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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아, 언젠가 너를 만나고 싶었어 - 대자연과 교감하는 한 인간의 순수한 영혼을 만나다
호시노 미치오 지음, 최종호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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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 않은 글, 그리고 사진들. 곰이 있고 곰이 있는 풍경이 있고 풍경 안에 자연의 삶이 있는 책. 이 작가의 책을 펼쳐 들고 있으면 어떤 자연도 무섭지 않게 된다. 설사 자연의 섭리에 목숨을 잃는 경우가 생긴다고 해도, 작가처럼 곰에게 목숨을 빼앗기는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다는 그 말 안에 다 녹아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신기하고 벅찬 경험이다.

알래스카의 가을, 이 풍경 어딘가에도 곰이 있을 것이다. 볼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겠지. 나에게는 안 보인다. 내가 굳이 저 땅으로 가서 내 발을 딛고 본다고 해도 다 못 볼 풍경을 이렇게 편하게 본다. 사진은 때로 착각하는 방식으로 나를 황홀하게 만들어준다. 해롭지 않은 이 착각을 마음껏 누릴 작정이다.



위험하지만 지극히 사랑하는 대상, 사람마다 한 가지 이상씩 갖고 살지 않을까? 이 작가에게는 곰이었겠지. 특별히 알래스카의 곰. 그래서 알래스카로 갔을 것이고 그곳에서 곰을 만나기 시작했을 것이고 곰을 찾아다녔을 것이고 곰과 함께 생을 누렸을 것이다. 그의 길지 않았던 삶을 누가 뭐라고 말할 수 있으려나. 

지구에서, 지구의 자연 안에서, 내가 지금 이곳에 이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일이 여간 대단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세상 모두의 생명체들에게 경의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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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수집가 I LOVE 그림책
크빈트 부흐홀츠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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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끌렸다. 내용을 모른 채로 막연하게 순간을 모아 놓은 그림책이겠거니 여기고 펼쳤는데. 작가의 순간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순간보다 훨씬 크고 다양한 것이어서 헤아리기 쉽지 않았다. 각각의 그림 한 점이 작가에 의도에 따른 순간의 모음집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크기와 깊이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내게 순간의 의미가 삶의 평면이라면 작가의 순간은 차원을 넘나드는 입체의 형태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을 통해 어린이는 어른을 잘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부모를 잘 만나든가 선생님을 잘 만나든가 이웃집 어른을 잘 만나든가 하여튼 가까운 곳에 있는 어떤 좋은 어른을 만나야 한다고. 행운이다, 정말 이 만남은. 어린이의 의지와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닌, 정녕 우주 차원의 인연이 있어야만 좋은 어른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니. 화자인 소년은 막스 아저씨를 만나고부터 삶이 환해진 게 아닐까. 그래서 결국 막스 아저씨와 같은 어른이 된 것은 아닐까. 누구나 간절히 바랄 만한 만남이다.

아쉽게도 그림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환상에 가까운 그림들에 그다지 매력을 못 느낀다. 막스 아저씨가 소년에게 보여 준 그림의 효과에는 감동했으나 내가 계속 보고 싶은 그림을 골라 내지 못하였다. 하나라도 부분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든 천천히 흐르는 순간이든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자꾸만 강해진다. 순간을 모으면 그게 바로 삶일 테니까. (y에서 옮김202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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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3 0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7-11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의 오컬트한 일상 : 봄.여름 편 나의 오컬트한 일상
박현주 지음 / 엘릭시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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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occultism )는 물질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숨겨진 지식"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라틴어 "오쿨투스(Occultus: 숨겨진 것, 비밀)"에서 유래하였다. 오컬트는 신비주의적이고 초상적인 현상에 대한 탐구를 하는 형이상학적인 과학이라 할 수 있다. - 위키백과에서


소설을 읽으면서 오컬트라는 말을 여러 번 짚고 있는 것 같은데 좀처럼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번번이 메모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 그럼에도 외워지지 않는 답답함, 내가 오컬트 성향의 글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데 뜻을 찾아 확인하면 영 내 취향이 아닌 작품들을 만나게 되니 아직은 헤매는 수준이라고 해야겠다. 이 책은 내 마음에 썩 들고 앞서 읽은 작가의 작품에서 받은 기대에 전혀 어긋나지 않았고 나는 후속 작품집도 찾아 놓았다. 오컬트 영역의 모퉁이 한 조각을 제대로 얻은 기분이다.


오컬트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쓰는 화자인 재인, 우연이 겹쳐 만나게 된 보험조사원 성현. 두 사람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앞서 읽은 <새벽 2시의 코인 세탁소>에서는 두 사람이 제법 친해져 있었는데 내가 거슬러 읽고 있는 셈이다. 상관없이 재미있다.


현실과 소설의 차이는 확실하다. 현실은 분명하지 않은 채로도 흘러가지만 소설은 분명해야 한다는 점. 그래서 소설을 읽고 좋아하는 것일 수도. 현실이 영 아니라서, 영 알 수 없는 노릇이라서,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많아서, 엉망이라서, 마음에 안 들어서, 납득할 수 없어서, 화가 치밀어서,... 이런 복잡한 마음을 달래 주는 것이 소설이라서. 복을 받든 벌을 받든 성공을 하든 멸망을 하든 명쾌한 방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을 지키는 방법의 하나라서. 


프롤로그와 세 편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재인은 프롤로그에서 성현을 처음 만났고 이후 같이 일을 하는 사이가 된다. 그런데 이 일이라는 게 좀 묘하다.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 있는데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일이다. 둘은 삐걱거리면서 이 일을 같이 한다. 그리고 조금씩 친해진다. 이 친함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방향부터 오컬트 특성으로 봐야 하나?   


