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바닐라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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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만한 소설이라고 생각했고 읽는 재미도 있었는데 읽는 기분은 썩 유쾌하지 않다. 불편하고 불쾌한 느낌이 도드라져 올라오려고 하는 것을 자꾸 눌러 문지르면서 읽었다. 묘한 경계선에 선다. 이 작가의 글, 더 읽을 만한가, 그만해도 괜찮은가. 우리 소설일 경우 되도록 읽어 보자는 쪽인데, 읽는 마음이 고단하다. 고단하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아주 잘 알아보고 있어서 더더욱.

결혼은 우리 시대에 어떤 것일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게 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결혼도 선택 사항 중 하나, 결혼 상대자의 성별도 무조건이 아니라 선택이 되어 가고 있고, 출산은 더더욱 고민을 던지는 선택 요건이 된 시대. 남자든 여자든 아빠든 엄마든 저절로는 절대 얻을 수 없게 되어 버린 시대. 삶의 마디마디를 확인하면서 챙겨야만 살 수 있는 이 시대에 사는 이야기를 읽는다.

7편의 소설. 어느 주인공의 삶도 만만하지가 않다. 부부로도 엄마로도 딸로도 친구로도. 완전한 사람이 아니므로 잘못은 계속 생기고 저지르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생은 바라는 대로 흐르는 게 아니고. 내가 바라는 방향과 네가 바라는 방향이 다를 때마다 어긋나서 다투고 오해하고 외면하고 버리고. 우리는 정녕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것부터 위선은 아닐까? 내 아이도 내 배우자도 내 부모도 내 친구도 내 이웃도 내게 도움을 주는 이들조차도. 아, 살기 쉽지 않구나, 알았지만.

누구의 것이든 더 나아질 삶은 없는 노릇이고 다들 이렇게들 살아 가는 모양이다 여기는 게 위로나 변명이 되어 줄 것인지. 소설의 어느 대목에서 따뜻한 시선을 보내 주었는지 나는 모르겠다. 그래서 영 안 좋다.  (y에서 옮김2025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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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한잔 인생 한입 37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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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호 에피소드들은 평범했다. 따로 되새길 만한 게 떠오르지 않는다. 에피소드뿐 아니라 안주를 소개하는 내용도 술집을 찾아다녔다는 여행기도 다 무난하였다. 연달아 읽어서 그런 건지, 술집 탐방기에 익숙해져 버린 건지, 정녕 그림으로 그려진 술맛에 취하고 만 것인지. 

    기차 안에서 읽어서 그럴 수도. 맥주캔은 커녕 음료수 한 병 사 들지 않은 채로 3시간 이상을 앉아 있다. 그리고 이 만화책을 보았다. 내가 이 만화를 보는 동안 옆 자리 승객은 두 명이 바뀌었고 이 글을 올리는 지금은 사람이 없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우리도 기차 안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건가? 예전에는 마신 걸로 아는데. 내가 마시겠다는 건 아니다. 요즘은 물이나 음료수 외에 뭘 먹는 사람을 보기 어렵기도 하고. 또 굳이 기차 안에서 술을 마실 것까지야 싶기도 하고. 

    술을 좋아하고 술을 소재로 만화를 그리는 작가로서는 술 문화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어떻게 해서든 자주 마시자고 널리 알리고 권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나처럼 술을 적게 마시면서도 만화를 즐겨 보는 독자들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겨 주지 않을까? (y에서 옮김202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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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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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상 수상집을 읽으면 우리 작가의 글을 골고루 만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글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제때 못 만났을 뿐 시간을 거슬러 보는 재미를 얻기도 하는데. 


    이번 작품집에 실린 글들은 낯이 익었다고 해야겠다. 한 편 한 편 읽다 보니 읽은 듯한 기분이 드는 게, 나의 허무하기까지 한 몹쓸 기억력이 이래저래 헷갈리게 하는 것일지도 몰라 찾아보기까지 한다. 읽었다, 분명히 읽고 기록도 남겼다, 이 중에 네 편, 그러나 기억하지 못한다, 이렇게 신선한 제목까지도.


    김금희의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는 책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에서 

    은희경의 ‘우리는 왜 얼마동안 어디에’는 책 [장미의 이름은 장미]에서

    권여선의 ‘실버들 천만사’는 책 [각각의 계절]에서 

    정한아의 ‘바다와 캥거루와 낙원의 밤’은 책 [술과 바닐라]에서

    최은미의 ‘내게 내가 나일 그때’는 책 [눈으로 만든 사람]에서

    기준영의 ‘들소’는 책 [사치와 고요]에서 


    읽고 잊고 읽고 잊고. 어쩌면 내 뇌는 이상적으로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자꾸 읽어도 머리가 터질 일은 없으리라는 것. 


    신기한 일은 글에서 얻는 감동이 거듭 읽어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처음 읽었을 때 좋았던 글은 잊은 후 다시 읽어도 좋다는 것. 처음 읽었을 때 서운했던 글은 다시 읽어도 여전히 서운하다는 것. 나는 김금희와 은희경과 권여선의 글에 두 번씩 반하는 셈이다.   


    마음을 깊이있게 짚어 내는 글을 좋아한다고 적는다. 내 마음이든 상대의 마음이든 화자의 마음이든 제3자의 마음이든. 그 마음이 정갈하면 정갈한 대로, 속수무책이면 속수무책인 대로. 이해하는 마음도 오해하는 마음도 사랑이 되었다가 환멸이 되기도 하는 세상. 답이 없는 물음 앞에 소설만이 방향을 보여 주는 듯해서. 이조차 제대로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마저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을지 도통 알 수가 없어서.


