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편혜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9월
평점 :
우리의 소설계에 문학상이 얼마나 있을까?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아는 이름도 모르는 이름도 보이고 꽤 되는구나 싶다. 이건 독자인 내 생각이고 작가들은 부족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한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부지런히 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확 시들해졌고 이는 문학상 수상작품집에 대한 내 호감도가 떨어진 탓이기도 할 테다. 한동안 못 본 기분에 이 책을 읽었는데 의외로 만족스럽다.
수장자가 누구인지는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나는 실린 글들을 통해 소설이 쓰인 시기를 짐작해 보는 재미를 찾는다. 2022년 9월에 발간한 수상작품집이니 대략 2021년에서 2022년 사이의 소설 속 배경이겠다. 벌써 3-4년이 흘렀구나, 무엇보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기간이었구나, 내가 충청도에 살았던 시절이구나... 소설보다 소설을 읽는 나를 먼저 생각한다. 이 또한 소설을 읽는 중요한 재미 중의 하나.
김애란의 '홈 파티'가 인상적이다. 다들 조금씩 갖고 사는 허영, 물질이든 정신이든 다른 사람보다 잘난 척하고 싶은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은근하면서도 섬찟한 기분으로 들여다보았다. 지금의 내가 있었고 바라는 내가 있었다. 당연하게도 내게 없는 욕망도 있었고. 소설을 읽으면서 내 속의 바람직하지 않은 허물을 마주하거나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인정하는 순간이 나는 참 반갑다. 소설이 아니었으면 이런 기회를 어떻게 얻을 수 있었으랴. 김애란의 최신작에 다시 관심을 가져야겠다.
문지혁의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는 읽는 내내 마음이 쓰렸다. 어떤 사고는 직접적으로 당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긴다. 성수대교 붕괴 사건처럼. 강이나 바다 위에 세워진 다리를 건널 때마다 내 마음이 괜히 철렁 내려앉는 것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서울의 성수대교 붕괴 사건 때문이다.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나는 이 다리 아래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다리를 다 건널 때까지 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탓일까? 이동을 위해 다리를 건너는 일 말고 관광지의 다리나 출렁다리 따위를 나는 전혀 걷지 않는다. 어떤 작은 재미도 없으니까. 나는 이런 하찮은 아픔을 소설로 쓰지 못하지만 소설가는 진실한 소설로 나를 위로한다. 그래도 괜찮다고.
김승옥 문학상 수상작품집에도 관심을 가져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