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목욕탕 파란 이야기 24
정유소영 지음, 모루토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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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사는 게 온통 후회투성이란다. 너도 나가서 살면 금방 때투성이가 돼서 이곳에 기어들어 올걸."

탕에 몸을 담근 손님들이 너나없이 키득키득 웃었다. 용 직원은 한방 먹은 얼굴로 밀키를 째려봤다. 밀키는 모른 척하며 내게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온도가 아주 딱 좋아. 너도 좋아할 거야."            p.36


은하는 아빠와 함께 동물과 사람이 함께 TV, 라는 뜻의 '동사함TV'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직접 유기묘인 밀키를 구조해 키우고 있기도 하다. 은하는 반친구들도 모두 알 정도로 나름 인기 있는 유튜버인데, 댓글들을 살피다가 아지천사라는 아이디로 쓴 뾰족하게 날이 선 댓글을 보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버린다. 아지천사는 툭하면 악플을 달고 시비를 거는 구독자였다. 



은하는 어느 날 같은 반 친구인 강하진이 아지천사라고 의심하게 되고, 증거를 찾기 위해 휴대폰을 훔쳐보다 들키고 만다. 사실 강하진은 악플러가 아니라 은하를 응원하는 열렬한 팬이었다. 게다가 하필 그 장면을 누군가 영상으로 찍어서 올리는 바람에 은하는 친구를 의심하고 휴대폰까지 훔쳐본 '나쁜 아이'로 낙인찍히고 만다. 친구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구독자들에게 비난을 받게 되자, 은하는 모든 걸 다시 되돌리고만 싶다. 심지어 악의적으로 편집한 영상까지 돌아다니기 시작하자, 은하는 그냥 이대로 사라져 버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 영상만 본다면,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나쁜 아이처럼 보였다. 겉으로는 착한 척하고 뒤로는 못된 짓만 골라 하는 위선자. 사실이 아니라는 걸, 실수였을 뿐이라는 걸 밝히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주, 네 몫의 초대권은 없어. 라면 사 먹는다고 행운을 당겨썼잖아."

"행운을 또 당겨쓰면 안 돼요? 제 행운을 한 개, 아니 열 개 드릴게요. 제발요. 저는 꼭 그때밀이를 받아야 해요. 고민지가 저 때문에......"

사장님이 혀를 차며 말했다.

"왜 아이들은 맨날 그때로 돌아가려고만 하는지 모르겠어. 어차피 그때로 돌아가 봤자 또 후회할 일이 생길 텐데."          p.81


여기 초대권을 받아야만 입장할 수 있는 목욕탕이 있다. 영업시간은 매주 목요일, 해질 녘부터 동틀 때까지이다. 안내하는 개를 따라가면 되는데, 어른은 입장할 수 없다. 이곳에는 후회되는 그때를 깨닫게 해 주는 '아이씨탕', 후회되는 그 순간을 말끔히 씻어 주는 '그맘때탕, 후회되는 과거로 되돌려주는 '그때밀이', 후회의 기억과 맞서 싸우는 '싸우나' 등 현실의 목욕탕에는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는 평생 세 번뿐,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면 미래도 그만큼 줄어든다. 하지만 아쉽고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다시는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누구나 그때로 돌아가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원하는 대로 모든 일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바라던 대로 다시 후회할 일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책은 후회하는 마음을 ‘때’로 표현하고, 그 ‘때’를 벗겨 내는 목욕탕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동화이다. 누구나 살면서 실수를 하고, 그로 인해 후회를 하게 된다. 그냥 이대로 사라져 버리고 싶다고,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되돌리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란 없다. 실수하고, 잘못하고, 후회하면서 배워 나가는 게 인생이기도 하니 말이다. 사람들은 실수를 실패의 증거라고 생각하지만, 사람은 후회할 일을 많이 할수록 더 현명해지게 마련이다. 실수하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배워 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실수만 없었다면 행복해졌을 거라 여기며 괴로워하지 말고, 실수를 통해 더 잘할 수 있게 배우고 성장하면 되는 거다. 


