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는 과학자들 - 위대한 과학책의 역사
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제효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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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뉴턴은 총 세 권으로 구성된 『프린키피아』의 마지막 권을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쓰려고 했으나, 영국 왕립학회 회원들의 반대로 결국 제3권도 앞선 두 권처럼 비과학자들은 이해하기 힘든 책이 되었다. 질량의 개념부터 그가 수립한 중력의 법칙(지금 쓰이는 것처럼 방정식 형식으로 제시되지는 않았다)까지 『프린키피아』에서 다루어지는 다양한 주제 중에서도 가장 탁월한 내용은 우리가 지표면에서 경험하는 중력을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힘, 그리고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힘과 하나로 연결해 설명한 것이다.                p.160


책장에 꽂힌 책을 한 권 꺼내서 거기에 적힌 글자들을 읽는 것만으로 우리는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전에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쓰인 글과 만난다. 글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고, 이것이 과학을 존재하게 하는 글의 중요한 특성이기도 하다. 과학은 다른 사람의 발견과 이론을 토대로 삼아 그 위에 다른 발견과 이론을 쌓는 방식으로만 기능하기 때문에, 과학을 발전시킨 것은 '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가 주변에서 관찰한 것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한 2천5백여 년 전부터, 책은 과학을 전파하는 데 중심이 되었다. 40권이 넘는 대중 과학책을 쓴 저자 브라이언 클레그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2500년에 걸쳐 인류에 큰 영향을 끼친 과학책들과 그 책을 쓴 과학자들을 조명한다. 


이 책은 고대 학자들이 남긴 최초의 과학적인 기록들부터 시작해 인쇄 기술의 발명으로 시작된 과학책의 르네상스기를 거쳐 다양한 분야가 발전했던 19세기, 상대성 이론과 양자 이론, 유전학이 등장한 20세기를 지나 대중과 호흡하기 시작한 현대에 이르기까지 과학책의 역사를 살펴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글자를 거울에 비친 형태로 쓰거나 자신만 알아볼 수 있도록 메모를 남기는 등 평범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발견과 발명을 감추려는 의도를 가지고 기록을 남겼었고,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책으로 꼽히는 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 초고에는 동료 과학자 로버트 훅의 이름이 꽤 여러 번 등장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나빠지자 결국 출간 전 훅의 이름을 원고에서 전부 지워버렸다는 등 위대한 과학책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도 너무 흥미진진했다. 곤충이 주제인 파브르의 책이 큰 인기를 끈 이유는 그림이 아닌 독자를 사로잡은 그의 문체였다는 사실과 빌 브라이슨이 쓴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지금까지 출판된 현대의 모든 과학책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렸다는 것도 놀라웠다. 




『상대성 이론』은 전체적으로 친근한 어투이기는 하지만, 현대의 대중 과학책 기준에서는 교과서 느낌이 물씬 나는 체계적인 방식으로 상대성 이론을 설명한다. 이론을 수립한 당사자가 직접 저술한 책인데 상대성 이론의 역사적, 개인적 배경은 나오지 않고 26쪽에 이르러서야 이 이론을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철로를 달리는 기차와 번개 칠 때 나타나는 섬광이 예시로 나온다. 그럼에도 아인슈타인의 저서는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이런 측면에서 『상대성 이론』은 책을 사는 사람은 많아도 완독하는 사람은 드물기로 유명한 스티븐 호킹의 책 <시간의 역사>의 예고편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p.250


출판사가 그림이나 사진이 포함된 표지를 디자인해서 과학책에 입히기 시작한 건 현대에 들어서부터다. 그리 멀지 않은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대중 과학책은 표지가 영 칙칙했다. 과학을 진지하게 다루는 책이라면 사람들의 흥미를 끌려고 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도 있었고, 과학자가 대중을 주 독자로 삼아 책을 저술하는 일조차 과학자의 본분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동료들의 못마땅한 시선을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중 과학책의 표지는 1960년대가 되어서야 내용과 어울리고 독자들의 기대에도 부합하도록 디자인되기 시작했다. 1988년에 출간된 스티븐 호킹의 책 <시간의 역사>는 과학책이 한 권도 없었던 수많은 책장에 한 자리를 차지했을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블랙홀과 우주학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를 일약 스타로 만들고 대중 과학책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호킹의 성격과 그를 쇠약하게 만든 병을 대하는 방식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사는 사람은 많아도 사 놓고 한 번도 안 읽은 사람이 태반인 책으로도 유명한 이 책의 인기로 말미암아 출판계가 대중 과학도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 


