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석산의 서양 철학사 - 더 크고 온전한 지혜를 향한 철학의 모든 길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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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계가 있는 그대로 존재하고, 우리는 원래 알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세계에 대해 질문하게 되지 않을까요. 왜, 세계는 이런 모습이고,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며, 우리는 왜 살고 있는지 등을 묻게 될 겁니다. 즉 우리는 설명을 요구합니다. 우연이나 뜻하지 않게 생긴 지식이 아니라 이성을 이용한 객관적인 설명을 바랍니다. 이것이 우리의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알고 싶어 하고, 세계에 대해 호기심과 놀라움을 지닌 우리가 던지는 질문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네 가지 원인을 들어 설명합니다.               p.73


철학은 어렵다. 쉬운 철학, 누구나 할 수 있는 철학이란 없다. 체계가 있어야 하고, 주장에 대한 정당화가 필요한 이론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철학 책은 끊임없이 나온다. 왜 그럴까. 철학이야말로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학문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닐까. 그렇다면 철학을 시작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살펴 보아야 할 것은 2500년이 넘는 철학의 역사이다. 철학사 없이, 철학은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순히 철학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 있지 않고 저자의 개성과 주관으로 풀어낸 <러셀 서양철학사>와 조금 더 공정하고 균형 잡힌 철학사를 위해 다소 어렵고 딱딱하게 있는 그대로 풀어낸 <틸리 서양철학사>에 비해 이번에 만난 <탁석산의 서양철학사>는 어려운 주제별 분석이 아니라 철학자 위주로 소개하는 방식이라 보다 초보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버전이었다. 물론 하드커버 양장에 656페이지라는 분량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지만, 굉장히 가독성이 좋고 정리가 잘 되어 있어 누구라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철학사라고 할 수 있다. '난해하고 어려울 것 같은' '추상적이고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철학이 생각보다 쉽고,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더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요청대로 일단 소설 읽듯이 한 번 편하게 읽고, 그 다음에 정독하는 것을 추천한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야기 형식이 필요합니다. 이야기는 연역할 수도 없고, 예측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우연으로 우리를 애태우게 하지 않으면, 이야기는 없습니다. 따라서, 끝까지 이야기를 따라가야만 합니다. 그래야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하여, 결론을 예측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은, 어떤 이야기든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이해의 특성입니다. 키르케고르 말대로, 이해는 언제나 사건 뒤에만 옵니다. 리쾨르도 이에 동의합니다. 그는 좋은 이야기는 좋은 허구와 같다고 하면서, 근대주의의 실제와 상상의 구분을 허뭅니다.               p.536~537


