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의 아주 작은 성공 습관
딘 그라지오시 지음, 권은현 옮김 / 갤리온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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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고 나쁨의 가치 판단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핸들에서 손을 떼고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늘 하던 일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결과를 바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결과는 똑같을 수밖에 없다. 농부가 항상 가던 길을 바꾸거나 가려는 목적지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일 아침에 일어나 완전히 새로운 일상을 시작할 필요는 없다. 핸들을 아주 살짝만 돌리면 된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자신의 삶을 급격히 바꾸지 않아도 된다.    p.29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자신이 꿈꾸는 인생을 완벽하게 살지 못한다. 그저 자신 혹은 타인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는 척, '다 괜찮아'라는 가면을 쓸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인생에서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할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시간이 부족해서, 주의가 산만해서, 일을 미루고 있어서 매일 쩔쩔맨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이 인생의 목표를 정확히 모르고 있는 거라고 말이다. 저자인 딘 그라지오시는 지독한 가난과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에 노숙자 생활을 했으며 학업조차 제대로 마칠 수 없었지만, 현재는 자수성가한 백만장자이자 미국 최고의 비즈니스 코치가 되었다. 이 책은 부자로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을 담고 있다.

 

저자는 억만장자, 최고의 운동선수, 기업 CEO,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설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이들의 습관과 변화를 분석해 그들의 성공 비법을 알아냈다.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생각의 프레임을 바꿔라, 등등의 말은 이 책뿐만 아니라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부르짓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들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하는 책은 많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머리로는 알고 있는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라 직접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니 말이다. 저자는 매년 달에 한 번 꼴로 강연을 해왔는데, 무대에 설 때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하는 것이 바로 7단계 질문법을 가르치는 것이었다고 한다. 무작위로 청중 중 한 명을 선택해 무대 위로 불러 올려 이 훈련에 참여시켰는데, 지금까지도 이렇게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두 기억한다고 한다. 7단계 질문법을 통해 이유를 찾아가는 훈련을 독자들도 해볼 수 있도록, 단계별 연습이 수록되어 있으니 책을 읽으면서 참여해봐도 좋을 것 같다. 

 

 

적당히 괜찮은 것을 경계하자. 그 말 자체를 인생에서 없애자. 겉으로는 자신을 질책하지 않고 저평가하지 않음으로써 내면의 악인을 물리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그럭저럭 괜찮다는 말에는 '나는 훌륭하지 않아. 더 좋아질 수 없어. 다른 사람들은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지만 나는 아냐. 지금 그 수준에 만족해.'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무슨 말인가! 자신에게 적당하다는 말을 그만하자. 당신은 지금 앞에 놓인 행복과 즐거움을 얻고 성취할 기회를 무의식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p.287

 

자신감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자신감이 생길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말한다. 자신감을 타고나는 사람은 없다고. 그리고 언제든지 자신감을 만들어내는 '4C 전략'에 대해서 알려 준다. 첫 번째는 용기(Courage)이다. 처음 번지점프를 할 때 발판에서 뛰어내리게 만드는 힘은 자신감 이전에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러니 모든 새로운 것들의 시작은 용기로부터 비롯된다. 두 번 째 C는 헌신(Commitment)이다. 체중을 감량하고 싶다면 혹독한 식단 조절과 운동에 노력을 쏟아야 하는 것처럼, 모든 큰 변화에는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세 번째 C는 능력(Capabilities)이다. 대개의 경우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능력이 요구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언제든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도움이 될 사람이나 지식으로부터 로드맵을 얻어야 한다. 이렇게 세 가지 C를 바탕으로 행동하면 비로소 네 번째 C인 자신감(Confidence)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각각의 장이 끝나면 직접 자신의 모습을 대입해 저자가 들려주는 부자들의 습관을 연습해볼 수 있는 페이지가 있다. 일상 속 작은 습관의 변화가 쌓여서 인생 전체를 바꿀 수 있도록 해주는 그 첫걸음인 셈이다. 오늘 당장 어떤 일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주변의 부정적인 사람들을 인생에서 내보내기, 도움이 되는 사람들과 관계 맺기 등등.. 부터 다 적어보자. 그리고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 목표를 향해 해야 하는 행동을 적는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이 해야 할 일보다 더 중요하다. 이 책에 따르면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게 될 때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저자가 알려 주는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성공 습관'만 잘 체크해도 꽤 도움이 될 것이다. 자, 더 이상 기약 없는 기적을 마냥 기다리는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행운을 만들어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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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더 원더 킬러
하야사카 야부사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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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가만히 서 잇는 나를 향해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흰토끼가 입을 열었다.
"왜 그래? 네가 가장 좋아하는 추리소설의 꽃, 살인사건인데 기운이 없네. 설마 겁먹은 거야?"
확실히 흰토끼의 말대로 가상현실 속의 처참한 현장에 압도당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탐정이 되면 이런 현장과 수도 없이 마주하게 된다. 계속 위축되어 있을 수는 없다.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p.163

