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야 키친을 부탁해
주부의 벗사 지음, 황세정 옮김, 이이즈카 게이코 감수 / 니들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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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요리할 때 허브를 자주 활용하는 편이다. 타임, 오레가노, 바질, 파슬리, 로즈마리, 월계수 잎 등등 이런 저런 요리에 아주 소량만 넣어도 맛의 풍미, 향이 전혀 달라진다. 한동안 프랑스 요리와 이탈리아 요리에 빠져 있어서 관련 레시피를 공부하고 요리를 했었는데, 허브는 알다시피 서양 요리에서는 우리 나라의 마늘, 생각만큼이나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다 보니 자주 사용하게 되었다.

나는 주로 마트에서 구입한 말린 허브를 주로 이용했는데, 어느 날 요리 프로그램을 보다가 파슬리를 직접 썰어서 바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이탈리안 파슬리라고 마트에서 우리가 쉽게 구할 수 있는 파슬리와는 조금 다른 것이었는데, 그거 하나로 요리가 완전히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아니 그런데, 저 이탈리안 파슬리라는 것을 어디서 구한단 말이야. 싶었다. 근데 요리 프로그램을 자주 보다 보니, 조그만 화분에 허브를 키워서 바로 잎을 따서 요리에 바로 사용하는 걸 종종 보게 되었다. 그때부터였다. 허브를 키워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 말이다. 물론 화초 하나 제대로 키워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 조그만 화분 조차 부담스러워 마음만 먹고 아직 시도는 못했지만 말이다.

이 책에는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허브를 소개하고, 모종심기에 적합한 장소부터 재배 방법, 요리에 사용하는 방법까지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이어 실제 그 허브를 사용해서 만들 수 있는 요리의 레시피까지 서너 개씩 소개되어 있어 그 허브를 바로 요리에 활용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예를 들어 파슬리 같은 경우 요리에는 말리지 않은 싱싱한 줄기와 잎을 사용하고, 말린 잎은 주로 차로 사용한다는 것. 파슬리 차는 소화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임신 중에는 사용을 자제하는 편이 좋다는 팁까지 소개되어 있다.

 

타임도 자주 사용했던 허브 중의 하나인데, 종류가 향이 나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무려 350종에 달할 만큼 잎과 꽃, 향기가 무척 다양하다고 한다. 강한 레몬 향이 풍기는 레몬타임, 분홍색 예쁜 꽃을 피우는 실버 타임, 그리고 허브라기 보다 일반 꽃처럼 보이는 크리핑 타임 등등이 있다고 한다. 레시피에도 소개되어 있지만 튀김 요리, 볶음 요리, 그리고 칵테일 주스까지 다양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예전에 프랑스 요리에 한참 빠져 있을 때 진행하던 정재형씨가 자주 사용하던 허브 다발 '부케가르니'가 한참 궁금했던 적이 있다. 블랑캣 드 포나 부야베스, 뵈프 부르기뇽, 코코뱅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되던 허브 다발인데 실제 방송에서는 잠깐 설명되고 지나가서 대체 저 다발에 들어가는 허브는 다 어디서 구하는 걸까 궁금했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말린 허브 가루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여러 종류의 허브를 섞어서 사용하면 한 가지를 사용했을 때보다 요리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고 한다. 이 책에는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허브의 세 가지 조합과 이를 활용한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어 반가웠다.

우선 내가 궁금했던 '부케가르니'는 보통 월계수 잎, 타임, 파슬리, 셀러리 줄기 등을 조합하고, 취향에 따라 세이지나 로즈메리, 펜넬 등을 추가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렇게 허브 몇 가지를 실로 묶은 후 수프나 국물 요리 등을 할때 재료와 함께 넣고, 국물이나 재료에 향이 충분히 배면 건져내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몰랐던 허브 다발 두 가지, '핀제르브'라고 처빌, 차이브, 파슬리, 타라곤을 섞은 것으로 허브의 부드러운 잎과 줄기를 잘게 다져 소스나 드레싱 등에 섞어서 사용한고 한다. '에르브 드 프로방스'는 타임, 월계수, 로즈메리, 펜넬, 라벤더 등을 잘 말려서 잘게 부순 후 섞은 것으로 국물 요리에 사용하며, 고기나 생선의 비린내를 제거하고 풍미를 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싱싱한 허브를 씻는 방법, 보관하는 방법, 말리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고, 허브 오일과 허브 식초를 만드는 방법도 있어 흥미로웠다. 이렇게 약 60여 가지의 다양한 허브를 공부하고, 이탈리안, 프렌치, 에스닉, 일식 등 여러 가지 레시피에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알게 되었느니, 남은 건 한가지 실제 허브를 심어서 재배해보는 것이다. 모종을 선택하는 방법, 심는 방법, 모아 심기 등등이 단계별로 쉽게 설명되어 있어 우선 제일 마음에 드는 이탈리안 파슬리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마트에서 구입한 건조 허브가 아니라 싱싱한 허브를 직접 재배하고, 따서 요리에 사용해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신이 난다. 이 책은 요리 레시피 북으로서도 손색이 없고, 그에 더해 다양한 허브의 종류와 활용 방법을 알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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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 정호승 시선집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비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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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때는 산을 바라보고 나이가 들면 사막을 바라보라

