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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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CSI시리즈나 크리미널 마인드와 같은 미국수사드라마를 보면서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의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채 어른이 되면, 범죄자가 될 수도 있구나. 가해자 입장에서는 장난으로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로 입은 상처는 복수의 근원이 되기도 하는구나. 우리 마음이라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할 수도 있고, 우리 자신의 힘으로 다스릴 수 없을 일도 생기기는 하겠구나.   


이 소설에도 잘 빠져들었다. 단순히 흥미로 빠지는 것을 넘어 생각할 주제를 하나 이상 던져 주는 것, 작가의 선물인 것 같다. 잘 받았고, 앞으로 이 선물을 잘 활용하면서 살아가야 할 텐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나는 내 속의 '악의'를 어느 정도 안다. 만난 적도 있고, 싫었지만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내 안에 있는 비정하고 잔혹한 면, 냉담하고 무심한 면. 어느 정도 포장을 한 채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다가 가끔 드러나게 되는 때가 생긴다. 어쩔 수 없이 혹은 일부러. 누구를 만나느냐에 달려 있기도 하고 그 순간의 내 컨디션과도 관련 있는데, 내가 나를 잘 몰랐을 때는 그저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묵묵히 그리고 슬쩍 인정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이렇게 못된 부분이 있구나, 더한 경우에는 '착해지고 싶지 않아' 할 때도. 


성선설도 있고 성악설도 있다지만, 우리는 내내 착할 수도 내내 악할 수도 없는 것일 테다. 그 마음과 상태를 다스리는 게 교육이고 윤리일 것인데, 그것만으로는 어쩔 수 없이 벗어나게 되는 한계, 그곳에 범죄의 심리가 있는 것일까. 이해는 된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는 없는 지점에 이르면, 누구를 원망할 수 있는 것인지. 


청소년기도 중요하고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고 선생님의 도움도 중요하고, 한 아이가 자라는 데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요즘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은 고스란히 어른들의 책임이다. 누구를 탓하랴. (y에서 옮김2014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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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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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다. 불안한 시대, 불안한 세상, 불안한 사람들, 온통 불안하다, 불안해 보인다. 아니, 아닌가,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늘 그대로였는데 사람만 달라져서, 나만 적응하지 못해서 불안을 느끼는 것인가, 온통 어수선한 마음이라 골라 본 책이다. 읽는 동안에는 불안이 많이 사라졌다. 다 읽고 나니 원래대로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불안이 무엇인지 먼저 정의를 내려놓은 후에 불안의 원인과 해법으로. 나는 둘 중 원인을 서술해 놓은 대목이 퍽 마음에 들었다. 해법이 궁금해서 펼쳤던 책인데 정작 해법에 대한 내용은 좀 시시했다. 작가가 불안의 원인이라고 여긴 네 가지 요소-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들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있으니 내 불안과 남들의 불안이 차근차근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원인을 알게 되면 그 앎을 따라 해법은 대개 저절로 떠오른다. 무엇보다 내려놓지 못하는 욕망으로 인한 것들이었음을 확인하면서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다. 심지어는 코로나19로 인한 이 불안한 사태마저도 부담을 줄이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워낙 유명한 작가라 달리 말할 것은 없겠고, 이름난 것에 비해 내가 읽은 작품은 별로 없다. 나는 좀 편견을 가졌던 것 같다. 지나치게 잘난 척하는 것처럼 보여서. 제대로 읽지도 않았으면서, 이 정도로 내 불안을 다스려주는 작품을 쓴 사람이라면 잘난 사람이 맞았던 건데. 

 

불안을 해소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예술을 권한 작가의 의도가 탁월해 보였다.(종교는 아직까지 내게 너무 먼 핑계같기만 해서 말을 않겠다.) 왜 인류가 그토록 오랜 기간 기아와 싸워 오면서도 밥이 안 되는 예술 활동을 지속해 왔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삶이 힘들수록, 정신이 괴로울수록, 미래가 불안할수록 보이지 않는 마음의 바탕에서부터 힘을 키워 준 것이 예술이었으리라. 같은 차원에서 사회 구성원의 불안도가 높다면 이들이 기댈 예술 세계가 그만큼 빈약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온 세상 사람들이 스스로를 외부와 격리하게 되고 만 지금의 상황에서 불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 나가는지 내 자신의 마음 움직임을 잘 지켜보려 한다. 나, 좀 단단해진 것 같으니. (y에서 옮김20200224)

어떤 것-예를 들어 부나 존중-의 적절한 수준은 결코 독립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준거집단, 즉 우리와 같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조건과 우리의 조건을 비교하여 결정된다. 우리가 가진 것은 그 자체만으로 평가할 수 없고, 중세 조상의 생활과 비교하여 판단할 수도 없다. 역사적 맥락에서 우리가 놀라운 번영을 이룩했다고 강조하는 소리를 들어봤자 전혀 감동을 느낄 수 없다. 오직 우리가 함께 자라고, 함께 일하고, 친구로 사귀고, 공적인 영역에서 동일시하는 사람들만큼 가졌을 때, 또는 그보다 약간 더 가졌을 때만 우리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 P56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수많은 불평등을 고려할 때 질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우리가 모두를 질투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엄청난 축복을 누리며 살아도 전혀 마음이 쓰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보다 약간 더 나을 뿐인데도 끔찍한 괴로움에 시달리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한다. 우리의 준거집단에 속한 사람들만 선망한다는 것이다.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 P57