 

열 살 소녀 앨리스의 장래희망은 아버지 같은 명탐정이 되는 것이다. 생일을 맞이한 앨리스에게 아버지는 '수수께끼'를 선물한다. 사건 조사 때문에 생일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것을 사과하며, 두 사람이 늘 가던 오두막으로 가면 최고의 수수께끼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편지를 남긴 것이다. 수익이 불안정하고 위험한 직업인 탐정보다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안정적인 직업을 얻길 바라는 어머니를 피해, 아버지와 앨리스는 종종 그 오두막에서 탐정 수업을 하곤 했다. 과연 오두막에서 앨리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오두막에 도착한 앨리스는 새하얀 머리와 피부에 빨간 눈을 하고 토끼 귀 머리띠를 한 잘생긴 청년과 마주한다. 자신을 아버지의 친구라 소개한 그는 아버지의 부탁으로 생일 선물을 가져왔다고 말한다. 발명가라는 그는 자신이 '화이트 래빗'이라는 기계를 발명했는데, 그걸 통해서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토끼 귀 모양 헤드기어를 장착하고 전원을 켠 뒤 전용 알약을 먹으면, 잠을 자는 동안 진짜와 똑같은 세계를 체험하게 된다는 거였다. 평소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좋아하는 앨리스를 위해, <앨리스> 시리즈를 변형한 수수께끼 게임을 준비했다고 한다. <앨리스>도 좋아하고, 수수께끼 놀이도 정말 좋아하는 앨리스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게임에 참여한다.

 

그렇게 가상공간에 구현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계에 떨어진 앨리스는 흰토끼의 가이드에 따라 수수께끼 게임을 시작한다. 첫 번째 수수께끼는 '방을 나가서 게임을 계속해야 하지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문은 잠겨 있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두 번째 수수께끼는 '쌍둥이 유괴 실종 사건에서 사라진 아이의 행방을 찾는 것' 이었고, 세 번째 수수께끼는 티타임 시간에 모자 장수와 잠쥐를 살해한 범인을 찾는 것'이었다. 앨리스는 그렇게 이어지는 다섯 가지 수수께끼를 제한시간 24시간 이내에 풀어야 한다. 평소에 수수께끼와 정정당당하게 맞서 해결했던 앨리스는 스스로를 '수수께끼를 죽이는 앨리스'라 칭하며 "내 사전에 수수께끼란 없어!"를 외치곤 했다. 그만큼 수수께끼를 사랑했고, 수수께끼 풀이에 자신이 있었던 앨리스는 과연 각각의 수수께끼를 풀고 무사히 현실 세계로 돌아올 수 있을까.

 

 

여왕이 전지전능하기 위해서 이 세계에 그녀가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wonder)가 없어야 한다. 여왕이 독재를 펼치기 위해서는 백성들이 의심(wonder)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그녀는 wonder를 모조리 죽이기로 결심했다. 그 시작으로 추리소설과 퍼즐책을 불태워 버리는 것이다. 수수께끼를 죽인다. 나와 똑같은 말을 하지만 그 의미는 정반대다. ‘수수께끼를 죽이는 앨리스’인 나는 정정당당하게 수수께끼와 맞서서 없앤다. 그러나 여왕은 수수께끼를 풀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그것을 말살한다.나와 여왕은 극과 극의 존재인 것이다.      p.250~251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하야사카 야부사카는 범인이나 트릭, 동기가 아닌 제목을 맞힌다는 전대미문의 추리소설 《○○○○○○○○ 살인사건》으로 메피스토상을수상하며 등장했다. 메피스토상은 특별한 수상 기준 없이 철저하게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독특한데, 모리 히로시가 <모든 것이 F가 된다>로 메피스토상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되며 데뷔했다. 나오키 상을 수상한 츠지무라 미즈키 역시 메피스토상 출신이다.