더 이상 슬픈 눈으로 과거를 바라보지 말고

과거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웃으면서 걸어가라

인생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오늘을 어머니를 땅에 묻은 날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첫아기에게 첫 젖을 물린 날이라고 생각하라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분노하지 말고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아침밥을 준비하라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로 너무도 유명하신 정호승 시인의 시집을 읽었다. 이 책에 실린 시들 거의 대부분이 절절한 사랑을 그리고 있는데, 이제 내가 나이를 조금 더 먹어서 인지 사랑보다는 인생을 말하는 시에 더 마음이 움직인다. <개에게 인생을 이야기하다>라는 시를 읽는데 뭐랄까, 괜시리 마음이 짠해진다고 할까. '과거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웃을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고난과 역경이 찾아오더라도 '첫아기에게 첫 젖을 물린 날'을 떠올린다면 견디지 못할 일이란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가 아니라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마음 먹는다면, 그 긍정으로 현명하게 현실을 직시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꽃의 향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듯

바람이 나와 함께 잠들지 않는다고 해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일에 감사하는 일일뿐

내가 누구의 손을 잡기 위해서는 내 손이 빈손이 되어야 한다.

'산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산을 내려와야 하고 사막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먼저 깊은 우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래로 내려갈 수 있고, 시선을 낮출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상대보다 우위에만 있으려고 하거나,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그 속에서 허우적대기만 하면 빠져나올 수가 없는 법이니 말이다. 마음을 낮추고,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면 세상이 마음에 안 드는 것 투성이라는 생각은 안 들 것이다. 하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랴. 마음을 비우고, 겸손해지는 것은 나이를 한 살 더 먹어도 점점 더 어렵게만 느껴진다.

이 책은 정호승 시인이 지난 42년간 발표한 작품 중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 받은 시들을 모았다. 그의 대표작 101편에 명상성을 모티브로 박항률 화백의 그림 50점이 더해져 시를 읽는 기분만큼이나 보는 마음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지난 2005년 출간된 시선집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의 개정판이지만, 그 후 출간된 그의 신작 시 32편이 새롭게 실려 있으므로 기존 시집을 읽었던 이들이라도 다시 읽어볼 만한 책이다.

내가 좀더 어릴 때, 그러니까 한참 사랑에 빠져 있을 때나 혹은 실연으로 우울할 때 정호승 시인의 시를 참 많이 읽었었다. 워낙 사랑에 관해서는 독보적인 시인이라, 평소에 시를 즐겨 읽는 사람이 아니라도 그럴 때는 일부러 찾아 보게 되곤 한다고 다들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재미있는 건 몇 년 전에 즐겨 읽었던 시도 있고, 이번에 처음 만나는 시도 있는데 사랑에 관한 격정적이고, 절절한 그 언어들이 지금에 와서 보니 당시의 그 감동보다는 한 걸음 떨어져서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 내가 사랑에 눈이 멀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때, 마음이 이랬었구나. 싶을 만큼 이해가 가기도 하고, 과거의 나를 현재의 나가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고 할까.

마음에 집이 없으면

마당도 없고 꽃밭도 없지

꽃밭이 없으니 마음속에 그 언제 무슨 꽃이 피었겠니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마음에 집이 없으면> 이라는 시를 읽는데 그냥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살면서 느끼는 것 중에 바로 '마음에 집을 짓는 것'이 너무도 어려운 일이라는 걸 이제는 너무 잘 알기 때문 일 것이다. 마음에 집이 있어야 사랑하는 사람의 부족함도 포옹해줄 수 있고, 마음에 집이 있어야 외로울 때 덜 추울 것이고, 마음에 집이 있어야 힘을 때 쉴 수 있는데, 그걸 알면서도 참 어려운 것이 바로 마음 속에 집을 짓는 일이다.