루소에 따르면 부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었다. 부란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다. 부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부는 욕망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우리가 얻을 수 없는 뭔가를 가지려 할 때마다 우리는 가진 재산에 관계없이 가난해진다. 우리가 가진 것에 만족할 때마다 우리는 실제로 소유한 것이 아무리 적더라도 부자가 될 수 있다. - P78

우리는 조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 그 대가는 우리가 현재의 모습과 달라질 수 있는데도 실제로는 달라지지 못하는 데서 오는 끊임없는 불안이다. - P80

우리가 실패에 대한 생각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은 성공을 해야만 세상이 우리에게 호의를 보여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 P130

고용자와 피고용자 사이에 어떤 동지애가 이룩된다 해도, 노동자가 어떤 선의를 보여주고 아무리 오랜 세월 일에 헌신한다 해도, 노동자들은 자신의 지위가 평생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그 지위가 자신의 성과와 자신이 속한 조직의 경제적 성공에 의존한다는 것, 따라서 자신은 이윤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감정적인 수준에서 변함없이 갈망하는 바와는 달리 결코 그 자체로 목적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늘 불안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 P134

그녀의 섬세한 영은 여러 사람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훌륭한 결과물들을 내놓았다. 그녀의 본성은 지상에서 위대한 이름을 가지지 않은 통로들을 통해 발현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존재가 주위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은 끝없이 멀리 퍼져나갔다. 세상의 선은 역사적으로 거창하지 않은 행동들 덕분에 확장되기 때문이다. 당신이나 나나 더 나쁜 인생을 살았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렇지 않았던 것은 반은 드러나지 않은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다 지금은 사람이 찾지 않은 무덤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 덕분이다. - P175

존 드라이든의 말을 빌리면, "풍자의 진정한 목적은 악의 교정"이다. - P210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의 좋은 치유책은 세계라는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실제로 또는 예술작품을 통하여-것일 수도 있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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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집 볼뤼빌리스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98
막스 뒤코스 지음, 길미향 옮김 / 국민서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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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잘 그리면 좋은 게 퍽 많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이 책으로 또 하나의 좋은 점을 얻는다. 그래, 그림을 잘 그리면 세상에 유명한, 좋은, 갖고 싶은 모든 것들을 내 마음대로 가질 수 있겠구나. 자신의 그림으로 그려낼 수만 있으면 되는 것일 테니. 가져도 가져도 채워지지 않는 물욕 따위 가볍게 저버려도 좋을, 내가 그린 그림만으로 충분할, 색다른 경지.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 중 어느 쪽에 더 눈을 두는가, 독자 개인의 성향에 따른 선택일 테다. 아직까지 내가 그림책을 제대로 본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최근까지도 그림책에서 그림보다 글에 더 주목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림 한 쪽 한 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동안 내가 그림책을 헛짓으로 본 게 아니었던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아무래도그림책을 온전히 본 게 아니라 그림책 안의 글만 본 셈이었던 것 같으니. 그렇게 허무하게 보내 버린 그림책들이 얼마나 많았으려나.


이 책 속 그림들은 독특하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예술가들의 작품을 그림 속 그림으로 담아 놓았다. 이렇게 명작들로 채워 놓은 집이니 멋질 수밖에 없다. 가구 하나, 소품 하나하나가 다 세상의 명작이라니. 나도 이 방식으로 내 집을, 내 방을, 내 마당을 그려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이럴 수 있으려면 당연하게도 내 오랜 체험과 생각 안에 멋진 작품들이 많이 들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는 걸 안다. 나의 빈약한 미술 세계가, 이렇게 짙은 아쉬움과 섭섭함을 남기고 말았다니.   


글은 이 그림들을 따라 흐른다. 집 안 곳곳에 아빠가 숨겨 놓은 비밀을 딸이 찾아 나간다는 이야기. 주인공의 집이 이토록 크고 거대하며 속속들이 비밀을 품고 있다는 게 동화 속 설정이라 약간 낯설기는 하지만, 그래서 현실이 좀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동화니까 다 받아들이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나도 이렇게 생긴 의자를 하나 가져 보았으면. 그림으로 그려서 가질 수밖에 없으려나. (y에서 옮김20220411)


<볼 체어 - 핀란드 출생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에로 아르니오가 만든 반구 모양의 의자, 1963~196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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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합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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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성 없는 가정이지만, 그럴 듯하다. 그런데 바랄 만한 가정은 못된다. 그럴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도리어 안심되는 상황, 나는 이 기억을 갖고 새 생을 얻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그래, 다시 짚어 보자. 지금 이 상태의 내 생은 중단되고, 내가 알고 있는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나보다 훨씬 나이가 적은 어린이 상태라면, 의식은 지금의 나이 그대로이면서 몸만 어려진다면, 나는 어떻게 살게 될까. 축복일까, 불행일까. 내 변화를 알고 있는 단 한 사람이 있어서 그로부터 위로와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 그 사랑에 만족할까 불만이 될까.


