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아름다운 흉기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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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에서 읽기에 딱 좋은 소설이다. 다른 것에 신경쓰지 않아도 될 한정된 공간과 시간 안에서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순전히 재미로 만들어진 추리소설. 권선징악과 기승전결과 사필귀정이 오롯이 들어 있는 구성과 내용.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아야지, 당연히 소설인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내게 두 부류로 구별된다. 잔인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내용을 미리 알고 읽을 수는 없으니 읽은 뒤에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좀 답답하기는 하다. 이 책은 굳이 안 읽어도 좋았을 만큼 무서웠다. 범인이 무서웠다기보다는 인간의 욕망 중에 어떤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강하게 발현되는 과시욕이 무섭게 느껴졌다고 해야겠다. 그게 뭐라고, 잘나 보이고 싶은 게 뭐라고,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게 보이는 그게 뭐라고....그걸 위해 자신을 버리고 남을 해치기까지 하는가 말이다.

 

범죄소설을 읽는 재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범인은 반드시 잡히니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된다는 교훈은 물론 아닐 것이고-그러면 좋기는 하겠지만 그걸 굳이 내세울 것 같지는 않으니까,-작가가 쳐 놓은 구조 안에서 범인을 잡으려고 애쓰는 독자의 심리를 다루는 방식과 대결 정도? 이렇게 말하고 보니까 이것도 싸움과 같은 원리로 여겨져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쨌든 잘 읽고 가볍게 정리할 수 있어서 개운하다. 기차 안에서 시작하고 마무리한 독서가 되었다. (y에서 옮김201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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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아름다운 집
구효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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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작가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소설집이었다. 아름다웠다. 모름지기 아름다움이란, 아름다운 소설이란 이런 소설들을 읽고 말하는 것이어야 한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좀 슬프고, 좀 아늑하고, 좀 부질없고, 많이 아름답고 많이 아름답고 많이 아름답다는 느낌... 소설 속 풍경도 사람들도 대사들도 분위기도 리고 무엇보다 작가의 글솜씨까지 내 마음을 빼앗는, 바로 그런 아름다움.

 

오랜만에 만난 우리 소설이었다. 기억은 떨어지지만 여운은 오래 남는 소설들.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는 소설들. 지나간 소설 혹은 앞으로 나올 소설들까지 읽어보게 기대하는 이름. 나를 설레게 하는 소설가.

 

소설의 내용에 대해서는, 글쎄, 말할 수가 없다. 그냥 이 책을 읽고 있었던 이틀이, 그 시간들이 내내 행복했다. 이 가을 어느 날에 읽은 우리의 소설집. (y에서 옮김200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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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 밀라논나 이야기
장명숙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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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른은 있다, 분명히 있다. 이 책의 작가처럼 드러나기 쉽지 않아 그렇지, 우리 사는 곳곳에 이분과 같은 어른들이 있을 것이다,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렇게 믿고 싶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우리 사는 이곳이 너무도 쓸쓸하고 고단하기만 할 것 같으니. 


친구의 소개로 이 작가의 유투브를 먼저 보았다. 몇 편 안 보았지만, 세상에 이런 분이 계시는구나, 감탄했다. 그리고 이 책을 보았다, 빌려서. 이 작가분이라면 굳이 사지 않고 빌려 보아도 이해해 주실 것만 같았다. 대신 우리네 젊은 작가의 책을 꼭 사서 보리라 다짐도 했다. 


나이는, 세상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든다. 시간이 흐르는 대로 얻는 게 나이일 테니. 그러나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다 괜찮은,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게 쉽지 않다. 아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젊었을 때 실수나 실패나 시행착오가 없어야만 되는 것도 아니다. 있었어도 어떻게 겪어 내었는가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이가 들수록 주변 사람들을, 특히 자신보다 어린 사람이나 약한 존재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며 어떤 태도로 대하는가 하는 점이 중요해진다. 그리하여 이것을 어떻게 배우고 실천하고 있는가 하는 게 좋은 어른의 기준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이 작가와 반대 쪽에 있는 것 같은 사람을 최근 인터넷 만남의 공간에서 보았다. 내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그가 쓴 글을 통해 드러낸 자신의 정보뿐이다. 나이는 60 중반에서 70 사이인 듯하고, 학교에서 근무를 했다고 하며 관리자로 퇴직했다고 하니 대략 짐작할 수 있을 내용을 갖춘 사람이다. 그러려니 하며 보아 넘길 수도 있는데, 나는 자꾸만 그가 써 올리는 글에서 불편함과 거북함과 어떤 저항심을 갖는다. 내가 왜 이러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두고, 내게 직접적으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데, 뭐가 이토록 불편하고 거슬리는 거지? 다른 사람을 나무라는 글을 비교적 쉽게 써 올리는 이분은, 그러함으로써 스스로가 상당히 괜찮다고 여기고 있는 것만 같은데, 이 또한 괜찮지 않은 어른이 갖는 착각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 책을 읽고 비로소 뚜렷해지는 경계를 본다. 이건 참 중요하고 생각한다. 내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과도 직결되는 것이므로.