이 책은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고대부터 에피쿠로스학파와 스토아학파를 거쳐 중세, 르네상스에서 근대, 계몽주의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철학의 역사를 온전히 만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철학사란 단순히 철학 이론의 연대기적 나열과 설명이 아니라 철학 이론간의 관계, 그것들이 산출된 시대, 그리고 그 이론을 제공한 사상가들과 관련된 연구로 오랜 기간 숙고된 인간의 사유가 어떻게 발전했는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학 문제를 풀지 않고, 답을 본다면, 그 문제를 알고 풀었다고 할 수 없는 바와 같이, 철학은 스스로 사고하지 않으면, 무엇도 얻을 수 없다. 철학 지식이란 사유의 결과인데, 그 결과는 이미 책에 나와 있다. 그 지식을 외운다고, 철학 사유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니 철학사를 읽으면서, 자신의 사유로 철학자들의 작업을 좇아가면, 아주 훌륭하고 아름다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서양에서 철학은 신비주의, 연금술, 마술 등과 오랜 세월 함께해 왔다. 그러므로 서양 철학의 역사를 온전히 살피려면, 그 모든 영역을 두루 다루어야 한다. 어쩌면 그래서 철학사를 다루는 책이 다양한 판본으로 계속 쓰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철학 교수는, “철학사는 특색과 장점이 저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 종류도 또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국내에도 여러 철학사 책들이 출간되어 있는데, 각각의 장단점이 있을 테니 다양하게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서양철학사는 그 내용도 방대하거니와 분량도 엄청나서 한번에 요약할 수도, 읽고도 제대로 다 소화했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정말 교과서처럼 자주 들여다보고, 여러 번 재독해야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이 책은 〈철학 입문서〉이자 〈철학사 맥락 읽기〉 안내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차근차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고 있어 더 좋았다. 저자의 해석을 자제하고 철학자들의 주장과 비판을 맞세움으로써, 독자 스스로 사유의 여정에 나서게 한다는 점도 더욱 적극적인 독서의 시간을 만들어 준다. 절대 만만하지 않은 분량이지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철학사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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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석의 한국사 한 권 - 한 줄 코드로 재밌게 읽고 평생 기억하는
서경석 지음, 염명훈 감수 / 창비교육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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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대개 시험을 보기 위해 한국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왕-업적'으로만 짝을 지어 외우고 넘어가는 경우가 참 많아요.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성과 뒤에는 기획 단계부터 중간 과정, 최종 결과에 이르기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한 신하와 수많은 실무진들이 있었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대의 사람들은 왕만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현실이 안타까울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꼭 중요한 역할을 한 신하만이라도 함께 알아 가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p.42~43


방송인 서경석이 한국사 이야기꾼이 되어 돌아왔다. 한국어교원 2급 자격 취득, 공인중개사 합격,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 만점 등 자타공인 공부의 신이라 불리는 그는 그는 십여 년 전부터 사람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재밌게 소개해 주고 싶다는 꿈을 키워왔다. 그 결실로 만들어진 이 책은 재미있게 읽고 평생 기억할 수 있는 한국사 이야기를 보여준다. 특유의 입담이 글 속에서도 고스란히 발휘되어 선사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길고 방대한 한국사를 술술 읽을 수 있도록 풀어내고 있다. 유쾌한 만화, 다양한 사진과 연표 자료도 곳곳에 배치되어 이해를 도와준다. 


무엇보다 수많은 한국사 책들 중에서 이 책의 특별한 점은 저자의 노하우를 담은 ‘한 줄 코드’를 통해 각각의 시대별 주요 사건과 인물을 기억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동예의 무천, 책화, 단궁, 과하마, 반어피의 앞 글자를 사용해 '동무랑 책 들고 단과반에 간다'로, 흑창, 역분전, 사성제도, 사심관제도, 기인제도, 결혼정책, 훈요십조라는 왕건의 업적을 '왕건의 흑역사는 사기 결훈이다'로, 순서대로 만들어진 반일 단체들 보안회, 헌정연구회, 대한자강회, 신민회를 '보정해! 자신있게!'로 외우는 식이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요약하는 이 '한 줄 코드'는 한국사를 한 번 읽고 평생 기억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한국사를 다루는 책을 꽤 많이 읽어 봤지만,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가장 쉽게 머리에 들어오고 정리가 잘 되어 있는 느낌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의 잘 정리된 노트를 빌려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한국사에 관심있는 성인들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도 권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숙종' 하면 여러분은 어떤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오르시나요? 많은 분들이 장희빈의 남자로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워낙 자주 나오니까요. 숙종은 왕비가 셋이나 있었지만 왕비를 통한 후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후궁들 사이에서 나온 아들이 후대 왕들이 되지요... 적장자가 없는 궁 안에서 왕실 여인들을 둘러싼 권력 다툼이라니, 이 얼마나 좋은 이야깃거리입니까?! 그렇다 보니 미디어에서 숙종의 이미지는 이 여자 저 여자에게 '휘둘리며' 줏대 없이 살아가는 갈대 군주의 모습인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실상 숙종은 이름에 엄숙할 숙자를 쓸 만큼 상당히 카리스마있게 권위를 '휘두른' 왕이었습니다.                p.173~174