올해 초에 나왔을 때부터 궁금했던 책인데, 이번 서울국제도서전 선정 '한국에서 가장 지혜로운 책'으로 선정된 기념으로 모집한 서평단으로 드디어 만나보게 되었다. 평소에도 워낙 과학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편이라 정말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고화질 도판이 가득해 시대별 과학서들의 초판 표지와 삽화, 저자 이미지와 내지 속 내용 등 소장용 자료로서도 훌륭한 책이다. 수록된 도판이 무려 280여 점이나 된다고 하니, 도판만 훑어봐도 과학책의 유구한 역사를 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과학 저술이 전문 자료에서 대중의 소통 수단으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과학책으로 일구어 온 2500년 지성의 연대기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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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이상 없다는데 계속 아픈 당신에게 - 마침내 아픔의 근원을 발견하고 건강의 답을 찾는 자율신경 이야기 인생백세 4
오민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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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만성피로 또한 현대인의 단골 주제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몸이 무겁고 멍한 느낌을 받는 사람이 많아. 이렇게 휴식을 취했는데도 머리가 맑지 않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단순한 피로가 아닌 '뇌 피로'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 뇌는 생각보다 민감하다. 감정, 이성, 생명 유지에 관여하는 뇌의 다양한 부위가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가동되면 어느 순간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중심 부위인 '시상하부'에 부담이 쌓이면 전신에 퍼져 있는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지기 쉽다. 이로 인해 피로, 두통, 집중력 저하, 불면, 소화불량, 불안감 등 다양한 증상이 함께 나타나게 된다.             p.46


대한민국 대표 의료진이 펼치는 흥미로운 지식 체험, ‘인생백세’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전국 대학 각 분야 최고 교수진의 명강의를 책으로 옮긴 것이 '인생명강' 시리즈라면, '인생백세' 시리즈는 의학 지식들을 엄선해 백세시대를 위한 가장 실용적인 건강교양 콘텐츠를 제공한다.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쓴 다이어트 노하우,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암을 예방하는 건강 습관,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가 쓴 자세교정 스트레칭과 운동법에 이어 이번에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자율신경 회복 솔루션이다. 


현대인들의 하루는 각종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습관 속에 흘러간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유 없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속이 더부룩하고, 입맛이 없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에 땀이 난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면 뚜렷한 이상은 없고, 의사는 스트레스 탓이라며 약을 처방한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증상은 사라지지 않는다. 꽤 많은 사람들이 뚜렷한 원인을 모른 채 불편을 감내하며 살아간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과도하거나 만성화될 때, 자율신경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그로 인해 증상들이 나타나는 거라고 말한다.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치부되던 여러 질환이 모두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인한 것이었다면, 제대로 알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자율신경실조증'이란 과도한 스트레스가 자율신경계의 기능을 방해하고 몸의 균형을 무너뜨려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유발하는 것을 말한다. 만약 알 수 없는 통증으로 병원을 전전해왔다거나, 약을 먹으면 그때뿐 시간이 지나면 같은 증상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면 자율 신경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건강한 상태의 몸은 수분과 전해질이 충분해 전류가 잘 흐르고, 장기들도 제 기능을 한다. 배터리로 비유하자면 파란불이 들어온 '완충 상태'인 셈이다. 하지만 자율신경실조증이나 다른 건강 문제로 인해 수분과 전해질이 부족해지면 전류와 전압도 떨어지게 된다. 세포의 에너지 생성 능력이 떨어지면 장기의 기능도 함께 저하된다. 배터리로 치면 '방전' 상태다. 몸이 항상 피곤하고, 이곳저곳이 골골거리며 아프다는 느낌은 결국 세포 하나하나가 에너지를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방전됐다", "충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과학적으로도 맞는 표현인 셈이다.            p.210