나도 이제는 혼자 밥 먹지 않아도 되고, 혼자 울지 않아도 되며, 이제는 사랑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호승 시인의 시들은 여전히 가슴을 울린다. 언어로 빚어내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이렇게도 아름답고, 먹먹하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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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행동 심리 백과 - 1~3세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 행동 이해하기
앤지 보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지식너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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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고 나서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의 행동과 의사표현을 어떻게 알아듣지? '였다. 밤바다 울어대는데, 기저기도 갈아주고, 수유도 하고, 덥지 않게 온도, 습도 체크해주고 이것저것 확인할 건 다 했는데 대체 왜 이렇게 자지러지게 울까. 그럴 때마다 초보 엄마들은 공황 상태에 빠진다. 아이가 혹시 어디가 아픈 건지, 아님 자신이 아이가 표현하는 것을 캐치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엄마인 건 아닌지,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니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아이의 울음은 그칠 줄 모르고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나면, 다시 시작되는 하루의 여정을 견디어 낼 생각에 한숨부터 나오고, 그렇게 최소 반년은 지나야 어느 정도 아이를 다룰 줄 알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정도 되어도 여전히 아이는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이므로 가끔 정말 아이가 원하는 것이 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초보 엄마들을 위한 멋진 가이드 북이다. 미국의 유명 소아 작업 치료사이자 아이 행동 전문가인 앤지 보스가 아이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나타낼 수 있는 행동과 그것에 숨은 의미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있다. 물론 아이마다 다른 기질을 타고 났고, 자라고 있는 환경도 다르므로 백 퍼센트 맞는 답변이 될 수는 없겠지만, 아이의 행동과 성장 발달에 필요한 팁들을 가지고 추측할 수만 있다고 해도 그게 어딘가. 한밤중에 이유 없이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 때문에 쩔쩔 맸던 기억이 있는 엄마들이라면, 무조건 이 책을 읽어보아야 한다.

세수할 때마다 괴로워 해요

씻을 때 얼굴에 가해지는 압박의 양이나 수건의 촉감에 따라 세수가 불쾌하거나 고통스러운 경험이 될 수가 있다고 한다. 이럴 때는 세수하기 전에 얼굴을 마사지해주고, 다양한 질감의 물건들을 놀이를 통해 만져 볼 수 있게 해주고, 직접 아이가 세수를 하게 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세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특이하게도 세수를 시키거나 얼굴에 로션을 발라주는 등 얼굴에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할 때 잠깐씩 숨이 막힌다는 제스춰를 취하곤 한다. 그러니까 마치 물 속에 들어갔을 때 잠깐 숨을 못 쉬는 것처럼 말이다. 괜찮아. 숨 쉬어도 돼. 라고 편하게 해주면서 세수를 시키곤 하는데, 이 글을 보고 나니 세수하는 것을 놀이처럼 해주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을 재우기가 힘들고 아침에 깨우기도 힘들어요

 

백일이 지날 때 즈음부터 밤에 자는 시간이 늦어지고, 잠이 들어도 여러 번 잠에서 깨어나 우는 통에 벌써 세달 가까이 밤에 제대로 자 본 적이 없다.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초반에는 한번만이라도 밤에 잠 좀 푹 잘 수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다 싶을 만큼 힘이 들었다. 잠을 못 자게 하는 고문이 가장 힘든 거라더니, 졸려 죽겠는데 아이가 자꾸 깨니 안고 달래야 하고, 재워야 하고 보통 일이 아니었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가진 친구나 지인들을 보아도 '수면 교육'을 가장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잠을 잘 재울 수 있는 여러 가지 팁들을 한 번씩 실천해 봐야 할 것 같다. 무게담요나 묵직한 이불을 덮어주거나, 몸에 꼭 맞는 옷을 입히고,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온몸을 마사지해주거나, 잔잔한 연주 곡이나 백색 소음을 들려 주는 등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얼마 전부터 수면 인형을 사서 멜로디 음악과 함께 재우는 걸 시도하는 중인데, 부디 성공하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더 많은 시도가 가능할 것 같아 든든하다.

