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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남편이 죽고 아이는 유산하고 물려받은 집을 수도원에 기부한 젊은 여인. 대신 매년 위니프리드 성녀의 축일에 그 집에 자라고 있는 장미나무에서 피어난 장미 한 송이를 받기로 계약을 했는데. 참 낭만적인 계약이라고 생각된다. 그럴 수도 있겠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 잃은 것을 보완하는 방법 중의 하나라.
장미를 전해 주던 젊은 수사가 이 장미나무 아래에서 주검으로 발견된다. 왜, 어떻게 죽었을까? 누가 죽였을까? 장미를 받아온 젊은 여인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캐드펠과 휴는 뜻을 모아 발견하고 추리하며 해결한다. 라둘푸스 수도원장이 캐드펠을 완전히 믿고 맡긴다는 설정은 얼마나 안심되는 일인지.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었지만.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하니 당연히 그 시절 그곳에 살았을 사람들의 삶을 추측하게 된다. 흥미롭다. 1140년대에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이었을까? 찾아보니 1142년은 김부식이 삼국사기 편찬을 시작한 해라고 한다. 1135년에 묘청의 난이 있었고. 우리나라도 내전 중인 잉글랜드만큼이나 어수선한 시절이었겠다. 권력자들이야 제 권력 갖겠다고 싸우고 있었겠지만 권력에서 멀리 있는 평민들의 삶은, 또 남편을 잃은 여인들의 삶은 어떠하였을까? 이번 소설은 이런 평범한 의문에 대해서도 짚어 보게 해준다.
작가가 이 시리즈를 통해 보여주는 여인들의 모습이 참 매력적이다. 요즘에도 보기 드물 것만 같을 정도로 굳건하다. 아름다우면서 심지가 곧은 여인상이라, 현실에서 만나기 어려운 인물이라면 소설에서라도 창조해 내는 것이 바람직한 노릇일 테지. 이번 책에 등장한 여주인공인 주디스 역시 흔들리지 않는 주체적인 성격을 발휘한다. 정말 그랬을까 되묻고 싶을 정도로.
내가 읽는 속도에 따라 시간도 흐른다. 소설 속 시간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간도 속절없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