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쓰던 페퍼가 날아가 다시 쓰려니 이상하지만, 할 수 없다. ㅠ.ㅠ

 토요일 시댁 작은이모님 집에 잔치가 있어고 서울에서 큰이모님이 내려오시고 해서 저녁에 우리집에 시댁식구들이 모였다. 함께 저녁도 먹고, 음주도 약간(?) 곁들이고 하다보니 저녁늦게야 대~충 정리가 끝났다. 홍/수를 재우려고 하는데 홍/수 둘다 출출한지 우유에 제티(코코아)를 타서 먹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냉장고 문을 열어봤지만 우유가 없다. "내일먹자. 지금 밤도 너무 늦었고, 엄마도 피곤해"라고 말했지만 계속 귀찮게 칭얼대니 어쩔수가 없다. 그래서 홍이에게 "홍야, 혹시 너 혼자 마트에 가서 우유 사 올 수 있어? 이슬이는 5살인데도 사왔잖아" 했더니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를 덧붙인다. "응, 이슬이는 동전 2개 가져갔네". "알았어. 그럼 엄마가 500원짜리 동전 3개 줄테니까 가서 사와. 안 무섭겠지? " 했더니 "응. 다녀오겠습니다" 하면서 씩씩하게 인사까지 하고 문을 나선다. 마트는 우리집에서 5분거리에 있다. 그렇게 보내놓고는 난 계속 맘이 편치 않아 조금 기다리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수에게 대충 잠바를 입히고 나도 잠바를 하나 꿰찮고는 막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데    홍이가 빈손으로 울면서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홍아, 왜?" 하고 묻는데 이녀석 말을 못하고 내품에 안겨 꺼이꺼이 소리를 내면서 서럽게 운다. "왜? 나쁜사람 만났어? 돈 빼았겼니? 누가 널 막 혼냈어?" 하고 계속 물었지만 대답도 못하고 계속 울기만 한다. "홍아, 조금 있으면 마트 문 닫으니까 일단 엄마랑 같이가서 우유랑 맛있는 거 사자." 하면서 홍/수의 손을 잡고 마트에 가던중 홍이가 울음을 멈췄길래  "홍이야, 왜 우유도 안 사고 막 울면서 완?" 했더니 "우유 파는데 갔는데 1,500원으로 우유를 살 수가 없잖아" 한다.  '엥? 이건 또 무슨 소리래'. 미안해 하는 마음에 마트에 도착해서 홍/수에게 먼저 먹고 싶은 것을 고르라고 하고는 함께 우유를 파는 코너에 갔다. 그래서 우유의 가격을 보니 1,000ml 짜리 우유들의 가격이 다 1,900원 이상이다. 에구구,  아직까지 우유만 달랑 사오거나 한 적이 거의 없어서 아니, 우유가격을 신경쓰지 않다보니 나 딴에는 넉넉히 챙겨보낸다는 것이 돈이 모자랐던 것이다. 그래서 "홍이야, 돈이 모자라면 작은 우유라도 사오지" 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매일 큰 우유만 사온걸 본 홍이가 그럴수 없다는 건 내가 더 잘 아는 일이다. 역시 나의 불찰이 젤루 컸다. --- 또 한번 불량주부(?)의 티를 내 버렸다.

결국, 홍이의 첫 심부름은 실패로 끝이났다.  그런데 그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나 엄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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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4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수맘 2007-06-04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그러게요. 정말 서럽게 울더라구요. 저도 같이 살짝 눈물이 나왔다는 ^ ^;;;이번에도 저의 숫자에 약한 모습이 나타낸 결과일지도 모르겠어요.

조선인 2007-06-04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쩝.

홍수맘 2007-06-0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정말 "이런~" 이예요. 당분간 홍이의 심부름은 힘들겠죠?

무스탕 2007-06-04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살짝 돌려 생각하기가 힘들군요.. 그렇게 애들은 정직한거라고 생각해요. 보이는대로 본대로..
곧 홍이가 심부름쯤은 너끈하게 해치울겁니다 ^^

네꼬 2007-06-0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너무 실감나는 이야기. 얼마나 서러웠을꼬.

홍수맘 2007-06-04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아직은 그런가 봅니다. 당분간은 좀 힘들겠지만 그래도 자기가 필요하면 곧 스스로 심부름을 해 내겠지요?
네꼬님> "꺼이꺼이" 우는 모습에 정말 가슴이 아팠어요. 내탓입니다. ^ ^;;;

마노아 2007-06-04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번에 멋지게 성공할 테죠? 귀여운 홍이^^

홍수맘 2007-06-04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네. 오늘 홍이 학교에서 오면 예쁜 누나가 "다음엔 멋지게 성공할 거라고" 했다고 꼭 말씀드릴께요.^ ^.

2007-06-04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수맘 2007-06-04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저희 집이 빌라이다 보니 슈퍼보다 마트가 더 가까워요. 절대 큰 마트를 상사하심 안되요. 슈퍼보다 약간 큰 정도.
홍이게 님을 대신해 위로를 전할께요. ^ ^.

2007-06-04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설 2007-06-04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쨌든 혼자 다녀온거니까 절반은 성공한거 아닌가요.. 돈이 조금 모자라 물건을 못산것 뿐이지요. 다음엔 더 잘해낼거예요. 홍이 화이팅!

홍수맘 2007-06-04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ㅎ님> 공감이 많이 된다는 말씀을 들으니 역시 우리 엄마들은 통하는게 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한번 해 보게 됩니다.
미설님> 절반의 성공(?) 맞다. 왜 제가 그 생각을 못 했죠?

비로그인 2007-06-05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홍이 너무 귀엽습니다. 만약 저라면 '엄마'에게 화를 냈을텐데요.
"돈이 모자르잖아!!!!" 하고, 숨이 넘어가는 것을 씩씩거리며 말이죠, (웃음)

홍수맘 2007-06-05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돈이 모자르잖아!" 은 좀 더 커야 가능한 말 아닌가? 에궁,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서로 현관에서 껴안고 눈물을 흘리는 두 모자의 모습. 지금 생각하니 '쿡' 하고 웃음이 나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