이 작품 속 주인공은 그때목욕탕을 통해 친구 사이의 오해와 갈등을 풀고, 상처를 마주하며 조금씩 회복해 가는 기회를 얻는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후회를 통해 한 걸음 더 성장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후회가 성장의 디딤돌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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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수업 - 오늘의 시민을 위한 칸트 입문 강독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36
김선욱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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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쩌면 칸트를 공부하는 일은 마치 빨간 약을 먹고 난 뒤의 세계를 탐구하는 것과 같다. 세계가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그 세계를 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깊이 살펴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칸트 철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의 철학을 이해하면, 우리가 기존에 받아들이던 세계가 사실은 매트릭스처럼 구성된 것이며, 우리가 보는 현실이 진짜 세계처럼 생각된 것임을 깨닫게 된다.              p.65


대한민국 대표 교수진이 펼치는 흥미로운 지식 체험, ‘인생명강’ 시리즈의 서른여섯 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는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전국 대학 각 분야 최고 교수진의 명강의를 책으로 옮겨 다양한 분야의 지식 콘텐츠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나온 책은 2024년 칸트 탄생 300주년을 맞아 숭실대 철학과 김선욱 교수가 진행한 네 번의 온라인 강연을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칸트는 많은 책을 출간했고 많은 글을 남겼다. 그의 저작을 모아 출판한 '아카데미판' 전집은 총 29권에 이른다. 저자는 칸트의 저작 가운데서도 특히 중요하게 평가되는 '비판기' 저작물에 집중한다. 이 책은 칸트의 3대 비판서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을 통해 칸트의 철학을 오늘의 삶에 연결한다. 김선욱 교수는 한나 아렌트 연구의 권위자로 유명한데, 자신이 칸트 철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학자가 아니기에 오히려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대중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로 칸트 강의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칸트의 인식론을 시작으로 칸트 철학의 핵심인 도덕철학을 탐구하고, 인간 존엄에 관한 칸트의 사상을 살펴보며 미학과 정치철학의 관점에서 21세기의 철학적 맥락을 짚어 본다. 그리고 강연에는 없었던 5부를 덧붙여 칸트의 사상이 현대 정치철학의 한 주제인 세계시민주의 논의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로 확장시킨다. 




우리가 칸트를 다시 공부하는 이유는 인간 존엄과 보편성이라는 철학적 기획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사유의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단순히 사고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존재다. 그러나 이 능력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이 남는다. 지젝이 언급한 사례처럼, 때로는 피상적인 예의 하나가 인간다움을 일깨우기도 한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인 이념이나 도덕성 이전에, 타인을 향한 가장 기본적인 존중과 거리감일 수 있다.              p.179~180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보는 세계는 궁극적인 실재가 아니다."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빨간 약과 파란 약을 보여주면서 빨간 약을 먹으면 실재를 알게 되지만, 진리를 아는 일은 고통을 수반한다고 말한다. 반면 편안한 삶을 이어가고 싶다면 파란 약을 선택하라면서,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 묻는다. 우리가 인식하는 현실이 허상이라는 것은 빨간 약을 먹어야 비로소 진짜를 마주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칸트는 실재를 두 종류로 구분한다. 하나는 현상적 실재, 즉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세계다. 다른 하나는 본체적 실재, 즉 우리의 지각 너머에 있는 그 자체의 세계다. 칸트의 선험 철학은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세계는 단지 현상적 실재일 뿐이며, 본체적 실재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인식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칸트의 철학을 매트릭스 속 세계를 비유하며 설명해주는데 덕분에 이해하기도 쉬웠고,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칸트의 문제의식은 '좋은 삶이 항상 옳은 삶일 수 있는가?'라는 데에 있다. 즉, 좋음과 옳음이 반드시 일치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오랜 시간을 지나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같은 고민으로 연결된다. 사회 속에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은 종종 '그것이 옳은가?'라는 질문의 도전을 받는다.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옳은 일일까에 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지만, 내 행동이 옳은 것이 되게 하는 기준을 찾아야 할 것이다. 칸트의 시대는 계몽의 시대였다. 계몽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민주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오늘은 과연 이미 계몽된 시대에 도달했을까, 아니면 여전히 계몽을 향해 나아가는 중일까. 혹은 계몽의 가능성을 품은 채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중일까. 칸트의 철학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가 궁금하다면, 칸트 탄생 300주년 기념 강연을 책 한 권으로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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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
가지 다쓰오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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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당했다고요?"

"네."

혼조는 놀란 듯이 얼떨떨한 얼굴로 한동안 침묵했다. 그러다 조금 빠르게 다시 입을 열었다. 어딘가 조급해 보이기도 했다.

"모르겠네요...... 도무지 무슨 말인지......"

"조금 전 혼조 씨는 동생의 죽음에 뭔가 거짓이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고 하셨습니다만."    