 

그 외에도 자주 딸꾹질을 한다거나, 습관적으로 팔을 흔든다거나, 야외의 소음에 정신이 팔리거나 겁을 먹는다거나, 움직이는 것을 보면 어지러워하거나, 슈퍼마켓이나 마트에 가면 안절부절못한다거나.. 너무도 다양한 행동들에 대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다양한 상황에서 나타낼 수 잇는 205가지 감각 신호들에 숨어 있는 의미들을 읽어보고 있자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것부터 미처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들까지 있어 매우 도움이 되었다. 특히나 아이 행동에 숨겨진 의미뿐만 아니라 그 속에 성장의 비밀까지 함께 있다고 하니, 앞으로 더욱 아이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거기에 반응을 해주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엄마가 되고 난 후의 나 자신을 보면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스스로 해내고 있는 걸 깨닫고 놀라게 될 때가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와 가족을 향해 무조건적으로 모든 것을 희생하고, 에너지를 소진시켜야 하지만 말이다. 가끔은 나란 존재가 없어져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늘 급하게 대충 식사를 해서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편하게 누워 잘 수 없어 항상 허리가 아프고, 수면부족으로 다크 서클이 떠날 때가 없고, 푸석푸석한 피부에, 지저분해진 헤어 스타일에, 늘어진 티셔츠 차림이 너무도 익숙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된다는 건 살아가면서 최고로 멋진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 과정을 즐기고, 매 순간 소중히 여기면서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의 알 수 없는 행동 뒤에 숨겨진 의미들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어쩌면 내일부터는 육아 전쟁이 조금 수월해 질지도 모르겠다는 다소 긍정적인(?) 생각도 들고 말이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나는 점점 더 엄마가 되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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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5-04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혹은 아빠가 된다는 건 분명 생애 최고 멋진 일 중 하나임에 틀림없죠^^
저는 그걸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뭐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죠^^

피오나 2015-05-04 12:05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에는 몰랐어요ㅎㅎ 경험해보니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겠더라구요 ^^
 
9일의 묘
전민식 지음 / 예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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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중범과 해명, 도범이 도굴을 하는 중이다. 하지만 중범은 구덩이가 깊어질수록 그곳이 대충 보기엔 명당 혈처럼 보이지만 주검이 영원히 썩지 않을 악지라는 걸 알아차린다. 그만 접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산길 초입에서 두런거리는 소리와 불빛이 보인다. 이들의 행각이 누군가에게 발각되고 만 것이다. 하지만 묘 바닥에 있던 도학은 미처 도망치지 못하고 그들에게 붙잡히고, 중범과 해명만 겨우 몸을 피한다. 중범은 유명한 지관이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황창호의 아들이고, 도학은 그의 양아들이다. 중범에게 아버지는 정 붙이지 못할 정도로 싸늘한 인간으로 기억된다. 동생인 효범이 죽게 내버려두었고, 그 이후로 산에 대한 넘치는 양의 지식을 강제적으로 쏟아 부었던 황창오. 중범은 아버지를 증오했지만 당시에는 너무도 어렸기에, 그가 가르쳐주는 걸 익혀야만 했고 그가 걸었던 길을 가야만 했다.

명당이라는 말만 들으면 사람들은 미쳤다. 하기야 썩어 문드러진 시신 한 구 잘 묻어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는데 마다할 사람은 없었다. 흙이 되고 말 유골 하나로 왕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는 미신으로만 치부하기에 너무 매혹적인 이야기였다. 그래서 달에 마실 드나들 듯 하는 지금도 사람들은 명당을 찾았다.

중범과 해명은 붙잡힌 도학을 걱정하며, 아내 혼자 효범의 제사를 지내게 내버려 둔 걸 생각하며 심란해하고, 얼마 전에 태어난 아이를 건사할 일을 생각하며 부담을 느낀다. 그러던 중 뉴스를 통해 지난밤 자정 무렵 대통령께서 측근에 의해 저격 당해 서거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대통령이 총에 맞아 죽고, 계엄령이 선포되었다는 소식 때문인지 그는 불길한 기분을 떨쳐내지 못한다.

