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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 3 - 5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5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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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리즈 3권에서 카이사르가 운명을 다하는 줄 짐작하고 읽었다. 그래서 그의 승전 소식을 읽을 때마다 도로 더 두근두근거렸는데, 리뷰 제목도 카이사르, 안녕이라고 새기고 있었는데, 카이사르와의 이별은 다음 시리즈로 미뤄두어야겠다. 나로서는 훨씬 신나는 상황이기도 하고.


폼페이우스의 마지막 모습에 퍽 당황했다. 아무리 역사가 스포일러라고 해도, 이렇게 어이없는 죽음이라니. 죽음이라는 게 자신이 맞이하고 싶은 형태로 다가와 주지 않는 것이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전장에 있는 장군이라면, 어느 정도 예측은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전쟁을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순진한 구경꾼으로서의 무책임한 말이겠지? 한때는 위대한 마그누스로 불린 사람이 그런 결말을 맞이했다는 게 안타까운 탓이다. 차라리 카이사르와의 대결에서 졌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전쟁과 평화의 싸움 이야기를 읽다가 로마의 싸움 이야기를 읽으니 신기하고 묘하다. 이천 년이나 떨어져 있는 시간인데도 싸우는 내용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도 사람 자체만 바뀌었을 뿐 싸우고자 하는 욕망이나 속성은 변한 게 없어 보인다. 정녕 싸움은 본능 중의 하나일까?  


나는 전쟁을 하면 이쪽과 저쪽의 사람들이 내내 붙어서 죽이려고 하는 건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것보다 근본적으로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이 책 시리즈로 더욱 확실히 알게 되었다. 싸움을 하기 위해 모인 군인들과 무기를 정비하는 일, 이들을 먹이는 일, 이들을 모두 옮기고 정박시키는 일 같은 것들의 중요성. 로마 시대 때는 차가 없어 동물을 이용했으므로 동물의 먹이까지 고려해야 했고. 이게 뭐 그리 대단할까 싶었는데 생각해 보면 어마어마한 시스템이 요구되는 일일 것이다. 


게다가 정찰병이나 정보 수집은 또 어떻고. 지금이야 전화다 컴퓨터다 인공위성이다 하는 과학 기술들을 활용하겠지만 그때는 오로지 사람이 수단이었다. 사람이 직접 가서 보고 다시 돌아와서 보고해야 하는 과정, 그리고 또 반드시 요구되는 믿음과 신속성. 로마 시대 때 편지가 활발하게 교류되고 있었다는 내용을 읽다 보면 그 시대 사람들의 민첩한 태도는 그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개별 존재로서의 사람 목숨은 가벼웠다. 쉽게 죽였고 쉽게 죽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그런 상황을 야만이라고 부르는 건 아닐까. 생명을 하찮게 취급하는 사람이나 분위기나 의식 따위가 범람하는 모든 상황. 그래서 내가 카이사르에게 더 빠져들 수 있었을까? 피를 보고 싶지 않노라고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싶다고 끝까지 약속을 지키려고 한 태도가 근사해서? 


그것보다 내가 더 크게 여긴 카이사르의 장점이 있다. 사람을 알아보고 쓰는 능력이다. 리더라면 모름지기 이게 있어야 한다.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남들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 상대가 어떤 성격을 갖고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인지 파악할 줄 아는 것, 그렇게 파악한 내용을 기억했다가 어떤어떤 자리에 적절하게 사람을 등용시키는 것. 요즘 우리네 정치권을 보면 리더로서의 자질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 점도 아쉽기 그지없고.


카이사르의 운명은 다음 시리즈에서 결정이 나나 보다. 언제쯤일지 추측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프려고 한다. 내가 영웅을 이렇게나 좋아했던가. (y에서 옮김20181207)


"카이사르, 어째서 세상엔 늘 루키우스 메텔루스 같은 놈들이 있는 걸까요?"
"그런 놈들이 없다면 세상이 더 잘 돌아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세상이 지금보다 더 잘 돌아간다면 나 같은 사람들이 설 자리도 없을 거야." 카이사르가 대답했다. - P135