저자인 오민철 원장은 척추, 통증, 두통 등 일반적인 신경외과 증상뿐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자율 신경계 질환을 주로 진료해왔다. 그는 예민한 성격과 스트레스로만 치부되던 신경성 질환은 자율신경을 제대로 이해할 때 정확히 치료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이 책은 자율신경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자율신경실조증의 증상 및 원인을 설명해주고, 자율신경을 관리하고 완화할 수 있는 대안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알려준다. 자율신경실조증을 자가 진단해 볼 수 있는 항목도 있다. 두통이 심하거나 자주 있다, 몸이 쉽게 지치고 나른하고 피곤하다, 화를 잘 내고 감정 조절이 어렵다 등의 항목에 체크를 한 뒤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점검해 보자. 자율신경은 하루에도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검사 시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자율신경실조증이 의심된다면 신경과나 가정의학과 등에서 상담을 받아보고, 필요하면 한의학적 치료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고, 생활습관을 조절하면서 몸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다. 


실제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서 증상을 설명해주기 때문에 더 이해가 쉬웠다.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답답하거나, 잠들기가 너무 힘들다거나, 두통이 일정한 주기로 반복돼고, 툭하면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장이 예민해서 우울증까지 생긴다거나, 소화불량을 달고 사는 등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마주할 수 있는, 혹은 직접 겪어본 적이 있을 법한 증상들이 많았다. 자율신경은 몸의 생리적 반응뿐 아니라 감정 기복, 홍조, 공황, 불안 장애처럼 마음의 문제로 여겨지던 증상까지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고, 만성 통증과 소화 장애, 탈모, 면역 문제 등 말초신경, 면역계, 감각계 모두가 자율신경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몸 전체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를 지휘하는 곳이 자율신경이라면, 바로 그 자율신경을 관리하는 것만으로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5분 복식호흡, 규칙적인 수면법, 식단 관리, 찜질과 테라피 등 자율신경 완화를 위한 대안을 폭넓게 소개하고 있으니, 막연하게 느껴지던 신경성 증상에 시달리던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원인 모를 통증과 질병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병원에서는 알려주지 않던 진짜 치료 방법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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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의 자연 - 우리에게는 왜 야생이 필요한가
엔리크 살라 지음, 양병찬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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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구의 생물권은 크고 작은 생태계가 여러 겹으로 중첩된 일종의 마트료시카 인형으로, 수백만 종의 생물들이 모든 수준에서 상호 연결되고 상호 의존하는 글로벌 자가조직화 시스템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상호 의존성은, 더 높이 올라갈수록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므로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내려다보면, 지구가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초월적 조망 효과를 경험하고, 생물권을 <무시하거나 남용할 대상>이 아닌 <하나의 유기체>로 대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다.              p.99


1991년 9월, 애리조나주 오러클에서 바이오스피어 2라고 불리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축구장 2개 크기의 밀폐된 시설에 8명의 사람들(남자 4명, 여자 4명)이 격리 수용되어 실행 가능한 자급자족적 인간 식민지를 건설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만약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다른 행성을 식민지화하는 길이 열릴 터였다. 개발자들은 이 구조물 안에 참가자들이 식량을 재배할 수 있는 농업 지역과 함께 열대우림, 안개가 자욱한 사막, 가시덤불, 사바나, 습지, 맹그로브숲, 산호초를 재현했다. 이 서식지는 외부 세계와 완벽하게 격리되었으며 최고의 생태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산소 부족, 이산화탄소 증가 등으로 생물권 주민들은 농작물을 돌보는 데만 절반 이상의 시간을 소비해야 했고, 실험이 끝날 때까지 25종의 작은 척추 동물 중 6종만이 살아남았다. 결국 바이오스피어 2의 첫 번째 임무는 시작한 지 2년 만에 종료되었고, 1994년 시작된 두 번째 임무는 인간 간의 갈등으로 겨우 6개월 동안 지속되었다. 이 실험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뭘까. 이는 비교적 단순한 생태계와 건강한 대기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매우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만큼 우리의 행성이 위대한 기적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소수의 인간이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작은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데, 900만 종의 동식물과 1조 종의 미생물은 어떻게 공존하며, 우리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 이 책은 그에 대한 대답을 들려 준다.