귀신도 망령도 마법도 나오지 않고 공포도 무속도 나오지 않는 오컬트 소설집이다. 이상한 일이 생기기는 한다. 현실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듯한 설명하기 힘든 일들. 현실이라면 이런 일로 오해가 생겨 다투기도 할 테고 끝내 관계가 끊어지기도 할 것 같은데 소설은 미묘한 방식으로 서술해 나가고 있다. 원인에 대해 궁금하게 하고 작가의 시선을 따라 풀고 싶게 하고 끝까지 읽고 싶게 하는 쪽으로.


일본 소설가 요네자와 호노부가 계속 생각난다. 오컬트적인 소재를 취하는 태도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 나로서는 퍽 반가운 일이다. 

꽃이 지더라도 지지 않는 슬픔이 있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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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우리를 구해줄 거야
방구석 지음 / 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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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는 취미와 특기를 구별했다. 자주 하는 일과 잘 하는 일로. 나는 무엇이라고 했던가? 답은 궁했고 그럴 듯한 게 없던 시절이었다. 특히나 예술 관련 활동은 나같이 평범하고 부족한 어린이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영역이었으니까.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생각도 악기 하나쯤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도 춤을 잘 추고 싶다는 생각도 운동 하나 정도는 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생각으로 그칠 뿐 아무런 소용이 없던 그런 어린 날이었다. 어른이 되었고 나이가 꽤 들었고 지금 내 취미는 무엇무엇 몇 가지가 있다. 이 취미를 더 키워서 더욱 발전하고 싶다는 이런 생각, 역시 없다. 나는 심심하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지금의 처지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그래도 책은 재미있었다. 책에서 말해 주는 바와 같이 살고 있는 작가가 대단하게 보였고 존경하는 마음도 들었다. 성실하고 또 성실하다는 것, 잠시 실망하는 듯 하다가도 꾸준한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는 것, 자신의 호기심을 무시하지 않고 잘 살려낸다는 것. 내 의지와 능력으로는 도저히 따를 수 없을 것 같은 경지였다.

취미나 취향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 같다고 막연하게 생각을 한다. 하지만 취미에도 돈이 든다. 아무리 돈이 안 드는 취미 활동을 한다고 해도 안 하고 있을 때와 비교하면 들게 되어 있다. 어떤 취미에 얼마를 들일 것인가, 얼마를 들인 취미인데 얼마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가. 이런 계산 없이 취미 활동을 여유 있게 할 수 있는 처지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따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고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 취미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고. 

이 작가가 다양한 취미 활동으로 살아가고 있는 방향은 참으로 바람직해 보인다. 어려운 듯 보여도 제대로 해 나가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니 취미가 자신을 구해주리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겠지. 보는 내 마음이 자꾸 흐뭇해졌다. 

잘 먹는 일도 취미로 특기로 나아가 직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세상이다. 안 하고 피하는 쪽 말고 실천하는 쪽으로, 이왕이면 자신을 비롯하여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이 방향만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y에서 옮김202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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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 : 사자성어 200 - 한자 쓰기 연습 노트 한자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
큰그림 편집부 지음 / 도서출판 큰그림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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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를 좀 더 알았으면 하는 마음 1/3, 한자를 쓰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마음 1/3, 생각없이 글자를 쓰는 시간을 즐기자는 마음 1/3. 많은 책 중에 이 책을 고르는 데에도 시간을 한참 들였는데 막상 얻고 나서도 마음만큼 쓰지 못하고 있다. 게으르다는 말 말고는 변명할 게 없다. 


표지에서 소개하는 대로 따라 하면 금방이라도 한자를 마스터할 것 같지만, 따라 하는 일 이것, 참 쉽지 않다. 심지어 금방이라도 쓸 수 있도록 책장을 펼쳐 놓고 있지만 보면서도 연필을 잡지 않는다. 연필이 책장 사이에 있음에도. 이 마음 싸움을 어떻게 해야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까. 간절함이, 절박함이 없는 탓이지. 시험을 칠 것도 아니고 자격증을 얻을 것도 아니며 한자를 모른다고 당장 어떤 불편을 겪는 것도 아니니.  


이것도 허영일까? 허영이겠지? 글자 한 자를 더 알고 싶은 마음, 사자성어 하나를 더 알고 싶은 마음, 알아서 아는 바를 알리고 싶은 마음, 누구에게? 그래도 오늘은 한 페이지의 글자를 따라 적어 본다. 아는 글자가 대부분이라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읽을 수는 있으나 안 보면 못 쓰겠다 싶은 한자는 쓰면서 좀더 신경을 기울인다. 외워질까? 못 외우면 어때? 


고등학생 시절에 한자연습장 한 권을 과제로 받았던 기억이 난다. 방학숙제였을 것이다. 개학 직전에 몰아서 무지막지하게 썼던 기억. 선생님이 숙제 검사를 하셨는지, 안 한 사람을 혼내셨는지 아무런 기억이 없다. 자꾸만 그 시절을 떠올리고 있다. 누가 나 좀 챙겨 주었으면 싶은.


책은 6가지의 주제를 나누어 놓고 13일에 걸쳐 매일 30분을 투자하면 이 책 안에 있는 한자를 다 익힐 수 있다는 편집 의도를 보여 준다. 나는 영 틀렸다. 임의로 펼쳐서 쓰는 나만의 방법을 쓰는 게 나을 듯하다. 13일에도 30분에도 얽매이지 않고서. 다 쓰게 되는 날이 오기는 할지 어떨지. 다 쓰고 당당하게 리뷰를 올리고 싶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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