작가는 참 흥미롭게도 그려내고 있다. 아내가 딸의 몸으로 바뀐 상태에서, 아내도 아니고 딸도 아닌 채로 함께 살아가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몸과 마음의 갈등. 어떤 식으로도 행복한 상태는 아니지 싶다. 모험도 아니고 도전도 아니고. 무책임한 변화일 수밖에 없다고,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으니 상상만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여기겠다.


궁금함은 남는다. 딸의 몸에 깃들여 있던 아내는 결국 떠난 것일까, 떠난 척한 것일까.  (y에서 옮김2015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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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입 ㅣ 창비시선 245
천양희 지음 / 창비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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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이 출간된 그해에 이 책을 샀다는 메모를 본다. 내 글씨 맞다. 책장을 넘겨 보니 읽은 흔적도 보인다. 여러 곳에 밑줄도 그어져 있다. 지금 봐도 여전히 괜찮다. 그렇다면 나는 이 시집의 리뷰를 왜 쓰지 않았던 걸까. 그때 바빴나? 조금 더 들여다보고 쓰려고 미뤄 두었다가 그만 잊어버렸나? 괜히 그 즈음에 내가 썼던 다른 리뷰들을 찾아 보는데 이유를 짐작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그냥 다시 읽어 보고 마음을 흔들어 보기로 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지금보다 15년 젊은 시인과 지금보다 15년 젊은 독자인 나를 생각해 본다. 굳이 그러지 않고도 시를 읽을 수 있겠지만, 또 굳이 그렇게 연결지어 읽어 본다. 이건 이것대로 다시 젊어지는 기분을 얻는 방법이기도 하다. 

 

젊었던 그때 그었던 밑줄에, 오늘 읽으면서 그은 밑줄 더 보탠다. 그리고 천천히 타이핑을 한다. 구절 따라 내 마음도 저무는 것 같다. 내 길도 더 간절해지는 것 같다. 까닭도 모를 아쉬움과 아득함 때문에 가만히 손을 놓게 된다. 그리고 멍해진다. 마음이 진하게 가벼워지는 시간이다. 이런 시간을 얻으려고 시집을 찾곤 하는 것이라고 나는 나를 들쑤신다. 갖고 있는 시집 중에 아직 리뷰를 쓰지 않은 것들을 찾아서 새로 읽어 보리라, 이토록 스산하고 혹독한 겨울에 이런 여유가 있어 다행이다 하면서. (y에서 옮김20201221)   

11

가시나무 울타리에 달빛 한 채 걸려 있습니다

마음이 또 생각 끝에 저뭅니다

망초 꽃까지 다 피어나

들판 한쪽이 기울 것 같은 보름밤입니다

달빛이 너무 환해서

나는 그만 어둠을 내려놓았습니다

둥글게 살지 못한 사람들이

달보고 자꾸 절을 합니다

바라보는 것이 바라는 만큼이나 간절합니다

무엇엔가 찔려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달도 때로 빛이 꺾인다는 것을

한달도 반 꺾이면 보름이듯이

꺾어지는 것은 무릎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마음을 들고 달빛 아래 섰습니다

들숨 속으로 들어온 달이

마음속에 떴습니다

달빛이 가시나무 울타리를 넘어설 무렵

마음은 벌써 보름달입니다 - P11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 P15

지나간 것은 지나가버려 아득하고 - P28

누가 나에게 사는 일 깨닫게 하려고 나쁜 일도 주는 걸까 - P29

멀리 가야

많이 본다는 ……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었습니다 모든 생은 자기에 이르는 길이었습니다 - P31

그때는 참 좋았지 하고 오늘을 말할 거야

그러면 오늘도 그때가 되겠지 - P37

물보다는 물 건너가는 바람을 보았기를 바란다 - P40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참으면서 사는 일이었지요

그때서야 힘든 것이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겨우 알았지요 - P48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사람같이 사는 것이었지요

그때서야 어려운 것이 즐거울 수도 있다는 걸 겨우 알았지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사람같이 산다는 것과 달랐지요 - P56

누구도 저 길 돌아가지 못하리라 - P59

거위눈별 물기 머금으니 비 오겠다

충동벌새 꿀 머금으니 꽃가루 옮기겠다

그늘나비 그늘 머금으니 어두워지겠다

구름비나무 비구름 머금으니 장마지겠다

청미덩굴 서리 머금으니 붉은 열매 열겠다 - P64

작은 꽃이 언제 다른 꽃이 크다고 다투어 피겠습니까 - P71

나무여, 나는 너무 오래

서 있다 나도 가끔

세상 주저앉고 싶은 나무이다 - P88

울면서도 떠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무서워 울면서도

가야 할 길이 있는 것이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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