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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자리 - 나무로 자라는 방법 ㅣ 아침달 시집 1
유희경 지음 / 아침달 / 2018년 9월
평점 :
이 시인의 시집을 찾아 읽고 있는 중이다. 두 번째다. 앞서 읽은 책에 비해 내 쪽으로 많이 와 닿았다. 어쩌면 앞서 읽은 시집도 다시 읽는다면 한결 가까워질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기대를 갖게 된다.
'나무'가 주인공으로 보인다. 나무는 시인이었다가 시인이 그리워하는 대상이었다가 시인이 앞으로 되고자 하는 이상향이었다가 한다. 이런 대상, 좋다. 내게도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하나보다는 둘이 좋고, 둘보다도 더 많았으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나는 언젠가부터 얕고 넓게 그리움을 키우는 쪽이 되었다. 얕으면 멀어졌을 때 덜 아프기도 하다.
시인이 나무에게 다가가서 나무가 되는 모습은 절절하다. 마치 이쯤 되어야 제대로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움이라는 게 배워서 누릴 감정이 못되므로 아무리 많이 읽는다고 비슷하게 느껴 볼 수는 없을 것이나 이렇게 깊이 젖어드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도 큰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또한 내가 못하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는 일이고, 깊은 그리움을 가진 사람이라면 세상을 훨씬 더 보듬어 안을 줄 아는 사람임을 알았다는 뜻일 테니.
한 권 더 찾아봐야겠다. (y에서 옮김20190227)
어떤 시간이 지나가고 나도 모르고 있을 그만큼의 - P19
굳어 있어도 흘려보내는 것이 있다 무엇이든 - P20
당신이 키운 나무가 자라고 잎을 떨어뜨리는 일 바람을 흔들고 가지마다 새하얀 눈을 낳는 일 또한 정물이어서 내가 한가롭고 울창한 것이다 - P23
우리는 그럴 건데 그렇게 될 텐데 자꾸 그러할 것인데 멈추지 못하고 하찮은 것들을 바라게 된다 - P25
춥고 아픈 나는 작게 몸을 말아 잎만 남긴 나무 속으로 숨었다 이곳은 비좁고 그저 따뜻하여 어디로도 소식이 오지 않는다 혹시 몰라 팔을 내밀어보았다 - P27
내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어떤 시간이 아득하게 지나가도 거기에 있는. - P39
오래 걷는 것은 멀리 걷는 것과 같다 당신은 그 작은 발로 참 오래 머물고 있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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