 

이 작품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가상공간을 접목한 신감각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다. 앨리스가 풀어야 하는 다섯 개의 수수께끼들은 모두 루이스 캐럴의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을 변형해 재구성한 것이라,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지점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앨리스의 모험 여정이 끝난 뒤 마주하게 되는 기상천외한 대반전 역시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수수께끼를 죽이는 앨리스' 라는 뜻의 명탐정 '앨리스 더 원더 킬러'라는 제목도 신선했고, 각각의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는 과정에서의 트릭 들도 재미있었다. 고바야시 야스미의 <앨리스 죽이기>가 잔혹하고 그로테스크했다면, 하야사카 야부사카의 <앨리스 더 원더 킬러>는 순수하게 논리와 트릭에 집중하는 분위기라 완전히 다른 색깔의 작품이 되었다. 물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원작으로 하는 추리 소설들이 그 동안 많이 있어 왔지만, 최근 작 중에서는 이 두 작가의 작품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루이스 캐럴의 원작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본격 미스터리를 즐기는 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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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소녀 화불기 1~2 - 전2권
좡좡 지음, 문현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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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는 그 손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귀하게 대접받으며  잘 자란 사람만이 비로소 저와 같이 고운 손을 가질 수 있다. 그는 현생에서 복을 타고난 것이다. 이런 것이 좋다. 새로 태어날 때마다 전생과 마찬가지로 견디기 어렵다면, 사람이 무슨 기대가 있어 산단 말이낙? 그러나 그녀는 몸속에 깃든 영혼이 그가 잘 알고 있는 바로 그녀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하늘이 이번 생에서 그들을 서로 다른 운명으로 정해주었다면, 그녀와 그는 제각기 자기 운명을 지고 가면 될 일이니까.     - 1권, p.160~161

 

현대 중국에서 꽃을 팔고 소매치기로 삶을 연명했던 고아 소녀 화불기는 절벽에서 떨어지며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다시 깨어났을 때는 판타지 세계 속 중국 고대 시대였다. 전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진 채로 타임슬립을 한 것이다. 이곳에서도 그녀는 전생과 별 다를 것 없는 비슷한 삶을 살게 되지만, 한가지 다른 점은 전생에 겪었던 모든 경험들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어 어떤 상황에서도 태연히 대응할 수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은 그녀를 양령진의 거지 화구가 데려와 키워 그를 아버지처럼 여겨왔지만, 다섯 살때 화구 아저씨가 얼어 죽고, 개집에서 누렁이 아황과 겨울을 이겨낸 불기는 여러 집들을 전전하며 살게 된다.

 

전생에서 타임슬립한 것은 화불기 만이 아니었다. 서로가 유일한 가족이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남매로 살았던 산 오빠가 부귀한 명문세가의 후계자 막약비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 세계에서 막약비는 여자보다 더 아름다운 미모를 소유한 천하제일의 미남으로 망경 막부의 작은 주인이었다. 하지만 전생에서 산 오빠는 불기에게 소매치기 기술을 알려주었고, 그녀가 제대로 해내지 못할 때는 욕을 하고 때리기도 할 정도로 성질이 사나웠다. 게다가 그녀를 사기 결혼시키는 데 이용하고, 함께 조직으로 들어가 소매치기에서 강도가 되도록 만든 장본인이기도 했다. 불기는 막약비가 전생의 산 오빠라는 걸 알아 보고는, 절대 그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한다. 다시는 누군가에게 통제되고, 이용당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생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그녀의 마음과는 다르게 막역비의 계획에 의해 그와 오누이처럼 한 집에서 지내게 된다. 칠왕야가 숨겨진 딸을 찾는 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마침 화불기가 그 여인과 표정이 무척 닮았던 것이다. 막부는 칠왕야에게 잘 보여야 할 일이 있었고, 화불기는 막약비가 그에게 보내는 선물이 되는 셈이었다. 과연 그녀는 칠왕야의 숨겨진 군주일까?

