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cm 라이프 3
다카기 나오코 지음, 한나리 옮김 / 시공사(만화)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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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3권으로까지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이 작가의 팬이라고 해도, 이건 좀 낭비인 걸 싶을 정도로 마음이 인색해진다. 차라리 온전히 해외여행 편으로 엮었더라면, 네덜란드만이 아니라 두 나라 정도 더 담아서, 그랬으면 꽤 재미있었을 텐데, 그런 마음.

 

어느 기사에서 읽은 내용이다. 우리가 현재 인간 관계에서 저지르는 실수들 중의 대부분은 자신을 잘 몰라서 또는 잘못 알아서 그런 거라고. 내가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내가 혼자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같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나서서 하려고 하는 사람인지 남 따라 하는 데 집중력을 더 발휘하는 사람인지. 외모에 신경 쓰는 사람인지, 내면에 신경 쓰는 사람인지...... 그런 점에서 이 작가는 자신에 대한 탐구가 본받을 만하다. 비교적 150cm라는 작은 키에 어울릴 만한 또 자신의 장점을 더 효과 있게 발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키우려고 하고 있으니.    

 

최근의 작품들보다는 간략하고 단조로운 인상의 그림들이다. 이 그림들로부터 점점 성장한 것이겠지. 작가의 작품을 계속 읽다 보면 그 작가의 성장 과정을 확인할 수 있게 되는 점도 좋다. 가끔은 이런 독서를 통해 내가 자라는 모습을 스스로 확인하는 덤도 얻을 수 있고.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 혹은 이런 그림들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는 내 성향은 무얼까. 초등학교 때 가졌던 꿈을 이루지 못한 미련의 하나일까. 언제가 되든 장차 한번 시도해 보려고 내 안에 감춰 둔, 나도 모르는 내 꿈의 하나일까. '설레는'이라는 말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이런 그림은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한다. 그려 보고 싶다는 생각을 저절로 떠올리게 하고, 품고 있게 한다. 만화 그리는 할머니? 근사하기는 할 것 같다. 계속 보는 일이라도 해야지. (y에서 옮김201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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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재욱, 재훈 (리커버 에디션)
정세랑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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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인물을 창조하는 방식 하나를 본다. 자신이 본 사람 중에 몇을 골라서 꾸며낸 배경과 사건 안으로 서로를 엮어 들이는 방법. 실제의 모습과 가상의 조건을 적절히 섞고 이를 바탕으로 재미있게 또 특별한 의미를 담아 글로 표현하는 작업. 나는 글을 읽으면서 작가의 창작 과정을 거꾸로 따라가 본다. 새삼 흥미진진해진다.


누나, 남동생, 남동생. 이혼한 엄마와 아빠. 각각 살고 또 같이 산다. 어떤 상황에서도 찌질한 구석은 만들지 않는다. 각자 살 만하고 살아낸다. 하찮은 듯 보이지만  삼남매가 가진 각각의 초능력도 제대로 활약을 한다. 나도 이 정도의 하찮은 초능력 하나쯤 갖고 싶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이 될 것도 같은데. 핑계를 댄다, 덜 친절한 사람인 것에 대해. 


우리는 스스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주며 살까. 내가 다른 이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순간들만 제대로 기억하고 살아도, 그때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만 살아도, 고마움의 아주 적은 일부만큼 되돌려주겠다는 마음으로만 살아도, 세상이 정말 따뜻할 텐데. 춥지도 아득하지도 막막하지도 않을 텐데. 어쩌면 돕고 싶다는 마음도 하찮은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2014년에 출간된 작품이다. 작가의 십 년 전 글 중 하나가 이러한 모습이었음을 확인한다. 대전에 가서 우아하게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랍 사막과 조지아의 염소 농장에는 흥미가 전혀 안 생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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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눈물은 발원하여 문학과지성 시인선 574
정현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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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시인의 시는 담백하면서도 깊고 무겁다. 살짝만 보아도 마음 끝이 떨린다. 나는 시를 통해 이런 마음을 얻어서 오래오래 지니고 사는 독자가 되고 싶다. 나의 남은 날들을 위해 내가 바라는 거의 전부다.  


며칠 동안 붙잡고 지냈다. 시집을 보내 주신 이웃님의 정성도 고마웠고, 보내주고 싶은 의욕을 갖도록 시집을 펴 내 주신 작가님께도 고마움을 느꼈다. 나이 드신 어른의 글, 어른의 말씀이라고 해서 늘 얻고 싶은 게 아니라 이렇게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게 되면 더 극진해진다. 잘 보았고 잘 궁리하고 있다. 시의 구절들이 계속 내 머리 안에서 구르고 있다. 동글동글해지면서 나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주리라. 


시는 우리 삶에 어떤 쓸모가 있을까. 시집 뒤쪽에 실려 있는 작가의 산문 '시를 찾아서'를 읽는다. 아예 몰랐던 바는 아니었고 정확히 표현을 못하겠다 싶었어도 막연하게 시의 쓸모를 느끼고 있었던 덕분인지 끄덕이고 끄덕였다. 아무렴, 시를 쓰면서 살지는 못하더라도 읽는 마음만큼은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삶의 경계선 안으로 들어서기 위해 취해야 할 태도일 테니. 예술이라는 게 이런 게 아니었던가. 누리지 못해도 살 수는 있겠으나 누리는 삶과 그렇지 못한 삶은 같은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노골적이 아닌데도, 아주 은근하게 전하는데도 충분히 알아듣게 말씀하시는 표현들에 감탄했다. '매일같이 보고 듣는(54쪽)' 온갖 비참과 불행에 한탄하시고, '혼미한 나라(45쪽)'를 걱정하시는 모습이 고스란히 읽힌다. 이런 시야를 가질 수 있는 사람으로 나이들어야 할 텐데. 그래야 애쓰며 살고 있는 이 땅의 젊은이들한테 조금이라도 덜 미안할 텐데. 잘못한 게 참 많은 기성세대의 한 사람이라...   (y에서 옮김20221121)

시간은 가는 것이기도 하고
가지 않는 것이기도 하니…… - P11

세상의 모든 구석은
아름다워야 - P14

개인의 무게를 잘 알면서
또한 더 큰 테두리를 생각하느니. - P17

비에 젖고, 눈 덮이고
바람 부는 흔적들…… - P25

나를 찾는 길은
남을 녹여내는 일 - P27

글쓰기가 적어도
제 한 몸을 위한 게 아니라는
제일 높은 척도 - P37

목 메지 말 것.

