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체이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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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재미있게 읽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결말의 내용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면서도 그 과정이 어떻게  전개될지 마디마다 확인해 나가는 재미. 범인을 잡는 것보다 범인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한 주인공과 친구의 고군분투가 아슬아슬하면서도 조마조마했다. 살면서 이런 위험에 처하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말이다.


배경은 스키장. 스키보드를 주요 소재로 삼고 있으니 이야기도 스키보드를 따라 이어진다. 마치 드론을 타고 하얀 스키장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기분으로 글을 읽었다. 스키는 탈 줄도 모르면서 스키장에 막 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기고. 그것도 일본의 스키장까지. 이러다가 스키 신발까지 신어 보게 되는 건 아닌지 몰라.


작가의 이야기 전개 솜씨는 여전하다. 쉽고 편하고 빠르게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그 안에 현재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도 구석구석 담아 둔다. 이 소설에서는 스키장 혹은 온천 지구의 운영 문제나 젊은이들의 취업, 결혼 문제까지도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참, 형사라는 직업이 갖는 어려운 점도 있었다. 형사들끼리, 특히 본청과 지역 경찰청 사이의 알력이라고나 할까, 경쟁심리라고나 할까, 세상의 직업 어디에나 있는 갈등 요소들을 미묘하게 배치하여 제시해 주고 있다. 그러면서 가장 애정을 쏟는 인물이 자부심이나 사명감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결과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해피 앤딩인 거지. 


그래서 이 작가의 소설을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벌 받을 사람은 벌 받고, 상 받을 사람은 상 받고, 지금 꼬인 문제가 있다면 언젠가는 풀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려 주고. 그게 현실에서가 아니라 소설 속에서 가능한 상태라서 아직 좀 안타깝기는 하지만, 소설에서라도 이렇게 위로를 받고 희망을 꿈꿀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고.


기분 전환을 위한 소설로는 더 바랄 바가 없다. (y에서 옮김20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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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십이 철학을 마주할 때 - 다가올 모든 계절을 끌어안는 22가지 지혜
    안광복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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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잔하게 흔들리든 거세하게 흔들리든 우리의 삶은 늘 흔들린다. 이리 쏠렸다가 저리 쏠렸다가 그러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뿌리의 일부가 뽑히기도 하고 그러면서 또 위로 자라고 옆으로 퍼지고 자라면서 잃고 잃으면서 얻는다. 모든 삶은 이러할 것이다.


    인생 오십이 되면 많은 일이 그 전과는 다르게 와 닿을 줄 알았다. 마치 이 책의 제목처럼 오십이 되면 철학 정도는 마주해야 하는 것으로. 스스로 달라지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을 오십이 되어야 알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전에도 깨닫고 알아낼 수 있는 때가 있고 오십이 넘어 백에 이르면서도 여전히 모르는 채로 살아갈 수도 있다. 철학은 과정에 있는 것이지 해답이 아니므로. 

    책은 산뜻하게 구성되어 있다. 총 4부, 사계절로 나누고 각 부에는 주요 핵심어와 철학자들을 연결시켜 놓았다. 마음이 끌리는 핵심어를 골라 먼저 읽을 수도 있다. 삶도 철학도 인생도 돌고 있으니 어디에서 시작하든 처음으로 돌아올 수 있겠지. 나이만큼은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나 이 또한 생각해 보면 여전히 한 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마치 영원히 철이 안 드는 경우처럼. 

    좀 많이 심심했다. 특별히 기대하고 펼친 책은 아니었다. 내게는 책의 제목이 근사했던 셈이다. 매일 매순간 무언가를 선택하고 있는 상황, 나는 이것을 철학적 선택이라고 여긴다. 선택하는 순간이 바로 내가 되는 것이고. 무료해졌다가 위험을 느꼈다가 행복했다가 우울해지는 모든 순간들을 인식하고 살려고 한다. 내 방식대로의 철학적인 삶을 지키기 위하여.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소식은 용서하고, 반성하고, 음미하고, 감사하고, 고요하고, 친절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뉴스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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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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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를 느끼면서 계속 읽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다. 새책이 나왔으니 안 읽을 수가 없지. 모두 9편의 단편. 비교적 짧은 글 안에서도 반전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한 글이다. 초반에 읽으면서 내가 짐작하는 의도대로 풀린다면 재미가 없다고 할 수 있겠지. 은근히 작가와 겨루는 기분을 느끼면서 읽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하는 생각으로 마땅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을 속인다는 것, 더 잘 속인다는 것, 이런 것도 키워야 하는 능력인가 싶다. 안 속이고 안 속고 살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렇게만 되면 세상이 너무 심심하려나. 그렇다고 재미 있으라고 남을 속이는 것을 정당하다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더욱이 그게 범죄와 관련이 된다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기분 좋게 해 주는 속임수도 있기는 하다. 속아서 기쁘기도 하고 속여서 다행이기도 한 그런 순간들. 추리소설을 속고 속이는 구성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 가벼운 평가가 되겠지만, 내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분명히 이 점이 작용한다. 속고 싶지 않다는 것, 추리소설을 많이 읽다 보면 속지 않을 능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감으로.

