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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빌어먹을 지구를 살려보기로 했다 - 지구의 마지막 세대가 아니라 최초의 지속 가능한 세대가 되기 위해
해나 리치 지음, 연아람 옮김 / 부키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흔히 과거 지구는 지속 가능했는데 인류가 환경을 파괴하면서 많은 것이 불균형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수천 년 동안, 특히 농업 혁명 이후나 어쩌면 그 이전부터 인류는 환경 측면에서 지속 가능했던 적이 없었다. 인간의 조상들은 수백 종의 대형 동물들이 멸종될 때까지 사냥했고, 나무, 폐작물, 숯을 태워 공기를 오염시켰으며, 연료와 경작지를 얻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숲을 베어 없앴다. p.41
많은 사람들이 환경 파괴로 인류가 종말을 맞이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수많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그로 인해 기후 변화를 비롯해 지구 환경 문제가 심각해 진 상황이다. 우리는 멸종으로 내몰리고 있는 마지막 세대가 된 것일까. 옥스퍼드대학교 마틴스쿨 수석 연구원이자 《아워 월드 인 데이터》의 부편집장인 해나 리치는 정반대의 관점을 취한다. 우리에게는 자연을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상태로 되돌려놓는 첫 번째 세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지속 가능성을 달성하는 첫 세대가 될 기회가 주어졌다고 말이다.
이 책은 기후, 에너지, 인구, 생태계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와 방대한 자료를 근거로 기후 위기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일곱 가지 주제(대기, 기후 변화, 삼림, 식량, 생물다양성, 플라스틱, 어류 남획)로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우리가 기후 변화와 관련해 잘못 알고 있는 일들이 생각보다 꽤 많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실제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일들을 실행하는 것으로 위안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 환경 운동의 시작은 지구를 지킨다는 착각에 속지 않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이다. 유기농 식품이 반드시 친환경적이지만은 않다는 것, 환경운동에서 재활용은 우리가 생각한 만큼 영향력이 없으며, 도시의 발달로 숲이 파괴된 것이 아니라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땅들이 삼림 파괴의 가장 주된 원인이라는 사실 또한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환경위기와 관련된 책을 꽤 읽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회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서 나름 고민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부분이 꽤나 많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리고 더 많이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020년대에 비해 전 세계에서 농업에 사용되는 토지는 아주 작은 면적에 불과하다. 항공 촬영을 하면 과거 숲이 있던 곳에 다시 나무가 자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야생 초원이 복구되고, 생태계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꿈처럼 들리고 지나치게 미래를 낙관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면 이뤄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물론 간단하지도, 쉽지도 않다. 하지만 실현 가능한 일이다. 원한다면 우리는 이런 미래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p.313
'인간이 만들어 가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뜻하는 '인류세'라는 말을 최근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는 인간이 자연을 교란하고 훼손시키면서 초래한 환경위기가 대두되면서 만들어진 표현이다. 올해 여름 열대야와 폭염이 지속되는 기후 현상을 겪었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섰다는 것을 체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가 파괴한 자연생태계를 복원하고,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회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지구의 마지막 세대가 아니라 최초의 지속 가능한 세대가 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 알려준다. 대기오염의 심각성과 깨끗한 공기를 찾을 수 있는 진짜 방법에 대해서, 기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지구 온도를 낮추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 인류가 삼림을 파괴해온 역사를 짚어보고 삼림 파괴를 막기 위한 방법을 제시해준다.
식량 문제에 대한 데이터도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는데, 식량의 절반이 사라지는 이유는 사람이 아니라 가축과 차에 우리 식량이 나가기 때문이라는 사실이었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곡물 중 인간의 음식에 쓰이는 양은 절반도 안 되며, 나머지는 가축의 사료와 산업용 연료로 사용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구를 망가뜨리지 않고도 80억에서 100억 명의 사람들에게 영양가 높은 식량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생물다양성의 실태를 보여주고, 6차 대멸종을 막기 위해 야생동물과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플라스틱 소비 실태에서 해양 오염을 막는 방안을 강구하고, 어류 남획으로 인한 해양 파괴를 막기 위해 당장 해야 하는 실천 방법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이 책이 의미가 있는 것은 지구를 살리기 위해 '가짜 환경 운동'을 구분해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진짜 환경 운동'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통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개념을 바꾸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