학창시절에는 역사와 한국사를 참 재미없게 배웠었다. 연도별로 일어난 사건을 외우고, 그 사건을 일으킨 사람을 외우는 식으로 단순한 사실의 나열을 그저 암기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가장 지루했던 과목이 바로 역사였고, 당연히 성인이 되어서도 별로 기억에 남는 게 없었다. 그런데 그 재미없었던 역사가 조금씩 재미있어 지려고 하는 중이다. 역사가 그저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의 나열이 아니라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 그 자체라는 것을 드라마처럼, 소설처럼 만나게 되면서부터다.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였던 역사를 보다 친근하고 재미있는 서사로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도 이런 책이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저자는 한 방송에서 학창 시절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을, “왜적이 쳐들어왔는데, 이러고 있(일오구이)을 수 없다.”라고 기억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사실 내용을 모두 외우기에는 한국사가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특별한 암기법이 있다면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현대사의 주요 사건 연도를 쉽게 기억하는 방법을 이런 식으로 정리해두기도 했다. 1차 개헌 연도인 1952년은 "오이? 국회 의원들이 날 안 좋아해?"라고, 2차 개헌 연도인 1954년은 "글쎄, 5는 세우고 4는 버리는 거라니까!", 5.16 군사 정변이 일어난 1961년은 "그냥 읽어도 61.5.16, 거꾸로 읽어도 61.5.16", 그리고 6차 개헌 연도인 1969년은 "삼육구, 삼육구! 3선 개헌은! 6차 개헌이고! 1969년!"이라고 외울 수 있다. 저자가 갖가지 재치와 센스를 발휘해 만든 이러한 내용들은 이 책에 꽤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으니 기억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간 중간 시대별 주요 사건들을 정리한 핵심 요약 정리도 역시나 잘 외워지도록, 한 방에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도록 도식화되어 있어 좋았다. 현직 역사 교사의 감수를 받아 정확성과 전문성도 놓치지 않았으니, 한국사를 제대로 마스터하고 싶었던 이들에게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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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O
매슈 블레이크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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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파트는 고요했지만 어디서 바스락 소리가 날 때마다 내 몸은 자동으로 반응했다. 위층에서 잠들어 있는 키티가 생각났다. 잠자는 동안 인간은 무력하다. 나는 일어나서 바깥을 내다보았다. 

히치콕 영화의 깜빡거리는 불빛이 벽을 비추고 있었다. 고독에 숨이 막혔다. 범죄, 수면, 야경증. 인간 심리의 온갖 기괴한 서커스는 이제 정말 지긋지긋했다. 따뜻하고 깨끗한 시트 밑에 들어가서 옆에 누운 클래라의 체온을, 난로와 보금 자리와 그녀의 안전함을 느끼고 싶었다.                  P.69


2019년 8월 30일 오전 3시 10분, 그림자내각 각료의 딸이자 잡지 <엘리멘터리>의 창간인인 25세의 안나 오길비는 옥스퍼드셔의 휴가용 농장 오두막에서 21센티미터 길이의 부엌칼과 함께 잠든 상태로 발견된다. 이웃 오두막에는 안나의 단짝 친구 두 명이 시체로 발견되었고, 각각 열 군데씩 자상이 발견되었다. 안나의 지문이 칼에 묻은 유일한 자국이었고, 옷에 묻은 핏자국은 두 피해자의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안나가 깊은 잠에 빠지기 전에 범행을 부분적으로 자백한 왓츠앱 메시지가 그녀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되었다. 피해자와 용의자가 명백해 보이는 이 사건은 수 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는다. 