    좋았던 소설은 더 좋아지고 덜했던 소설이 새로 재미있게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게 이런 능력이 있다면 소설을 읽으면서 어마어마하게 행복해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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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한잔 인생 한입 36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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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일과를 마치고 술 한 잔. 요즘은 커피나 차나 와인까지. 고단했던 순간들을 달래고 잊고 새로운 의욕을 일으키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서. 되짚어 보면 나는 그런 젊은 날 그냥 잤던 것 같은데, 그것도 잠이 너무 와서 쓰러지다시피 하며. 다음날에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마저 잊은 채로.

    사는 게 많이 달라진 게지. 우리가 스스로 느끼는 삶의 속도보다 세상이 바뀌는 속도가 너무 빨라 미처 따라잡지를 못하는 게지.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힘들어도 나를 위한 한 잔을 놓치지 않겠다는 그 마음, 그 간절함을 잘 헤아리지 못하는 게지. 그러니까 뭘 그렇게까지 하나 하는 무심한 말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꼰대 혹은 막힌 기성세대의 잔소리로.

    이번 책에서는 에피소드들의 내용과 크게 관계없이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만화에서 느끼는 사소한 재미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이런 소박하고 평범한 삶도 소중한데 이런 정도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이 있을까 싶고. 지금 내게 주어진 모든 환경과 조건들이 그지없이 고맙기만 하고.

    이 사이트에서 강조하고 있는 독서노트를 살짝 활용해 본다. 이 또한 사소한 재미는 있는데 읽는 마음에 한층 여유가 있어야 더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읽다가 멈추고 생각하고 기록하고. 바람직하기는 한데 오래 잊고 살아온 형태다. 책을 읽는 것조차 허겁지겁이었으니.

    글과 그림으로 술을 여러 잔 마셨다. 역시나 몸은 취하지 않고 마음은 충분히 취하여 만족스럽다. (y에서 옮김20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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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루이스 버즈비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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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즐겨 읽고읽은 느낌을 글로 쓰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에 얽힌 추억이나 그에 대한 감회가 깊을 것이다그리고 언제부터 책을 읽게 되었는지어쩌다가 책을 좋아하게 되었는지인상에 남은 서점은 어디에 있었는지좋아했던 책은 무엇인지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지 등등어지간히 할 말이 있을 것이다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말을 할 때만큼 그를 빛나게 하는 일이 달리 어디에 있겠는가.

     

    이 책이 그러하다노란 불빛이 비쳐 오는 서점을 떠올리듯그 아늑하고 풍요로운 책의 기억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작가의 글나도 이런 적이 있었지그럼이렇고말고그래책은 좋은 거야서점도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어서점에서 오래 있어 보고 싶어커피와 책이 함께 있는 공간은 거의 축복이라고 할 정도야,...... 이런 서점이라면 나도 가 보고 싶어......

     

    책의 내용은 단순히 책과 서점을 좋아한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책이라는 게 보급되기 시작한 역사도 들려준다종이로 된 책을 만들기 어려웠던 시절한 자 한 자 베껴서 책으로 만들었던 시절의 이야기부터 책을 보급하다가 어려운 처지에 놓이기도 했던 모습까지지금으로서는 격세지감까지 느껴질 정도의 낯설고도 신기한 이야기들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 하는 자부심을 갖게 해 줄 정도로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고맙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책 속의 소제목 중에 하나처럼 책은 절대로 죽지 않을 것이다나는 그렇게 생각되고 믿게 된다비록 e북으로 책을 사기도 하고 읽기도 하지만그건 휴대할 때의 편리성 때문에 가끔 이용하게 되는 것일 뿐 할 수만 있다면 종이책을 읽고 싶다그리고 서점에 가는 불편함도 기꺼이 감수하고 싶다그 느리고 답답하고 불확실한 정보 획득 과정이 마냥 사랑스럽기만 하니 이건 사라질 풍경은 아닐 것이라고수지타산 따지지 않고 순수하면서도 맹목적으로 책을 아끼는 서점 운영자들이 앞으로도 여전히 우리 곁에 있어 줄 것도 믿고 싶고

     

    이 책은 내게로 와서 갖고 있고 싶은 책이 되었다. (y에서 옮김20161102)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들은 우리를 과거로 인도한다. 그것은 꼭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 때문만은 아니다. 그 책을 읽었을 때 우리가 어디에 있었고 우리는 누구였는가를 둘러싼 기억들 때문이다. 책 한 권을 기억한다는 것은 곧 그 책을 읽은 어린아이를 기억하는 것이다. - P52

    우리를 책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이국적인 경이로움뿐만이 아니라 발견의 기쁨이기도 하다. - P57

    오늘날의 서점들은 대체로 악명도 없고 삐딱한 구석도 없다. 모든 것이 익명 속에 묻혀버린, 친절하지만 매력은 없는 조용한 공간에 불과하다. 그러나 서점이 오늘날까지 이렇게 살아남았다는 사실, 그리고 3000년이 넘도록 아주 조금씩, 몹시 더디게 변화해왔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이것이야말로 서점을 찾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며, 가장 단순한 것이 오래 간다는 진리를 깨우쳐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서점, 그것도 가장 평범하다고 할 서점은 유혹적이면서도 위험한 이 세계에서 무시당했고 외면당했기 때문에 옛날과 변함없는 본성(당신의 눈길을 붙잡는 책 진열창, 커다란 기대를 품고 펼쳐 본 소설책 표지 같은 서점 입구, 새 책을 맞을 준비를 하는 서가들, 그리고 주 계산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것 역시 장사지만 모든 것이 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장사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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