"제 생각에," 데키무스 브루투스가 말했다. "장군께서는 전쟁이 끝난 후 놈들을 죽이실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추방도 보내지 않고요."
"맞아, 데키무스. 나는 술라처럼 괴물이라고 불리지 않을 걸세. 우리 쪽에도 그쪽에도 반역자는 없어. 그저 서로 로마의 미래를 다르게 보고 있을 뿐이야. 난 내가 사면한 사람들이 로마에서 직책을 유지하면서 어느 정도는 내게 도전하길 바라. 술라는 틀렸어. 반대 없이 최고의 일을 해내는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네. 난 정말이지 아첨꾼들한테 둘러싸이고 싶지 않거든! 난 제대로, 즉 끊임없이 분투하면서 로마의 일인자가 될 거라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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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어 서점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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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귀한 수첩을 들여다본 기분이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했겠지, 메모해 둔 생각을 조금 이어 보았겠지, 잇다 보니 이야기가 되고 있었겠지. 소설을 써 본 적은 없으나 소설가가 하는 일을 짐작하는 재미를 얻게 된다. 이야기를 짓는 일, 하는 사람은 힘들겠으나 구경하는 내게는 더없이 풍요로워지는 경험이다.


SF의 세계들. 짧은 글들에서도 현실이 아닌 상상의 세계가 확 다가온다. 작가는 우리 사이에 오가는 소통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사람과 식물 사이의 소통, 사람과 로봇 사이의 소통, 마침내 개체와 개체 간의 소통을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실현시킨다.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오류들은 삶의 또다른 문제가 된다. 신기한 것은 이 문제들이 우리가 이미 겪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게 된다. 상상이 상상만이 아니고 현실도 현실만이 아닌 채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우리가 믿고 있는 세상과 과연 같은 것이 맞을까?


읽기 수월하다. 글이 짧으므로 부담없이 넘어간다. 어떤 에피소드는 이미 읽은 작가의 작품 내용과 겹친다는 것을 알겠다. 순서가 흐트러지는 느낌이지만 상관없다. 소설을 읽는 일에 차례가 있는 것은 아닐 테니.


갑자기 외국어로 된 책을 읽고 싶다는 갈망이 생긴다. 먼 행성어로 된 책은 못되더라도 이웃 나라의 글자로 된 책 한 권 정도는 읽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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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 - 茶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0
라오서 지음, 오수경 옮김 / 민음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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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되고 명작이 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수긍이 간다는 게 바로 이런 책을 봤을 때의 느낌이다. 아무렴, 내 생각과 판단이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안심하게 되는 때이기도 하다. 


중국, 20세기 초부터 중반까지의 긴 시간을 배경으로 총 3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막에 해당하는 내용의 분량이 많지 않고 전체적으로 봐도 많지 않아서 읽는 데에 드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을 것 같은데 내용이 무겁다. 무겁고 깊어서 3막을 다 읽고 나면 한 생을 다 보낸 느낌마저 갖게 된다. 그것도 한숨 가득한 고단한 생.


20세기 초라면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제국주의 침탈로 수난을 받던 시대다. 마냥 남의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 이유다. 약한 이들을 잡아 먹는 조금 강한 이들과 조금 강한 이들을 이용해서 좀더 쉽게 약한 이들을 잡아 먹는 더 강한 이들이 활개를 치던 시절의 이야기. 나는, 우리는, 왜 이렇게 약해서 이토록 당하고 살아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한탄하면서도 또 꿋꿋이 살아가는 이야기. 정작 작가는 끝내 그렇게 살아내지 못하고 말았지만.     


중국에는 이런 찻집이 오래 전부터 있었던 모양이다. 마치 서양의 카페처럼 사람들에게 숨쉴 공간을 제공했던 모양인데 모르고 있었던 배경이라 읽는 내내 신선했다. 찻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사연을 볼 때는 기가 막히고 안타깝고 서럽고 울화통이 터지기도 했지만. 어떻게 사람 사는 모습들이 거기나 여기나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인지. 이래서야 인류 역사가 진화하고 있다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가 없고. 그래서 작품은 또 더 진한 감동을 던지면서 고전으로 남게 되는 것이겠지. 인간 본성의 보편적인 한계에 절망하면서도 희망을 갖고 싶어하는 이들의 바람으로서. 


이 극본대로의 연극을 보고도 싶고 우리 형편에 맞게 각색된 작품으로 제작된 연극을 봤으면 싶기도 하다.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직업에 해당하는 이름 외에 달리 고칠 대사가 없어 보일 정도다. 이 또한 바람직한 모습은 절대 아니련만. (y에서 옮김202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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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 호텔
김지안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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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어른으로 이 그림책을 보고 쓴다. 첫말은 부럽다. 동화나 그림책이 우리가 바라는 이상향을 나타내는 데에 좋은 장치가 된다는 것을 바로 알겠다. 아무렴, 세상이 이럴 수만 있다면.