"아, 그건 전혀 다른 의미로 한 말이었습니다."             p.73


간토 대학 공학부 건축 학과 교수인 도모이치는 최근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뤘다. 그런데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동생이 살해당했다'는 말을 남겼다. 23년 전 초등학교 3학년이던 동생은 전쟁 중 학동 소개로 지바현의 깊은 산골 마을에 보내졌었다. 그곳에 간 지 석 달쯤 됐을 무렵, 갑자기 학교에서 동생이 익사했다는 연락을 받았고 여태 그렇게 사고사로만 알고 있었다. 당시 소개지 아동을 불러다가 대접해 주는 행사가 있었는데, 그 초대를 받아 간 집 근처 연못에서 발을 헛디뎌 빠졌다고만 들었을 뿐 구체적인 정황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남기신 말 때문에 의문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돌아가시기 직전에 정신이 혼미해져서 하신 말씀일 수도 있었지만, 동생의 죽음을 조사하는 행위 자체가 죽은 동생을 위한 작은 위령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진실을 찾아 보기로 한다. 


그렇게 도모이치는 강의 일정을 바꿔 가면서 동생의 소개지였던 지바 쪽으로 조사를 위해 떠난다. 전쟁 후 지방의 부잣집들은 대부분 몰락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동생이 초대를 받았던 다에미 가도 지금은 마을에서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났고, 결국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어머니라는 분도 도망치듯 마을을 떠나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다에미가를 둘러싼 기묘하고 복잡한 이야기도 많이 있었다. 선조들의 약탈로 목숨을 잃은 자들의 저주라든가, 쉽게 지워지지 않는 도적의 피, 그리고 근친혼이 잦았던 점 등이 얽혀 대대로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태어난다거나 으스스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다에미 가에 있던 연못에도 찝찝한 전설 같은 것이 전해 내려왔다고 한다. 용신 연못이라는 이름부터 사당에 용이 산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것이었다. 그리고 용이 산 제물을 원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과연 도모이치는 이십 년도 지난 동생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그렇다고 살인까지 한다는 건 좀 비약 아닌가? 사람이 그렇게 쉽게 살의를 품을 수 있어?"

“살면서 단 한 번도 살의를 느끼지 못한 사람은 없다고 봐.

오히려 때때로 살의를 품는 인간이 정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왜 대부분 실제로 사람을 죽이지 않는 거지?”

“살의를 품는 것과 실제 행동에 옮기는 건 분명한 경계가 있으니까. 대부분 그 선까지 가면 거의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서게 돼.”            p.272


깊은 산골 마을에서 조사를 하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도모이치는 등 뒤에서 인기척을 느끼거나, 자신이 남긴 발자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또 다른 발자국을 발견한다. 그리고 어디를 가든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감각을 끊임없이 받게 된다. 작고 폐쇄된 마을이라 사람들의 은밀한 눈과 귀, 입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듯했다.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고 미행을 한다면, 동생의 죽음에 그토록 들키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는 뜻이 아닐까 도모이치는 생각한다. 급기야 자신이 머물고 있던 방을 누군가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여행 가방을 뒤지며 찾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러다 도모이치는 누군가의 습격으로 인해 머리에 타격을 입고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만다. 대체 도모이치의 동생의 죽음에는 어떠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


