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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쏘다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 실천문학사 / 2003년 6월
평점 :
요즘 같은 때에 '조지 오웰'의 글이라. 이 책을 사 둔 것이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도저히 안 읽고는 치울 수가 없어 의무감으로라도 읽으려고 마음먹고 잡은 책이다. 뭐라고 말하기 참 민망한 마음 절반, 이렇
게라도 읽은 것이 다행이다 싶은 마음 절반, 내 마음이 그러하다.
어떻게 된 것이 조지 오웰의 너무도 유명한 두 작품 '1984년'과 '동물농장'을 읽은 기억이 없다. 아마 안 읽었을 것이다. 읽지도 않았으면서 읽은 것처럼 착각되는 작품, 아는 게 전혀 없으면서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착각한 작가, 이 책을 보고 알았다. 내가 조지 오웰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익힌 게 없다는 것을.
평생을 폐질환으로 시달리면서 글쓰기에 대한 집념을 잃지 않았던 사람, 무섭다는 생각도 좀 든다. 어쩌면 살아있는 게 그만큼 더 간절하고, 자신이 사는 세상에 그만큼 욕심이 더 생겼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좋은 세상이었으면 하는 바람, 조금 더 희망을 기대할 수 있는 인간 세상에 대한 바람, 사회와 정치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작가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 몸이 아프고 덩달아 마음이 아픈 시대에 살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 혼자 생각해 본다.
예전에 그런 시절이 있었다. 누구나 살기 고달플 때에, 누구나 힘들다고 말하던 시대에는, 함께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함께 꾸던 꿈이 있었다. 같이 살아가자고, 기쁨도 아픔도 함께 나누자고, 그래야 한다고 말로 눈빛으로 어깨동무로 그리고 노래와 글로 서로서로 격려하던 시절. 그 때 내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떠했을까, 아찔하다.
세상이 달라진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내 마음도 그때로부터 많이 멀리 떠나왔고, 내 주위의 사람들도 그때의 그 상황에서는 많이 벗어났다. 이건 그때의 기억들이 이미 지나간 시간이라는 증거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때의 어떤 아픔들을 고스란히 느끼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더 지독한 상처로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부끄러워서 고개 돌리는 상처도 있고, 뻔뻔해져서 모른 척 하는 상처도 있고, 지쳐서 눈을 감아 버리는 상처도 있고, 여전히 아픈 사람들에게는 사라지지 않을 고통인데도.
책만 읽는다고 내가 외면한 진실로부터 용서를 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책이라도 읽어야 내 마음이 조금 놓일 것 같은 것, 그 또한 비겁하고 구질구질한 변명의 하나로 남을지라도, 미안하지만 이것이라도 해야겠다 싶은 그것, 조지 오웰의 글은 이렇게 내게 반성하는 시간을 준다. (y에서 옮김201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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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의 모든 배경 정보를 여기에 밝혀놓은 까닭은, 한 작가의 초기 발전 과정을 어느 정도 알지 못하고는 그 작가를 지배하고 있는 문학 동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가의 문학적 주제는 그가 살고 있는 시대에 의해 결정된다. 적어도 우리 자신의 시대처럼 격동적이고 혁명적인 시대에는 특히 그러하다. 그러나 작가가 글을 쓰려고 시작하기 전에 이미 그는 거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자신만의 독특한 정서적 태도를 획득하게 된다. 자신의 기질을 길들이고, 미숙한 단계나 어떤 왜곡된 방법에 빠지지 않도록 자기를 훈련시키는 것이 명백히 작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만약 작가가 자신의 초기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다면, 그 작가는 글을 쓰고자 하는 자신의 충동 자체를 죽이는 꼴이 될 것이다. 생계비를 벌어야 하는 요구를 제외해 놓고, 나는 글, 특히 산문을 쓰는 데에는 네 가지의 큰 동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네 가지 동기는 모든 작가들에게 정도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또 동일 작가에서도 그가 살고 있는 환경에 따라 때때로 다를 수 있다. 그 네 가지 동기란 다음과 같다.
