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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 명작 시리즈 미니북 세트 - 전3권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나한테 사랑은 그 사람 땜에 잠 못 자고,
가슴 설레고,
참 많이 아픈 거예요.
사랑이 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생각에는요,
사랑은 있어요.
-'거짓말' 중에서
인생 최고의 드라마로 노희경 작가의
'거짓말'을 꼽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다. 무려 이십 년 전 드라마이지만, 아직도 캐릭터며, 대사며, 그 풍경들이 고스란히 머릿속에 떠오를 만큼
좋아했고, 여러 번 봤던
드라마였다. 남녀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인물들의 삶에 모두 특별했고,
슬프고,
아름다웠고,
사랑에 대한,
삶에 대한 예리한 통찰로 빛났던 그 작품은 당연히 대본집으로도 사랑을
받았다. 요즘은 웬만큼 화제가
되는 드라마들은 거의 모두 방송이 끝나고 나서 대본집으로 출간이 되고 있는데,
어쩌면 그 시초가 노희경의 드라마들이 아니었나 싶다. 노희경 작가만큼 대본이 책으로 많이 출간된 작가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 그녀의 대사들은 드라마 만큼이나 사랑을 받았으니 말이다.
노희경 작가의 필력은 대본이 아닌 에세이로도 매우 뛰어나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번에 작가 노희경의 명작 세
권이 '한정판
MINI 에디션'으로
출간되었다. 노희경 작가의 첫
에세이이자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를 비롯해 소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데뷔
20주년 기념 명대사집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까지 세 권이다.
아버지한테 화내지마. 이제 늙어서 힘도 없는 사람이야.
부모자식간은 서로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그러는 거 아니다.
남남끼리나 상식적으로 대하면
끝이지. 핏줄은 그러는 게
아니야.
핏줄은 피로 이해하는
거야. 무조건 이해하고 무조건
용서해줘.
-'내가 사는 이유' 중에서
이번 미니북 세트는 새로운 일러스트의 너무 예쁜 표지를 입은 리커버 버전으로, 한 손에 들어오는 핸디 사이즈로 되어 있다. 미니북이지만 글자 크기와 여백이 충분해 실제로
글씨를 읽는 데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대부분의 미니북이 소장용으로 가치가 있는데 반해,
글을 읽기 에는 다소 빽빽하거나 작아 어려웠는데, 이 책들은 매우 실용적인
셈이다. 그리고 세트의 특별
선물로 95개의 드라마
명대사가 들어 있는 '노희경
명대사 노트'도 같은 크기로
제작되어 있어 더 훌륭하다.
노희경 작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책을 시작하며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한다. '살아서는 어머니가 그냥 어머니더니, 그 이상은 아니더니, 돌아가시고 나니 그녀가 내 인생의 전부였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어쩌면 이 짧은 문장 안에 담긴 그 수많은 감정들은 세상의 모든 자식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그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그녀 없이 세상이 살아지는 게 참 묘하다고 말하는 노희경 작가가 엄마에게 바치는 절절한 사모곡이 바로 이 작품이다. 드라마로도 좋았지만, 소설로도 정말 기가 막히게 좋다.
'사람이 전부다'라는 변함없는 인생철학을 20년간 드라라마에 투영해오며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한 작가 노희경. 그래서 늘 그녀의 작품 속에서는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 게다가 글과 삶이 따로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20년을 한결같이 매일 8시간 이상 글을 써온 성실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런 모습들이 글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어, 나는 그녀의 글을 좋아한다. 게다가 이번 미니북 세트는 따뜻하고 촉촉한 감성 충만 일러스트들이 너무도 아름답게 삽입되어 있어 선물용으로도 그만이다. 미니북이라 크기도 예쁘고, 예쁜 그림들이 눈길을 사로잡아 책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말만 남겨진 삶이 아니길, 말이 마음을 움직이는 도구이길,
말이 목적이 아니길, 어떤 순간에도 사람이 목적이길.
대사를 잘 쓰려 애쓰던 서른을 지나고, 말로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은 사십의 야망을 지나, 이제 오십의 그녀는 말 없는 드라마를 쓰고 싶다고 말한다. 촌철살인의 대사로 유명한 그녀인데, 자신의 드라마에 대사가 모두 없어진다 해도 후회는 없을 만큼의 그런 드라마를 쓰고 싶다고 한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말이 목적이 아니고, 사람이 목적인 드라마를 쓰는 작가가 세상에 얼마나 될까.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오직 노희경 만이 쓸 수 있는 그런 사람 냄새나는 드라마를 앞으로고 계속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