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경 명작 시리즈 미니북 세트 - 전3권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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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사랑은 그 사람 땜에 잠 못 자고, 가슴 설레고, 참 많이 아픈 거예요.

사랑이 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생각에는요,

 

사랑은 있어요.

 

                                                                    -'거짓말' 중에서

 

인생 최고의 드라마로 노희경 작가의 '거짓말'을 꼽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다. 무려 이십 년 전 드라마이지만, 아직도 캐릭터며, 대사며, 그 풍경들이 고스란히 머릿속에 떠오를 만큼 좋아했고, 여러 번 봤던 드라마였다. 남녀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인물들의 삶에 모두 특별했고, 슬프고, 아름다웠고, 사랑에 대한, 삶에 대한 예리한 통찰로 빛났던 그 작품은 당연히 대본집으로도 사랑을 받았다. 요즘은 웬만큼 화제가 되는 드라마들은 거의 모두 방송이 끝나고 나서 대본집으로 출간이 되고 있는데, 어쩌면 그 시초가 노희경의 드라마들이 아니었나 싶다. 노희경 작가만큼 대본이 책으로 많이 출간된 작가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 그녀의 대사들은 드라마 만큼이나 사랑을 받았으니 말이다.

 

 

노희경 작가의 필력은 대본이 아닌 에세이로도 매우 뛰어나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번에 작가 노희경의 명작 세 권이 '한정판 MINI 에디션'으로 출간되었다. 노희경 작가의 첫 에세이이자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를 비롯해 소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데뷔 20주년 기념 명대사집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까지 세 권이다.

 

 

아버지한테 화내지마. 이제 늙어서 힘도 없는 사람이야.

부모자식간은 서로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그러는 거 아니다.

남남끼리나 상식적으로 대하면 끝이지. 핏줄은 그러는 게 아니야.

핏줄은 피로 이해하는 거야. 무조건 이해하고 무조건 용서해줘.

 

                                                        -'내가 사는 이유' 중에서

 

이번 미니북 세트는 새로운 일러스트의 너무 예쁜 표지를 입은 리커버 버전으로, 한 손에 들어오는 핸디 사이즈로 되어 있다. 미니북이지만 글자 크기와 여백이 충분해 실제로 글씨를 읽는 데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대부분의 미니북이 소장용으로 가치가 있는데 반해, 글을 읽기 에는 다소 빽빽하거나 작아 어려웠는데, 이 책들은 매우 실용적인 셈이다. 그리고 세트의 특별 선물로 95개의 드라마 명대사가 들어 있는 '노희경 명대사 노트'도 같은 크기로 제작되어 있어 더 훌륭하다.

 

노희경 작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책을 시작하며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한다. '살아서는 어머니가 그냥 어머니더니, 그 이상은 아니더니, 돌아가시고 나니 그녀가 내 인생의 전부였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어쩌면 이 짧은 문장 안에 담긴 그 수많은 감정들은 세상의 모든 자식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그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그녀 없이 세상이 살아지는 게 참 묘하다고 말하는 노희경 작가가 엄마에게 바치는 절절한 사모곡이 바로 이 작품이다. 드라마로도 좋았지만, 소설로도 정말 기가 막히게 좋다.

 

 

 

 

'사람이 전부다'라는 변함없는 인생철학을 20년간 드라라마에 투영해오며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한 작가 노희경. 그래서 늘 그녀의 작품 속에서는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 게다가 글과 삶이 따로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20년을 한결같이 매일 8시간 이상 글을 써온 성실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런 모습들이 글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어, 나는 그녀의 글을 좋아한다. 게다가 이번 미니북 세트는 따뜻하고 촉촉한 감성 충만 일러스트들이 너무도 아름답게 삽입되어 있어 선물용으로도 그만이다. 미니북이라 크기도 예쁘고, 예쁜 그림들이 눈길을 사로잡아 책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말만 남겨진 삶이 아니길, 말이 마음을 움직이는 도구이길,
말이 목적이 아니길, 어떤 순간에도 사람이 목적이길.

