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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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이름을 의식하면서 읽기는 처음인 것 같다. 그의 단편 소설 작품을 본 것 같기는 한데 남아 있는 기억이 하나도 없는 것 보면,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건성으로 보아 넘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랬는데, 이 책을 보면서 내 기억에 담는다, 그의 이름을. 이제 나는 또 한 명의 소설가를 얻게 된 것이니. 


정말 소설처럼 읽었다. 모름지기 소설이라면 이런 맛을 주어야지 하면서.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면서 막상 현실에서 일어날 것 같지는 않은 묘한 이중장치, 소설이니까 소설에서는 다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소설을 읽고 있는 나 역시 소설처럼 그대로 상상해 보아도 되는 것이다. 소설 속이니까. 


내 나이, 내 처지, 내 고민, 내 할 일 다 잊고 잠시 빠져 있었다. 소설 밖으로 나온 뒤에도 그다지 배신감이 느껴진다거나 공허해진다거나 하지는 않았으니 나와는 절묘하게 맞았다고 해야겠다. 


그의 소설들을 좀더 보고 싶다는 생각,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y에서 옮김2009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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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래요 - 이만하면 용케 잘 살고 있는 우리의 하루하루 이야기
빨간고래(박정아)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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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작품으로는 처음 보는 책인 줄 알았는데 다 본 후 작가 이력을 찾다 보니 앞서 내가 본 책이 있었다. '혼자 놀고 싶은 날 숨은그림찾기'라고. 어쩐지 그림들이 조금씩 낯익다 싶더라니. 애써 챙기지 않아도 이렇게 이어지는 걸 보면 이 또한 내게는 인연 한 자락이 된 것 같다. 마음이 더 훈훈해진다.


사계절 그림일기 형식이다. 혼자서 하루하루 잘 지내고 있음을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보여 주고 있는 듯한, 그렇게 제 삶에 정성을 쏟고 있다는 의지가 담뿍 담겨 있다. 비슷한 주제를 갖고 세상에 나오는 책이 많은 시절이다. 그 많은 것들 중에 누군가에게 선택되고 감동까지 전해 주려면 독창적인 무엇을 품고 있어야 하리라. 글이든 그림이든 삶을 대하는 자세든. 


이 책에서 나를 더 꼭 붙잡은 것은 그림보다 글, 글로 드러나는 작가의 태도였다. 이런 생각과 이런 태도로 그림을 그리고 살아가는 작가라면 단 한 권의 책으로라도 응원을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하루도 멈추지 않고 뚜벅뚜벅 제 길을 걷고 있음을 알게 해 주는 상큼한 그림들. 너도 나도 이렇게만 살아도 괜찮다고 토닥여 주는 듯이 보이는 따뜻한 구절들.    


작가가 컬러링책도 냈다는데, 조금 더 심심해지면 구해 보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y에서 옮김202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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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유성의 인연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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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소설로서는 모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결말에 이르는 과정은 꽤나 두근두근한 편이었지만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결말이 아니어서 산뜻한 기분이다. 시간을 들여 빠져들고 있었던 게 서운하지 않다.


기본적으로는 살인 사건을 줄거리의 축으로 삼고 있다.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이나 결과를 자세히 보다 보면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상황도 생긴다. 이 작품을 읽는 동안에는 사기를 치고 있는 삼남매를 나는 노골적으로 응원을 하고 있었으니. 


별로 어울리지 않는 교훈이기는 하지만 삼남매의 사기 행각을 보고 있자니, 사기도 제대로 치려면 상당히 전문적이어야 하고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이리라 싶다. 하기야 이 세상에 공을 들이지 않고 성공을 할 수 있는 일이 어디 하나라도 있겠는가마는, 또 이왕이면 사기쪽으로 들일 공을 긍정적인 쪽에 투자하는 게 나을 것임을 모르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마음 속 모순을 인정하면서, 어떤 종류의 범죄는 들키지 말았으면 싶은 내 마음을 확인하기도 한다. 아마도 현실에서 구현되지 않는 정의의 그릇된 희망이리라. 소설이니까, 소설 속에서라도...... (y에서 옮김201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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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 - 제2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한은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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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은 재미있었고 잘 읽혔으며 주인공 하석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거짓말을 이렇게나 잘하는 주인공이라니. 나는 거짓말을 잘하는 여고생 하석을 부러워했는지도 모른다. 거짓말을 찬양하는 태도에 대하여, 거짓말을 구사하는 능력에 대하여, 거짓말에 우호적인 가치를 두는 편견에 대하여.


