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필로소퍼 2020 12호 - Vol 12 :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12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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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의 주제는 '가족'이다. 좀 많이 평범하고 그래서 더 위대하기도 더 심난하기도 한 주제. 나는 기사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답 없는 물음만 떠올렸다.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안 들었고 오히려 가슴끝 혹은 목 아래가 답답해지는 것이  이건 무슨 마음일까 싶기만 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내게 가족은 어느 범위의 사람까지 해당될까. 나는 가족이라고 여기는데 그도 나처럼 나를 가족이라고 여겨줄까? 혹은 이 반대의 경우에는? 가족이라면 가족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 가족이니까, 가족이라서, 더더욱 해야 할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을 텐데, 이런 상황의 한계는 가족 내에서 서로서로 공유되고 있을까. 가족이라면서 더 싸우기도 하고 가족이라서 더 품어야 하는 각각의 문제 상황들, 이래서 가족이 철학적 고민의 대상이 되는 것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만큼 답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쉽지 않을 것이니.

 

글들은 비교적 낯익었다. 주제 자체가 낯선 게 아니고 우리네 생활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보니 늘 떠올리는 내용들이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가족 관련 통계 자료 및 몇몇의 사례에서는 살짝 신선한 면을 느끼기는 했지만 대체로 심심하게 읽혔고 그래서 좀 지루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가족에 대해서도 새삼스럽게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하는 시대다.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자칫 상처를 주고받는 가족이라는 관계, 가족이 곧 힘이자 삶이라고도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되새겨보게 된다. 정녕 저마다의 문제이리라. 자신의 가족, 자신의 문제. 잘 지내는 게 분명히 좋은데, 모르는 게 아닌데, 남이 아니라 가족이라서 더 어려운 것이 아닐지. (y에서 옮김202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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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소시민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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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주인공들이다. 고등학교 2학년 남여학생. 서로 사귀는 것은 아니라면서, 서로를 이용한다는 명목으로 친구들에게는 사귀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데이트를 한다. 맛있는 디저트를 찾아 함께 먹는 데이트. 표면적으로 상당히 귀여운 커플이다.  

 

그런데 작가가 보여 주려고 하는 것은 마냥 예쁘고 천진난만하고 맛있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는 청소년 이야기가 아니다. 상처다. 자라면서 친구 사이에 부딪히고 깨지면서 마음을 다치면 어떤 결과를 얻게 되는지 은근히 보여 주려고 한다. 아무리 착해도 아무리 온순해도 스스로가 위협을 느끼게 되는 사정에 이르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어떤 일이든 감수하게 된다는 것을. 그런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게 제일 좋은 일이겠지만.

 

미국 범죄 드라마에서 종종 본 소재다. 어렸을 때 괴롭힌 친구에 대한 복수심을 안고 살다가 어른이 되어 복수를 하면서 범죄자가 되고 마는 에피소드. 여주인공 오시나이가 바로 '복수'를 품고 있는 인물이고 이번 책에서는 그런 내용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걸 복수라고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데, 책을 덮고 가만히 생각하면 서서히 오싹해진다. 이런 아이를 얕보고 섣불리 잘못을 저지르다가는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봄철, 여름철이 나왔으니 가을철과 겨울철도 나오겠지. 가을과 겨울에는 어떤 소재의 디저트를 등장시킬까. 또 상당히 어려운 관계가 되어 버린 두 남녀 주인공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까. 궁금하네.

 

평소에 파르페나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는 나로서는 이렇게 달고 깜찍한 디저트들로 소설을 엮어 내는 작가가 신기하기만 하다. 나에게도 뭔가 확 끌리는 맛있는 게 있었으면 좋겠군. (y에서 옮김201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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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자리 - 나무로 자라는 방법 아침달 시집 1
    유희경 지음 / 아침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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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인의 시집을 찾아 읽고 있는 중이다. 두 번째다. 앞서 읽은 책에 비해 내 쪽으로 많이 와 닿았다. 어쩌면 앞서 읽은 시집도 다시 읽는다면 한결 가까워질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기대를 갖게 된다. 


    '나무'가 주인공으로 보인다. 나무는 시인이었다가 시인이 그리워하는 대상이었다가 시인이 앞으로 되고자 하는 이상향이었다가 한다. 이런 대상, 좋다. 내게도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하나보다는 둘이 좋고, 둘보다도 더 많았으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나는 언젠가부터 얕고 넓게 그리움을 키우는 쪽이 되었다. 얕으면 멀어졌을 때 덜 아프기도 하다. 


    시인이 나무에게 다가가서 나무가 되는 모습은 절절하다. 마치 이쯤 되어야 제대로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움이라는 게 배워서 누릴 감정이 못되므로 아무리 많이 읽는다고 비슷하게 느껴 볼 수는 없을 것이나 이렇게 깊이 젖어드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도 큰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또한 내가 못하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는 일이고, 깊은 그리움을 가진 사람이라면 세상을 훨씬 더 보듬어 안을 줄 아는 사람임을 알았다는 뜻일 테니.   