대사를 잘 쓰려 애쓰던 서른을 지나고, 말로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은 사십의 야망을 지나, 이제 오십의 그녀는 말 없는 드라마를 쓰고 싶다고 말한다. 촌철살인의 대사로 유명한 그녀인데, 자신의 드라마에 대사가 모두 없어진다 해도 후회는 없을 만큼의 그런 드라마를 쓰고 싶다고 한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말이 목적이 아니고, 사람이 목적인 드라마를 쓰는 작가가 세상에 얼마나 될까.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오직 노희경 만이 쓸 수 있는 그런 사람 냄새나는 드라마를 앞으로고 계속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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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견주 2 - 사모예드 솜이와 함께하는 극한 인생!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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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덩치는 우람하지만 터널과 작은 개를 무서워하는 귀여운 허당 솜이의 매력에 푹 빠졌던 터라.. 1권보다 200% 더 강력해진 2권이라고 해서 정말 기대가 되었다. 게다가 세상의 모든 문제견들을 합쳐놓은 것 같은 미운 5개월 '개춘기' 시절의 솜이를 그리고 있다니 말이다. 하핫. 개춘기라니.. 사실 우리 집 개는 이미 노견이라... 5개월 즈음엔 어땠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유독 말썽부리고 말을 안 들었던 시절도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말이다.

 

 

 

 

특히나 이번 2권은 표지에서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1권에서 나를 가장 많이 웃게 했던, 그리고 가장 많이 공감하게 했던 페이지가 바로 주인과 개가 똑같이 울상을 짓는 저 장면이었다. 외출했다 집에 돌아갔을 때 주인을 반기는 개의 행동 치고는 너무도 과격한 솜이 때문에 고민하다가.. 모른척 하면서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법을 써보기로 했는데... 결국 솜이의 저 표정 때문에 마음이 약해지고 말았다는 에피소드였다. 결국 그 방법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아 진짜 그 장면 읽으면서 배꼽이 빠지도록 울었던 것 같다.

2권의 표지에 등장한 솜이의 표정 또한 압권인데... 개춘기를 겪으면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시기답게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기대되는 표지 이미지가 아닐 수 없다.

 

 

 

 

 

솜이가 한 방에서 같이 잘 때 워낙 잠 못자게 하고, 말썽을 피우는 바람에 테라스 바깥에 있는 솜이 집에서 자라고 내 쫓는 장면이다. 낮에도 혼자 테라스에서 낮잠도 자고 하긴 했지만... 밤에 이제 들어오지 말고 밖에서 자라는 소리에 울먹거리는 솜이의 표정이 정말... 슈렉의 장화신은 고양이 못지 않게 너무 귀여웠다. 그렇게 솜이의 나름 치열한 수면 교육(?) 에피소드는 정말 눈물겹도록 웃겼다.

 

 

<극한견주> 시리즈가 너무 재미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렇게 중요한 에피소드가 끝나면.. 실제 그 장면에 해당되는 솜이의 진짜 사진이 척 하고 등장한다는 거다. 집에 있으면 테라스로 나가겠다고 힝힝거리고, 테라스로 내보내면 집에 들어오겠다고 힝힝거리는.. 너무 귀여운 솜이의 모습은 실물이 정말 예쁘다!! 사모예드는 시베리아의 눈처럼 하얀색 털이 인상적인 개인데, 솜이는 정말 사모예드 중에서도 극강의 미모를 자랑하는 개가 아닌가 싶다. 정말 눈에서 하트가 그려진 상태로 만화를 본 것 같다.

 

우리집 개도 코카스패니얼로 중형견이기 때문에, 게다가 사모예드처럼 털이 많이 빠지는 종이라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들이 참 많았다. 이번 2권에서도 토토와 솜이의 공통점들이 너무 많아서... 개들이 다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너무 재미있었다. 특히 개껌 숨기기 에피소드가 그랬는데, 토토도 간식을 주면 항상 어디론가 들고 가서는 숨겨 놓고 오곤 했다. 간식을 물로 어디론가 후다닥 가서는 왔다갔다 고심하다가, 옷 무더기 속에, 혹은 침대 근처 구석에다, 또는 이불 속에다 숨겨놓고 오곤했다. 마당이라는 공간이 있었다면 아마도 솜이처럼 땅을 파서 그 속에 간식을 넣고도 남았을 거다. 그 장면을 고스란히 솜이의 리얼한 표정으로 보고 있자니 너무 웃겨서 한참을 웃고 말았다.

