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1년차 - 초보도 따라 하기 쉬운 즐거운 달리기 프로젝트
다카기 나오코 지음, 윤지은 옮김 / 살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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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시작하면서 시작과 동시에 진행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꽤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하고 싶었던 일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시작하지 못했던 일, 한번 시작했다면 계속 하고 싶은데 계속 할 수 있을 의지가 있을지 어쩔지 스스로 망설여지는 일, 더 열심히 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내놓고 확인받으면서 스스로를 자극했으면 하는 일 등.

나는 마라톤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니다. 걷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고, 뛴다는 것은 벅차고 부담스러워서 앞으로도 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있으니 은근히 따라 하고 싶어지게 된다. 물론 뛰는 일만 빼고 그 앞뒤로 이어지는 일에 더 매력을 느껴서이기는 하지만.

작가에 대한 호감이 더 높아진다. 혼자 사는 궁상맞음만 잘 드러내는 줄 알았는데, 아주 열심히 제 삶을 꾸려 나가고 있는 사람이다. 혼자라는 것에 부족함이 없어 보일 정도이다. 이 정도라면 혼자서 하고 싶은 대로 해 나가는 데에 더 큰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마라톤 대신에 걷기로, 일본에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의 여가를 누려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본다. 시간을 내어 좋은 곳 걸어 보고, 그곳에서 맛있는 것 먹고, 편한 곳에서 쉬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또 아주 열심히 일하고. 이 책도 햇수를 달리 하면서 계속 출간될 수 있겠구나 싶다. 나오면 또 봐야겠다.(y에서 옮김201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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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즈데이북 2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아작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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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된 것이 문장 하나하나마다 두근두근이었던 것인지. 나는 이 책의 초반 3분의 1지점에서 견디지 못하고 맨 뒷장을 확인하고 말았으며 절반쯤 읽고서는 마지막 장을 먼저 읽으면서 스스로 스포일러가 되고 말았다. 궁금하고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던 탓이다. 그리고는 결말을 알게 된 후의 편한 마음으로 남은 글을 읽었다. 나는 이런 류의 조바심을 즐기지 못하는 쪽이다. 책이든 영화든.

시간여행이다. 이 소설은 1990년대에 출간되었다고 한다. 시간을 고려하면 대단한 상상력이다. 이게 아마 정통 SF의 영역에 속하는 내용인가 보다.(SF가 정확하게 어떤 유형인지 말할 수 없는 나로서는 그러려니 하는 정도이고) 최근 이쪽 영역에 속한다는 소설을 몇 편 읽어 본 셈인데 내가 몰랐던, 내가 해 볼 수 없었던 상상력의 세상이라 그런지 자꾸만 감탄하게 된다. 나도 이런 상상을 해 보고 싶다 이런 건 아니고, 이런 상상력을 갖고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그저 존경스럽다고나 할까? 이런 글을 읽게 해 주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앞으로 그럴 일은 없겠지만 우주여행이든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든 나는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딱 없다. 이건 도무지 힘들고 고단할 것 같기만 해서, 아니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기까지 하는데, 누구는 죽기 전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라고도 한다지만 나는 전혀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 이렇게 책을 읽거나 비슷한 소재의 영화를 보는 간접체험만으로도 충분하겠다. 그런 여행을 하기에 나는 너무도 소심하고 겁도 많고 사명감도 없는 사람이다.

책을 보면서 잠깐 그런 가정을 해 보기는 했다. 만약 지금 이 시대를 떠나 과거의 어느 시대로 갈 수 있다면, 어느 시점을 고를까 하는 문제. 책에서 주인공들이 나누는 말이기도 한데 위험 등급이 낮은 어느 시대는 언제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때가 있기는 할까? 우리네 역사를 돌이켜 보아도 굳이 지금을 떠나 그때로 가고 싶다고 여겨지는 때가 딱 떠오르지 않는다. 드라마의 도깨비처럼 어떤 뛰어난 능력이 있어 어려움을 쉽게 헤쳐 나가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소설의 주인공과 같은 처지라면 과거 어느 지점에서 이방인으로 등장하게 되는 것일 텐데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 내게는 매력이 없는 가정이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쓸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해 봐야 과거 그 시점에서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고. 더구나 아프거나 병이라도 걸리게 된다면, 소설에 비추어 볼 때 상상만 해도 아득하다.

재미있게 읽었다. 이 작가의 다른 소설을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기꺼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까뮈의 페스트도 빠른 시일 안에 봐야겠다 싶다.

<덧붙임>
작가에 대해 살피다가 '화재감시원'이라는 책을 읽고 실망한 내 리뷰를 확인했다. 어쩌면 다시 읽어 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y에서 옮김201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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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가을 2019 소설 보다
강화길.천희란.허희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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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강화길이라는 이름을 되뇌어본다.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에 본 Littor 잡지에서도 만난 이름인데. 글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늘어난 건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내가 기억에 담을 수 있는 속도를 너무 많이 넘어선 것 같다. 어쩔 수 없지, 이게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

즐겨 읽는 소설에도 취향이 있을 것이고 관성이라는 게 있는 게 아닐까. 읽고 싶어 하는 소설은 계속 읽게 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는 소설은 점점 더 멀어지고. 최근에 읽는 소설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여기고 있음에도 안 읽히는 글은 여전히 잘 안 읽힌다. 이게 자꾸 시도하다 보면 괜찮아질까 싶기도 하다가 그런다고 좋아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반대 의문도 생긴다.