<대자연>으로 일컬어지는 자연 세계도 우리 정체성의 일부이자 존경받는 목적지, 성지일진대, 위험에 처했을 때 그에 준하는 대우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사실, 우리에게는 휘황찬란한 성당 건물보다 숲이 더 필요하다. 자연이 없다면 먹을 수 있는 좋은 음식도, 마실 수 있는 안전한 물도, 숨 쉴 산소도 없으며, 심지어 비가 내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인류가 걱정하는 모든 것, 우리가 의지하는 모든 것은 건강한 자연계를 기반으로 한다. 황폐화된 환경은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의 온상이다.               p.190~191


이 책의 저자인 엔리크 살라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상주 탐험가 겸 환경 보호 운동가이다. 해양 생태학자로서의 과학적 통찰과 탐험가로서의 현장 경험이 어우러진 이 책은, 생태계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원리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 표지 이미지가 너무 아름다워서 정말 기대하며 읽었는데, 굉장히 이해하기 쉽게 잘 쓰여 있고, 설득력있는 내용이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왜 야생이 필요한가에 대해 납득하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생태계는 수십억 년에 걸친 실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우주에서 가장 효욜적인 방법을 찾아 스스로를 조직해왔다. 그런데 인간은 지구상에서 삶의 주인인 동시에 파괴자가 되어 버렸다. 자연재해, 기후변화, 환경오염과 관련해 지구의 위기를 말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 심각성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점점 심각해지는 지구환경에 대해 우리가 '행동'으로 뭔가 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인 일은 뭘까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한다. 


저자는 생태계 보존과 생물 다양성 확보의 실질적인 해결책에 대해서 강조한다. 생물 다양성이 높은 생태계일수록 생산성, 안정성, 회복력이 높아지며, 그로부터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농업도 작물의 다양성으로부터 혜택을 받는다. 그러니 자연 생태계는 우리의 저축 계좌이자 생명보험 증권인 셈이다. 그렇다면 자연 자원을 어떻게 복원해야 할까. 이 책은 그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들을 제안하고 있다.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는 재야생화 전략, 조업을 전면 금지한 지역에서 생물량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해양 보호 구역을 지정하고, 생태계가 스스로 자율성을 되찾고 기능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여러 가지 방안 중에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식단을 조금만 바꾸는 것으로 탄소발자국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을 주로 섭취하고 간헐적으로 육류를 섭취하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식량 생산의 환경적 영향을 줄일 수 있다면 한번 해볼만하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생태계 보존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고,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환경 보호부터 실천해본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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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꼬똥, 나야 김단우야 노란 잠수함 18
지안 지음, 이주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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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에게 처음으로 강아지 가족이 생겼다. 새하얗고 풍성한 털이 솜사탕 같기도 하고 몽실몽실 구름 같기도 한, 꼬똥이다. 꼬통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하고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자, 역시나 단우가 이름을 가지고 놀리기 시작한다. 사실 나우와 단우는 산후조리원도 같고, 생일도 같으며, 같은 아파트에 살고, 친구들도 같다. 하지만 이상하게 성격이 잘 맞지 않아 같이 어울리긴 하지만 별로 친하진 않다. 단우는 작년에 키우던 꽃별이를 먼저 떠나보냈다. 강아지를 처음 키우게 된 나우와 강아지를 오래 키워본 노하우가 있는 단우 사이에 '꼬똥'이가 나타나면서 본격적으로 신경전이 시작된다. 




나우네 가족은 곧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갈 예정이다. 나우는 꼬똥이와 함께 할 첫 여행이 너무 기대가 된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만나게 될 외삼촌 딸인 지우가 개털 알레르기가 심하다고 연락이 온다. 개털 알레르기가 심하면 꼬똥 털끝만 스쳐도 응급 상황이 벌어질 텐데 큰일이다. 방법은 하나다. 여행을 취소하거나, 아니면 꼬똥을 아는 사람에게 맡기는 거다.


