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수업 - 오늘의 시민을 위한 칸트 입문 강독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36
김선욱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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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쩌면 칸트를 공부하는 일은 마치 빨간 약을 먹고 난 뒤의 세계를 탐구하는 것과 같다. 세계가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그 세계를 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깊이 살펴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칸트 철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의 철학을 이해하면, 우리가 기존에 받아들이던 세계가 사실은 매트릭스처럼 구성된 것이며, 우리가 보는 현실이 진짜 세계처럼 생각된 것임을 깨닫게 된다.              p.65


대한민국 대표 교수진이 펼치는 흥미로운 지식 체험, ‘인생명강’ 시리즈의 서른여섯 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는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전국 대학 각 분야 최고 교수진의 명강의를 책으로 옮겨 다양한 분야의 지식 콘텐츠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나온 책은 2024년 칸트 탄생 300주년을 맞아 숭실대 철학과 김선욱 교수가 진행한 네 번의 온라인 강연을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칸트는 많은 책을 출간했고 많은 글을 남겼다. 그의 저작을 모아 출판한 '아카데미판' 전집은 총 29권에 이른다. 저자는 칸트의 저작 가운데서도 특히 중요하게 평가되는 '비판기' 저작물에 집중한다. 이 책은 칸트의 3대 비판서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을 통해 칸트의 철학을 오늘의 삶에 연결한다. 김선욱 교수는 한나 아렌트 연구의 권위자로 유명한데, 자신이 칸트 철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학자가 아니기에 오히려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대중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로 칸트 강의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칸트의 인식론을 시작으로 칸트 철학의 핵심인 도덕철학을 탐구하고, 인간 존엄에 관한 칸트의 사상을 살펴보며 미학과 정치철학의 관점에서 21세기의 철학적 맥락을 짚어 본다. 그리고 강연에는 없었던 5부를 덧붙여 칸트의 사상이 현대 정치철학의 한 주제인 세계시민주의 논의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로 확장시킨다. 




우리가 칸트를 다시 공부하는 이유는 인간 존엄과 보편성이라는 철학적 기획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사유의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단순히 사고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존재다. 그러나 이 능력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이 남는다. 지젝이 언급한 사례처럼, 때로는 피상적인 예의 하나가 인간다움을 일깨우기도 한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인 이념이나 도덕성 이전에, 타인을 향한 가장 기본적인 존중과 거리감일 수 있다.              p.179~180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보는 세계는 궁극적인 실재가 아니다."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빨간 약과 파란 약을 보여주면서 빨간 약을 먹으면 실재를 알게 되지만, 진리를 아는 일은 고통을 수반한다고 말한다. 반면 편안한 삶을 이어가고 싶다면 파란 약을 선택하라면서,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 묻는다. 우리가 인식하는 현실이 허상이라는 것은 빨간 약을 먹어야 비로소 진짜를 마주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칸트는 실재를 두 종류로 구분한다. 하나는 현상적 실재, 즉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세계다. 다른 하나는 본체적 실재, 즉 우리의 지각 너머에 있는 그 자체의 세계다. 칸트의 선험 철학은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세계는 단지 현상적 실재일 뿐이며, 본체적 실재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인식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칸트의 철학을 매트릭스 속 세계를 비유하며 설명해주는데 덕분에 이해하기도 쉬웠고,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칸트의 문제의식은 '좋은 삶이 항상 옳은 삶일 수 있는가?'라는 데에 있다. 즉, 좋음과 옳음이 반드시 일치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오랜 시간을 지나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같은 고민으로 연결된다. 사회 속에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은 종종 '그것이 옳은가?'라는 질문의 도전을 받는다.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옳은 일일까에 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지만, 내 행동이 옳은 것이 되게 하는 기준을 찾아야 할 것이다. 칸트의 시대는 계몽의 시대였다. 계몽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민주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오늘은 과연 이미 계몽된 시대에 도달했을까, 아니면 여전히 계몽을 향해 나아가는 중일까. 혹은 계몽의 가능성을 품은 채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중일까. 칸트의 철학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가 궁금하다면, 칸트 탄생 300주년 기념 강연을 책 한 권으로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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