솜이는 이 작은 머리로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하찮고 귀여운 녀석...

나도 우리집 토토를 볼 때마다 들었던 궁금증이다. 이 놈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하핫.

 

자.. 드디어 고대하던 개춘기에 관한 에피소드다. 성ㄱ견이 되기 전의 청소년 강아지를 말하는데, 인간으로 치면 10대 시절되겠다. 사람도 그렇듯 개들도 사춘기 때문의 특성이 있는데, 솜이는 그야말로... 완전히 다른 개처럼 변해버렸다. 얼굴은 원숭이, 이갈이 중이라 이빨은 맹구, 감정과잉에 말은 더럽게 안 듣기 시작... 게다가 마일로가 그린 솜이의 모습이라니... 미운 새끼 솜이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 마리 맹수.. 너무도 리얼한 솜이의 달라진 모습에 잠시 당황했지만.. 그 모습마저도 너무 귀여웠으니.. 나는 진정 솜이의 매력에 빠져 눈이 멀어버린 걸지도.

말썽쟁이 강아지들을 사람들은 자주 '악마견'이라고 부른다. 비글, 코카, 슈나우저.. 되겠다. 하핫 그 3대 악마 견종에 우리 토토가 있다는 건 안비밀... 뭐 어쨌거나 저들을 악마 견종이라 부르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타견종에 비해서 에너지가 넘치는 편이라.. 더 많은 운동량을 필요롤 하고 산책 등으로 충분히 에너지를 소모해줘야 한다는 것. 그래서 솜이도 두배 세배로 열심히 산책을 시켜주기로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솜이의 에너지는 지칠줄 모르고.. 결국 인간들만 지쳐 쓰러지고 말았다는 슬픈 에피소드. 게다가 덩치가 자라면서 더 이상 주인이 솜이의 힘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는데... 어쩌면 솜이의 이야기는 점점 더 뒤로 갈수록, 솜이가 더 커갈수록 흥미진진할 것 같다.

 

 

<극한 견주>는 제목 그대로 개를 키우며 겪는 에피소드와 반려인의 애환을 담고 있는데, 충동적으로 대형견을 키우고 싶어질 땐 이 책을 먼저 읽어 보라고 권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을 읽게 되면 솜이의 매력에 빠져 앞뒤없이 대형견을 키우겠다고 달려들 수도 있는 위험이 따르지만.

그리고 단행본 책으로만 만날 수 있는 특별 에피소드와 솜이의 미공개 사진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웹으로 이미 만나왔던 독자들이라도 단행본으로 꼭 책여보시길. 솜이의 질풍노도 시절 역시 빵빵 터지는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니, 1권을 재미있게 보셨던 분들도 꼭 챙겨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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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날들의 글쓰기 - 죽음은 그로부터 모든 것을 앗아가지 않았다
에드위지 당티카 지음, 신지현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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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자 회고록 작가 애니 딜러드는 그녀의 저서 <창조적 글쓰기>에서 모든 이야기를 쓸 때는 이것이 마지막인 것처럼, 마치 내가 죽어가고 있는 것처럼 글을 쓰라고 권했다. "이와 동시에, 불치병 환자들로만 이루어진 청중에게 글을 쓰는 거라고 가정하자.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무슨 글을 쓸 것인가? 죽어가는 사람을 분노하게 만들지 않도록, 어떤 사소치 않은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인가?"

다행히 그 동안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장례식장이라고는 몇 년전 회사 동료가 부모상을 당했을 때 딱 한번 가본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작년 말에 그 일을 직접 겪게 되고 보니.. 죽음이라는 것은 내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그것 만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과거의 삶을 돌아보게 마련이고, 그렇게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며 이제 곧 사라질 미래에 대해 고찰하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의 작가인 에드위지 당티카는 어머니의 암 투병과 죽음을 계기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쳤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대부분 그렇지 않나. 우리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영원불멸의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부모님이 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부모님도 언젠가는 죽을 수도 있겠다고 어렴풋이 생각하게 되고, 막상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휴한한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게다가 이는 나 역시 언젠가는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가족의 죽음, 혹은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고 나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은 그 동안 많이 있어왔지만,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죽음 그 자체에 대해 사유하고 있으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언제나 죽음을 소재로 한 글을 써왔고, 글쓰기를 상실과 죽음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하여 그녀는 이 책에서 그 동안 자신이 읽어온 문학 작품 속에 드러난 여러 가지 죽음의 형태를 분석하고 있다. 토니 모리슨,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레프 톨스토이, 알베르 카뮈, 무라카미 하루키, 손턴 와일더 등 거장들의 문학 작품에서는 죽음이 어떻게 그려지고, 어떻게 사유되고 있을까. 그렇게 문학에서 죽음이 어떻게 다뤄지는지를 탐구하고 있는 이 책은 예리한 비평이자 대가의 문학수업으로 읽힌다.

