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집 볼뤼빌리스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98
막스 뒤코스 지음, 길미향 옮김 / 국민서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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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잘 그리면 좋은 게 퍽 많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이 책으로 또 하나의 좋은 점을 얻는다. 그래, 그림을 잘 그리면 세상에 유명한, 좋은, 갖고 싶은 모든 것들을 내 마음대로 가질 수 있겠구나. 자신의 그림으로 그려낼 수만 있으면 되는 것일 테니. 가져도 가져도 채워지지 않는 물욕 따위 가볍게 저버려도 좋을, 내가 그린 그림만으로 충분할, 색다른 경지.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 중 어느 쪽에 더 눈을 두는가, 독자 개인의 성향에 따른 선택일 테다. 아직까지 내가 그림책을 제대로 본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최근까지도 그림책에서 그림보다 글에 더 주목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림 한 쪽 한 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동안 내가 그림책을 헛짓으로 본 게 아니었던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아무래도그림책을 온전히 본 게 아니라 그림책 안의 글만 본 셈이었던 것 같으니. 그렇게 허무하게 보내 버린 그림책들이 얼마나 많았으려나.


이 책 속 그림들은 독특하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예술가들의 작품을 그림 속 그림으로 담아 놓았다. 이렇게 명작들로 채워 놓은 집이니 멋질 수밖에 없다. 가구 하나, 소품 하나하나가 다 세상의 명작이라니. 나도 이 방식으로 내 집을, 내 방을, 내 마당을 그려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이럴 수 있으려면 당연하게도 내 오랜 체험과 생각 안에 멋진 작품들이 많이 들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는 걸 안다. 나의 빈약한 미술 세계가, 이렇게 짙은 아쉬움과 섭섭함을 남기고 말았다니.   


글은 이 그림들을 따라 흐른다. 집 안 곳곳에 아빠가 숨겨 놓은 비밀을 딸이 찾아 나간다는 이야기. 주인공의 집이 이토록 크고 거대하며 속속들이 비밀을 품고 있다는 게 동화 속 설정이라 약간 낯설기는 하지만, 그래서 현실이 좀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동화니까 다 받아들이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나도 이렇게 생긴 의자를 하나 가져 보았으면. 그림으로 그려서 가질 수밖에 없으려나. (y에서 옮김20220411)


<볼 체어 - 핀란드 출생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에로 아르니오가 만든 반구 모양의 의자, 1963~196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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