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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소녀 화불기 1~2 - 전2권
좡좡 지음, 문현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0월
평점 :
불기는 그 손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귀하게 대접받으며 잘 자란 사람만이 비로소 저와 같이 고운 손을 가질 수 있다. 그는 현생에서 복을 타고난 것이다. 이런 것이 좋다. 새로 태어날 때마다 전생과 마찬가지로 견디기 어렵다면, 사람이 무슨 기대가 있어 산단 말이낙? 그러나 그녀는 몸속에 깃든 영혼이 그가 잘 알고 있는 바로 그녀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하늘이 이번 생에서 그들을 서로 다른 운명으로 정해주었다면, 그녀와 그는 제각기 자기 운명을 지고 가면 될 일이니까. - 1권, p.160~161
현대 중국에서 꽃을 팔고 소매치기로 삶을 연명했던 고아 소녀 화불기는 절벽에서 떨어지며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다시 깨어났을 때는 판타지 세계 속 중국 고대 시대였다. 전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진 채로 타임슬립을 한 것이다. 이곳에서도 그녀는 전생과 별 다를 것 없는 비슷한 삶을 살게 되지만, 한가지 다른 점은 전생에 겪었던 모든 경험들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어 어떤 상황에서도 태연히 대응할 수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은 그녀를 양령진의 거지 화구가 데려와 키워 그를 아버지처럼 여겨왔지만, 다섯 살때 화구 아저씨가 얼어 죽고, 개집에서 누렁이 아황과 겨울을 이겨낸 불기는 여러 집들을 전전하며 살게 된다.
전생에서 타임슬립한 것은 화불기 만이 아니었다. 서로가 유일한 가족이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남매로 살았던 산 오빠가 부귀한 명문세가의 후계자 막약비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 세계에서 막약비는 여자보다 더 아름다운 미모를 소유한 천하제일의 미남으로 망경 막부의 작은 주인이었다. 하지만 전생에서 산 오빠는 불기에게 소매치기 기술을 알려주었고, 그녀가 제대로 해내지 못할 때는 욕을 하고 때리기도 할 정도로 성질이 사나웠다. 게다가 그녀를 사기 결혼시키는 데 이용하고, 함께 조직으로 들어가 소매치기에서 강도가 되도록 만든 장본인이기도 했다. 불기는 막약비가 전생의 산 오빠라는 걸 알아 보고는, 절대 그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한다. 다시는 누군가에게 통제되고, 이용당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생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그녀의 마음과는 다르게 막역비의 계획에 의해 그와 오누이처럼 한 집에서 지내게 된다. 칠왕야가 숨겨진 딸을 찾는 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마침 화불기가 그 여인과 표정이 무척 닮았던 것이다. 막부는 칠왕야에게 잘 보여야 할 일이 있었고, 화불기는 막약비가 그에게 보내는 선물이 되는 셈이었다. 과연 그녀는 칠왕야의 숨겨진 군주일까?
사방이 캄캄했다. 손을 내밀어도 다섯 손가락이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어둠은 아니었다. 막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처럼,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빛이 있긴 했다. 화불기는 마치 공중에 붕 뜬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 줄기 힘이 그녀를 떠받치고 있어서 팔랑대는 것처럼. 그녀는 전생에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던 느낌을 기억했다. 갑자기 몸무게가 사라지는 것처럼 몸이 가벼워졌었다. 가슴속에 있던 심장이 그대로 위로 솟구쳐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이 모든 비명을 틀어막았다. -2권, p.187
칠왕야의 외동아들이자 적출 세자인 진욱은 진중하고 사려깊은 성격이지만, 불기의 존재에 대해서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방어적이다. 아버지가 사랑했던 유일한 여인 설비로 인해 우울하게 생을 마감한 어머님때문이다. 이렇게 차가운 눈빛과 냉소를 가진 속을 알 수 없는 진욱과 우연히 개 아황을 죽이면서 원수처럼 만나게 된 막약비의 사촌 운랑, 그리고 불기가 위험에 처했을 때마다 나타나 구해주는 강호의 신비한 협객 연의객까지.. 화불기를 둘러싼 인물들은 모두 완전히 다르면서도 하나같이 생생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외에도 망경성의 막씨 가문, 명월산장의 류씨 가문, 강남대가의 주씨 가문 등 세 가문의 인물들과 그외 다양한 인물 군상들이 등장하는 이 작품의 드라마는 그야말로 스펙터클하다. 이 작품은 간단히 몇 줄로 줄거리를 요약하는 게 불가능할 만큼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인물들의 계략과 각종 암투가 서사를 더욱 치밀하고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그야말로 소설의 '읽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누구라도 읽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고 페이지를 계속 넘기게 될테니 말이다.
좡좡은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이지만, '반전 소설의 여왕'이라는 명성을 누리고 있는 중국의 인기 작가이다. 발표작 중 9권이나 드라마 판권 계약이 성사됐을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이 작품 <소녀 화불기>는 좡좡이 2010년 발표한 작품으로 10여 년간 꾸준히 사랑을 받으며 110만 부 이상 판매된 밀리언셀러이다. 2019년에 동명의 드라마가 51부작으로 제작되어 방영되었으며,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누적 주회수 1억 뷰를 돌파하는 등 화제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국내의 사극 드라마 포맷으로 만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드라마도 찾아서 봐야 할 것 같다. 절세미남 전략가 막약비, 자신감 넘치는 열혈 미소년 운랑, 속을 알 수 없는 세자 진욱, 강호의 신비한 협객 연의객, 그리고 예쁘지는 않지만 특별한 눈빛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고아 소녀 화불기까지... 각양각색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실사가 되었을 때는 또 어떤 모습일지 너무 궁금해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