 

"모든 내러티브 식의 글쓰기, 아니 어쩌면 모든 글쓰기는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매혹-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저승으로 내려가 죽은 자들 사이에서 무언가를 또는 누군가를 데려오고 싶어 하는 욕망-에 의한 것이다"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죽은 이들과의 협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죽음이 아닌 다른 것에 대해 글을 쓸 때조차 죽음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다. 죽음이란 결국 모든 일의 종국적인 결과이자 모든 이야기의 최종 결말이기 때문이다.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 신화>에서 "정말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라고 말했다. 토니 모리슨의 소설 <술라>에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퇴역 군인이 삶을 감당할 길이 없어 자살에 대해 생각한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이야기는 실제 그의 이웃이었던 한 내연녀가 연인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뒤 기차역 선로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던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 <내기>는 사형 제도를 주제로 한 이야기 가운데 가장 널리 읽히고, 또 가장 자주 언급되는 소설이다. 마이클 온다체의 <잉글리시 페이션트> '죽음의 문턱'을 가장 인상 깊게 묘사한 책이다. 이 책은 문학계 거장들의 영원한 화두가 '죽음'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작가들이 죽음과 대면하는 방식을 그리고 있다. 에드위지 당티카는 거장들의 작품을 거론하며, 죽음과 삶에 대해 고찰한다.

만약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내고 나서 매 순간 살아 있을 때 하지 못한 것들이 가슴에 사무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들은 그럴 때 글을 쓴다. 에드위지 당티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가장 적극적인 애도 방법은 어머니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렇게 글을 쓰며, 이제 없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기억을 더 깊게 새긴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 비록 죽음을 어찌할 수는 없어도, 글쓰기를 통해 이 모든 것이 더 쉽게 받아들여지길 희망한다고. 누구에게나 이야기는 있다. 그리고 우리의 마지막 이야기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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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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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반복이다. 수정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몇 달 동안 머릿속에서 반복하던 질문들. 만약 수정에게 전화를 했더라면, 만약 수정을 데리러 갔었다면. 만약, 만약......만약.

하지만 '만약'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되돌리지도 못할 시간을 붙잡고 후회와 자책을 해봐야 남는 것은 더 깊은 우울뿐이다.

우진은 정비소에서 아내의 전화를 받고 집으로 달려가지만, 아파트 팔 층 높이의 옥상 난가 위에 서 있는 아내는 그가 보는 앞에서 추락한다. 3년 전 열 여섯 살의 딸 수정이 살해 당했을 때도 그들은 어둡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이겨냈다. 아내는 재작년에 암 선고를 받았지만 힘든 수술과 항암 치료 과정을 이겨냈고, 겨우 몸을 추스린 지 채 일 년도 되지 않는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목숨을 끊을 결심을 한 것일까. 절망 속에서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우진은 며칠 동안 입고 있던 검은 양복을 벗다 편지를 발견한다. 종이에는 '진범은 따로 있다'는 단 한 줄의 문장이 있었다. 진범이라니. 딸 수정을 죽인 범인들은 모두 잡혀서 재판을 받았고, 재판정에서 그들은 자백을 했고, 현장의 증거도 그들이 범인이라고 가리키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진범이라니.

