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땅 캐드펠 수사 시리즈 17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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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제목이 The Potter's Field로 되어 있다. 책을 다 읽고도 이 제목과 내용과의 연관성을 알아내지 못하여 찾아보았다. 왜 이렇게 번역했을까? 도공의 땅이 욕망의 땅이 된 이유는? 성경에 '도공의 밭'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하는데 이것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 욕망이라는 단어에 붙잡혀 끝까지 땅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관련시켜 읽었는데 살짝 속은 느낌? 어차피 두루두루 잘 속는 나로서는 딱히 변명할 것이 없기는 하지만.


도공의 땅이 사건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는 했다. 도공이 어여쁜 아내와 살았던 땅, 그러나 도공은 아내를 버리고 수사가 되어 수도원으로 들어갔지. 이후 남편으로부터 버려진 아내는 사라져버렸고 그 땅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자의 시체가 발견되는데. 이 여자는 누구인가? 도공의 아내인가, 또다른 여자인가. 


죽은 사람의 신원을 밝히는 일은 그 사람이 살았던 삶의 궤적을 모두 찾아내는 일과도 같다는 말이 생각났다. 어떻게 왜 죽었는가 하는 점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하는 점과 같은 맥락에서 헤아려야 한다는 것. 잘 죽는다는 것은 잘 살아왔다는 말과 같은 말이라는 것의 뜻도 알겠다. 나는 범인보다 이 점에 더 유의하며 이 소설을 읽은 셈이다. 여기에다가 제목에 나와 있는 욕망까지 얹어서. 풀 수도 없을 문제를 나 혼자 만들어놓고서. 


내가 어설프게 추리한 방향과는 아주 엉뚱하게 사건은 해결되었고 나는 또 작가의 역량에 감탄했다. 이 문제를 이렇게 다뤘다고? 여자의 삶, 혹은 여자의 존재는 오로지 남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에 대하여. 작가는 1910년대에 이 소설을 썼고 소설의 배경은 그보다 천 년쯤 전이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자는 독립된 인격체로 존재하지 못하는 것인가? 남편이-남자가 버리거나 죽으면 여자의 인생은 중단되는가? 남편이-남자가 사고를 치고 잘못을 저질렀는데 아내가-여자가 벌을 받는 것이 마땅한가? 반대의 경우는 성립되는가? 글쎄, 내가 세상 사람들의 삶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니 무엇이라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재미있게 읽고 있다. 재미만 있는 게 아니어서 더 만족한다. 추리소설에서 인간의 본성을 읽는 일이 내게는 더없이 유익하다. 직접 경험으로 좀처럼 얻을 수 없는 능력이니. 남아 있는 책도 아까워하면서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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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되겠지 - 호기심과 편애로 만드는 특별한 세상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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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 제목 그대로다. 책을 읽는 내내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유쾌했다. 앞서 읽은 <미스터 모노레일>보다 이 책이 내게는 더 좋았다. 이게 내 취향인가 보다. 작가의 허구보다 작가의 진실에 더 이끌리는 점. 덕분에 모르고 있었던 작가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커트 보네거트, 레이몬드 카버, 스콧 슈만. 내 의식의 영역 한 부분이 넓어지고 있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유머도 구사하고 풍자도 하고. 일반적으로 나이 사십이 넘으면 하기 힘든 일을 여전히 품고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말로는 '젊은 작가'라고도 할 수 있겠다. 쉽지 않을 텐데, 쉽지 않다고 하면서도 꾸준히 도전하고 있는 작가의 삶이 그래서 내게 더 절실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내 딸처럼 아직 아무 것도 잡은 게 없는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런 사람이 되면 좋겠구나라기보다는 이렇게 살아갈 수도 있단다 하는 관점. 어쩌면 요즘의 젊은이들은 이십대에서 젊음이 그치는 게 아니라 사십까지 젊음을 이어가야 할지 모르는 수명 긴 세대에 있는 사람들이므로, 우리보다는 훨씬 오랜 기간을 젊음 속에서 부대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오십을 바라보는 나조차도 아직 늙었다는 기분은 아닌데 사십은 얼마나 창창하랴.

