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비야의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을 읽으면서 지구의 많은 나라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음을 대충 알고 있었지만 그때는 '나 같은 사람의 조그마한 정성들이 모이면 해결되겠지?'라는 생각에 매월 조금씩 작은 금액의 후원을 하면서 조금은 안심해 하고, 앞으로는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세상을 모르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고, 나의 무지에 내 스스로가 한심할 지경이었다.
이 책을 통해 알게된 기아의 실태도 너무나 충격적이었지만 --- 2005년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1명씩 굶어죽어 가고 있으며, 비타민A 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하는 사람이 3분에 1명꼴, 그릭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이르는 8억 5,000만명이 심각한 만성적 영양실조 상태에 있단다. 그리고 이렇게 기아에 희생을 당하는 사람들은 2000년 이후 오히려 1,200만명이나 증가한 것이란다 ---
그 원인들 --- 전쟁, 정치권력의 부패, 환경파괴로 인한 자연재해, 살인적이고 불합리한 세계경제 질서(금융자본의 과두지배 등) 등--- 과 구호활동의 현실과 그에 따른 딜레마를 알게 되면서 답답함만 더해가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의 지은이인 장 지글러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변화"와 함께 새롭게 탄생할 전지구적인 민간단체에 희망이 있다"고 얘기한다.
p. 183 "사회운동, 비정부조직, (다국적 자본과 그 과두제에 저항하는) 노조들의 세계적인 연대만이 '워싱턴 합의'와 인권사이의 대립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기아와의 투쟁은 이런 대립을 끝낼 수 있는가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
나도 '장 지글러'처럼 희망을 가져도 될까? 가 이 책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이다.
꼬리) 마지막으로 많이 부족한 나에게 이 책을 선물해 주신 멋진 그분의 메모를 함께 기록해 두련다. 이 책에 대한 느낌을 나보다 훨씬 잘 표현해 주셨기에...
" (중략) 이 책을 읽다보면 화도 나실테고, 괴롭기도 하실테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기뻐하고 축하하며,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단 하나는 이 책을 읽고 나누는 이들 가슴속에 굶주리어 고통받고 죽어가는 이들에 대한 가슴으로부터의 연대, 실천으로서의 행동으로 나아 갈 싹이 돋아날 것이라는 믿음이 아닐까 합니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