용의자인 안나가 잠이 든 상태로 다시 눈을 뜨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고, 안나의 신체 활동에도 이상이 없었다. 수많은 전문가가 안나를 깨우려고 수없이 노력했지만 그녀는 잠든 채 반응이 없었다. 안나의 가족들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어머니인 에밀리 오길비 남작은 상원의원직을 내려놓았고, 글로벌 펀드매니저인 아버지 리처드 오길비는 새 사무실을 열려던 계획을 연기한다. 1년 뒤 두 사람은 이혼 절차를 밟았고, 6개월 뒤 오빠인 테오 오길비는 마약 과용으로 거의 죽을뻔한 위기를 넘기고 남미로 이민을 떠났다. 그야말로 가족이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대체 폭력 전과도 없는 스물다섯 살의 여자가 동료 두 명을 스무 번씩 칼로 찔러 죽인 이유는 뭘까. 그녀는 대체 왜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것일까. 아무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수면 범죄 전문가인 베네딕트 프린스 박사에게 의뢰가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과연 그는 안나를 잠에서 깨워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는 어떻게 끝나지?" 나는 묻는다.

"다른 모든 이야기가 끝나듯이." 안나가 대답한다. "정의로운 자가 살아남고 악당들은 죽겠지. 악이 파괴되고 질서가 회복되고. 안녕, 박사님."

그 순간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왕자를 남겨두고 머나먼 왕국으로 떠난다.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P.481


잠든 사이 저지른 살인은 유죄일까, 무죄일까? 이 작품은 수면 중 범죄와 체념증후군이라는 독특한 현상을 소재로 해 깊이 있게 고민하고 있다. 판례의 경우, 몽유와 관련된 살인 사건은 심신상실로 인해 무죄 판결을 받은 경우가 더 많았다. 몽유 중의 행동은 자기 의지 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몽유병은 법적인 방어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신미약 혹은 심신상실로 인한 비자발적 행위였다는 것이 증명되면 면책 판결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극중 안나는 잠든 살인자일까 아니면 침무 속에 갇힌 피해자일까. '체념증후군'이라는 개념은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는 뇌에서 발생한 기질적인 질병이 아니라 정신 그 자체의 병을 가리키는 것으로, 희망이 사라져서 완전히 부재하는 현실을 직면할 때 겪는 병이라고 한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스웨덴의 난민 공동체 환자들로 지옥 같은 시리아와 중동에서 탈출한 아이들이 몇 달, 혹은 몇 년씩 잠에서 깨지 않는 수명 장애를 겪었던 것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매슈 블레이크는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그러한 이력 덕분인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장면들이 눈앞에 보이는 듯한 생생함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분량의 심리 스릴러임에도 한 순간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이 작품은 그의 데뷔작으로 출간과 동시에 마흔 개 국가와 출간 계약을 맺었고 현재 넷플릭스에서 영상화가 진행 중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문구가 생각날 정도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놓치지 않고 읽게 만드는 마성의 심리 스릴러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보자. 매력적인 소재와 탄탄한 구성과 몰입도 있는 전개, 연속되는 반전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게 잘 쓰인 작품이다. 올 여름의 무더운 날씨를 잊어 버리게 해줄 만한 소설을 찾고 있다면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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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급식 뽑기 내 멋대로 뽑기
최은옥 지음, 김무연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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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 멋대로 뽑기' 시리즈 열 한번째 책이다. 스핀 오프인 산타 뽑기 시리즈가 네 권이 별도로 나왔고, 본 시리즈는 친구, 아빠, 동생, 반려동물, 행운, 선생님, 초능력 등등 다양한 소재로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줬었다. 아이가 좋아해서 한 권도 빼놓지 않고 다 읽었다. 친구, 아빠, 동생, 반려동물, 행운, 선생님, 초능력, 장래 희망, 그리고 날짜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번에 나온 신작은 '급식'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그날의 급식 메뉴가 무엇인지는 매우 중요한데, 좋아하는 음식이 나오면 두 세번 받아와서 먹기도 하지만, 싫어하는 음식이 나오는 날에는 거의 남기기 마련이다. 아직은 골고루 먹지 않고, 편식하는 아이들이 많은 시기이니 말이다.


