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행동 심리 백과 - 1~3세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 행동 이해하기
앤지 보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지식너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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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고 나서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의 행동과 의사표현을 어떻게 알아듣지? '였다. 밤바다 울어대는데, 기저기도 갈아주고, 수유도 하고, 덥지 않게 온도, 습도 체크해주고 이것저것 확인할 건 다 했는데 대체 왜 이렇게 자지러지게 울까. 그럴 때마다 초보 엄마들은 공황 상태에 빠진다. 아이가 혹시 어디가 아픈 건지, 아님 자신이 아이가 표현하는 것을 캐치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엄마인 건 아닌지,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니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아이의 울음은 그칠 줄 모르고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나면, 다시 시작되는 하루의 여정을 견디어 낼 생각에 한숨부터 나오고, 그렇게 최소 반년은 지나야 어느 정도 아이를 다룰 줄 알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정도 되어도 여전히 아이는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이므로 가끔 정말 아이가 원하는 것이 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초보 엄마들을 위한 멋진 가이드 북이다. 미국의 유명 소아 작업 치료사이자 아이 행동 전문가인 앤지 보스가 아이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나타낼 수 있는 행동과 그것에 숨은 의미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있다. 물론 아이마다 다른 기질을 타고 났고, 자라고 있는 환경도 다르므로 백 퍼센트 맞는 답변이 될 수는 없겠지만, 아이의 행동과 성장 발달에 필요한 팁들을 가지고 추측할 수만 있다고 해도 그게 어딘가. 한밤중에 이유 없이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 때문에 쩔쩔 맸던 기억이 있는 엄마들이라면, 무조건 이 책을 읽어보아야 한다.

세수할 때마다 괴로워 해요

씻을 때 얼굴에 가해지는 압박의 양이나 수건의 촉감에 따라 세수가 불쾌하거나 고통스러운 경험이 될 수가 있다고 한다. 이럴 때는 세수하기 전에 얼굴을 마사지해주고, 다양한 질감의 물건들을 놀이를 통해 만져 볼 수 있게 해주고, 직접 아이가 세수를 하게 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세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특이하게도 세수를 시키거나 얼굴에 로션을 발라주는 등 얼굴에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할 때 잠깐씩 숨이 막힌다는 제스춰를 취하곤 한다. 그러니까 마치 물 속에 들어갔을 때 잠깐 숨을 못 쉬는 것처럼 말이다. 괜찮아. 숨 쉬어도 돼. 라고 편하게 해주면서 세수를 시키곤 하는데, 이 글을 보고 나니 세수하는 것을 놀이처럼 해주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을 재우기가 힘들고 아침에 깨우기도 힘들어요

 

백일이 지날 때 즈음부터 밤에 자는 시간이 늦어지고, 잠이 들어도 여러 번 잠에서 깨어나 우는 통에 벌써 세달 가까이 밤에 제대로 자 본 적이 없다.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초반에는 한번만이라도 밤에 잠 좀 푹 잘 수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다 싶을 만큼 힘이 들었다. 잠을 못 자게 하는 고문이 가장 힘든 거라더니, 졸려 죽겠는데 아이가 자꾸 깨니 안고 달래야 하고, 재워야 하고 보통 일이 아니었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가진 친구나 지인들을 보아도 '수면 교육'을 가장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잠을 잘 재울 수 있는 여러 가지 팁들을 한 번씩 실천해 봐야 할 것 같다. 무게담요나 묵직한 이불을 덮어주거나, 몸에 꼭 맞는 옷을 입히고,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온몸을 마사지해주거나, 잔잔한 연주 곡이나 백색 소음을 들려 주는 등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얼마 전부터 수면 인형을 사서 멜로디 음악과 함께 재우는 걸 시도하는 중인데, 부디 성공하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더 많은 시도가 가능할 것 같아 든든하다.

 

그 외에도 자주 딸꾹질을 한다거나, 습관적으로 팔을 흔든다거나, 야외의 소음에 정신이 팔리거나 겁을 먹는다거나, 움직이는 것을 보면 어지러워하거나, 슈퍼마켓이나 마트에 가면 안절부절못한다거나.. 너무도 다양한 행동들에 대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다양한 상황에서 나타낼 수 잇는 205가지 감각 신호들에 숨어 있는 의미들을 읽어보고 있자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것부터 미처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들까지 있어 매우 도움이 되었다. 특히나 아이 행동에 숨겨진 의미뿐만 아니라 그 속에 성장의 비밀까지 함께 있다고 하니, 앞으로 더욱 아이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거기에 반응을 해주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엄마가 되고 난 후의 나 자신을 보면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스스로 해내고 있는 걸 깨닫고 놀라게 될 때가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와 가족을 향해 무조건적으로 모든 것을 희생하고, 에너지를 소진시켜야 하지만 말이다. 가끔은 나란 존재가 없어져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늘 급하게 대충 식사를 해서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편하게 누워 잘 수 없어 항상 허리가 아프고, 수면부족으로 다크 서클이 떠날 때가 없고, 푸석푸석한 피부에, 지저분해진 헤어 스타일에, 늘어진 티셔츠 차림이 너무도 익숙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된다는 건 살아가면서 최고로 멋진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 과정을 즐기고, 매 순간 소중히 여기면서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의 알 수 없는 행동 뒤에 숨겨진 의미들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어쩌면 내일부터는 육아 전쟁이 조금 수월해 질지도 모르겠다는 다소 긍정적인(?) 생각도 들고 말이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나는 점점 더 엄마가 되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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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5-04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혹은 아빠가 된다는 건 분명 생애 최고 멋진 일 중 하나임에 틀림없죠^^
저는 그걸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뭐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죠^^

피오나 2015-05-04 12:05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에는 몰랐어요ㅎㅎ 경험해보니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겠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