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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우리를 구해줄 거야
방구석 지음 / 김영사 / 2024년 1월
평점 :
내가 어렸을 때는 취미와 특기를 구별했다. 자주 하는 일과 잘 하는 일로. 나는 무엇이라고 했던가? 답은 궁했고 그럴 듯한 게 없던 시절이었다. 특히나 예술 관련 활동은 나같이 평범하고 부족한 어린이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영역이었으니까.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생각도 악기 하나쯤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도 춤을 잘 추고 싶다는 생각도 운동 하나 정도는 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생각으로 그칠 뿐 아무런 소용이 없던 그런 어린 날이었다. 어른이 되었고 나이가 꽤 들었고 지금 내 취미는 무엇무엇 몇 가지가 있다. 이 취미를 더 키워서 더욱 발전하고 싶다는 이런 생각, 역시 없다. 나는 심심하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지금의 처지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그래도 책은 재미있었다. 책에서 말해 주는 바와 같이 살고 있는 작가가 대단하게 보였고 존경하는 마음도 들었다. 성실하고 또 성실하다는 것, 잠시 실망하는 듯 하다가도 꾸준한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는 것, 자신의 호기심을 무시하지 않고 잘 살려낸다는 것. 내 의지와 능력으로는 도저히 따를 수 없을 것 같은 경지였다.
취미나 취향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 같다고 막연하게 생각을 한다. 하지만 취미에도 돈이 든다. 아무리 돈이 안 드는 취미 활동을 한다고 해도 안 하고 있을 때와 비교하면 들게 되어 있다. 어떤 취미에 얼마를 들일 것인가, 얼마를 들인 취미인데 얼마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가. 이런 계산 없이 취미 활동을 여유 있게 할 수 있는 처지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따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고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 취미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고.
이 작가가 다양한 취미 활동으로 살아가고 있는 방향은 참으로 바람직해 보인다. 어려운 듯 보여도 제대로 해 나가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니 취미가 자신을 구해주리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겠지. 보는 내 마음이 자꾸 흐뭇해졌다.
잘 먹는 일도 취미로 특기로 나아가 직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세상이다. 안 하고 피하는 쪽 말고 실천하는 쪽으로, 이왕이면 자신을 비롯하여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이 방향만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y에서 옮김2025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