     

    나는 참 잘 속는 편이다. 뒤늦게 깨닫고는 난감해 할 때도 종종 있고. 끝까지 깨닫지나 말면 덜 속상할 텐데, 늦은 깨달음이 오고 마는 것이다. 아닌가, 깨달을 때까지 속고 있어서 그런가? 이렇게 계속 읽어서 나아졌으면 좋겠는데.  (y에서 옮김20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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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숲의 시 8
    안도현 / 푸른숲 / 199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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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관한 시집은 참 많다. 아니, 어쩌면 거의 모든 시집이 사랑에 관한 시집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괜찮은 사랑 시집을 발견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무의미한 넋두리나 한탄, 맹목적인 사랑 타령이 도리어 시 자체를 질리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시집은 내가 만난 사랑 시집 중에 으뜸이다. 아프고 그리운 사랑이면서도 건강한 사랑을 위하여 끝없이 자신을 달래고 키우는 시인의 심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랑은 그저 나를 바친다거나, 무조건 나를 희생한다거나 하는 비현실적인 노래를 하고 있지 않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끼리 함께 가꾸어나가야 하는 것임을, 아프면 같이 아파하고 기쁘면 같이 기뻐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을 한데 모을수록 더 큰 사랑이 될 수 있음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더 큰 힘이 되어 주고 비록 사랑을 잃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더 나은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시집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울이 되니까 몸도 마음도 움츠러든다. 이런 때 이렇게 따뜻한 시집을 열게 된다면 이 겨울을 나기가 한결 수월하리라. (y에서 옮김20010120)


    [인상깊은구절]

    스무 살 안팎에는 누구나 한번쯤 연애 편지를 썼었지

    말로는 다 못할 그리움이며

    무엇인가 보여주고 싶은 외로움이 있던 시절 말이야

    틀린 글자가 없나 수없이 되읽어 보며

    펜을 꾹꾹 눌러 백지 위에 썼었지

    끝도 없는 열망을 쓰고 지우고 하다 보면

    어느 날은 새벽빛이 이마를 밝히고

    그때까지 사랑의 감동으로 출렁이던 몸과 마음은

    종이 구겨지는 소리를 내며 무너져내리곤 했었지


    -연애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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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력의 태동 ㅣ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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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늘 느꼈던 것과 같은 질과 양의 재미를 받은 책이다. 이 작가의 작품 배경이나 소재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쪽의 이야기다. 범죄 사건이 아니고, 시기나 질투에서 비롯되는 모함 이야기가 아니고, 알 수 없는 현상을 신기하게 해결하고서 산뜻한 기분이 되는 이야기들. 


      책에는 총 5가지의 이야기가 나와 있다. 1장부터 등장하는 서술자는 젊은 침구사 구도 나유타다. 나는 초반에 이 사람이 여자인 줄 알았다. 곧이어 바람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소녀 우하라 마도카가 나타난다. 이 소녀가 앞서 읽었던 책 [라플라스의 마녀]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삐걱대면서도 구도가 아는 사람 중 곤경에 처한 사람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준다. 이 문제 해결 과정이 소설의 주 내용이라고 여기면 된다.


      두 주인공은 과학적 이론을 한껏 이용하여 사건을 해결하는데 현실에도 이런 일이, 이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범죄나 안타까운 사고가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고, 제대로 해결이 안 되어 억울한 사람이 남겨지곤 하니까. 이 소설이 재미있는 것은, 이런 문제가 소설 속에서나마 해결되고 있으니 속 시원한 맛도 있는 것이겠지.  


      내게 다행인지 안타까운 일인지 잘 구별이 되지는 않는데, 이 책의 전작인 '라플라스의 마녀' 줄거리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다시 읽고 다시 즐거워해야 하나 어쩌나. (y에서 옮김2019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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