(1) 순전한 이기심
똑똑해 보이고, 남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죽은 후에도 기억되고, 어린 시절 자기를 놀렸던 사람들에게 보복하려는 욕망이다. 이것이 작가에게 큰 동기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작가들은 이런 특징적 욕망을 과학자, 예술가, 정치가, 법률가, 군인, 성공한 사업가들, 간단히 말해 인류의 꼭대기 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상류층 인간들과 공유한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지나칠 정도로는 이기적이지 않다. 대략 서른 살이 넘으면, 사람들은 개인적 야심을 포기하고-실제 많은 경우에 이들은 개인적 야심을 거의 포기한다-주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거나 아니면 단조롭고 일상적인 일에 짓눌려 산다. 그러나 또한 자신의 삶의 방식을 끝까지 고수하려고 결심하는 소수의 재능 있고 의지가 굳은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작가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진지한 작가들은 저널리스트들보다 돈에는 관심이 적지만 대체로 허영심이 더 강하고 더 자기 중심적이다.
(2) 미학적 열정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 혹은 말과 그것들의 적절한 배열의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 하나의 소리가 또 다른 소리에 미치는 영향, 다시 말해 괜찮은 산문의 견고함이나 좋은 이야기의 리듬을 아는 즐거움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값지다고 느껴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되는 어떤 경험을 공유해 보고자 하는 욕망, 미학적 동기는 많은 작가들에게 주된 것은 아니지만 팸플릿 지은이나 교과서 집필자조차도 공리적 목적을 넘어 자신들이 좋아하는 단어와 관용어법을 가질 수 있다. 혹은 활자체, 여백의 폭 등에 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일 수 있다. 철도시간 안내 책자의 수준을 넘어서는 책이라면, 어떤 책도 미학적 고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3) 역사적 충동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자 하는 욕망, 진실한 사실을 발견해서 후손들을 위해 그것들을 보존하려는 욕망이다.
(4) 정치적 목적
가능한 한 넓은 의미에서 ‘정치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세계를 특정 방향으로 몰고 가고자 하는 욕망, 다시 말해 성취하려고 노력해야만 하는 그런 종류의 사회를 위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보려는 욕망이다. 다시 한 번 말아지만, 어떠한 책도 정치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예술이 정치와 관계가 없다고 하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이다.
모든 작가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이런 주제의 글을 쓴다. 그것은 작가가 어떤 쪽으로 글을 쓸 것인지, 또 어떤 방식을 따를 것인지의 문제이다. 그리고 작가는 자신의 정치적 편견을 더 많이 의식하면 할수록 미학적이고 지적인 자신의 성실성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정치적으로 더 많이 행동할 기회를 갖게 된다. - P86
내가 할 일은 내가 천성적으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이 시대가 우리 모두에게 강요하고 있는, 본질적으로 대중적이고 비개인적인 활동들과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 P87
많은 소설비평이 아마추어 비평가에 의해 행해진다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경험 있는 작가는 아니지만, 책을 읽고 깊은 감동을 받은 사람이 재능은 있지만 지루한 전문가보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잘할 수 있는 것이다. - P100
문학의 가치를 느끼고 문학이 인간 역사의 발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그것이 외부로부터 우리에게 강요되든지, 내부로부터 우리에게 부과되든지 간에 전체주의에 반대하고 저항할 필요성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 P109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자신의 진정한 감정 상태를 알기 위해서 가끔 어떤 분명한 사건을 목격할 필요가 있다. - P208
분명히 모든 스포츠는 민족주의의 발생과 관계가 깊다. 다시 말해, 스스로를 큰 동력장치로 규정하고 모든 것을 경쟁의식의 관점으로 보는 현대인들의 광적인 습관과 관계가 있다. 또한 조직화된 경기는 보통사람들이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다시 말해 제한되어 있는 삶의 방식 때문에 창조적 노동을 할 기회가 많지 않은 도시 지역에 더 많이 분포되어 있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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