나이가 들면 자신이 지나온 삶의 이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경향이 강해지는 것 같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잘 살아왔다고 여기는 사람일수록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문제는 경계, 어떤 일이든 이 경계선을 넘지 않는 게 중요한데. 내 얘기를 하면서 남들에게 내비치는 것이 자랑스러움과 자랑 중 어느 쪽으로 치우치는가, 듣는 대상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과 자신의 잘난 의견으로 충고하려고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강한가, 감정을 함께 나누려고 하는 것과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겠노라고 강요하는 것 중 어느 쪽에 가까운가... 특히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말이나 글에서. 이런 종류의 비교 물음이 줄줄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는 내 마음이 얼마나 당황스러워지던지. 내가 지금 어느 선에 서 있으며 어떤 쪽으로 가려는 것인지 확인하는 마음은 더더욱.   


이 작가처럼 나이 드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어쩌면 꼰대가 되는 길이 더 쉬워서 그런 걸까. 세상에 그 많은 꼰대들이 나대는 것을 보면. 나는, 이 나이가 되어서도 진로를 탐색하고 있는 나는, 이 작가에게서 배운 바를 실천하는 쪽으로 가고 싶다. 이 작가와 같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겠다는 게 아니라, 단 한 사람에게라도, 아니면 나 스스로에게만이라도. 내 그릇의 크기에 맞게, 괜히 넘치지 말고, 가족과 주변인과 지인들을 챙겨 주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이미 너무 큰 세상이기도 하고.  (Y에서 옮김20220417)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들고 떠나는 것


당신이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더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63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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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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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장길에 카르타로 읽은 이북이다. 구입한 책이 몇 권 안 되지만 벌써 구별이 되는 느낌이다. 이북으로 구입하고 읽어도 좋을 책과 종이책으로 구입해야 할 책. 집안 공간 정리가 될 듯하다. 이전처럼은 사 들이지 않을 것 같으니까.


딱 이만큼, 공기만큼의 가벼움을 주는 책이다. 재미는 있었으니까 눈으로 보이는 책이 없더라도 섭섭하지 않겠다. 범인을 알고, 범인이 저지를 일을 글따라 좇으면서 어떻게 해 나가는 것일까를 기대해 보는 재미, 이 작가의 글답다. 계속 읽다 보니 작가가 소재를 취하는 방식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어떻게 얻는 것일까, 어떻게 인물을, 그들의 관계를 설정해 보는 것일까, 독자와의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어떤 반전을 꾀하는 게 좋을까를 모색하는 일, 어떤 식으로든 괴로움을 느끼는 작가가 아니라면 이 작업은 참으로 신나는 일이겠다.


이북으로 소설 읽기, 생각했던 것보다 더 괜찮다. (Y에서 옮김2015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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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산장 살인 사건 ㅣ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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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곳에서의 살인 사건, 그곳에 초대된 손님들 외의 인물은 없고. 모든 등장인물이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되는 상황. 결국 인물들 간의 싸움이 아니라 작가와 독자의 대결이 된다. 이 작가는 누구를 범인으로 만들고 있으며, 읽는 나는 어떻게 그 과정을 거꾸로 파헤칠 수 있는가. 한번도 이런 싸움에서 내가 이겨 본 적은 없었지만, 그러려고 하지도 않고 기꺼이 속아주면서 편하게 읽고 있는 나. 작가가 이런 독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 맥빠질까?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저절로 떠올랐다. 오래 전 고등학교 시절, 라디오 드라마로 들었던 그때의 충격과 공포를 잊을 수가 없다.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는 인상이 비슷한 배경의 글을 읽을 때면 어김없이 그 글을 떠올리게 한다. 전혀 심심하지 않게, 지루하지도 않게. 


소설 속 화자의 역할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게 된다. 화자는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관찰자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입장에서 다른 인물을 어떻게 그려 보이느냐에 따라 상황을 아주 다른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이 또한 트릭일 것이다. 속이고 속아 넘어가는 일, 알고 속고 모르고 속는 일, 더 나아가 알고 속이는 사랑, 모르고 속는 사랑에 이르기까지. 


이 작가의 글이 많이 읽혀지고 있으니까 출판사에서 계속 그의 글을 준비하고 있나 보다. 그 덕분에 독자인 나로서는 끊임없이 읽을 수 있어 괜찮다. 올 가을은 오롯이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하는 계절이 되었다. (y에서 옮김201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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