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짜툰 2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2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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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서 연재되고 있는 뽀자툰의 단행본 2권이 출간되었다. 카리스마 군기 반장 뽀또, 새침하고 도도한 아가씨 짜구, 까칠하고 고독한 쪼꼬, 천방지축 막내 포비, 개성 넘치는 네 마리 고양이와 어수룩하고 무심하지만 책임감 있는 주인의 스토리는 1권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되었다. 나는 강아지만 이십 여년을 키우고 있는데, 아주 어릴 때는 고양이도 한 번 키워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습성을 조금이나마 아는데, 강아지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긴 하다. 물론 난 어쩐지 도도하고 새침한 고양이보다는, 순박하고 정감 있는 강아지가 더 좋지만 말이다. 특히나 뽀자툰을 읽으면서 고양이의 매력에 더욱 푹 빠지게 되는 것 같다. 동물을 가족처럼 키운다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예전에 동물 농장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고영욱 네 집이었나.. 강아지를 정말 여러 마리 키우는 집이 있었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항상 제일 미안한 것이 집을 비워서 혼자 놔둘 때였는데, 이렇게 친구가 있으면 참 좋겠다 생각했었다. 그들 나름의 언어로 친구와 소통하고 나름의 위계질서를 만들고, 물론 사고도 더 많이 치겠지만 말이다. 재미있는 건 우리 집 강아지 토토는 다른 강아지 친구들한테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 산책을 나가보면 역시 마찬가지로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대부분 강아지가 강아지를 만나면 으르렁거리며 짖거나 가까이 다가가서 냄새를 맡거나 하는데, 토토는 친구가 다가와도 전혀 관심이 없다. 민망할 정도로. 그래서 이놈은 자기가 사람인 줄 아는 게지. 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암튼, 그래서 뽀자툰을 보면서 뽀, , , 포 네 마리가 함께 동거하는 생활이 너무도 유쾌하고 부러웠다.

페르시안 종으로 유난히 길고 가벼운 솜털들을 뿜어내는 포비에 관한 일화도 매우 공감이 됐다. 예전에 키우던 토이 푸들은 털이 곱슬이라 별로 빠지지 않았는데, 지금 키우는 코카스패니얼은 털이 긴 종이라 정말 털이 많이 빠지는 편이다. 그래서 가끔 청소를 하다 보면 포비의 털처럼 구석구석에서 털이 한 뭉텅이 공처럼 말려있는 걸 발견하기도 한다. 주인공이 발견한 고양이털 재활용법은 황당하지만 그럴 듯해서 나도 우리 토토의 털로 한번 해봐?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고양이를 키우며 길 고양이들이 안쓰럽고 길을 가다 다리를 절고 있는 비둘기를 봐도 마음이 쓰여 한참을 보고 있곤 하는 내가 작은 벌레 한 마리도 함부로 죽이지 않으리라 한 내가.. 뱀이라는 동물에겐 모진 생각을 그대로 갖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내가 뱀을 생명체로서 존중하지 못했던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생명들에게도 잔인하고 모진 마음을 당연한 듯 지니고 사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이나 의문을 갖지 않은 채로.

시골에서 자라며 뱀을 싫어했던 저자는 뱀은 당연히 보이는 대로 죽여도 되는 나쁜 동물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그것이 자신의 고정관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이 뱀에게 갖고 있던 선입견으로, 내가 좋아하는 동물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놈의 도둑 고양이, 재수없어. 라던가. 말이다. 어떤 존재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문제야 개인의 자유이니, 타인이 판단할 일이 아니지만, "싫어한다고 해서 함부로 짓밟을 권리는 없다"는 것. 다 제각각 열심히 자신에게 주어진 생을 살아가는 생명체이니 말이다.

