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선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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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인생이 아직 많이 남았다고 믿고 있었다. 때문에 그러는 사이 야스코가 먼저 사과하지 않겠나, 라고 배짱을 부린 것도 사실이다. 설마 그 이듬해에 '남은 수명은 앞으로 8년'이라는 선고를 받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것도 '내 수명'이 아니라 '세상의 수명'이었으니, 실로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었다.               - '종말의 바보' 중에서, p.17


우유부단한 후지오는 어떤 일이든 선택할 수 있는 경우가 오히려 더 괴로웠다. 매번 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고민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보다 두 살 위인 아내 미사키는 그와 성격이 정반대이다. 그런데 이번에 어쩐 일인지 아내가 후지오에게 결정권을 쥐어 줬다. 부부는 오랫 동안 아이가 생기길 바래왔었는데, 드디어 아이가 생긴 것이다. 임신 8주라는 진단을 받고 아내는 낳을지 말지, 후지오에게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결혼한 지 7년 만에 찾아온 새 생명, 당연히 기뻐해야 할텐데 왜 후지오는 고민하는 걸까. 이유는 3년 뒤에 소행성 충돌로 세상이 끝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태어나봤자 3년 밖에 살지 못할 것이다. 세상의 종말을 앞두고 그는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이다. 


4년 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혼자 남겨진 미치는 세 가지 목표를 정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책을 전부 읽는다, 죽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막 두 번째 목표를 달성하고, 세 번째 목표는 아직 달성 중이다. 아버지의 서재를 빼곡히 채우고 있는 책들은 어림잡아 3천 권 정도였을 것이다. 하루에 한두 권, 마음이 내키면 세 권, 그런 식으로 계속 읽어오는데 꼬박 4년이 걸렸다. 대부분의 학교가 종말 소동 이후 문을 닫고, 방송도 끊겼고, 아파트에 남아 있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미치는 하루하루를 책 읽는 데 소비하며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지냈다. 음식 재료를 사러 식료품 가게에 가는 일을 제외하고는 외부 세계와의 접촉도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진짜 해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두 번째 목표를 완성하고 나선 슈퍼마켓에서 오랜 만에 동창을 만나게 된다. 동창이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새로운 목표가 생기게 되는데, 앞으로 3년이면 끝나버릴 세상 속에서 미치의 새로운 목표는 이뤄질 수 있을까. 





"소행성이 떨어질 때, 죽을 때는 어떤 느낌일까요?" 나는 무심결에 물어보았다. 쓰치야 씨는 운동장에 핀 아지랑이라도 보는 표정으로 "눈 깜짝할 새 아닐까?"라고 말했다. "깜짝 놀라겠지만, 분명 눈 깜짝할 새에 의식이 사라질 테지. 아마 죽었다는 것도 모를 거야."

"그건 싫네요."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싫어?"

"아무 생각도 못 하게 되는 게 두려워요. 예를 들면 아, 죽었다, 이런 생각도 못 하게 되겠죠? 그건 무섭고 싫습니다."             - '심해의 지주' 중에서, p.345~346


앞으로 몇 년 후에 지구에 운석이 떨어져서 세상이 멸망한다면 어떨까. 누구나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엉망이 되지 않을까. 넷플릭스 드라마 <종말의 바보> 원작 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8년 후에 소행성이 충돌하여 지구가 멸망한다는 충격적인 발표가 있은 지 5년 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소행성 뉴스를 들었을 당시 자포자기한 사람들은 여기저기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물건을 훔치는 온갖 범죄를 저질렀고, 그렇게 폭동, 방화, 살인, 강도, 사기 등 지상의 모든 곳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들은 치안을 지키기 위해 가차 없이 거친 수단을 취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완만한게나마 범죄는 줄어들고, 거리는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대혼란에 빠졌던 세상도 이제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불안한 평화가 유지되고 있었다. 이제 지구의 멸망까지 남은 것은 단 3년,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일상을 견뎌내야 할까. 


