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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전의 폭풍 - 로마 공화정 몰락의 서막
마이크 덩컨 지음, 이은주 옮김 / 교유서가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광스러운 순간이죠, 폴리비오스. 하지만 언젠가는 내 조국에 이와 똑같은 운명이 선고될 것 같은 무서운 예감이 듭니다." 이어서 그는 로마 전통에 따라 호메로스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언젠가 성스러운 트로이아가 멸망하고 프리아모스와 그의 백성들이 학살되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아이밀리아누스는 그 어떤 권력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음을 잘 알았다. 모든 제국은 필히 무너지게 되어 있으며, 그것은 한낱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일임을. p.48~49
카이사르, 폼페이우스, 옥타비아누스,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클레오파트라는 로마 역사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들에 속한다. 누구나 한번쯤 이들이 등장하는 화려한 로마 공화정 마지막 세대의 삶을 그린 책이나 영화,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매혹적인 인간 군상과 놀라운 사건들로 가득했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로마 공화정이 재앙 직전 상황까지 가게된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공화정에서 황제정으로 넘어가는 변혁기, 로마사 전문가들이 '로마 혁명'이라 부르는 바로 그 시기이다.
지중해 세계의 유일한 강대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던 고대 로마의 공화정은 서구 역사상 가장 놀라운 성취 중 하나였다. 정치 엘리트 원로원과 시민이 운영하는 공화정 체제는 당대의 굉장히 선진적인 정치 체제로 500년 동안 유지되었다. 하지만 표면의 평온 아래서 균열이 조금씩 번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중해 전역을 제패한 절대 강국이었던 로마는 어떻게 몰락하게 되었을까.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를 상대로 거둔 최종적 승리는 경제 불균형 증가, 전통적 생활방식으로부터의 이탈, 정치적 양극화 심화, 정치 행위의 불문율 와해, 군대 사유화, 부정부패 횡행, 끈질긴 사회적, 민족적 편견, 시민권과 선거권 확보를 둘러싼 다툼, 계속되는 군사적 수렁, 폭력의 정치 도구화, 특권에 집착한 나머지 시스템을 제때 개혁하지 않는 엘리트 집단 등을 낳는다. 단순한 역사적 사실들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인간적이고 흥미진진한 드라마로 풀어나가고 있어 더욱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읽다 보면 역사가 현재의 거울이 된다는 말을 체감하게 되는데, 그만큼 로마의 역사는 현대 정치 체제를 비롯해서 수많은 부분에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플루타르코스가 말하듯이 "술라는 처음에는 자신의 행운을 적당히, 정치인처럼 활용했으며 사람들이 그에게서 상류 귀족층에 속했으면서도 동시에 일반 민중에게 도움이 되는 지도자를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다음번 술라가 로마에 올 때─전쟁이 끝나고 그에게 대적할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을 때─ 는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그의 행동은 큰 권력을 지닌 관직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겼다. 그런 자리는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던 성격을 바꾸어 변덕스럽고 허영심 많고 잔인하게 만든다고 여겨졌다." p.406
로마는 이천여년 동안 다양한 정치 체제를 거치며 발전해 왔다. 그 중에서도 흥미로운 것이 바로 공화정 체제이다. 공화정 체제는 정치 엘리트 원로원과 시민이 운영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얼핏 오늘날의 민주제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로마 공화정은 자유분방한 민주제가 아니었다. 소수의 귀족 파벌 가문들이 공직을 관습적으로나 법적으로 독점하고 있었고, 가난한 농부건 번창한 상인이건 부유한 지주건 모든 평민은 권력에서 배제되었다. 평민들이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고 나서, 귀족과 평민 간의 오랜 싸움을 거친 후에야 평민을 위한 정무관을 선출하게 된다. 그렇게 귀족의 권력 남용에 맞서 평민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호민관들이 선출된다. 이 책은 로마가 포에니 전쟁을 거친 후 지중해 전역을 제패한 절대 강국이 된 시점에서 여러 군사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된 토지법 개혁을 시작으로 장군이자 정치가였던 마리우스와 뛰어난 술수와 군사적 재능으로 승승장구했던 독재관 술라의 갈등, 이탈리아 내전 등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담아냈다.
저자인 마이크 덩컨은 팟캐스트 〈로마사The History of Rome〉 시리즈로 6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었다. 그는 매주 업로드한 189개의 에피소드에서 들려준 쉽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장점을 살리고 고대 문헌과 각종 사료들을 통한 자세한 내용 보충을 통해 이 책을 썼다. 기원전 146년부터 기원전 78년까지를 연대순으로 다루고 있는데, 카르타고 정복 직후에서 그라쿠스 형제의 토지법 개혁, 마리우스와 술라의 정치적 갈등, 이탈리아 내전까지의 70여 년을 그리고 있다. '혁명'에 집중하기보다 혁명이 조성되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사실 줄거리를 단 몇줄로 요약하는 게 의미가 없는 책이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끊임없이 전쟁이 계속되고, 반란과 배신과 폭동이 벌어지며, 피비린내 나는 정치모략으로 서사가 휘몰아치면서 달려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저 숨가쁘게 페이지를 넘겨가며 따라갈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고대 로마사에 관심이 있다면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