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fficial Stardew Valley Cookbook (Hardcover) - 게임 <스타듀밸리> 공식 요리책
ConcernedApe / Random House Worlds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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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갖고 싶어지기도 하는 일이다. 사치품으로 마련했다. 나는 이 책을 다 읽을 방법이 없고 이 책에서 알려 주는 레시피대로 요리를 해 볼 생각도 없다. 그냥 비싼 그림책으로 구입했다고 볼 수 있겠다. 오로지 스타듀밸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소재로 삼은 책이라는 이유로. 

스타듀밸리는 컴퓨터 게임 이름이다. 이른바 농장 경영, 힐링 게임의 한 종류다. 이 게임을 한 지는 제법 되었고 늘 하는데도 지루하지 않고 지웠다가 다시 시작해도 또 흥미진진하고. 하나의 게임을 이렇게 오래 하는 사람이 더러 있기도 하다는데 나는 습관처럼 게임 속 하루의 노동을 채운다. 실제 일을 하는 것마냥. 

게임 안에서 요리를 할 수 있다. 내 캐릭터가 레벨을 올리면서 키운 농작물이나 잡은 생선으로 요리를 할 수 있게 되는데 그렇게 만든 요리를 다른 NPC에게 선물할 수 있다. 각 NPC마다 좋아하는 요리가 다른데 이게 재미있는 요소다. 누구에게 어떤 요리를 만들어 줄 것인가. 책은 이런 내용까지 다 담아 놓았다. 

영어로 쓰여 있지만 내가 보고 싶은 내용은 충분히 알아볼 정도이다. 요리의 재료 이름이라든가, 이 요리를 누가 좋아한다든가, 누가 레시피를 제공했다든가 하는 정보를 읽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요리책이지만 이 책을 보고 요리를 할 생각은 전혀 없는 독자인 나, 나는 게임의 연장으로 이 책을 펼친다. 내 감정의 사치를 위해 책값의 무게를 기꺼이 지불하면서.

얼마 전에 이 게임에 등장하는 음악을 연주하는 콘서트가 있었다.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는데 끝내 가지 못했다. 어떤 게임은 영화만큼 감동을 전해 줄 수도 있는 모양이다. 이 게임이 내게 이러는 것처럼. (y에서 옮김202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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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를 연주하는 소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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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생각, 예쁜 글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이니까 가능한 세상, 이룰 수 없을 것 같지만 현실이 되었으면 하는 세상, 각자의 수단은 달라도 누구나 꿈꾸는 행복한 세상. 그 세상을 향한 소설이다. 안타깝지만. 


소설로도 말하고 있지만, 이 소설에서 그리고 있는 어른 혹은 기득권자들의 태도는 인정하는 만큼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 흔들리는 게 두렵기는 할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하다. '너 지금 잘 못하고 있다', 혹은 '네가 이제까지 믿어 온 게 잘못된 것이다'라고 한다면 어찌 거부감을 갖지 않겠는가. 쉽게 마음을 열 수 없는 것도, 열리지 않는 것도 또한 이해된다. 그럼에도 늘 변화는 있었고, 그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면 새 시대에 적응할 수 없었다는 것을 무수한 역사적 사례에서도 확인했건만. 


작가는 그런 완고한 어른들이 못마땅했을까. 어린 젊은이들을 부모나 어른들보다 훨씬 지혜롭고 철든 사람으로 보여 준다. 스무살은 어쩌면 어린 나이가 아닌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게는 이 소설의 '빛'과 같은 혜안이 없다.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능력을 알아채는 재주도 없고, 오히려 남들 다 알아보는 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뛰어난 힘을 갖고 있지 못해서 살아오는 동안 가끔 섭섭하기는 했으나 그게 내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다행히도 내가 내 그릇의 크기를 진작 알았다는 게 고마울 일이다. 


미쓰루처럼 천재나 선구자로 여겨지는 사람들의 외로움과 고단함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한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비범한 사람들의 능력을 정말 시기하는 걸까, 그들이 사라져 버렸으면 싶을 정도로? 완전히 아니라고는 못하겠기에 내 마음도 섬뜩하다. (y에서 옮김201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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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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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12편의 소설. 각각의 이야기는 글이 끝나자마자 다 잊어버리고, 다음 편을 읽으면 분명히 앞의 글과 다른 이야기인데 마칠 때쯤 앞의 글과 구분도 안 되고, 나는 지금 무엇을 읽고 있나 막연하다 싶은데도 마냥 빠져드는 기분. 하나 읽고 금방 분위기를 바꾸고 싶지 않아 시간을 두었다가 읽어도 내가 겪는 현상은 앞의 독서와 같아진다. 설명하기 쉽지 않은데 계속 머물러 있고 싶은 마음, 나의 아일랜드 현상이다.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인물들, 달리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자잘한 사건들,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갈등과 다툼과 오해와 절망과 기대들을 담아 놓은 이야기. 좀 슬프고 좀 쓸쓸하고 좀 춥고 좀 고단하고 그런데도 또 내일에는 오늘보다 힘을 내어 살아볼까 기운을 차리게 하는 인물들의 메시지 혹은 작가의 당부. 내가 이 작가의 소설을 계속 읽고 있는 큰 이유다. 