이야기는 지방 도시 센다이의 아파트 힐즈 타운의 살아남은 주민들의 하루하루를 통해 보여진다. 세상의 종말을 앞두고 같은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는 이들의 여덟 편의 이야기는 담담하지만, 뭉클한 감동을 전해 준다. 어떤 비참한 상황에서라도,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면 삶의 의미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만약 내일 죽는다면 인생이 바뀔 것인가, 혹은 몇 년 뒤에 지구가 멸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작품이었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세상의 끝이 정해져 있다면, 대체 무슨 일을 해야 사는 게 의미있을까. 어떻게든 남아 있는 나날을 버텨내려면 뭘 해야 할까. 소행성이 떨어질 때 죽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나 혼자만 죽는 게 아니라 세상 전체가 사라지는 거라면 조금 위로가 될까. 이사카 고타로는 대재앙이라는 소재를 매우 인간적인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삶의 의미를 묻기 위해 죽음을 눈앞에 가져온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고,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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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천국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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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무시하게 돈이 많은 미국의 한 생명공학 회사가 인간이 죽지 않는 방법을 찾았다는 거야. 아니다, 죽지 않는 게 아니지.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새로운 인종이 된다지, 아마. 뭐든 가질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다는데, 내 생각엔 그 정도면 신과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신이야. 아무튼 그 회사가 세계 최고의 게임 회사와 손을 잡고 신들이 거처할 세상을 만들었다 이거야. 부자도 없고, 가난한 자도 없고, 병든 자도 없는 세상.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롭게 사는 영원한 천국."                 p.106


가상세계에서는 뭐든 하고 싶은 일을 실제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으며, 도덕적 부담을 짊어질 필요도 없다. 불량하고 불건정한 환상을 원한다면 술과 약의 세계가 소망을 이뤄주고, 어디론가 가고 싶은 사람은 심해든, 에베레스트든, 태양이든 어디로든 갈 수 있다. 마찬가지로 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남자든, 여자든, 영웅이든 악당이든, 혹은 동물로도 살아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세계인 '롤라'는 거대 네트워크이자 빅 테이터이며 통합 플랫폼이다. 해상은 롤라의 세계 속에서 1인칭 가상 극장 ‘드림시어터’를 만드는 설계자이다. 이야기는 해상에게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드림시어터를 만들어 달라는 한 남자의 기이한 의뢰가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의뢰자인 경주는 도수치료사로 이름을 날리다 의료 사고로 인해 병원에서 잘리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동생인 승주는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점점 상태가 나빠졌다. 정신과에 끌고 가 치료를 시작했지만 좀체 나아지지 않았고, 참다 참다 아버지의 기일에 폭발한 경주는 승주에게 차라리 나가 죽으라고 모진 말을 내뱉고 만다. 그 길로 집을 나간 동생은 두 달 동안 연락이 없었고, 결국 노숙자 촌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실의에 빠진 경주는 급여가 높고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노숙자 재활시설 삼애원의 보안요원으로 일하게 되는데... 그곳은 이상기후로 인해 유빙이 떠내려 오는 외딴 곳이었다. 경주는 그곳에서 노숙자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을 듣게 되는데, 어떤 기업이 인간이 죽지 않는 방법을 찾아냈고, 그 실험 대상으로 노숙자들에게 무작위 티켓이 발부되었다는 거였다. 그 티켓을 얻기 위해 노숙자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경주는 동생의 죽음이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편 자신과 함께 보안요원으로 입사한 동기 제이가 비밀리에 뭔가를 찾아 다니다, 차가운 눈밭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발견되는데... 의식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그는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 그 이름은 바로 '해상'이었고, 경주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해상은 그의 룸메이트 제이가 자신의 제이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쪽 세상에서 살 때 나는 내가 누군지 안다고 생각했어요. 사는 게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살다 보면 나아질 거라 믿었고. 결국 그런 믿음은 허상이었어요. 내가 왜 사는지 이해할 수 없게 된 거죠."

"살아 있는 동안 자기 삶을 이해할 사람이 있을까요."

