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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목욕탕 ㅣ 파란 이야기 24
정유소영 지음, 모루토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사는 게 온통 후회투성이란다. 너도 나가서 살면 금방 때투성이가 돼서 이곳에 기어들어 올걸."
탕에 몸을 담근 손님들이 너나없이 키득키득 웃었다. 용 직원은 한방 먹은 얼굴로 밀키를 째려봤다. 밀키는 모른 척하며 내게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온도가 아주 딱 좋아. 너도 좋아할 거야." p.36
은하는 아빠와 함께 동물과 사람이 함께 TV, 라는 뜻의 '동사함TV'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직접 유기묘인 밀키를 구조해 키우고 있기도 하다. 은하는 반친구들도 모두 알 정도로 나름 인기 있는 유튜버인데, 댓글들을 살피다가 아지천사라는 아이디로 쓴 뾰족하게 날이 선 댓글을 보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버린다. 아지천사는 툭하면 악플을 달고 시비를 거는 구독자였다.

은하는 어느 날 같은 반 친구인 강하진이 아지천사라고 의심하게 되고, 증거를 찾기 위해 휴대폰을 훔쳐보다 들키고 만다. 사실 강하진은 악플러가 아니라 은하를 응원하는 열렬한 팬이었다. 게다가 하필 그 장면을 누군가 영상으로 찍어서 올리는 바람에 은하는 친구를 의심하고 휴대폰까지 훔쳐본 '나쁜 아이'로 낙인찍히고 만다. 친구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구독자들에게 비난을 받게 되자, 은하는 모든 걸 다시 되돌리고만 싶다. 심지어 악의적으로 편집한 영상까지 돌아다니기 시작하자, 은하는 그냥 이대로 사라져 버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 영상만 본다면,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나쁜 아이처럼 보였다. 겉으로는 착한 척하고 뒤로는 못된 짓만 골라 하는 위선자. 사실이 아니라는 걸, 실수였을 뿐이라는 걸 밝히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주, 네 몫의 초대권은 없어. 라면 사 먹는다고 행운을 당겨썼잖아."
"행운을 또 당겨쓰면 안 돼요? 제 행운을 한 개, 아니 열 개 드릴게요. 제발요. 저는 꼭 그때밀이를 받아야 해요. 고민지가 저 때문에......"
사장님이 혀를 차며 말했다.
"왜 아이들은 맨날 그때로 돌아가려고만 하는지 모르겠어. 어차피 그때로 돌아가 봤자 또 후회할 일이 생길 텐데." p.81
여기 초대권을 받아야만 입장할 수 있는 목욕탕이 있다. 영업시간은 매주 목요일, 해질 녘부터 동틀 때까지이다. 안내하는 개를 따라가면 되는데, 어른은 입장할 수 없다. 이곳에는 후회되는 그때를 깨닫게 해 주는 '아이씨탕', 후회되는 그 순간을 말끔히 씻어 주는 '그맘때탕, 후회되는 과거로 되돌려주는 '그때밀이', 후회의 기억과 맞서 싸우는 '싸우나' 등 현실의 목욕탕에는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는 평생 세 번뿐,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면 미래도 그만큼 줄어든다. 하지만 아쉽고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다시는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누구나 그때로 돌아가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원하는 대로 모든 일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바라던 대로 다시 후회할 일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책은 후회하는 마음을 ‘때’로 표현하고, 그 ‘때’를 벗겨 내는 목욕탕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동화이다. 누구나 살면서 실수를 하고, 그로 인해 후회를 하게 된다. 그냥 이대로 사라져 버리고 싶다고,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되돌리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란 없다. 실수하고, 잘못하고, 후회하면서 배워 나가는 게 인생이기도 하니 말이다. 사람들은 실수를 실패의 증거라고 생각하지만, 사람은 후회할 일을 많이 할수록 더 현명해지게 마련이다. 실수하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배워 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실수만 없었다면 행복해졌을 거라 여기며 괴로워하지 말고, 실수를 통해 더 잘할 수 있게 배우고 성장하면 되는 거다.
이 작품 속 주인공은 그때목욕탕을 통해 친구 사이의 오해와 갈등을 풀고, 상처를 마주하며 조금씩 회복해 가는 기회를 얻는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후회를 통해 한 걸음 더 성장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후회가 성장의 디딤돌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