중앙 통에 탱크도 세워져 있고, 군인들도 쫙 깔려 있어 시내가 살벌한데, 도학의 소식은 여전히 알 길이 없다. 그러던 와중에 암장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고, 불길함이 그의 발목을 잡았지만 어쩔 수 없이 일을 수락한다. 자신의 의지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커다란 사건이 일어날 때 지관들은 특히 몸을 낮춰야 한다는 황창오의 가르침이 떠올랐지만, 그것보다 아내인 미란과 아이의 얼굴이 눈에 밟혔던 것이다. 하지만 중범 일행은 암장을 하다 군인들에게 발각되고 붙잡힌다. 중범과 도학, 두 형제는 힘을 가진 자들의 권력 다툼에 휘말려 덧없이 피를 흘린다. '왕의 죽음은 다수에겐 혼란의 무대가 되겠지만 소수에게는 기회가 되는' 그런 시대였던 것이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반드시 피를 흘려야 했고, 신과 같은 군인들에 비해 풍수사들의 목숨은 하찮은 것이었으니 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라가 변할 때마다 지관은 그 중심에서 살든가 죽든가 그랬다.

누군가는 피를 흘려야 이 시절을 넘어갈 수 있으니까. 그게 나일 필요는 없잖아. 군인들이 요구하는 것도 나 같은 장물아비가 아니라 지관이거든. 지관은 언제나 그랬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라가 변할 때마다 중심에서 살든가 죽든가 그래 왔지.

산의 능선과 능선이 만나 만들어지는 혈, 그 혈이 맺힌 땅의 흙 냄새와 맛, 그 주변을 맴도는 공기, 땅에서 올라오는 기운, 벌레와 짐승, 주변의 나무와 잡초 등등을 따지고 분석해야 하는 지관의 눈과 자신이 쌓아 올린 것들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할 수 있는 탐욕스런 군인들의 마음이 극명하게 대비되어 당시의 정세를 묘사해준다. 홀연히 모습을 감춘 중범의 아버지 황창오가 전직 대통령 가문의 묘 자리를 점지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의 친아들 중범과 양아들 도학 역시 붙잡힌 군인들에게 각각 휘둘리며 그들의 운명은 소용돌이 치듯 엉망이 되어 버린다.

전민식 작가의 전작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13>을 모두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이번 작품도 기대를 했었다. 두 작품 모두 독특한 소재가 인상적이었는데, 잘나가던 컨설턴트가 한 순간의 실수로 추락해서 고급 애완견라마를 산책시키는 일을 하게 되면서 다시 비상을 꿈꾸는 이야기와 금융회사와 정부의 보안 불감증이 우리의 불안을 키우는 지금에 경종을 울리는 개인정보 유출문제,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한 문제를 다룬 이야기였다. 전민식 작가의 작품은 무엇보다 가독성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다. 장면 장면마다 속도 감 있게 페이지가 넘어갈 수밖에 없는 재미가 있었다. 이번 작품 <9일의 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죽음 직후 9일동안의 장례 기간 동안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암투 와중에 군인이나 정치인이 아니라 풍수사라는 직업의 주인공을 내세워 더욱 호기심을 자아내는 작품이었다. 대통령의 암살 이후 권력을 잡으려던 인물들의 다툼과 그런 역사의 한 틈에서 평범하게 살았던 두 남자의 이야기 역시 페이지가 순식간에 넘어간다. 아마도 그가 현실을 반영하는 충분히 있을 법한 이슈를 그리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읽지 않은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어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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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이 깨어나는 마을
샤론 볼턴 (지은이) | 김진석 (옮긴이) | 엘릭시르

 

영국 현대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이야기꾼이라는 샤론 볼턴의 국내 첫 작품! 일단 새로운 미스터리 작가에는 무조건 관심이.. 게다가 이 독특한 제목과 사랑스런 표지라니~!!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1,2
장미셸 게나시아 (지은이), 이세욱 (옮긴이) | 문학동네

 

역사의 커다란 줄기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내야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라 루타 서페티스의 <회색 세상에서>도 떠오르고, 이 작가는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 궁금해진다.

 

두 권을 붙여서 하나의 이미지로 완성되는 표지 디자인도 굿!!

 

 

 

 

 

서루조당 파효 ㅣ 서루조당 시리즈  
교고쿠 나츠히코 (지은이), 김소연 (옮긴이) | 손안의책

 

교고쿠 나쓰히코의 작품은 거의 무조건 궁금하다. '백귀야행 시리즈'에 이어 새로운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는 작품이라고 하니 기대기대...

 

 

 

 

 

 

 

12월 10일
조지 손더스 (지은이) | 박아람 (옮긴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영어권 최고의 단편소설 작가라 칭해지는 조지 손더스의 작품. 작가에 대한 별다른 정보가 없어도 제목과 표지에서 묻어나는 느낌만으로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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