 

진지한 것도 좋고 진중한 것도 좋겠지만 유머에 나는 더 끌린다. 지금보다 더 재미있게 살아가고 싶다.  (y에서 옮김201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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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장은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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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고 싶은 마음과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의 경계를 확인하거나 균형을 잡는 일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절이다. 어린 한때는, 사람이란 다른 이와 같이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엄청 강요받았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혼자와 같이의 균형에 대해 더 생각해 보라고 한 듯 싶어졌고 나도 내 몫을 챙겨 보게 된 것 같고.

작가의 초기 작품에 해당될 듯한 장편소설이다. 2011년에 출간되었다는데 지금으로부터 10년쯤 전에 이런 분위기가 필요했던 것일까. 그때는 못 읽고 이제야 읽어 보는데 나는 시간을 거슬러 그 시절을 이런 방식으로 확인한다. 내가 소설에서 얻는 장점 중 하나. 새로 살고 거듭 살기. 이 작가의 글을 늦게나마 좋아하게 되어서 다행이다.

젊은 남자 둘, 젊은 여자 하나. 동행은 동행이되 가까이 하기에는 좀 먼 거리. 쉬운 마음으로 읽게 된다. 아무도 미워할 수 없고 그렇다고 좋아하게 되지도 않는데 각각의 인물에 정을 느낄 정도는 되는 읽기. 등장인물 모두에게 이만큼씩의 애정을 갖기도 쉽지 않기에. 함께 여자의 집을 찾으러 나섰다가 마침내 헤어진 후 셋은 각자의 집으로 무사히 돌아갔을까? 돌아간 집은 기대했던 집이 맞았을까? 다시 길을 나서게 되는 건 아닐까? 젊음이란 게 대체로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게 마련이라 어떤 식으로든 마음 잡기가 쉽지 않더란 말이지.  

마음이 넓은 부자, 돈이 많은 부자, 능력이 뛰어난 부자, 나눌 줄 아는 부자...... 세상에 부자는 참으로 많을 텐데, 부자는 스스로가 부자인 줄 몰라 부자로 살 줄 모르고. 늘 가난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만을 바라면서 가난하게 살고. 나는 부유함과 가난함 사이에서 맴돈다. 넉넉했다가 모자랐다가......

소통은 삶에 중요하고 필요하다. 아는데도 잘 해내지 못하는 데에서 문제가 생긴다. 너보다 내가 더 잘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자만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끔은 내 안의 나와 충돌하는 경우를 맞기도 하면서. 살려고 하는 게 소통이라는 것만 인식해도, 나도 살고 너도 사는 방법을 구해야 한다는 것만 인정해도 우리네 삶이 많이 나아질 것만 같은데. 

구름다리를 볼 때마다 작품 속 그녀의 집이 근처에 있는 것은 아닐지 확인해 보고 싶을 것 같다.  (y에서 옮김202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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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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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할까, 일을 안 하는 것이 행복할까.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얼마만큼 하는 것이 행복의 기준이 될까. 일만 하고 살 수도 없고 일을 안 하고 살 수도 없고. 일을 해서 돈을 벌고 밥을 먹어야 하는데 일을 안 해도 밥을 먹을 수만 있다면? 그렇다고 밥만 먹고 살 수는 또 없는 건 아닌가? 밥 먹을 만큼만 일할 수 있다면 괜찮은가? 정해진 답이 없는 이 물음은 하염없이 길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여기서 그친다. 대충 내가 감당할 만큼의 일에 대해서는 잡히는 기분이라서. 이 소설집으로는 가늠이 되는 정도라서.