노래하고 노래할 것. - P43

샘과 꽃과 하늘에 기대어
노래하는 수밖에는 - P46

아무것도 없는 고요로 붐비는 회복,
고요로 광활하여 회복되는 마음…… - P48

우리는 실은
스스로에 대해서 다소간 광신도이기 쉽다 - P55

정신적 삶은 커지려고 하고 위로 오르고 싶어 한다. 그것은 본능적으로 높은 곳을 추구한다. 다시 말해서 시적 이미지들이란 우리를 가볍게 하고 우리를 들어 올리고 우리를 상승시킨다는 점에 있어서 인간 정신의 활동이다. 그 시적 이미지들은 수직적 축이라는 오직 하나의 참조 축만을 가진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공기적이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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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cm 라이프 2
다카기 나오코 지음, 한나리 옮김 / 시공사(만화)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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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이번에 출간되었지만, 일본에서는 2004년에 출간된 책이니 비교적 오래 전에 나온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나로서는 타카기 나오코의 만화를 최근에 나온 작품부터 거꾸로 읽어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작가를 따라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느낌이 들어 그런 대로 괜찮다. 일러스트레이터를 꿈으로 두고 한결같이 애써 온 모습을 자전적인 만화로 보면서 한 사람이 생이라는 게 참 신비로운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 책은 작가가 150cm의 키 상태인 성인으로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담은 2번째 책이다. 자신이 직접 겪지 않는 것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이해를 해 줄 수 있을까. 말로만 이해한다 하면서도 실상은 아는 척 해 주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이 만화를 보면서 내 키가 162cm만큼 자라 주었다는 데 은근히 안심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더 작았어도 더러 불편했을 것이고, 더 컸어도 불편했을 테니.(172cm인 딸이 종종 불편을 겪는 것을 보면, 이만큼 아담한 게 고맙기까지 하고.)

 

자신의 신체 조건에 어울리는 게 어떤 것일까를 탐구해 보는 것도 필요한 일일 것 같다. 화려하고 세련되어 보일 것까지는 아닐지라도 반듯하고 단정하고 상큼하게 보일 수 있다면, 그로 인해 내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감이 생긴다면, 좋게 보이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 옷 잘 입는 사람, 스타일이 멋진 사람을 보면 보는 내 기분도 환해지곤 하니까. 150cm의 자신의 키에 어울리는 패션 스타일을 찾아가는 작가의 부지런한 성격을 보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부지런함과 솔직함은 미덕이자 장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화의 짜임새는 최근에 본 작가의 작품에 비해 분명히 좀 엉성해 보인다. 초기 작품이라는 뜻일 것이다. 이렇게 그리면서 성장해 왔구나 싶으니까 계속 응원해 주고 싶어진다. 만화를 보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자잘한 경험,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y에서 옮김201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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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두 - 2006 제6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구효서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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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찾아 떠돌다가 만난 책이다. 이만하면 나로서는 횡재다. 어느 한 편 소홀하게 읽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나온 수상작품집. 실려 있는 작가의 이름을 다 알고 있다는 것도 내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실려 있는 글은 모두 10편. 요즘의 문학상수상집과 비교하면 많은 편이다. 독자로서는 더욱 좋아할 사항이고. 덤으로 황순원문학상에 대해서도 찾아본다. 우리의 문학상 제도가 갖고 있는 한계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그렇군, 그런 일이 있었군, 나는 이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셈이군......


2006년에 어떤 일이 있었던가?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 때였던가. 소설을 읽는 내내 눈이 멈추는 문장에서 나의 과거를 오간다. 그게 소설을 읽는 필수 요소가 되기라도 한 듯. 아주 오래된 옛 이야기도 아니고, 나 역시 작가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모양새로 살았던 셈이니 동병상련처럼 세상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랬던가? 그랬겠네. 그래서 우리는 여태까지 잘 살아온 것일까?  


심사위원이 누구였는지, 어떤 기준으로 수상작을 선정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다. 내게는 10편 모두 귀하게 와 닿았다. 내가 기억을 못해서 그러한데 어쩌면 작가의 개인 작품집에서 이미 읽은 글도 있을 수 있다. 낯선 기분으로 읽었다. 촘촘하게 읽는 시간이 촘촘한 일상으로 채워지는 기분이어서 썩 만족스러웠다.


문장의 힘을 보고 책을 덮었다. 내 능력이 부족하여 표현으로 옮기지는 못하겠다. 요즘의 젊은 소설가의 글들과 이 작품집에 실려 있는 글들의 차이점 같은 것. 문장과 문장 사이, 단어와 단어 사이의 밀도라고 해야 할까? 나는 옛 글에서 이런 모습의 치열함을 더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표현의 방식들, 세밀하고 엄밀해서 수다스러운데도 더할 수 없이 무거워서 도리어 도움을 받는 느낌이 드는 감각들의 나열.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가 되는 조건으로서. 


읽을 글이 많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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