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쓰던 페퍼가 날아가 다시 쓰려니 이상하지만, 할 수 없다. ㅠ.ㅠ
![](http://image.aladin.co.kr/coveretc/book/coversum/8970940065_1.jpg)
토요일 시댁 작은이모님 집에 잔치가 있어고 서울에서 큰이모님이 내려오시고 해서 저녁에 우리집에 시댁식구들이 모였다. 함께 저녁도 먹고, 음주도 약간(?) 곁들이고 하다보니 저녁늦게야 대~충 정리가 끝났다. 홍/수를 재우려고 하는데 홍/수 둘다 출출한지 우유에 제티(코코아)를 타서 먹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냉장고 문을 열어봤지만 우유가 없다. "내일먹자. 지금 밤도 너무 늦었고, 엄마도 피곤해"라고 말했지만 계속 귀찮게 칭얼대니 어쩔수가 없다. 그래서 홍이에게 "홍야, 혹시 너 혼자 마트에 가서 우유 사 올 수 있어? 이슬이는 5살인데도 사왔잖아" 했더니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를 덧붙인다. "응, 이슬이는 동전 2개 가져갔네". "알았어. 그럼 엄마가 500원짜리 동전 3개 줄테니까 가서 사와. 안 무섭겠지? " 했더니 "응. 다녀오겠습니다" 하면서 씩씩하게 인사까지 하고 문을 나선다. 마트는 우리집에서 5분거리에 있다. 그렇게 보내놓고는 난 계속 맘이 편치 않아 조금 기다리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수에게 대충 잠바를 입히고 나도 잠바를 하나 꿰찮고는 막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데 홍이가 빈손으로 울면서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홍아, 왜?" 하고 묻는데 이녀석 말을 못하고 내품에 안겨 꺼이꺼이 소리를 내면서 서럽게 운다. "왜? 나쁜사람 만났어? 돈 빼았겼니? 누가 널 막 혼냈어?" 하고 계속 물었지만 대답도 못하고 계속 울기만 한다. "홍아, 조금 있으면 마트 문 닫으니까 일단 엄마랑 같이가서 우유랑 맛있는 거 사자." 하면서 홍/수의 손을 잡고 마트에 가던중 홍이가 울음을 멈췄길래 "홍이야, 왜 우유도 안 사고 막 울면서 완?" 했더니 "우유 파는데 갔는데 1,500원으로 우유를 살 수가 없잖아" 한다. '엥? 이건 또 무슨 소리래'. 미안해 하는 마음에 마트에 도착해서 홍/수에게 먼저 먹고 싶은 것을 고르라고 하고는 함께 우유를 파는 코너에 갔다. 그래서 우유의 가격을 보니 1,000ml 짜리 우유들의 가격이 다 1,900원 이상이다. 에구구, 아직까지 우유만 달랑 사오거나 한 적이 거의 없어서 아니, 우유가격을 신경쓰지 않다보니 나 딴에는 넉넉히 챙겨보낸다는 것이 돈이 모자랐던 것이다. 그래서 "홍이야, 돈이 모자라면 작은 우유라도 사오지" 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매일 큰 우유만 사온걸 본 홍이가 그럴수 없다는 건 내가 더 잘 아는 일이다. 역시 나의 불찰이 젤루 컸다. --- 또 한번 불량주부(?)의 티를 내 버렸다.
결국, 홍이의 첫 심부름은 실패로 끝이났다. 그런데 그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나 엄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