이렇게 예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라서 나는 뽀짜툰이 참 좋다. 강아지를 편애하면서도 고양이 웹툰을 내가 즐겨 읽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 마음들이 쌓여서 가끔씩 뉴스에서 보도되는 반려동물에 대한 우울한 소식들을 언젠가는 덮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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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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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 후유미의 <시귀>시리즈를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미야베 미유키의 찬사 덕분에 알게 된 작품인데, 일본 호러 소설계 전설의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작품으로, 무려 5권짜리였지만 단숨에 읽을 수 밖에 없었던 흡입력 있는 작품이었다. 그 뒤로 국내에 출간된 오노 후유미의 작품을 전부 읽어 보았지만, 이미 한참 전에 품절 상태였던 <십이국기>를 만날 기회는 없었다. 공포 소설로 유명한 그녀였기에 판타지 대작은 대체 어떨까 너무 궁금했었는데, 마침 이번에 엘릭시르에서 새로 출간된다는 소식에 냉큼 사전 서평 단에 지원하게 되었다. 이번 작품은 십이국기 시리즈의 그 첫 번째로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다. 평범한 여고생이 어느 날 갑자기 십이국기의 세계로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종의 모험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치밀한 세계관과 흥미로운 캐릭터, 철학적인 성찰이 돋보이는 이야기로 유명한 작품답게 그 서두를 화려하게 열어주고 있다.

 

평범한 여학교에 다니는 요코는 착실한 모범생으로 모두에게 인정받는 학생으로 마치 탈색이라도 한 듯한 튀는 빨간색 머리 색상만 아니라면 그저 무난한, 그러니까 있는 듯 없는 듯 교실에 스며들어 있는 것 같은 그런 학생이다. 부모님 조차 살짝 염색을 하든, 짧게 확 치든 조금이라도 눈에 덜 띄게 하는 게 어떨까 할 정도로 튀는 머리 색상을 제외하고는, 그저 수수하고 평범한 학생 말이다. 고지식한 부모가 여자라면 청순하고, 순종적이고 온순한 게 제일이라며, 현명하지 않아도 되고 강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녀를 가르쳤고, 요코 또한 줄곧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아왔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요코가 방과 후에 교무실로 불려간 날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이십 대 후반 정도의 기모노 비슷한 옷을 입고, 길게 기른 금발의 머리카락으로 매우 기묘한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 그녀를 찾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는 다짜고짜 추격대가 오고 있어 이곳은 위험하니, 자신과 함께 가자며 그녀를 옥상으로 데려가고 그곳에서 요코는 매번 꿈속에서 보던 거대한 새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녀는 캄캄한 바다를 건너 자신도 모르는 새에 십이국기의 세계로 건너가게 된다. 그곳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와 공존하는 또 다른 세계이다. 갑자기 나타난 게이키라는 정체불명의 남자에 의해 그들이 허해라고 부르는 바다를 건너온 그 나라는 매우 독특하다. 십이국기의 국가 체제에 대해서 설명을 듣다 보면, 개인적 역량이 나라의 운명마저 좌지우지 한다는 설정이 매우 시사적으로 느껴진다. 왕이 바뀌면 나라가 어지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그 만큼 좋은 왕을 얻은 나라는 풍요로워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여기에 자신의 편은 없다. 아무도 요코를 돕지 않는다.

여기에 요코에게 허락된 것은 무엇 하나 없다.

속고 배신당할 것을 생각하면 요마를 검으로 쫓아 버리며 노숙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 이후에 펼쳐지는 요코의 모험은 매우 절망적이다. 그녀로서는 전혀 영문도 모른 채 낯선 나라에 던져진데다, 게이키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이곳에서 벗어나려면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자립심이 강하고 모험을 즐기는 두려움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남의 안색을 살피면서, 모두의 마음에 들 수 있도록, 그 누구한테도 미움을 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살아왔을 뿐이다. '남과 대립하면서까지 무언가를 고수하기보다 일단 주위에 맞춰 풍파를 일으키지 않는 편이 편했던' 요코였기에 실시간으로 요마에게 쫒기며, 낯선 상황을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 것이 막막하고, 절망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기 위해서 모험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서 계속 배신을 당하며, 이 세계의 자신의 편은 없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요마는 밤마다 나타나고, 이따금 낮에도 나타나 요코에게 고난을 강요했고, 피로와 굶주림 또한 요쿄를 괴롭혔다.