 

 

사방이 캄캄했다. 손을 내밀어도 다섯 손가락이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어둠은 아니었다. 막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처럼,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빛이 있긴 했다. 화불기는 마치 공중에 붕 뜬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 줄기 힘이 그녀를 떠받치고 있어서 팔랑대는 것처럼. 그녀는 전생에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던 느낌을 기억했다. 갑자기 몸무게가 사라지는 것처럼 몸이 가벼워졌었다. 가슴속에 있던 심장이 그대로 위로 솟구쳐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이 모든 비명을 틀어막았다.      -2권, p.187

 

칠왕야의 외동아들이자 적출 세자인 진욱은 진중하고 사려깊은 성격이지만, 불기의 존재에 대해서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방어적이다. 아버지가 사랑했던 유일한 여인 설비로 인해 우울하게 생을 마감한 어머님때문이다. 이렇게 차가운 눈빛과 냉소를 가진 속을 알 수 없는 진욱과 우연히 개 아황을 죽이면서 원수처럼 만나게 된 막약비의 사촌 운랑, 그리고 불기가 위험에 처했을 때마다 나타나 구해주는 강호의 신비한 협객 연의객까지.. 화불기를 둘러싼 인물들은 모두 완전히 다르면서도 하나같이 생생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외에도 망경성의 막씨 가문, 명월산장의 류씨 가문, 강남대가의 주씨 가문 등 세 가문의 인물들과 그외 다양한 인물 군상들이 등장하는 이 작품의 드라마는 그야말로 스펙터클하다. 이 작품은 간단히 몇 줄로 줄거리를 요약하는 게 불가능할 만큼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인물들의 계략과 각종 암투가 서사를 더욱 치밀하고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그야말로 소설의 '읽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누구라도 읽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고 페이지를 계속 넘기게 될테니 말이다.

 

좡좡은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이지만, '반전 소설의 여왕'이라는 명성을 누리고 있는 중국의 인기 작가이다. 발표작 중 9권이나 드라마 판권 계약이 성사됐을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이 작품 <소녀 화불기>는 좡좡이 2010년 발표한 작품으로 10여 년간 꾸준히 사랑을 받으며 110만 부 이상 판매된 밀리언셀러이다. 2019년에 동명의 드라마가 51부작으로 제작되어 방영되었으며,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누적 주회수 1억 뷰를 돌파하는 등 화제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국내의 사극 드라마 포맷으로 만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드라마도 찾아서 봐야 할 것 같다. 절세미남 전략가 막약비, 자신감 넘치는 열혈 미소년 운랑, 속을 알 수 없는 세자 진욱, 강호의 신비한 협객 연의객, 그리고 예쁘지는 않지만 특별한 눈빛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고아 소녀 화불기까지... 각양각색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실사가 되었을 때는 또 어떤 모습일지 너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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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투스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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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작가들만이 늘 삶과 허구를 혼동할 위험에 처해 있었다. 나는 타고난 경험론자였다. 작가들은 사실인 척해서 돈을 벌며, 그들이 지어낸 것을 그럴싸하게 만들기 위해 적절한 곳에서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실제 세계를 이용해야 한다고 믿었다. 따라서 그들의 예술이 지닌 한계에 대해 복잡하고 까다로운 언쟁을 벌일 것도 없고, 변장을 한 채 상상의 경계를 넘고 다시 넘는 듯 보여서 독자에게 불충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한 책들에는 이중첩자가 존재할 여지가 없었다.   p.118

 

소설 읽기를 좋아하는 세리나 프롬은 지방대학에 가서 느긋하게 영문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세리나가 지닌 수학적 재능을 살려 케임브리지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랬다. 결국 수학과로 진학은 했지만, 대학에 가서야 자신의 수학적 재능이 평범하다는 것을 깨닫고 전공 수업은 뒷전에 두고 독서에 빠져 지냈다. 그녀는 글을 뭉텅이로, 단락을 통째로 한눈에 집어삼킬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탐욕스럽게 독서에 매달렸다. 그리고 결국 그 책들 덕분에 졸업 후 정보기관에서 일하게 된다. 보안정보국 MI5 입사해서 보니 자신이 채울 자리가 하급 보조요원이라는 걸 알게 되고 실망하지만, 입사한 지 구 개월 만에 요원으로 승진해 첫 임무를 맡게 된다.