사는 곳에 사계절이 있고 이 중에 세 계절에 열심히 일을 한다. 마음도 맞고 재주도 고르게 나눠 갖고 있는 이들끼리 모여 협업으로 돈을 번다. 배경은 여러 모로 충분하다. 햇볕도 빗물도 식물까지도. 이 책에서는 튤립을 키워 호텔로 만든다는 설정인데 튤립 꽃 하나하나가 호텔의 룸이 된다. 꿀벌들은 또 얼마나 일들을 잘하는지, 왜 도와주는지 모르겠지만. 동화니까, 아무렴.

튤립이 지고 계절이 바뀌면 호텔 손님들은 일을 하러 떠난다. 지난 세 계절 동안 열심히 일한 멧밭쥐 다섯 마리는 이제 연꽃 여행사를 찾아 간다. 아마도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나 보다. 그곳에서 또 자신들만의 한 계절을 보내는 것일 테지. 삶이란 일만 할 수도 여행만 다닐 수도 없는 것일 테니 이렇게 조화로운 모습이 부러울 따름이다. 

유아 그림책으로 분류되어 있다. 아이와 같이 이 그림책을 보는 보호자는 아이에게 어떤 질문이나 제안을 하게 될까? 나라면? 튤립을 키워 보자? 커서 어떤 일을 하고 싶니? 호텔에 놀러 가 볼까? 호텔에 가면 무엇을 먹고 싶니?... 이 책에 나오는 그림처럼 그림을 그리고 싶지는 않니? 등등등. 이런 물음들은 체면을 차린 입장에서 나오는 것들이고.

나는 자꾸만 음흉해지려고 한다. 일은 조금만 하고 많이 노는 생을 갖고 싶지 않니? 지금의 내 나이에 자연스러운 욕망이려나? 어쨌든 부럽다는 말이다.(y에서 옮김2025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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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축일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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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참 흥미로운 곳이다. 사람이 사는 데에 필요한 곳, 일부러 만들지 않아도 저절로 만들어지는 곳. 사람이 모이는 곳, 모여서 정보가 넘나드는 곳. 누가 어느 편인지 알고도 모르고도 속고 속이는 것이 가능한 곳. 물건만 사고 파는 곳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다양한 기능을 품고 있는 곳이었다니. 나는 참 모르고 있는 게 많구나. 


이 소설로 중세 수도원에 대한 내 호감과 관심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낀다. 그 당시의 종교, 종교에 귀의한 사람들의 삶, 종교에 기대고 사는 사람들의 희망, 전쟁과 권력과 토지와 정보와 정적 숙청과 배신과 무엇보다 중요한 생존. 수도원은 이 사이에서 일부를 담당한다. 죽고 사는 것이 신의 뜻으로 여겨졌던 시절이었으니 짐작이 된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의 죽고 사는 문제가 그때와 달라졌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 나는 늘 같다고 여기는 쪽이라.


책마다 일어나는 사건은 독립적인데 등장인물들은 이어지기도 하고 새로 나타나기도 한다. 작가가 인물을 창조해 내는 능력일 것이다. 대단하게 보인다. 악한이,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채지 못하도록 서술하는 힘도, 캐드펠 수사와 함께 하는 쪽의 사람들을 그럴 듯하게 나아가 호의적이 되도록 그려내는 힘도 뛰어나다. 억지로 끼어 맞춘 듯하여 괜한 심술로 시비를 걸어 보고 싶게 만드는 요소가 없다. 내가 야무지게 빠져 있다는 뜻이다. 


휴 베링어의 존재감이 점점 드러난다. 캐드펠 수사의 멋진 동료로 활약하려나 보다. 젊은이들의 사랑이 빠지지 않는 점도 자연스럽다. 이들을 도와주고 밀어주는 캐드펠의 의도도 칭찬하고 싶다. 캐드펠처럼 나이 60에 이르면 자신과 주변인의 삶을 돌아보는 일에 어느 정도 이상의 자신감과 지혜가 갖추어지는 모양인데, 나는 왜 이런가 하여 한탄만 한다.


살인이라는 죄가 무섭고 무거운 것이 피해자에게 속죄의 기회를 빼앗았다고 서술한 부분이 퍽 인상에 남는다. 죽기 전에 속죄를 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 마음 속 창 하나가 열리는 기분이다. 다음 책도 기대가 많이 된다.

스스로 귀의하여 수도사의 길을 걸어온 지난 16년 동안 캐드펠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해본 적이 없었다. 수도사가 되기 전 모험으로 가득 찬 인생에 대해서도 그랬다. 이제 쉰아홉이 된 그의 안에는 세상 경험이 고스란히 축적되어 있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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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8 15: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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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8 16: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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