 

그보다 더욱 요코를 괴롭히는 것은 검이 보여 주는 환영과 푸른 원숭이였다. 검이 보여 주는 환영은 그녀가 사라진 자리를 둘러싸고 있던 가족과 친구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엄마는 딸이 이렇게 갑자기 사라질 수는 없다며 울었고, 아빠는 학교에 이상한 남자가 데리러 왔다니 가출한 게 틀림없다며 그런 엄마의 기다림을 나무라고 있었다. 담임은 그녀가 우등생이었고, 친구들과도 별 탈 없이 지냈지만, 누가 봐도 착한 아이였다는 것은 사실 누구한테나 맞추고 있었던 것 아니겠냐며, 누구하고나 원만하게 지내는 대신 누구와도 특별히 친하진 않았다고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친구들 또한 특별히 싫은 애는 아니었지만 좋은 애도 아니었다고, 늘 적당히 이야기를 맞추는 느낌이었으며 다 함께 나쁜 행동을 할 때 비겁하게 나서지는 않으면서 혼자만 착한 척 했다며 위선자로 기억하기도 했다. 요코는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 따위 없는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고자 하는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고독한지 깨닫는다.

요코 또한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위해 산다. 자신도 파고들면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일 뿐이다. 그러니까 라쿠슌의 말은 원망스럽게 여길 만한 일은 아니었다.

요코는 생각했다. 아아, 인간은 결국 자신을 위해 사는 존재니까 배신하는 것이라고. 누구든 남을 위해 살 수는 없으니까.

 

나약하고 평범했던 한 여학생이 점차 주체적으로 변해가는 모험의 플롯은 매우 흥미진진하다. 그녀가 겪는 외부의 시련만큼이나 내면의 방황과 고독이 그려지기 때문인데, 반드시 살아남아 돌아가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의 단계가 굉장히 흡입력이 있다. 초반에 요마에게 공격을 받는 절체절명의 순간조차 검을 사용하기 싫다며 공포를 회피하던 그녀가, 이제는 머리도 몸도 한계까지 쓰지 않으면, 그렇게 강해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아무렇지 않게 배신하고 이용했지만, 진심으로 그녀를 도와주고자 했던 라쿠슌마저 믿지 않게 되는 상황에 이르면 어쩐지 요코가 안쓰럽기도 하면서 이해하고픈 마음도 들었다. 어차피 이 세계에 내 편은 없으니, 어수룩하게 믿었다고 배신당할 바에야 그 누구도 믿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내가 상대를 믿지 않으면 애초에 상대가 나를 배신할 방도가 없을테니 말이다.

요코가 왜 갑자기 십이국기의 세계로 오게 되었는지, 게이키는 왜 하필 그녀를 선택했는지, 왜 요코는 낯선 세계에 와서도 그들과 언어로 소통하는 게 전혀 문제가 없는지, 그녀는 과연 자신의 나라로 돌아갈 수 있는지... 구체적인 스토리를 나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리뷰를 읽는 당신이 이렇게나 재미나고 매혹적인 스토리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까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시귀> 시리즈만큼이나 너무도 매력적인 작품이라서, 앞으로 출간될 <십이국기> 시리즈가 정말 기대가 된다.

아직 오노 후유미의 작품을 만나보지 못했는가? 그렇다면 반드시 이 작품으로 시작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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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주세요!

어느새 14기 신간평가단 활동이 모두 완료가 되었다.

이번에는 소설분야 파트장으로 활동을 했었는데, 덕분에 매월 초 추천도서를 취합하면서 새로운 정보들을 많이 얻게 되었다. 새로 출간되는 신작들의 정보를 파악하게 되는 즐거움과 미처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작품에 대한 소식도 매우 쏠쏠했다.

13기에 이어 14기로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매 기수마다 신간 취합 시에 특정 분위기가 있다는 것.ㅎㅎ 아무래도 이번 14기는 개인적인 나의 취향과는 좀 다른 부분이 많았지만, 그 덕에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 그럼 14기 활동을 정리해보자.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김중혁 작가의 책은 항상 기발한 소재와 재기발랄한 필체로 기억되곤 하는데, 이번 작품 역시 단박에 나를 사로잡은 제목부터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이다

소년이 온다

작품을 읽어 가는 내내, 어쩐지 숨죽이고 가슴 조이며 읽었던 것 같다. 편한 마음으로, 그저 소설을 읽는 다는 기분으로 읽어나가기엔 너무도 무겁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투명인간

챕터가 따로 나뉘어 진 것도 아니고, 인물 별로 화자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처음에는 스토리를 따라잡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차근차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