 

‘스위트 투스’라는 암호명의 이 작전은 지식인들을 후원하는 단체의 소속으로 위장해 작가들 중에 적합한 인재들을 선정하는 것이었고, 세리나에게 주어진 타깃은 갓 데뷔한 젊은 소설가 톰 헤일리였다. 그리고 세리나는 그의 작품과 사랑에 빠지고, 결국 그와 연인이 되고 만다. 애초에 스파이로서의 그녀의 비밀 임무 수행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못했던 것이다. 두 사람은 불같이 뜨거운 사랑에 빠지고,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존재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면 사랑이 끝날 거라고 생각해 말할 수 없었다. 특히나 두 사람은 문학에 대한 애정으로 더욱 서로가 서로에게 매료된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시작부터 비밀이 존재했기에 완벽할 수 없었다. 과연 그들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세리나는 스파이 임무를 제대로 완수할 수 있을까.

 

 

결국 확률 계산은 기술적 세부사항에 불과했다. 그 단편소설의 힘은 다른 곳에 있었다. 어둠 속에 누워 잠들기를 기다리며 창작에 대해 무언가 이해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독자로서, 속독자로서 나는 창작이란 걸 당연시했고, 그 과정은 내가 골치 썩일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책꽂이에서 책을 빼면 그 안에 사람들이 사는 창조된 세계가 있었고 그 세계는 우리가 사는 곳만큼이나 당연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레스토랑에서 몬티 홀과 씨름하던 톰처럼 창작의 기술을 파악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p.354~355

 

이언 매큐언은 냉전 시대 벌어진 <인카운터> 사건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고, 그것을 계기로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1967년 반공주의를 지지해온 영국 잡지 <인카운터>가 CIA 자금으로 운영되었다는 사실이 폭로되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사건이었다. 이 작품의 배경은 그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1972년으로, 2차세계대전 후 굳건히 자리잡은 냉전체제가 문화계로 무대를 옮겨 물밑에서 은밀한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이었다. 매큐언은 국내 보안 담당 MI5에서 벌였을 법한 가상의 작전, '스위트 투스'를 만들었다. '스위트 투스'는 ‘단것을 좋아하는 취향’을 뜻하는 단어로 MI5가 작가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그들의 ‘슈거 대디’, 즉 물주가 되어 그들이 반공주의 저술을 생산하도록 은밀하게 이끌려는 전략이다.

 

이 작품은 이언 매큐언이 그려내는 스파이 소설이라는 점도 흥미로웠지만, 더 재미있었던 것은 문학과 창작 그 자체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었다. 세리나와 톰은 첩보원과 타깃으로 만나지만, 각각 독자와 소설가이기도 하니 말이다. 게다가 톰이 쓴 소설들이 작품 속의 작품으로 여러 편 등장하고, 두 사람은 서로의 문학적 취향과 독서 방식, 그리고 소설가의 창작 작업과 분석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스파이로서 세리나의 임무, 소설가인 톰의 집필활동, 그리고 두 사람의 연애가 하나가 되면서 이야기는 후반부의 강렬한 반전으로 향해간다. 이언 매큐언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고, 스파이 소설들을 꽤 읽어 봤다 하는 독자라면 색다른 분위기의 매혹적인 스파이물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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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 여섯 개의 세계
김초엽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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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내 머리를 스친 그 희망의 크기는 너무나도 거대해 내 뇌와 몸이 감당할 수 없었다. 그 대부분이 허망하게 끝날 것이며 우리는 곧 붉은 점으로 가득한 시체가 되어 끓는 바닷물 속에서 삶아질 것임을 알고 있는데도 그랬다. 하지만 우리는 그 희망을 버릴 수 없었다.내가 지금 빙산에서 발견한 종이와 연필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빙산의 꼭대기에 앉아 얼음 속에서 꺼낸 갈색 덩어리를 먹으며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으리라는 희망의 가능성에 의지해 이 글을 쓴다.      