이 작품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복선의 신'이자 '전설'로 끊임없이 회자되며 40여 년 만에 부활한 본격 미스터리이다. 가지 다쓰오의 작품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인데, 이 작품은 1979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일본 현지에서도 한동안 절판 상태였다가 2022년에 복간되었고, 이번에 국내에도 출간된 것이다. 작품이 복간되면서 범인 설정, 메인 트릭, 대담한 미스디렉션, 치밀한 복선까지 본격 미스터리로서 완벽한 작품이라며 극찬한 미쓰다 신조가 해설을 썼다.  미스다 신조는 해설을 쓰기 위해 이 작품을 43년 만에 다시 읽었다고 하는데, 여전히 가지 다쓰오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말한다. 동생의 죽음에 얽힌 전반부의 미스터리만 하더라도 상당히 흡입력있는 전개를 보여주고 있는데, 중반 이후로 넘어서면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서 벌어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들이 시작된다. 곳곳에 치밀한 복선과 트릭이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한 작품이라,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복선이 될 만한 부분에 별도로 표시를 하면서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에 드러나는 진실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추리, 미스터리 분야의 책들을 꽤 읽어 왔기에 반전도, 범인도 쉽게 짐작하는 편이라고 자부했는데, 이 작품만은 예외로 둬야 할 것 같다. 그만큼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전개가 탄탄한 서사로 진행되기에,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이 결말에 이르렀을 때 비슷한 표정을 짓게 되지 않을까. 작가에게 제대로 당했구나, 싶을 테니 말이다. 폭풍 같은 복선 회수에 전율하게 되는, 전설의 미스터리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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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안타까운 동물 자랑 대회
이마이즈미 다다아키 외 감수, 시모마 아야에 외 그림, 이선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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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안타까운 동물 자랑 대회'가 열렸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서럽고, 어쩐지 마음 짠해지는 동물들이 무려 122마리나 출전했다. 세상 모든 동물 중에서 무는 힘이 가장 강하다는 바다악어가 반대로 입을 벌리는 힘은 턱없이 약하다는데, 오죽하면 평범한 할아버지가 한 손으로 제압할 수 있을 정도라고. 커다란 눈을 가진 안경원숭이는 눈알이 너무 커서 굴릴 수가 없기 때문에 옆을 보려고 하면 아예 고개를 돌려야 한다고. 눈알 하나의 무게가 뇌와 맞먹을 정도로 무겁기 때문이다. 큰개미핥기는 발톱이 너무 커서 제대로 걸을 수 없고, 황제펭귄은 두 달 동안 발등 위에 알을 품어야 하고, 어떤 하루살이는 어른이 되고 겨우 2시간도 살지 못한다고 한다. 황당해서 키득대고, 놀라워서 감탄하다보면 어느 새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는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지구에 처음 생명이 태어난 38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구 환경의 변화에 따라 수십만 년,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가 이루어져 왔다. 그러한 진화는 수없이 많은 '우연'이 쌓이고 싸인 결과이니, 지금 우리가 이 세상에서 이 모습으로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말 도 안 되는 '기적'인 셈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놀라운 진화'를 해 온 생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머러스한 일러스트들과 각 동물들의 말투가 사연의 내용과는 별개로 귀엽고, 장난스럽게 보이지만, 사실 각각의 페이지 안에는 중요한 기본 정보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동물들의 정보와 사연이 모두 쉬운 설명으로 되어 있어 어린이들의 이해를 도와주는 사랑스러운 동물도감이다. 




포유류 중에서 가장 몸집이 작은 동물 중 하나인 땃쥐는 30분마다 식사와 휴식을 반복하며 에너지를 흡수해 체온을 유지한다. 조금만 날씨가 추워도 곧바로 체온이 내려가기 때문에, 3시간만 굶어도 죽고 만다고 하니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해야 살아남는 동물인 셈이다. 험상궂은 외모와 달리 고릴라는 매우 섬세한 동물이라 강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겨드랑이 밑에서 냄새가 나거나 사람처럼 갑자기 설사를 하기도 한다고. 울퉁불퉁한 근육 속에 가려진 아주 여린 마음이라니... 대반전의 성격이 아닌가 싶다.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경골어류인 개복치는 느릿느릿한데다 이렇다 할 방어 수단도 없기에 암컷이 3억 개의 알을 낳아도 그 중 어른이 되는 건 고작 두 마리 정도라고 한다. 확률로 보면 99.999999 퍼센트가 죽는 다는 건데, 개복치에게 어른이 되는 건 복권 1등에 당첨되는 것보다 10배 이상 어려운 일인 셈이다. 뭔가 슬픈데 웃긴, 안타까운데 귀여운 동물들의 사연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을 것이다. 




어린이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모으며 '웃기고 유익한 동물도감'의 장을 열어젖힌 '원조'가 드디어 국내에 출간되었다. 출간된 이래로 일본에서 530만 부 판매를 기록한 〈안타까운 동물 자랑 대회〉는 무려 2년 동안 초등학생 인기투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은 초 인기 시리즈다.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로 제작되었을 정도이니 얼마나 화제였는지 짐작이 될 것이다. 각각의 동물 마다 크기, 서식지, 영어명, 특징 등 프로필이 소개되어 있고, 안타까운 사연과 안타까운 정도가 별점으로 표시되어 있는 동물도감이라 기본 정보도 익히면서 동시에 재미도 찾을 수 있다. 


세상에는 왜 안타까운 생물들이 있는 걸까. 그건 바로 진화 때문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몸의 구조나 능력이 바뀌게 된 것은 다 각자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함이었으니, 뭐 이런 동물이 다 있냐 싶다가도 어느 순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진화의 개념과 역사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게 해준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자, 누가 누가 제일 안타까운지, 첫 대회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지 궁금하다면 이 엉뚱발랄한 동물도감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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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양자역학 - 아무도 모르지만 누구나 알아야 할
프랑크 베르스트라테.셀린 브뢰카에르트 지음, 최진영 옮김 / 동아엠앤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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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양자역학을 적용해야 하는 경우는, 입자의 파장이 매우 작아져서 고전 물리학적 모델로는 설명할 수 없을 때이다. 예를 들어 전자와 같은 미세한 입자들의 운동을 설명할 때, 고전 물리학만으로는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때 드 브로이의 공식이 유용하게 사용된다.... 일상적인 것들에는 언뜻 보기에 양자역학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양자역학이 일상생활에서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물질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양자! 화학 반응과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양자! 모든 것에 색을 부여하는 것은 무엇인가? 양자!               P.106~107