무의미의 축제

쿤데라의 나이를 감안하자면 (어쩌면) 그의 마지막 소설이 될지도 모를 이번 작품은 농담이 거짓말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관한 우화다. 겨우 150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분량이라 페이지는 금방 넘어가지만,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끊임없는 사유는 책을 여러 번 읽게 만들어준다.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그래, 까짓것. 인생 뭐 있나? 이리 살아도, 저리 살아도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이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흘려 보내도 시간은 가고, 매 순간을 치열하게 겪어내도 시간은 마찬가지로 지나가게 마련이다. 그러니 돌이킬 수 없다면, 어차피 부딪쳐야 한다면 즐겨보자. 나의 하나뿐인 생을.

 

 

 가장 좋았던 책은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

국내에 소개된 에밀 졸라의 장편소설은 연작으로 읽을 수 있다. 대표작 <목로주점>을 중심으로 <나나>, <제르미날>를 연결해서 읽으면 된다. 아쉽게도 <제르미날>은 절판상태였으나, 문학동네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다시 만나게 되어 매우 반갑다. 사회적 약자들이 가진 불의에 대한 분노와 정의에 대한 열정이 페이지마다 넘쳐 흐르는 매우 뜨거운 작품이다.

에밀 졸라의 장례식에서 광부들의 대표단이 세 시간 넘게 "제르미날! 제르미날!"을 외치며 작가에게 경의를 표했다는 일화는 이 작품이 얼마나 혁명적이고 위대한 소설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세상 모든 노동자들에게 이만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고전이지만 지금도 묵직한 무게 감을 선사하는 현재 진행형의 매력적인 작품이 아닐 수가 없다.

 

신간평가단 여러분과 알라딘 담당자분 모두 6개월 동안 너무 수고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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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4-10-28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오나님, 파트장으로 활동해주셔서 정말 너무 너무 감사드려요!! 피오나님마저 <제르미날>을 베스트로 꼽으시니 전 그 책을 꼭꼭 읽어봐야겠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계절 보내세요!!

피오나 2014-10-28 14:58   좋아요 0 | URL
ㅎㅎ담당자님도 너무 고생 많으셨구요^^ <제르미날>은 정말 좋으니 꼬옥 읽어보시길ㅎㅎ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는데 감기조심하시구요. 늘 수고가 많으십니다^^
 
[제르미날]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제르미날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1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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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는 이대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89년 이후로 탐욕스럽게 살을 찌운 것은 부르주아들뿐이었다. 그들은 노동자에게 자신들이 먹다 남긴 음식 찌꺼기 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백 년 전부터 부와 삶의 안락함이 엄청나게 증대했지만, 그 누가 노동자들이 그들의 합당한 몫을 분배 받았다고 주장할 수 있단 말인가? 부르주아들은 노동자들이 자유의 몸이 되었다고 선언했을 뿐 그들의 삶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제 어떤 식으로든 끝장을 봐야만 했다. 법이나 서로의 합의에 따른 우호적인 방법으로든, 모든 걸 불태우고 서로를 잡아먹는 야만적인 방법으로든. 지금 세대가 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아이들이 그렇게 하고야 말 터였다. 한 시대는 또다른 혁명이 있기 전에는 끝을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에밀 졸라에 관한 가장 유명한 일화 중 하나인 '드레퓌스 사건'은 그를 행동하는 지성의 상징으로 만들어주기도 했고,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을 준다.  독일대사관에 군사정보를 팔았다는 혐의로 체포되었던 드레퓌스는 별다른 증거가 없었음에도 단지 유대인이라는 점이 혐의를 짙게 만들었었고, 그 후 진범이 다른 사람이라는 확증을 얻었음에도 군 수뇌부에서는 사건을 은폐하려 했었다. 가족들이 진범을 고발했지만, 형식적인 심문과 재판을 거쳐 그를 무죄 석방하자, 에밀 졸라가  나는 고발한다(J'Accuse)’라는 제목의 논설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드레퓌스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군부의 의혹을 신랄하게 공박하는 논설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장 형식의 이 글로 인해 드뤠퓌스 재심 운동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한다. 그 이후 숱한 고난을 겪게 되는 에밀 졸라의 모습은 우리 나라의 8, 90년대의 그것과도 닮아 있다. <제르미날> 역시 노동자 계급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최초의 소설로 그의 투쟁과 저항 의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걸작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 소개된 에밀 졸라의 장편소설은 연작으로 읽을 수 있다. 대표작 <목로주점>을 중심으로 <나나>, <제르미날>를 연결해서 읽으면 된다. 아쉽게도 <제르미날>은 절판상태였으나, 문학동네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다시 만나게 되어 매우 반갑다. 작품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철도회사에서 해고당한 에티엔이 몽수의 탄광에서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 그는 동료들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해 빚에 시달리며 짐승처럼 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탄광회사가 교묘한 방법으로 임금을 삭감하기 까지 하자 파업에 앞장서게 된다. 에티엔은 광부들을 설득해서 죽음 아니면 희망이 될 파업을 시작하는데, 사회적 약자들이 가진 불의에 대한 분노와 정의에 대한 열정이 페이지마다 넘쳐 흐른다.