우진의 아내는 매일 자신의 상처를 헤집고 수정의 부재를 확인하며 고통으로 자신을 몰아넣곤 했다. 그에 비해 우진은 고통을 애써 피하고 외면하려고 도망치기만 했었다. 이제 아이도, 아내도 떠나 보내고 나니 더 이상 살아갈 마음이 모두 사라진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 그에게 갑작스러운 아내의 자살과 딸의 죽음에 대한 진범이 따로 있다는 편지는 그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이제는 풀어야 할 때라는 걸 알려주는 듯했다. 우진은 편지를 넣은 사람을 찾아내고, 아내가 목숨을 끊기 전에 다녀온 병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가슴에 묻어두었던 딸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하자, 침묵하던 진실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대체 3년 전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빠, 그거 알아? 저 별은 몇만 년 전에 이미 사라져버린 별인지도 몰라."

"정말? 저렇게 반짝이는데?"

", 마지막으로 반짝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빛나는 거지. 우주 끝 우리가 사는 은하까지 달려와서 자기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하는 거 같아.... 아빠도 나 기억해줄 거야?"

모든 범죄 소설에서 피해자의 가족, 친구, 주변인물들은 항상 같은 딜레마에 빠진다. 머릿속에서 '만약'이라는 단어를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작품 속 우진 역시 그렇다. 만약 수정에게 전화를 했더라면, 만약 수정을 데리러 갔었더라면. 만약, 만약.......만약. 하지만 '만약'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 과거를 바꾸거나 고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되돌리지 못할 시간을 붙잡고 후회와 자책을 해봐야 남는 것은 더 깊은 우울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평생 동안 '범죄'와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아 간다. 게다가 범죄 대상이 내 가족이나 친구가 될 일은 극도로 드문 경우이다. 그러나 그 드문 경우의 수에 해당되는 소수의 사람이, 바로 내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 삶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작품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이 체감하는 공포와 회환, 슬픔과 후회의 감정을 고스란히 체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작품 역시 시종일관 인물들이 안고 있는 회한과 후회, 남겨진 자의 슬픔과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 아이의 목숨을 빼앗은 벌이 봉사 활동 몇 시간에 교육 몇 시간이라고? 그걸 당신은 법의 심판이라고 말하는 건가?”

또한 이 작품은 청소년 범죄로 인한 문제를 전면에서 다루고 있다. 미성년이라 온전히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그 처벌에 대한 기준은 계속 문제가 되어 왔다. 그래서 소년법 개정 혹은 폐지를 둘러싼 문제 혹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도 많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실제 청소년 범죄가 일어나면 법의 보호를 받는 건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이기 때문이다. 미성년자는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며 가벼운 보호 처분으로 적당히 마무리되고, 가해자들은 이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당당하게 생활한다. 하지만 피해자는 평생을 아픈 기억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곤 한다. 우리가 만약 피해자의 부모라면 극중 딸을 잃은 그처럼, 범인에게 복수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숱한 영화나 소설에서 미성년자 처벌의 맹점과 개인의 사적인 복수에 대해서 다루어지곤 했었다. 그에 비해 서미애 작가의 이 작품에서는 분노하지만 그것을 복수로 되갚아 주는 데는 관심이 없다. 진범을 찾는 미스터리로서의 플롯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사건 이후 남겨진 가족들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감정적인 공감과 슬픔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생각한다.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고.

그러면 잘못된 일들을 바꿀 수 있을 것처럼.

하지만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야 모든 것이 전과 같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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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
이쓰키 유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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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연구. 그것이 '출구'가 되지 않을까 하고 구도는 한때 생각했다. 구도가 이 분야에 발을 들였을 무렵 인공지능은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기대와 두려움을 받고 있었다. 초지성의 탄생. 예상조차 할 수 없는 괴물. 그것이 완성된다면 자신의 거대한 권태로움을 덜어주지 않을까 구도는 그런 생각을 했다.

구도는 자신이 만든 괴물에 살해당하고 싶었다. 미도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본심은 그것이었다.

<리빙데드.시부야>라는 3D액션 게임을 개발한 미녀 프로그래머 미즈시나 하루는 빌딩 위에 서서 양팔을 펼친다. 공중에 정지해 있던 드론에는 카메라와 권총이 실려 있었다. 열네 살 다지마 준야는 왕따와 괴롭힘으로 인해 1년간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독학을 하며 주로 인터넷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요즘 준야가 빠져서 하고 있는 무료 인터넷 게임 속에서 갑자기 보너스 스테이지라는 문구와 함께 화면이 바뀐다. 평소와 달리 드론이 네 사람인 것만 빼면 여느 때와 같은 게임 화면이었고, 준야는 별 생각 없이 게임 속 좀비 무리에게 발포하기 시작한다. 게임 플레이어들은 어디까지나 게임을 플레이하는 걸로 알고 있었지만, 실상은 실제 사람들이 공격 당하고 있는 거였다. 그리고 그 중 한 대의 드론이 빌딩 위에 서 있는 미즈시나 하루를 총으로 쏴 죽이고 만다. 이 모든 걸 계획한 것은 바로 미즈시나 하루, 그녀는 대체 왜 이런 초유의 자살 사건을 일으킨 것일까.