양자역학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덕분에 다양한 종류의 과학책들을 흥미롭게 읽는 중이다. 하지만 사실 아주 유명한 물리학자도 '양자역학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양자역학은 결코 쉽지 않다. 이 책은 양자역학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대칭, 배타 원리 또는 불확정성 원리와 같은 몇 가지 기본 아이디어를 이해함으로써 누구나 원자 세계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양자역학이 난해하고 직관에 반하는 학문이지만 그 점을 이용해서 신성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밝힌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이 두 개의 서문으로 시작된다는 점이다. 물리학자의 서문과 작가의 서문이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응용수학 및 이론물리학과 교수인 프랑크 베르스트라테와 그의 아내인 언어학자이자 극작가인 셀린 브뢰카에르트가 함께 이 책을 썼기 때믄이다. 물리학자인 남편의 글을 작가인 아내가 일상 언어로 쉽게 풀어낸 양자역학에 관한 책은 아마도 이 책이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그만큼 너무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양자역학은 실재하며, 우리는 기술을 급격히 변화시킬 두 번째 양자 혁명의 초입에 서 있다고 양자역학 교수가 말하면, 작가는 세상에 수학과 양자역학이 있지만 삶에는 훨씬 더 복잡한 것들이 존재한다고, 이 책을 읽으며 좌절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래서 더 부담없이 양자 역학의 세계에 입문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양자역학이라는 학문의 아름다움을 단어로 표현해주고 있어 더 좋았던 책이기도 하다. 




현재 양자역학과 중력은 깊고 넓은 바다로 나뉜 두 개의 대륙과도 같다. 그 사이를 무한한 지평선이 구분 짓는다. 미세한 나노 입자와 거대한 중력의 대립이다. 아스펠마이어는 이 두 세계, 즉 이 두 이론을 실험적으로 화해시킬 수 있는 첫 번째 인물이 될 수도 있다. 실험은 무한대라는 극복할 수 없는 장벽에 부딪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과감하게 도전에 나선다. 모험하지 않으면 성과도 없다... 모든 것을 설명하면서 일관된 이론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환상일까? ... 어쩌면 그렇다. 그러나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든, 이론이 맞지 않는다면, 혁명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P.375~376


양자역학은 1925년 독일의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가 정립한 이론으로 현대 과학기술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이론이다. 양자역학은 아주 작은 세상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과학이다. 인간의 의식과 평행우주에서 자유의지와 영생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삼라만상을 아우르는 이야기이며,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과학적 렌즈이기도 하다. 양자물리학은 모든 현대 기술의 토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자물리학 덕분에 우리는 물질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고, 우주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물질을 만들 수 있으며, 별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망원경 너머 저 먼 우주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시계, 레이저, 의학용 스캐너, 그리고 컴퓨터도 모두 양자물리학 덕분에 세상에 나온 것이다.


이 책은 20세기 초반에 탄생한 양자역학과 그 기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16세기 시몬 스테빈에서 시작하고 그 이후 양자를 둘러싼 500년 역사를 돌아보며, 과학자들의 성과를 하나씩 살펴본다. 갈릴레이, 뉴턴, 해밀턴 경, 에미 뇌터를 거쳐 플랑크와 아인슈타인, 드 브로이,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에 이르기까지 과학사를 차근차근 짚어 본다. 이 책은 물리학 책이 아니라 양자역학에 관한 책이고, 양자역학의 본질은 수학이 아니라 그 뒤의 개념이기 때문에 가능한 공식과 수학에서 벗어나 설명하고자 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과학책이 생각보다 너무 술술 잘 읽혀서 놀라게 될지도 모르겠다. 양자역학의 거의 모든 과학적 성공은 리처드 파인만의 "닥치고 계산하라"는 태도 덕분이라는 대목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것은 이론, 실험, 예측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여기서 핵심은 양자역학은 마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것이 상상을 초월하고 직관에 반하더라도 그것이 마법적인 것으로 간주될 필요는 없다고, 실험을 통해 그것을 입증하면 된다는 뜻이다. 실험 결과가 이론과 일치하면 계속 나아가면 되고, 실험이 맞지 않으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태도가 결국 과학적 발전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 책은 양자역학의 기초 개념부터 시작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역사적으로 살펴보고, 그 속의 신비한 현상과 수학적 형식을 탐구하는 양자역학 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양자역학을 이해해보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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