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행 슬로보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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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단편소설을 읽고 ‘아주 마음에 드는군’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이건 책 자체에 대한 평가라고 하기보다는 그 동안 내가 하루키의 글을 많이 읽어 오면서 그의 소설 성향을 제법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몽롱하게 말하는 소설보다는 대놓고 드러내는 산문 쪽에 내 마음이 훨씬 가 닿아 있었는데, 마침내 소설을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 그것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쪽으로, 그러니 반가운 것이겠지.

 

모두 7편의 소설이 실려 있고,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발간된 모양이지만 일본에서는 1980년 초에 작가가 발표했던 소설들이라고 한다. 내가 이 작가의 글을 거꾸로 읽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시간 차이다. 한 편 한 편 낯설지 않은 것이 비슷한 분위기를 그의 글 어디에선가 이미 만난 것 같다. 나의 딱한 기억력 덕분에 완전히 떠올리지는 못하고 즐길 수 있을 만큼 빠져든다. 또 되풀이되는 듯해도 지루하지 않다고 느끼는 내 기분이 이 작가에게 갖는 내 호감의 증거일 것이고. 

 

분명히 어느 부분에서 나는 이 작가의 삶을 동경한다. 소설을 쓰고 여행을 하고 마라톤을 하고. 더할 수 없이 자유로울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서 스스로 정한 규칙적인 삶을 지키고자 애쓰는 성실한 사람.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고 열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으면서 남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교류하려는 사람. 함부로 나서지는 않으나 늘 당당하게 혼자만의 공간을 지켜 나갈 줄 아는 사람...... 이렇게 써 나가다 보니 내가 되고 싶은 내 모습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이 또한 그의 작품에서 내가 보고 싶은 모습만 찾아서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앞서 시시했다고 생각했던 그의 소설들을 이제 다시 읽어 보아도 괜찮으리라는 예감이 든다. 내가 변한 것 같으니까. (y에서 옮김20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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