이야기의 주인공 윤우도 그렇다. 가지는 물컹물컹해서 꼭 상한 걸 먹는 기분이고, 부추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나고, 오이에서는 비누 맛이 난다고, 먹을 게 하나도 없다고 인상을 팍 찌푸린다. 생선조림도 싫고, 김치는 더 싫고, 콩밥도 마음에 안 들고... 친구인 재호도 급식이 먹기 싫은지 깨지락거리는 중이다. 맨날 치킨만 먹으면서 살고 싶다는 윤우와 매일매일 햄버거만 먹으면 좋겠다는 재호는 남은 음식을 잔반통에 죄다 쏟아붓고는 입구로 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때처럼 점심시간에 윤우는 급식실 옆 구석에 있는 작은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리는 것을 본다. 열린 문틈으로 붉은빛이 새어 나왔고, 자신도 모르게 문 쪽으로 몸이 끌려 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 기다렸다는 듯 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히고, 놀란 윤우가 문을 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윤우는 그곳에서 급식 포춘 쿠키를 발견한다.


오늘 급식이 마음에 들지 않나요?

원하는 급식 메뉴를 마음대로 골라 보세요.

한 번에 닥 쿠키 한 개만 뽑아야 합니다.


포춘 쿠키를 반으로 가르면 원하는 급식을 마음대로 뽑을 수 있었던 거다. 그렇게 매일매일 불고기덮밥, 닭강정, 햄버그 스테이크, 닭백숙, 돈가스, 갈비찜 그리고 치킨까지... 좋아하는 메뉴만 먹을 수 있게 되는데, 과연 급식 뽑기는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편식하는 아이들의 식습관에 관한 이야기는 아이들 사이에서 도는 으스스한 소문, 어딘가 수상한 영양사 선생님의 정체에 대한 호기심이 더해져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내멋대로 뽑기 시리즈는 일상 속 아이들의 고민을 살짝 가미한 판타지로 재미있게 풀어 내는데,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아이들의 바람과 꿈이 이루어지는 기적같은 상황이 잘 어우러져 신나게 읽을 수 있다. 


한창 자랄 시기에는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는 게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편식을 하지 않게 만들기란 결코 쉽지 않다. 몸에도 좋고, 맛도 있는 음식이 있다면 좋겠지만, 건강한 음식은 대부분 아이들 입맛에는 맛이 없게 마련이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급식을 골고루 먹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매일 편식만 하다가는 윤우처럼 정말 무시무시한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본다면, 조금쯤은 골고루 먹으려고 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 건 어른인 나의 바람이겠지만 말이다.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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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잡은 인생 - 삶의 가동 범위를 넓히는 본격 건강 독려 프로젝트
한승혜 지음 / 디플롯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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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제의 나보다 약간 더 좋아진 오늘의 나, 어제보다 조금 더 오래 매달리고, 어제는 안 되던 동작을 성공시키고, 같은 동작도 보다 정교하게 구현해낼 수 있게 된 나. 비록 어제는 실패했지만 오늘 다시 시도해보는 나. 어떤 것이든 과거보다 능숙하게 다루는 나. 매일매일 내게 일어나는 작은 변화가 신기했고, 새롭게 배우고 익히는 것 또한 즐거웠다. 그러면서 나는 스스로를 조금 더 좋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p.29


5년 전 어느 날, 침대에 물먹은 솜처럼 누워 있던 저자는 마치 계시라도 받은 듯 폴을 타야겠다고 다짐한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본 적도 없는데다가 생전 처음 접하는 종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던 폴댄스 학원으로 향한 뒤 사랑에 빠져 버린다. 수강 횟수로는 1000회 이상, 시간으로는 약 3000시간. 이는 거의 매일, 하루에도 몇 시간씩 운동을 했다는 뜻이다. 폴댄스라니... 운동보다는 기예나 퍼포먼스에 가까워 보이는 운동이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진 길쭉한 금속 봉을 이용하는 이 운동은 진입 장벽이 정말 높아보여 초보자는 근처에도 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부터 드는데, 어떻게 저자의 '인생 운동'이 되었을까. 


