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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잡은 인생 - 삶의 가동 범위를 넓히는 본격 건강 독려 프로젝트
한승혜 지음 / 디플롯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제의 나보다 약간 더 좋아진 오늘의 나, 어제보다 조금 더 오래 매달리고, 어제는 안 되던 동작을 성공시키고, 같은 동작도 보다 정교하게 구현해낼 수 있게 된 나. 비록 어제는 실패했지만 오늘 다시 시도해보는 나. 어떤 것이든 과거보다 능숙하게 다루는 나. 매일매일 내게 일어나는 작은 변화가 신기했고, 새롭게 배우고 익히는 것 또한 즐거웠다. 그러면서 나는 스스로를 조금 더 좋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p.29
5년 전 어느 날, 침대에 물먹은 솜처럼 누워 있던 저자는 마치 계시라도 받은 듯 폴을 타야겠다고 다짐한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본 적도 없는데다가 생전 처음 접하는 종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던 폴댄스 학원으로 향한 뒤 사랑에 빠져 버린다. 수강 횟수로는 1000회 이상, 시간으로는 약 3000시간. 이는 거의 매일, 하루에도 몇 시간씩 운동을 했다는 뜻이다. 폴댄스라니... 운동보다는 기예나 퍼포먼스에 가까워 보이는 운동이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진 길쭉한 금속 봉을 이용하는 이 운동은 진입 장벽이 정말 높아보여 초보자는 근처에도 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부터 드는데, 어떻게 저자의 '인생 운동'이 되었을까.
이 책은 뒤늦게 폴댄스를 접하고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끼게 된 저자의 운동 예찬기를 그리고 있다. 몸과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고, 컨디션이 점점 악화되는 시기에 이대로 계속 가다간 큰일 난다는, 뭔가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된 것이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후보는 여럿 있었다. 산책, 헬스장, 클라이밍, 핫요가, 필라테스.... 그러다 폴댄스를 떠올리게 된다. 모든 것을 초탈한 듯 근심도 걱정도 없는 평온한 표정으로 폴을 타고 있던 폴댄서를 보며, 세상에서 가장 버거운 내 몸뚱이를 가뿐히 들어보고 싶다는 꿈, 나 자신을 감당하고 싶다는 정신적인 목표를 물리적으로라도 이루어보겠다는 소망이 저자를 폴댄스로 이끌게 된 것이다. 물론 시작은 쉽지 않았다. 그야말로 물리적 '고통'을 동반한 폴 운동은 날이 살수록 첫날의 선택을 후회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때로 괴로움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가끔은 몸의 괴로움이 마음의 괴로움을 덜어주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미리 지불한 수강료 탓에 별 방법이 없어서 지속했고, 그런 와중에 깨닫게 되었다. 다른 사람보다 못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어제의 나보다는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초라하고 못난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면서 계속하기만 한다면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런 의미에서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어쩌면 자신의 초라함을 견디는 것의 다른 말인지도 모르겠다. 같은 선상에서 앞으로의 목표 역시 지금까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 잘하게 되는 것, 능숙해지는 것, 남보다 뛰어난 것이 아니라 느리더라도, 버겁더라도, 그만두지 않는 것. 운동도, 읽고 쓰는 삶도 말이다. p.6
무슨 일이든 시작이 제일 어렵다.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나 음식을 맛보는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지역에 방문하는 것 등 낯선 것 앞에서 우리는 종종 두려움과 불안으로 포기하기 일쑤다. 나이를 먹을 수록 낯섦에 대한 회피는 더 심해진다. 안전하고, 익숙한 장소에서 잘 아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편하고 좋으니까. 부족하고 초라한 나를 견뎌야 하는 시간과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만나거나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의 시간은 버텨내고, 참아야하는 부분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일단 두려움이라는 커튼을 걷고 창밖을 바라보면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이 책의 저자가 폴댄스를 만나고 완전히 달라진 세계를 경험했듯이 말이다.
자신의 무게 따위는 가뿐하게 이겨내는 가벼움으로 마치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듯한 폴댄스는 극한의 수련을 감내하는 시간들이 필요한 운동이다. 저자는 그 시간들을 버텨내며 다른 사람보다 못할지라도 어제의 나보다는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계속하기만 한다면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감한다. 그런 의미에서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어쩌면 자신의 초라함을 견디는 것의 다른 말일지도 모른다고, 운동도, 읽고 쓰는 삶도, 느리고, 버겁더라도 그만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인생도, 운동도 단판 승부가 아닌 길고 오래 바라보아야 하는 여정이다. 때로는 꺾이고, 넘어지고, 가끔은 막막하고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계속해나가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 버리지 말아야겠다. 삶의 바운더리 안에 ‘운동’을 포함시킨 후 몸의 근육뿐 아니라 마음의 근육까지 폭풍 성장시킨 한 여성의 운동 예찬기는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다. 나 역시 하찮은 체력이 얼마나 삶을 힘겹게 만드는 것인지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운동이 체력뿐 아니라 삶까지 업그레이드시켜준다면,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언젠가’를 버리고 ‘지금 당장’ 움직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