일단 독백체 소설은 내게 지루하다. 화자 혼자서 중얼중얼하고 있는 형식, 늘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쉽게 손을 놓게 되는 작품들이다. 이번 호에서는 천희란과 허희정의 글에서 이런 느낌이 들었다. 이번 작품에서만 이런 기분이었으면, 다음에 다른 글에서는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얻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실린 글의 주제들이 대체로 비슷하게 잡힌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글이 나오는 시대의 공통된 특성? 이 시기의, 우리 사회의 가장 핵심이 되는 주제? 여성 혹은 소수자의 지위? 당연히 문제가 되는 주제라는 걸 잘 알지만, 잘 알고 있음에도, 그래서 더 한쪽으로 치우친 듯 보이는 불균형의 상황? 거북함을 느끼고 불편할 줄 안다는 것 자체에 희망을 걸 수도 있는 것이기는 하겠지만.

봄이 오기 전에 겨울호가 나오기를 기다린다.(y에서 옮김2020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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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즈데이북 1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아작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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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소설이 발간된 해는 1992년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이제야 번역 출간된 모양이다. 소설의 시간 배경은 2054년으로 되어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 어느 때.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라는 것이 다소 일반적이라고 할 만큼 과학기술이 발달되었으리라 가정하고 있다. 그리고 역사학자로 등장하는 젊은 여주인공을 2054년의 옥스포드에서 1320년의 옥스포드로 보낸다. 바로 영국이 배경이라는 거지.

1권을 읽고 쓰는 탓에 아직 뭐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여주인공인 젊은 역사학자는 1320년으로 가기는 했는데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지 못한 상태로, 남주인공인 나이든 역사학 교수는 2054년에서 제자의 시간여행 성공 여부를 알지 못한 상태로 1권이 끝나버렸다. 두 사람의 시간차 시점을 교차로 하여 소설은 전개되고 있는데 묘하게도 긴박감은 극도로 잘 느껴진다. 무슨 일이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은데, 아니 일어나고는 있는데 직접 연결은 안되고 있으면서 궁금증은 더할 수없이 커지면서 조마조마한 상태로만 이어진다. 이런 전개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1권을 덮고 나니 2권을 펴기가 겁이 날 정도다. 얼마나 날 붙잡고 늘어질지.

그래, 그 동안의 과거 시간 여행.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에서 비교적 가볍게 다룬 면이 있었다는 것을 알겠다. 500년 정도 시간 차이가 난다면 사는 모습이 서로 얼마나 많이 다르랴. 쓰는 말도 입는 옷도 하다못해 인사하는 태도까지 다르지 않을까? 그냥 쉽게 적응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을 텐데, 이런 식의 에피소드를 참 쉽게도 사용했구나 싶다. 이 책을 읽으니 작가가 얼마나 많은 자료를 찾아서 적절하게 적용하려고 했는지 읽는 마음에도 고단했다. 역사소설, 아무나 쓰는 게 아니라며(다른 소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1300년대의 옥스포드 주변. 중세. 황량한 풍경. 내가 막연하게 좋아하고 그리는 풍경이다. 거칠고 춥고 삭막하고 바람부는 스코틀랜드 혹은 잉글랜드. 직접 겪고 싶은 마음은 없고 상상이나 화면으로만 보고 싶은 아득하고 막막한 풍경. 풍성한 숲조차 두려울 정도로 낯설고 기묘한 배경들. 무시무시한 페스트가 유행하기 직전의 시대. 2권이 마구 기대된다.

딸이 SF소설이라며 권해 준 책이다.

둠즈데이북-잉글랜드의 왕 윌리엄 1세 때 만들어진 조사 보고서로 실제 존재한다고 한다. (y에서 옮김20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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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52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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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이 나왔다. 얼른 샀다. 천천히 보았다. 마치 기다리던 새 술을 드디어 손에 넣고 마셔 보는 것처럼.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꽤나 술을 잘 마시고 즐기는 사람인 것처럼 여겨진다.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나는 술을 사서 마시는 대신 술을 소재로 삼는 만화를 사서 간직하는 쪽이므로. 언젠가 나이가 훨씬 더 들었을 때, 겨우 만화 정도 볼 수 있을 때, 이 책 시리즈를 늘어놓고 잡히는 대로 보겠다는 노년의 꿈을 갖고 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 이제까지는 이런 적이 없어 몰랐던 것 같은데 안 좋은 상태로 이 만화를 보고 있자니 영 술맛이 안 난다. 시원한 생맥주도 싱거워만 보이고 은은하다는 사케에도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 이 만화책을 다 읽도록 나는 사케도 하이볼도 마셔 본 적이 없다. 당연히 맛 자체를 추측할 수가 없는데 신체 상태마저 안 좋으니 술맛은 안 생기면서 술 마신 뒤의 두통만 느껴진다. 좋지 않구나, 술 만화책을 읽을수록 내 여건이 건강해야겠구나, 술기운 같은 중얼거림에 빠진다.

이번 호의 에피소드들은 특별하지 않아서 친숙하다. 소다츠는 변함없이 술을 즐기며 직장에 다니고 있고 회사 동료와 친구들과의 우정도 한결같으며 안주를 마련하는 일에도 정성을 다한다. 어쩐지 소다츠는 계절이 바뀌어도 나이는 들지 않는 마법의 순환 세계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술과 평생을 함께 하는 괜찮은 생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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