    한 권 더 찾아봐야겠다. (y에서 옮김20190227)

    어떤 시간이 지나가고 나도
    모르고 있을 그만큼의 - P19

    굳어 있어도 흘려보내는 것이 있다 무엇이든 - P20

    당신이 키운 나무가 자라고 잎을 떨어뜨리는 일 바람을 흔들고
    가지마다 새하얀 눈을 낳는 일 또한 정물이어서 내가
    한가롭고 울창한 것이다 - P23

    우리는 그럴 건데 그렇게 될 텐데 자꾸 그러할 것인데
    멈추지 못하고 하찮은 것들을 바라게 된다 - P25

    춥고 아픈 나는 작게 몸을 말아
    잎만 남긴 나무 속으로 숨었다
    이곳은 비좁고 그저 따뜻하여
    어디로도 소식이 오지 않는다
    혹시 몰라 팔을 내밀어보았다 - P27

    내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어떤 시간이 아득하게 지나가도 거기에 있는. - P39

    오래 걷는 것은 멀리 걷는 것과 같다 당신은 그 작은 발로 참 오래 머물고 있다 - P52

    겨울숲, 이라는 춥고 가난한 여운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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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 소시민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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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을 기대하는 심리 한 편에는 스스로가 영웅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있을 테고, 영웅이 되지 못하는 자신을 대신하는 것에 대한 호감도 있을 것이다. 질투와 선망이라고 할 수도 있으려나, 갖지 못한 모든 능력을 갖지 않아도 되도록 스스로를 다독이는 방편으로 영웅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지극히 소시민이다. 어쩌면 이 소설의 주인공보다 조금 더 지극한 쪽으로 치우쳐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경우 소시민성은 얼마의 비겁함과 얼마의 소심함과 얼마의 게으름과 얼마의 뻔뻔함을 버무려 놓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들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변명의 강도가 좀더 높은 위치에서 이들을 제어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재미있게 읽는다. 고등학교 1학년으로 등장하는 두 주인공의 소시민 형태가 귀엽고 깜찍하기만 하다. 내가 그만한 나이 때는 어땠던가 기억을 되살려 보는 것도 재미있고, 지나와 보니 그렇게 민감하지 않았어도 좋았을 일을 어려서 몰랐던 거구나 싶어 아스라해지는 기분도 들고, 조금만 대범하게 대처한다면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인공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이런 소재들로 이만한 소설을 써 내는 작가는 아주 대단해 보이고.

     

    타르트와 같은 달달한 간식을 아주 좋아한다는 여주인공의 성격 묘사가 재미있고 한편으로 부럽다. 나도 그런 먹을 게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을 늘 하는 편이니까. 오죽 했으면 소설 제목으로 삼기까지 했을까. 딸기도 타르트도 아닌, 케이크도 쿠키도 아닌, 맛있는 게 뭐가 있을까 자꾸 궁금해 하면서 읽은 소설이다. 다음에는 어떤 소설이 나올까? (y에서 옮김201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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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필로소퍼 2021 15호 - Vol 15 : 우주를 생각한다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15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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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을까? 과학자도 철학자도 다들 연구 중이라고 하고, 전문지식이 없는 평범한 나같은 사람들은 이래저래 주워 들은 말로 자기만의 답을 만들어내는 듯하다. 내 답은? 글쎄? 질문 자체를 곰곰히 따져 본 적이라도 있었던가 싶다. 


    이번 호의 주제가 우주다. '우주를 생각한다'. 인문 잡지로서 과학 분야를 밀도 높게 다루는 게 아닌가 여겼는데 한 편 한 편 읽다 보니 철학과 과학이 곧바고 이어지고 있음을 알겠다. 그래서 고대 철학자들이 과학자이기도 했다는 것이겠지. 철학을 하다가 과학으로 넘어갔든 과학을 하다가 철학을 넘어갔든, 우주를 생각하든 우리네 삶을 더듬어 보든, 결국은 하나의 질문으로 모아지더라는 것. 어렴풋이나마 이미 알고 있던 것을 조금 더 명쾌하고 자세하게 알아본 느낌이다.


    글은 군데군데 쉽지 않았다. 특히나 우주와 관련된 용어들. 암흑물질이나 블랙홀이나 상대성 이론 따위들. 들어는 봤으나 정확하게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말들을 따라 가다 보니 읽어도 무슨 말인지 다 못 알아듣는 대목들도 더러 있었다. 그래도 작가나 편집자가 바라는 길에서 내 시야가 벗어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챘다. 이 정도면 되었지, 내가 이 책 덕분에 우주를 이만큼이나 생각해 보았는데, 이러면 된 거지, 생각했다.


    우주는 누구의 것일까. 먼저 가서 찜 하는 이들의 것? 우주를, 가까이는 달이나 화성을 제 것으로 삼겠다고 하는 기업이나 국가들로 인해 장차 벌어질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제국주의 시대나 식민주의 시대의 역사가 저절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서는 인터뷰 기사에서 직접 다루고 있기도 하다. 인간의 욕망이란. 이 넓은 우주에 비교하면 하찮기 그지없건만. 하지만 아무리 하찮다고 해도 지구 밖 무언가를 지배하려는 인간 의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제 한 목숨 다 바치더라도, 우주의 콜럼버스가 되고 싶다는 바람으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일, 그 별빛 하나하나가 내가 보는 순간에는 사라지고 없는 별이 낸 것이라는데. 인간의 시간 개념과 우주의 시간 개념만 비교해 봐도 엄청난 느낌이 든다. 그래도 분명한 것 하나, 우주의 크기에 비해 인간의 크기가 아주아주 작다 해도 인간 한 명 한 명의 삶은 각각의 우주라는 것. 지구 밖으로 나가서 지구의 문제를 해결할 새 땅을 마련하겠다는 생각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안에서 먼저 해결해 볼 궁리를 해야 한다는 것. 


    내 생각이 너무 멀리 갔다. 우주를 생각하다 보니 이렇게 되는구나. 근사하다. 괜찮다.  (y에서 옮김2021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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