 

 

"빵을 달라고! 사람이 빵만 먹고 살 수 있는 줄 아나 보지. 어리석은 인간들 같으니라고!"

그는 빵을 먹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고통 받지 않는 건 아니었다. 삭박해진 부부생활, 고통스러운 그의 삶 전체를 떠올릴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오면서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헐떡거렸다. 빵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모든 게 순조로운 건 아니었다. 도대체 어떤 바보가 부의 분배에 모든 이의 행복이 달려 있다고 주장한단 말인가? 혁명주의자들의 그런 허황된 꿈은 기존의 사회를 무너뜨리고 또 다른 사회를 세울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류에게 기쁨을 가져다 주거나, 빵을 나눠줌으로써 그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세상의 불행을 더 확산시키면서, 사람들을 조용한 본능의 충족에서 끌어내 채워지지 않는 정념의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고용주와 자본가로 대표되는 부르주아들의 사고 방식은 이렇다.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비참한 삶에 분노하며 들고 일어서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계층간의 괴리는 비단 이 시대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2014년 현재에도 여전히 계층간의 괴리는 커다란 사회 문제 중의 하나이니 말이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부당함을 참고 견딜 것인가, 그것에 대항해서 맞서 싸울 것인가의 문제는 두 권 분량의 꽤 두툼한 이 작품에 속도감을 더해준다. 자본과 노동, 고용주와 노동자의 세계는 끊임없이 충돌하고, 그 긴장감이 극적인 플롯을 만들어내며 커다란 울림을 남겨준다.

 

에밀 졸라의 장례식에서 광부들의 대표단이 세 시간 넘게 "제르미날! 제르미날!"을 외치며 작가에게 경의를 표했다는 일화는 이 작품이 얼마나 혁명적이고 위대한 소설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세상 모든 노동자들에게 이만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고전이지만 지금도 묵직한 무게 감을 선사하는 현재 진행형의 매력적인 작품이 아닐 수가 없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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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EQ 육아를 부탁해 - 최고의 아이로 키우는 월령별 두뇌발달 지침서, 임신부터 36개월
정윤경 지음 / 코코넛(coconut)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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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서 생후 3년까지의 경험이, 그 아이의 인성, 성격, 행동 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나서 한동안 화제였다. 특히 전문가들은 아이가 태어나 생후 36개월까지가 두뇌발달의 결정적 시기라고 말한다. 누구나 태어날 때 고유한 두뇌를 만드는 데 충분한 뇌세포를 공평하게 부여 받고, 효과적으로 자극을 주면 얼마든지 발달할 수도, 퇴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이의 뇌는 그렇게 생후 3년간 집중적으로 형성, 발달이 되고, 거기다 정신건강의 3대 기둥인 평온한 성품, 낙천주의, 사교성이 특정한 이 시기에만 발달이 된다고 하니 정말 특별하고도 중요한 시간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러니 3살까지는 엄마가 아이를 꼭 키워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출산 후 3년까지 엄마 냄새를 맡게 해주는 것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도 말한다. 3년 동안 경험한 엄마 냄새와 체온이 바로 애착의 종자돈이 되어 정서 발달과 인성, 사고 발달의 틀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익숙하고 편안한 냄새를 맡으면 뇌에서 호르몬이 분비되어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끼게 되고, 이런 행복 호르몬이 아이의 정서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가장 중요한 시기인 임신부터 36개월까지의 시간을 총 9 챕터로 분류. 그 시기 아이의 두뇌를 자극하며 지능과 정서를 발달시키기 위해 부모가 해주어야 할 행동, 놀이, 말 등의 알짜배기 육아법을 담았다. 발달심리 전문가를 통해 들려주는 아이의 심리와 발달과정, 그리고 리얼 맘의 육아 프로젝트가 사진으로 함께 전개되어 더욱 실감나는 육아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아이가 울면 만사 제쳐두고 달려가자"