마침 단우네 엄마가 정 안 되면 꼬똥이를 단우네 집에 놓고 가라고, 대신 돌봐주겠다고 말도 한 참이다. 하지만 나우는 단우랑 꼬똥이 함께 있는 건 싫었다. 꼬똥이 나우보다 김단우랑 더 친해질까봐 걱정이 되었던 거다. 강아지 호텔이나 동물 병원에 맡기기엔 꼬똥이가 아직 너무 어리고, 낯선 환경에 있으면 놀랄 것 같기도 하다. 결국 나우네 가족은 꼬똥이를 단우네에게 맡기고,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바다에 가서도 나우는 꼬똥이 생각만 난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꼬통 같은 구름이 몽실몽실 떠 있고, 하필 바닷가에 강아지들이 정말 많아서 꼬똥이도 함께 왔으면 좋았을 텐데 싶은 마음만 드는거다. 게다가 단우는 첫날만 꼬똥 소식을 알려주고,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없다. 엄마 아빠도 꼬똥이가 점점 걱정되기 시작해 나우네 가족은 원래 예정인 닷새가 아니라 이틀 앞당겨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단우네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휴가를 가게 되었다며 꼬똥이도 함께 갔다는 거다. 


"왜 김단우네가 꼬똥을 데리고 휴가를 가냐고!"


급기야 화가 잔뜩 난 나우는 단우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말해 버린다. "꼬똥 우리 강아지거든!" 나우는 꼬똥이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났고, 짜증도 났다. 안그래도 사이가 나빴던 단우와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두 아이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꼬똥이는 정말 나우보다 단우를 더 좋아하게 된 걸까? 




내 강아지가 나보다 내 친구를 더 좋아한다면 어떨까? 나와 별로 친하지 않는 그 친구가 내 강아지와 친하게 지낸다면? "김꼬똥! 넌 김단우가 아니라 김나우의 동생이라고!" 외치고 싶은 나우의 마음을 알 것도 같아 더 귀여운 이야기였다. 이 작품은 <오늘부터 배프! 베프!>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지안 작가가 쓴 첫 저학년 장편동화다. 꼬똥이 단우랑 너무 잘 지내는 것 같아 서운하고 꼬똥이 단우를 더 좋아하게 될까 봐 조바심이 나는 나우의 질투를 다정하고 섬세하게 그려내 어린이들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강아지를 좋아한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인해 조금씩 성장하게 되는 어린이들의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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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황금시대의 살인 - 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
가모사키 단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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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전히 이 나라에서는 밀실살인이 범람하고 있다.

“참 기묘한 시대가 와 버렸지 뭐야.”

포키를 먹으며 요즈키가 말했다.

그러게나 말이다. 단 한 번의 살인 사건을 계기로 세상은 크게 달라지고 말았다. 삼 년 전 일어난 일본 최초의 밀실살인 사건. 그 이후, 이 나라의 범죄는 밀실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p.19~20


삼 년 전 겨울, 일본에서 최초로 밀실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범인은 금방 잡혔고 유죄 선고를 내릴 증거도 충분했다. 문제는 현장의 불가능 상황을 어떻게 다루느냐였다. 당시 현장은 완벽한 밀실이었고, 경찰과 검찰에서도 누구 하나 그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다. 예를 들어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을 경우, 범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무죄로 취급된다. 그렇다면 현장이 완벽한 밀실이라는 말은 피고에게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된다. 이렇게 해서 전대미문의 밀실 재판은 '밀실의 불해증명은 현장의 부재증명과 동급의 가치가 있다'고 무죄판결이 내려진다. 그리고 판결이 내려진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밀실살인이 연이어 벌어진다.


