났다가 사라져가는 것일 뿐인데, 유독 인간만이 삶의 이유를 찾고자 한다더니 나도 그러고 있는 건가? 댈러웨이 부인의 하루가 내게는 어찌 이리도 고달파 보이는지. 사는 일은 쉬운 걸까, 어려운 것일까. 물음만 남아 있다.


하루 동안에 벌어지는 풍경이 담겨 있다. 주인공은 댈러웨이 부인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하루의 풍경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댈러웨이 부인뿐 아니라 부인이 진행형으로 만나는 사람, 예전에 만난 사람과의 기억, 이 기억과 함께 하는 사회적 역사적 의미, 부인이 걷는 거리의 하찮은 모습들, 부인이 하려는 일로 벌어질 일들, 부인과 연관된 사소한 사건 등등이 모두 주인공의 일부로서 활약하는 내용이었으니. 


나는 괜히 부인의 자리에 나를 대입해 본다. 나, 내 주변의 사람들, 내가 오가는 길과 건물과 풀과 나무들, 나의 지난 시절과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건들, 내가 기억하는 이들이 가진 배경과 앞선 역사적 사건들, 내가 배웠거나 겪었거나 상상하는 모든 배경들을 잘 엮으면 이 책과 같은 모습으로 태어나려나? 그건 또 그것대로 의미를 가지려나? 소설가의 역량을 내 상상으로 이어보는 재미, 괜찮다. 단지 상상만으로도. 


소설은 쉽게 읽혀지지 않았다. 읽는 시간보다 읽다가 멈추는 시간이 더 많았던 독서였다. 앞에 어떤 글을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에 없는 채로 다음 문장을 읽으면 문장 하나하나가 풍경을 펼쳐 주었다. 그래서 읽고 나면 또 스르르 지워졌다. 되돌아가서 읽을 의욕은 일어나지 않았고 나는 무책임한 기분으로 읽고 넘겼다. 다 읽고 난 후에도 내가 정말 읽었는지, 읽었다고 해도 되는지 헷갈렸다. 작가는 내내 어려운 사람으로 기억되겠다.


'자기만의 방'이 내가 읽고 있는 책들 사이에 꽂혀 있다. 읽고 싶은데 참 읽기 어렵다. 나는 누구이고 왜 살고 있는가? 그러니까 이 물음을 접어야 한다는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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