    문체는 시원시원하고 경쾌하고 무지막지했다. 읽고 있는 내 마음이 쏠렸다가 튕겼다가 하였는데 이게 좀 헷갈렸다. 내가 이 소설을 좋아하면서 읽고 있는 것인지, 어쩌자는 건지 더 알아보겠다고 벼르며 읽고 있는 것인지. 기대한 것에 비해 결말은 어수선하게 끝나고 말았는데 이게 또 속시원한 것인지 아쉬운 것인지도 구별이 되지 않았다. 나는 지금 이 작가의 글에 마구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더 읽자, 그만 읽을까?


    2015년에 출간된 글이니 10년 전의 이야기다. 그동안 이 작가의 이름도 글도 몰랐던 것이 이제 와서 꽤 섭섭해지는데, 나는 무얼 읽었던가 한탄도 했다가 지금이라도 읽었으니 다행이라고 여긴다. 소설보다 산문에, 그것도 먹는 이야기에 반해서 지금에 이른 과정, 내게 종종 있는 독서의 한 줄기다.


    한참 어른인 작가가 어린이나 청소년을 화자로 내세우는 이야기를 밝히는 의도에 대해 생각해 본다. 대체로 당돌한 주인공의 말과 생각과 태도와 행동을 통해 자신의 어떤 면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일까? 읽는 나는 그 옛날, 지나간 나의 어떤 점과 만났기에 이렇게 불편하고 불쾌해지는 것일까. 이 또한 상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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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플라스의 마녀 ㅣ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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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적 관점에서 개체는 절대적으로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일까 아니면 의미 없는 한 점일까. 컵에 물이 반 든 것을 보고 어떻게 바라보는가와 비슷한 '기준 관점' 찾기가 아닐지. 나는 굳이 한쪽을 고르라면 51% 의미 없는 한 점 쪽이다. 비관적이라는 태도보다는 궁극의 질서에 비해 개체의 의미가 뒤떨어진다고 보는 쪽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니 너무 아등바등 살 생각은 없기도 하고.


    작가는 라플라스라는 과학자의 이론을 들며 모든 개체의 중요성에 대해 소설적 구상을 해 보인다. 재미있다. 이 작가를 향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이제까지 읽은 그의 작품들에서 본 낯익은 인상을 되짚어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과학적 근거에 충실하게 전개하는 배경들(실제로 과학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인지 아닌지는 내 수준에서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고 소설로서는 충분한 역할을 했다.), 인간의 본성에 있을 수 있는 악의 요소, 인물의 창조, 범죄의 현장 등 흥미진진한 독서에 흠이 될 것은 보이지 않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거꾸로 작업을 일부 해 보았다. 결말을 모르는 상태에서 전제해 놓고, (이런 소설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인물들을 구조도처럼 펼쳐 전개해 나갈 상상력을 도입해 보는 일. 시나리오 작가들이 이런 식으로 작업을 해 나간다고 듣기도 했지만. 사람을 나열해 놓고 사람들 간의 관계를 맺어 나가는 거대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작가 구성력을 갖춘 사람이겠지.(우리의 막장 드라마와 비교해 보아도 순서는 거의 같을 것이고.)


    우주에서의 원자 하나, 혹은 우리네 인간 한 명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겪는 과정들은 어떤 식으로는 그의 생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개인의 의지로는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은 유전자조차 근원을 살펴보면 개인의 의지에 따른 행동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되는데. 좋은 사람이 될 것인가, 나쁜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은 개인에게 주어지는 순간의 모든 것에서 선택하게 되는 그 결과로 이루어질 일이지 싶다. 남 탓할 게 없다는 뜻이리라.


    단 2초 후의 미래라도, 그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 따위, 나는 부럽지 않구나. (y에서 옮김2016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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