최근 삼 년 사이 밀실살인은 삼백두 건이 발생했다. 경찰에는 밀실사건을 담당하는 ‘밀실과’가 신설되었으며, 법무성은 밀실을 분류해 정의하고 밀실 트릭을 세분화해 그 기준을 공표했다. 그리고 밀실탐정이라는 직업도 새롭게 만들어진다. 현재 일어나는 밀실사건의 3할은 지극히 단순한 트릭을 사용하지만, 나머지 7할은 상당히 복잡하거나 급진적인 트릭을 쓰는 터라 평범한 경찰관은 대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그 수수께끼 풀이를 외부의 탐정에게 의뢰하고, 밀실탐정은 밀실의 수수께끼를 풀고 국가에서 보수를 받는다. 반대편에선 밀실 트릭을 제공하거나 살인을 대신해 주는 밀실 대행업자도 횡행하기 시작했는데, 그야말로 '밀실의 황금시대'가 열린 것이다. 아무도 풀 수 없는 밀실을 만들면 살인도 무죄가 되는 세상이라니... 파격적인 설정이었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온통 밀실살인으로 가득한, 밀실 트릭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덕분에 한 페이지도 지루할 틈 없이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걸 증명하는 게 추리 작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

미쓰무라는 턱을 괸 채 말했다. 

 “그러니까 추리 작가는 입이 찢어져도 ‘새로운 밀실 트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하면 안 돼. 왜냐하면 그건 자기 자신의 직업을 부정하는 일이니까.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허세를 부려야 해. 그러면 언젠가 그 거짓말에서 진실이 흘러나오는 날이 올지도 몰라.”               p.385


본격적인 이야기는 저명한 추리 작가 유키시로 뱌쿠야가 완벽한 밀실을 남겨 놓은 '설백관'에서 벌어진다. 유키시로 바쿠야는 칠 년 전 타계했지만 지금도 대부분의 작품이 서점에 꽂혀 있는 인기 작가다. 그는 십여 년 전 자신의 저택에 작가들과 편집자들을 초대해 홈 파티를 열었는데, 그 한복판에서 사건이 일어난다. 누군가 죽거나 다치지는 않았지만, 주최자인 바쿠야가 낸 일종의 추리 게임이었다. 완벽한 밀실을 만들어 그 방에 가슴에 나이프가 꽂힌 프랑스 인형이 발견되도록 한 것이다. 물론 그 밀실 수수께끼는 아무도 풀지 못했고, 십 년 동안 깨지지 않은 밀실로 남아 있다. 그렇게 미스터리 팬들과 밀실 마니아들의 성지가 된 그곳에서 십 년 동안 깨지지 않던 밀실이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살인 사건이 벌어진 방은 밀실이었고, 뚜껑이 꽉 잠긴, 필름통 크기의 플라스틱 병 안에는 방의 열쇠가 들어 있었다. 트릭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미해결 사건을 흉내낸, '설백관 밀실사건'의 재현이 벌어진 것이다. 설백관은 외부 세계와 격리된 육지의 외딴섬이었고, 유일한 통로인 다리는 불타버렸고, 전화선이 끊겨 경찰은 부를 수 없었다. 자, 남겨진 인물들은 밀실의 수수께끼를 밝혀내 사건을 해결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과연 누가 밀실 트릭을 풀어낼 것인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가모사키 단로는 이 작품으로 제20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문고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다양하게 등장하는 밀실과 트릭을 간단한 그림으로 도표처럼 보여주는데, 덕분에 독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밀실 수수께끼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는 효과가 있다. 밀실 트릭을 다룬 작품은 많이 있어 왔지만, 이런 식의 설정과 세계관을 가진 작품을 처음이라 굉장히 신선했다. 사실 밀실 트릭은 미스터리 장르에서도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한데, 그 어려운 밀실 트릭을 한 가지가 아니라 여섯 가지나 등장시켜 보여주는 작품이라 작가가 얼마나 이 장르에 대해 오래 고민하고, 연구해왔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밀실 마니아의 애정과 노력이 쌓여 이렇게 멋진 데뷔작이 탄생한 것이니 말이다. 이 작품은 출간과 동시에 평단은 물론 독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었으며, 후속작이 연달아 나오면서 시리즈 누적 판매 16만 부를 돌파했다. <밀실 황금시대의 살인 - 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에 이어 같은 세계관을 가진 <밀실 광란시대의 살인 - 절해고도와 일곱 개의 트릭>과 <밀실 편애시대의 살인 - 폐쇄된 마을과 여덟 개의 트릭>이 나왔다고 하니, 국내에서도 모두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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