그리고 6년의 시간이 흘러, 인공지능이 바둑으로 인간을 쓰러뜨리고,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인공지능과 연애를 하는 시대이다. 인공지능 연구자인 구도 겐은 바로 그 바둑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과 대화할 수 있는 앱인 프리쿠토를 개발했다. 한편 프리쿠토에 대한 클레임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는데, 현실에서 인공지능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빠져 리얼한 인간관계를 훼손시키는 사람들의 가족들이 주로 불만을 제기하고 있었다. 그에 대한 개선안으로 신개발 안건이 올라오고,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되살리는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그 동안은 가공의 캐릭터 인공지능을 만들어 왔으나, 실재하는 인물을 인공지능으로 만들어 보자는 거였다. 그 첫 대상으로 6년 전 초유의 자살 사건을 일으킨 미녀 프로그래머 미즈시나 하루가 선정되고, 개발자 구도 겐은 그녀를 완벽하게 되살리기 위해 그녀의 삶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인물이 그에게 조사를 중단하라는 협박을 가하기 시작하고, 조사가 위험해질 수록 구도는 점점 그녀에게 빠져들게 된다.

"어때. 하루를 인공지능으로 만들면 이것과 같은 게 가능해. 당신은 하루랑 한 번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그건......"

"인공지능엔 수명이 없어. 그리고 인공지능은 계속 학습해나가지. 매일 다른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소생한 하루와 당신은 매일 새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죽을 때까지 하루와 같이 사는 거야."

미즈시마 하루는 무표정에 말수도 적고, 지나치게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엉뚱한 면도 있었고,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서툴고, 내면에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가지고 있던 독특한 인물이다. 자폐적이라 할만큼 나서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도 평범하지 않았던 그녀가  화려한 자살 방법이 매치가 되지 않았던 구도는 그녀의 주변 인물들을 만나보기 시작한다. 이미 과거의 인물이 되어 버려 실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미즈시마 하루라는 캐릭터도 독특했지만, 극을 이끌어 가는 인물인 구도 겐이라는 인물 또한 굉장히 특별한 캐릭터였다. 그는 뛰어난 머리와 시니컬하고 냉소적인 성격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자신은 타인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이 예상할 수 있는 뻔함을 경멸했다.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라 자의식을 모두 드러내지는 않고, 사람들 뒤에서 평범한 척 그들을 조종하는 생활이 편했으나 그에겐 너무나 무료하기만 했다. 그런데, 하루에 대해서 조사를 해나가다 그녀의 실체를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는 순간,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미 세상을 떠난 그녀가 어쩌면 지구 상에 유일할 지도 모를, 바로 자신과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야기는 크게 과거에 자살한 하루의 실체에 접근하게 되는 미스터리를 중심 축으로 인공지능 개발자인 구도와 게임개발자였던 하루의 삶이 차곡차곡 쌓이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웹엔지니어로 활동하는 작가라 그런지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의 개발과 그 폐해에 대한 부분들이 굉장히 쉽고 읽히고,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사실감 있게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제36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이라고 하는데, 데뷔작이라 하기엔 너무도 매력적인 요소가 많고 몰입감있는 스토리 전개가 멋진 작품이었다. 게임을 이용해 가상 현실과 실제 현실이 교차 되는 지점에서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설정도 기발했고,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되살린다는 아이디어도 흥미로웠고, 그 과정에서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과 진짜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는 스토리 또한 충분히 개연성있게 진행되고 있어 공감되고, 이해가 되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작품은 미스터리로 읽어도 좋고, 로맨스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게다가 배경으로 인공지능과 스마트폰, 게임이 전면적으로 나서고 있어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할 거리가 많았던 것 같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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