 

월령 별 두뇌 발달 지침서가 필요한 이유는, 아직은 뭘 해도 서툰 초보 맘이나 예비 맘들에게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되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어른들이 흔히들 하시는 말씀으로 아기가 울 때마다 달래주면 손탄다 라고 들 하지만, 저자는 우는 버릇을 고치겠다며 방치하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갓난아기 입장에서는 배가 고프든, 불편하든 보낼 수 있는 신호라고는 울음 밖에 없는데, 그 울음이 자꾸 무시당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점차 울음이 사라지겠지만, 아기가 외부에 보내는 신호, 표정도 함께 사라지며 아기에게는 좌절감만 남게 된 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아기의 울음이 대화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울음에 재빠르게 반응하는 부모의 아기들일 수록 옹알이나 몸짓, 표정 등 다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빠르게 발달한다고 한다. , 이제 아이가 운다면 열 일 제쳐두고 달려가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외출할 때는 아기에게 꼭 행선지를 이야기해주세요"

 

이번에 둘째를 임신한 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분은 미국에서 나고 자라서, 한국의 육아법보다는 미국식 육아법에 익숙했는데, 신생아 때부터 아기에게 말을 하는 습관이 참 좋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 소아과에 가서 예방접종을 하는 날이라고 하자. 그럴 때 다짜고짜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서 주사를 맞히면 아프기도 하겠지만, 놀라서 더 울게 된다고 한다. 그날 아침에 집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아이에게 설명을 미리 해주라는 거다. 오늘 병원에 갈 거고, 예방접종 주사를 맞을 거라 조금 따끔할 거라고. 그러면서 주사가 왜 필요한 거고, 외출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 미리 아이에게 말을 해주면, 신기하게도 병원에서 울 때 조금 덜 울거나 잘 울지 않더라는 것이다. 아직 아이가 말도 못 알아듣는데 무슨 소용일까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용은 모를지라도, 아이들의 기억력은 많이 자란 상태이므로 엄마, 아빠가 자기한테 무언가 말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런 행동이 반복이 되면 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두고 잠깐 외출을 하거나, 병원에 함께 다녀오거나 할 때도 어떤 일이 생길 지 예측할 수 있고, 엄마를 믿을 수 있어 조금 더 안심할 수 있다고 한다. 아기에게 가장 불안한 것은 바로 불확실성이니 말이다. 자고 일어났더니 엄마가 없어지고, 장난감 가지고 놀다가 보니 엄마가 사라지는 상황이 반복되면, 아기는 언제 엄마가 떠날지 모르니 촉각을 곤두세우고 엄마에게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준다면 엄마로서 가장 큰 행복이겠지만, 그것에 더해 똑똑하게도 자랐으면 하는 바램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생후 3년의 시간을 그렇게 강조하는 것일 테고 말이다. 똑똑한 두뇌와 건강한 정서를 가진 아이로 어떻게 키우면 될지, 부모가 직접 따라 해보고 실천할 수 있는 쉬운 책이라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 인 것 같다.  그래서 육아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초보 맘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아이의 학습이나 교육을 위한 가르침 보다 올바른 돌봄과 관찰, 따뜻한 위로가 아기의 뇌 발달에 정말 필요한 자극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조금 더 즐겁고 쉽게 육아의 길을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리얼 맘의 좌충우돌 스토리에는 날마다 커가는 아이의 사진과 함께 실제 스토리가 담겨 있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모습이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 실려 있는기자엄마가 고른 내 아이를 위한 물건과 장소는 육아용품은 너무 종류도 많고 브랜드도 많아 뭘 사야 할지 혼란스럽기 마련인데, 초보 맘들의 합리적인 쇼핑 가이드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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