- 듀나,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 중에서, p.69

 

이곳은 바다의 행성이었다. 대륙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낮 대륙은 모래사막이었고 밤 대륙은 얼음 사막이었기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곳은 바다뿐이었다. 바다에서 살기 위해 사람들은 떠다니는 거대한 섬인 고래 등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고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의 고래와는 닮은 구석이 전혀 없는 생명체로, 폭은 1~2백 미터, 길이는 7백 미터에서 1.5킬로미터에 달했다. 사람들은 고래 위에 집을 세우고, 주변 바다에 농장을 만들고, 그곳에서 아이들을 낳고 교육하며 언젠가 다른 별과 통신할 수 있는 미래를 꿈꾸며 3천 년을 버텨왔다. 그들의 고래는 수백의 개체가 모여 만들어진 군체였고, 개체가 하나씩 늙어 죽어가도 절은 개체가 그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개체가 죽는 속도보다 새 개체가 들어오는 속도가 더 느리면 고래는 완전히 죽어 분해되었고, 그 위에 있던 마을은 멸망했다. '고래병'이라 불리는 전염병으로 인해 고래들이 죽어 나갔고, 죽은 고래를 떠나 새로운 터전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 이야기는 듀나의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이다. 각각의 작품들 끝에 '작가 노트'가 짧게 수록되어 있는데, 초광속 우주선을 타고 은하계로 진출하는 인류를 그려보고자 했던 듀나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멀리서 보면 인류는 바이러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의 유전자를 복사해 최대한 많이 전파하려는 작은 로봇들." 이라고 했는데, 어쩐지 오싹하지만 너무도 공감되는 말이었다. 김초엽과 듀나는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팬데믹'이라는 현실을 뛰어 넘어 지구 너머 멀리 가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정소연과 김이환은 팬데믹의 상황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전염의 공포와 확진 이후의 삶을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가장 지금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배명훈과 이종산은 약 백여 년 이후를 설정해 상상해 현실을 통과해 미래로 이어지는 과도기를 모두 담아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포포에게 가족이란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위해주는 따뜻하고 힘이 되는 사람들인 동시에 삶을 외롭게 하는 타인들이다. 가족들조차 타인이니 누군들 그러지 않겠는가. 무이는 포포의 삶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결혼한 뒤에도 그 불씨가 꺼지지 않을 수 있을까?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포포는 도망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다... 때로는 바깥과 자신의 연결을 끊고 완전히 혼자가 되는 게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막막한 외로움에서 헤어날 수 있게. 내면에 집중하면 혼자라는 사실이 외롭기보다는 편하게 느껴진다.     

- 이종산, '벌레 폭풍' 중에서, p.183~184

 

언젠가는 이 지긋지긋한 팬데믹 상황도 끝이 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시기가 까마득하기만 하다. 최소한 1~2년 이상 길어질 것 같다는 전망도,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는 소식도 지금의 현실을 버텨내기엔 그다지 희망적으로 느껴지지 않으니 말이다. 누군가 '세계는 이제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로 구분될 것이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세계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왔던 많은 일상들이 대부분 사라져버렸고, 불과 몇 달 사이에 도시의 모든 것이 바뀌고 있으며, 우리는 그 혼란의 한복판에서 살고 있다.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외출을 하지 못하거나 타인과의 교류가 줄어든 사람들이 답답함과 우울함을 느끼며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고 있는 세상. 그 속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줄 것들 중에 소설만큼 쉬운 것이 또 있을까 싶다. 소설 속에서는 공간의 제약도, 시간의 제약도 벗어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김초엽, 듀나, 정소연, 김이환, 배명훈, 이종산 소설가의 개성 넘치는 SF 단편 앤솔러지이다. ‘전염병’을 테마로 한 이 소설들은 멸망Apocalypse, 전염Contagion, 뉴 노멀New Normal 챕터에 각각 두 편씩 묶였으며, 솔직한 고민과 든든한 응원을 담은 작가 노트도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멸망Apocalypse의 순간에도 끝내 사랑하고 꿈꾸는 자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채워진 김초엽과 듀나의 작품. 전염Contagion의 충격 속에서 변화하는 인간의 일상과 관계를 들여다보는 정소연과 김이환의 작품. 새로운 관습과 질서가 자리 잡은 뉴 노멀New Normal의 시대, 약 백여 년 이후를 설정해 상상해보는 배명훈과 이종산의 작품. 이렇게 여섯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낯선 세계를 사는 사람들의 익숙한 이야기, 신인류의 여섯 세계를 만나 보자. 지금의 우리에게 상상력이 필요한 이유, 소설이 우리를 구원해 줄 거라는 희망을 발견하게 될 테니 말이다. 게다가 이것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우리에겐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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