글은 슬펐고 소설 속 젊은 인물들은 마냥 서글프게만 보였다. 어느 한 사람 명랑하게 일하고 있지 않았다. 작가의 기분 탓일까, 고단한 시대의 형편 탓일까, 인간 세상의 불합리 탓일까. 제목과 달리 일에서의 기쁨은 맛 볼 새도 없이 일로 인한 슬픔만 주르륵 흐르는 풍경이 배경이었다. 오랜 시간 직장 생활을 해 보았지만, 삶은 어느 누구도 같은 모양 같은 무게로 겪는 게 아니어서 나는 다른 사람의 직장 생활에 대해 짐작할 수가 없다. 어렸던 그때도 나이든 지금도 한적한 여기에서도 분주한 그곳에서도. 그렇다고 하면 그러려니 여길 뿐, 일에서 얻는 기쁨과 슬픔은 각자만의 몫이다. 비교가 안 되는 일인 것이다.

이 책으로 작가로부터 깊고 인상적인 호감을 받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금방이라도 더 읽고 싶다는 느낌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끝내겠다도 아니다. 망설여지는 호기심, 더 읽어 보는 게 낫겠다로 마무리한다. (y에서 옮김202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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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소금 - 사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의 맛내기
프랑수아즈 에리티에 지음, 길혜연 옮김 / 뮤진트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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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았을 때, 아주 얇은 것에 먼저 놀랐다가, 초반 몇 쪽을 읽다가 한 번 더 놀랐다. 하염없이 늘어놓은 듯한 구절들을 읽으면서 어라, 이 생각 나도 해 보고 싶은데, 반짝 하고 내 머리 안에서 뭔가가 울렸던 것이다. 한동안 잊어버리고 지냈던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 그 소중함을 되새기고 싶다는 소박한 내 의지를 찾았다고나 할까.

 

내가 좋아하는 일에는 어떤 게 있을까. 앞으로 해 보고 싶은 일에는 어떤 게 있을까. 거창하고 대단한 것 말고, 쉽게 할 수 있을 듯하면서도 오로지 마음의 여유를 붙잡지 못해 못하고 있는 것. 안 해도 그만이지만 이왕 할 수 있다면 하루의 그 순간으로 하루가 행복해지고 일상에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그런 일. 지속력이 없어 나 자신을 믿을 수 없지만 매일 한두 가지씩이라도 다이어리에 메모하고 싶다. 오늘 좋았던 일, 앞으로 해 보고 싶은 일, 그렇게.

 

혼자 힘으로 해내기 어려울 것 같으면 친한 사람들끼리 약속처럼 주고받아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의 작가가 친구에게 편지를 보낸 것처럼. 매일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그날 좋았던 일의 인상을 나누어 보는 일. 이 숙제를 하기 위해서라도 평소에 안 보던 하늘도 쳐다보고, 스쳐가는 나무도 바라보고,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밝은 표정도 관찰하게 될 테니.

 

<책이 너무 얇아서, 내용이 아주 사소해서, 뭔가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을 권하지 못하겠다.>  (y에서 옮김20131103)

 

(다음은 이 책 속에 나오는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에 내가 좋아하는 일과 일치하는 것들)

 

15

...손으로 쓴 편지,...모두 잠든 한밤중에 혼자서 깨어 있기,...사진 앨범 뒤적이기,...

 

16

수공업 장인의 작업하는 모습 관찰하기

 

18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쳐다보기

 

20

브래드 피트의 미소

 

21

낙엽 밟으며 걷기

 

22

따뜻하지만 너무 뜨겁지 않은 모래 위 걷기

 

24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로버트 레드포드의 애끓는 신중함

 

27

대형 퍼즐 완성하기

 

30

아름다운 날 오후 느지막하게 테라스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약간 허기를 느낄 때,...졸졸 흐르는 개울물 소리 듣기

 

39

언덕 꼭대기에서 탁 트인 풍경 바라보기

 

68

이브 생 로랑의 멋진 스모킹이나 잡지에서 얼핏 본 여신 같은 드레스를 동경해 보기

 

70

여자 친구와 함께 크루즈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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