이 책은 뒤늦게 폴댄스를 접하고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끼게 된 저자의 운동 예찬기를 그리고 있다. 몸과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고, 컨디션이 점점 악화되는 시기에 이대로 계속 가다간 큰일 난다는, 뭔가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된 것이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후보는 여럿 있었다. 산책, 헬스장, 클라이밍, 핫요가, 필라테스.... 그러다 폴댄스를 떠올리게 된다. 모든 것을 초탈한 듯 근심도 걱정도 없는 평온한 표정으로 폴을 타고 있던 폴댄서를 보며, 세상에서 가장 버거운 내 몸뚱이를 가뿐히 들어보고 싶다는 꿈, 나 자신을 감당하고 싶다는 정신적인 목표를 물리적으로라도 이루어보겠다는 소망이 저자를 폴댄스로 이끌게 된 것이다. 물론 시작은 쉽지 않았다. 그야말로 물리적 '고통'을 동반한 폴 운동은 날이 살수록 첫날의 선택을 후회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때로 괴로움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가끔은 몸의 괴로움이 마음의 괴로움을 덜어주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미리 지불한 수강료 탓에 별 방법이 없어서 지속했고, 그런 와중에 깨닫게 되었다. 다른 사람보다 못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어제의 나보다는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초라하고 못난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면서 계속하기만 한다면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런 의미에서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어쩌면 자신의 초라함을 견디는 것의 다른 말인지도 모르겠다. 같은 선상에서 앞으로의 목표 역시 지금까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 잘하게 되는 것, 능숙해지는 것, 남보다 뛰어난 것이 아니라 느리더라도, 버겁더라도, 그만두지 않는 것. 운동도, 읽고 쓰는 삶도 말이다.             p.6


무슨 일이든 시작이 제일 어렵다.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나 음식을 맛보는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지역에 방문하는 것 등 낯선 것 앞에서 우리는 종종 두려움과 불안으로 포기하기 일쑤다. 나이를 먹을 수록 낯섦에 대한 회피는 더 심해진다. 안전하고, 익숙한 장소에서 잘 아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편하고 좋으니까. 부족하고 초라한 나를 견뎌야 하는 시간과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만나거나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의 시간은 버텨내고, 참아야하는 부분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일단 두려움이라는 커튼을 걷고 창밖을 바라보면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이 책의 저자가 폴댄스를 만나고 완전히 달라진 세계를 경험했듯이 말이다.  


자신의 무게 따위는 가뿐하게 이겨내는 가벼움으로 마치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듯한 폴댄스는 극한의 수련을 감내하는 시간들이 필요한 운동이다. 저자는 그 시간들을 버텨내며 다른 사람보다 못할지라도 어제의 나보다는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계속하기만 한다면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감한다. 그런 의미에서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어쩌면 자신의 초라함을 견디는 것의 다른 말일지도 모른다고, 운동도, 읽고 쓰는 삶도, 느리고, 버겁더라도 그만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인생도, 운동도 단판 승부가 아닌 길고 오래 바라보아야 하는 여정이다. 때로는 꺾이고, 넘어지고, 가끔은 막막하고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계속해나가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 버리지 말아야겠다. 삶의 바운더리 안에 ‘운동’을 포함시킨 후 몸의 근육뿐 아니라 마음의 근육까지 폭풍 성장시킨 한 여성의 운동 예찬기는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다. 나 역시 하찮은 체력이 얼마나 삶을 힘겹게 만드는 것인지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운동이 체력뿐 아니라 삶까지 업그레이드시켜준다면,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언젠가’를 버리고 ‘지금 당장’ 움직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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