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가을 2024 소설 보다
권희진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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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지만, 글이 많지도 않은 세 편이었지만, 읽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다. 좋아서 그랬던 것은 아니고 아쉬워서, 뭔가 좀 섭섭해서. 이런 마음일 때도 책장이 덜 넘어가는구나, 화르륵 넘겨 버리지 않았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구나 여긴다.

전체적으로 심심했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싱거웠고 절절하지 않아서 무난했다. 자칫 읽어도 안 읽어도 그만이구나 싶은. 세 번째로 실린 정기현의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이 나를 건져 주었다. 느리고 무료하고 밋밋했던 읽기에 반짝 불빛 한 줄기 비춰 주는 이가 있는 것처럼. 드러내 놓지 않고 가까이에 슬픔 몇 조각을 거느리고 있는 인물을 만난 기분이다. 잠시였지만 또 슬픔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둘은 앞으로 괜찮아질까? 같이 슬퍼할까, 같이 나아질까? 아니면 따로 흩어지고 말까?

 삶이 가볍게 여겨져서 하찮아질 때가 생긴다. 좋지 않은 현상이다. 이럴 때 글을 읽으면 글도 하찮아진다. 글 쪽에서는, 작가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독자인 내 처지를 몰랐을 테니까. 지독하게 하찮고 실망스러운 생을 깨우쳐 줄 글 한 편을 기대할 만큼의 의욕만 남아서 슬프기 짝이 없다.  (y에서 옮김202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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