뚜렷하고 명확하지 않은 것들을 아주 좋아하지 편인데 이 작가의 글에서는 다르게 느낀다. 흐려서 희미해서 불투명한데 매혹적이다. 나는 이끌려 들어가고 빠져들고 머문다. 누가 누구인지도 헷갈리는데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겠는데 문장 하나하나에 멈추고 두리번거리고 다시 들여다보고 의도된 무정함에 소스라친다. 삶은 늘 이만큼 떨어져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무리 매달리며 살고자 해도.


12편의 소설 속 인물 중 어느 한 사람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다 소중하게 여겨진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는. 내가 알든 모르든 살아 있는 모두는. 전혀 모르는 채로 살아도 나는 기꺼이 빌어 줄 수 있겠다, 그의 평온했으면 하는 생을. 지금 아픈 모든 생명들을 향한 회복을. 


소설에서 '알았다'는 말을 자주 보았다는 기억이 난다. 세어 보지 않았으므로 횟수는 모르겠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알았다'는 문장의 마지막 표현이 나올 때마다 나는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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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억하는 풍경
손홍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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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어린 시절, 이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풍경을 떠올릴까 생각하게 된다. 내게는 분명히 있다. 이 말을 할 수 있는 시절도 이 말에 어울리는 풍경도. 그런데 마음이 막 아프지는 않다. 아마도 지금 살고 있는 내 모습에 만족하는 마음이 크고 그 시절이 그리운 풍경의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이 들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모두 5편. 인물끼리 서로 연결이 되는 구성을 취하고 있지만 긴밀한 것은 아니다. 같은 마을에서 같은 시절에 자란 사람들의 개별적 이야기. 서로가 서로의 삶을 아는 듯 모르는 듯 그렇게 시공을 나눈 이들의 내력. 슬픔인지도 상실인지도 모른 채 흘려 보낸 세월, 남은 기억들과 남은 이야기들. 비슷한 형식을 갖고 있던 소설집(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이나 임철우의 그 섬에 가고 싶다 등)이 몇 권 떠올랐고 살았던 곳이 비슷하지 않았어도 이런 회고담 같은 소설에서는 마음이 절로 풀려 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책의 크기는 작은 편이고 두께도 만만해서 읽는 데에 부담이 없다. 어린 시절을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보내지 않은 세대의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좀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초등학교나 중학교는 다소 멀어도 걸어서 등하교를 해야 했던 사람들, 집 안팎에서 개나 소나 닭과 같은 동물과 같이 지냈던 사람들, 전화가 드물어서 우표를 붙인 엽서나 편지로 소식을 주고 받아야 했던 사람들에게.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지난 날의 기억 속 풍경의 한 귀퉁이 흔적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지금의 내 속된 모습을 돌아보고 싶다면, 그래서 조금 순화되고 싶다면, 그래서 조금 더 맑은 영혼으로 살아가고 싶다면, 소설 속 인물들의 손을 잡아 주어도 좋으리라. 어린 날의 내 손을 잡을 수도 있을 테니. (y에서 옮김20241123) 

 'Y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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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빛
장자크 상페 지음, 양영란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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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을 보내는 나만의 방법, 여름이라는 낱말이 제목으로 쓰인 그림책 찾아 읽기. 글을 읽기에는 더위가 귀찮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설렁설렁 그림만으로 긴 날을 달래 본다. 눈을 뜨고 뭔가를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대견해질 정도다. 이래서야 앞으로 맞이할 여름마다 나는 어떤 시도를 해야 할까. 미래가 아득해지기는 하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이 한 권 안에 듬뿍 담겨 있다. 편집의 취지에 따라 왼쪽 페이지가 빈 공간으로 많이 남아 있는데 섭섭하지 않고 시원해서 더 좋다. 여름에는 무엇인가 가득차 있는 것을 보는 일도 힘겨울 정도다. 심지어 얼음조차. 

글은 보이지 않는다. 여름의 장면만 계속 나온다. 모든 장면이 나를 끌어들인다. 여름 바닷가에 가지 않는 나이지만, 그림 속으로는 기꺼이 들어간다. 벌레가 싫어서 아무리 시원하다고 해도 나무 그늘 아래 풀밭에는 앉아 있지도 않는 나이지만, 이 책 그림 속으로는 또 들어간다. 그림 속 인물 옆에 같이 엎드려 볼 수도 있겠다. 상상이지만 흐뭇하다. 나도 이런 장면의 주인공이 되어 보는구나. 

책 속에서 가장 따라해 보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찾았다. 바닷가 나무 그늘 아래 탁자와 의자를 두고 예쁜 찻잔에 차를 기울여 마시면서 홀로 카드 게임을 하고 노는 것. 담배는 사양하지. 대신 음악이 낮게 흐르고 있어도 좋겠다. Jean Philippe Audin의 첼로곡이라면 더 바랄 게 없을 시간과 공간. 강아지가 있어도 고양이가 있어도 괜찮은.
 

가을이 올 때까지는 계속 들추고 들추어 볼 일이다. (y에서 옮김202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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