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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컬트한 일상 : 봄.여름 편 ㅣ 나의 오컬트한 일상
박현주 지음 / 엘릭시르 / 2017년 7월
평점 :
오컬트(occultism )는 물질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숨겨진 지식"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라틴어 "오쿨투스(Occultus: 숨겨진 것, 비밀)"에서 유래하였다. 오컬트는 신비주의적이고 초상적인 현상에 대한 탐구를 하는 형이상학적인 과학이라 할 수 있다. - 위키백과에서
소설을 읽으면서 오컬트라는 말을 여러 번 짚고 있는 것 같은데 좀처럼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번번이 메모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 그럼에도 외워지지 않는 답답함, 내가 오컬트 성향의 글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데 뜻을 찾아 확인하면 영 내 취향이 아닌 작품들을 만나게 되니 아직은 헤매는 수준이라고 해야겠다. 이 책은 내 마음에 썩 들고 앞서 읽은 작가의 작품에서 받은 기대에 전혀 어긋나지 않았고 나는 후속 작품집도 찾아 놓았다. 오컬트 영역의 모퉁이 한 조각을 제대로 얻은 기분이다.
오컬트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쓰는 화자인 재인, 우연이 겹쳐 만나게 된 보험조사원 성현. 두 사람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앞서 읽은 <새벽 2시의 코인 세탁소>에서는 두 사람이 제법 친해져 있었는데 내가 거슬러 읽고 있는 셈이다. 상관없이 재미있다.
현실과 소설의 차이는 확실하다. 현실은 분명하지 않은 채로도 흘러가지만 소설은 분명해야 한다는 점. 그래서 소설을 읽고 좋아하는 것일 수도. 현실이 영 아니라서, 영 알 수 없는 노릇이라서,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많아서, 엉망이라서, 마음에 안 들어서, 납득할 수 없어서, 화가 치밀어서,... 이런 복잡한 마음을 달래 주는 것이 소설이라서. 복을 받든 벌을 받든 성공을 하든 멸망을 하든 명쾌한 방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을 지키는 방법의 하나라서.
프롤로그와 세 편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재인은 프롤로그에서 성현을 처음 만났고 이후 같이 일을 하는 사이가 된다. 그런데 이 일이라는 게 좀 묘하다.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 있는데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일이다. 둘은 삐걱거리면서 이 일을 같이 한다. 그리고 조금씩 친해진다. 이 친함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방향부터 오컬트 특성으로 봐야 하나?
귀신도 망령도 마법도 나오지 않고 공포도 무속도 나오지 않는 오컬트 소설집이다. 이상한 일이 생기기는 한다. 현실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듯한 설명하기 힘든 일들. 현실이라면 이런 일로 오해가 생겨 다투기도 할 테고 끝내 관계가 끊어지기도 할 것 같은데 소설은 미묘한 방식으로 서술해 나가고 있다. 원인에 대해 궁금하게 하고 작가의 시선을 따라 풀고 싶게 하고 끝까지 읽고 싶게 하는 쪽으로.
일본 소설가 요네자와 호노부가 계속 생각난다. 오컬트적인 소재를 취하는 태도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 나로서는 퍽 반가운 일이다.
꽃이 지더라도 지지 않는 슬픔이 있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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