내가 되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영원히 살고 싶어서 롤라에 온 게 아닙니다. 그저 도망친 겁니다. 그것도 아주 성급하게. 이곳에 와서야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때 도망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나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내 삶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p.390


이야기는 현재 롤라의 해상, 그리고 과거 삼애원의 경주의 시점으로 교차 진행된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 진행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밀도를 높여 나간다. 악명 높은 암초 지대이자 유빙으로 둘러싸인 세계는 온갖 암투와 모략이 판이 치는 수상한 곳이다. 마치 '복마전'처럼 끊임없이 비밀과 욕망이 뒤엉켜 나쁜 일들이 벌어진다. 해상의 세계에서 등장하는 제이는 삼애원의 제이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게 된 장소는 카이로의 사막이다. 폭설과 한파로 점철된 차가운 세계와 뜨겁고 건조한 모래 사막의 세계라는 장소의 대비처럼 두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흘러가다 어느 한 지점에서 중첩된다. 그리고 특유의 힘있는 문장으로 이끌어 가던 서사가 폭발하기 시작한다. 제이가 롤라의 초기 개발자였고, 해상에게 롤라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그가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을 뺀 나머지, 한 개체의 고유한 의식과 무의식, 본성, 반사작용, 감각이나 신경 회로 같은 것들을 모두 정보 형태로 네트워크에 업로드 한다는 것이 과연 현실 세계의 삶에 얼마만큼 가까워질 수 있을까. 자신의 정신과 몸을 완벽하게 홀로그램으로 구현해내,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와 똑같은 가상현실처럼 만들어냈다고 해도 말이다. 


국내 작가 중에 스릴러 장르를 이렇게 잘 쓰는 이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매번 감탄하며 읽게 되는 정유정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완전한 행복>에 이은 욕망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다. 악의 3부작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에서 인간의 ‘악’과 대면하고 그것과 처절한 사투를 벌였던 작가는 이제 인간의 ‘욕망’과 정면 승부한다. 전작에서 '자기애의 늪에 빠진 나르시시스트, 즉 병리적인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인간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삶을 휘두르기 시작할 때 발현되는 일상의 악'을 그렸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인간성의 가장 먼 미래, 현실 너머로 질주하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탐구한다. 특히나 이번 소설을 위해 홋카이도의 아바시리와 이집트의 바하리야 사막을 직접 오가며, 거대한 유빙에 포위된 어둠의 바다와 황량하고 메마른 대지의 한복판에 글을 썼다고 하는데... 덕분에 장소에 대한 실감 나는 묘사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불멸의 삶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야 이야기의 소재로 아주 고전적인 것이지만, 정유정 작가는 인간의 본성 그 깊은 곳으로 내려가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심연을 들여다 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몰입감을 안겨주는 힘도 여전하다. 역시 정유정은, 정유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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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마스터 5 - 포이즌 드래곤의 노래 드래곤 마스터 5
트레이시 웨스트 지음, 데미안 존스 그림, 윤영 옮김 / 다산어린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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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어린이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드래곤 마스터> 시리즈 그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이야기를 읽어 보았다. 1권에서 농부의 아들인 드레이크는 양파 밭을 일구다 왕이 보낸 병사들과 함께 성에 왔다. 왕의 마법사 그리피스는 드래곤 문양이 새겨진 나무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초록빛 드래곤 스톤을 보여주며, 드레이크가 드래곤 심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 준다. 그렇게 드레이크는 진짜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드래곤 마스터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2권에서는 드래곤과 드래곤 마스터의 본격적인 비행 훈련이 시작되었고, 그 과정에서 케프리의 부상을 치료해주는 웜의 능력을 모두들 알게 된다. 볼품 없어 보이던 외관과는 달리 웜에게 엄청난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3권에서는 드래곤과 드래곤 마스터를 연결해 주는 신비한 돌, 드래곤 스톤을 도둑맞는 사건이 벌어진다. 드래곤 마스터들과 왕실 마법사 그리피스가 드래곤 스톤을 되찾기 위해 활약을 보이는 모습이 보여졌었다. 




4권에서는 롤랜드 왕이 자신의 드래곤 부대를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한다. 하지만 벌컨이 롤랜드 왕이 있는 쪽으로 불길을 내뿜는 바람에 다음 차례인 웜은 자신의 장기를 선보이지도 못한 채, 들다 로즈왕비의 축제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성에 남게 된 로리와 드레이크는 머리가 넷인 포이즌 드래곤이 성을 향애 날아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경계 태세에 들어선다. 게다가 포이즌 드래곤을 타고 있던 사람은 바로 흑마법사 말드레드였다. 


로리의 드래곤 벌컨과 드레이크의 드래곤 웜은 과연 침임자를 물리칠 수 있을지 아주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이어진다. 무엇보다 그동안 계속 언급되었던 말드레드의 정체가 드디어 드러나서 본격적인 대결이 펼쳐지는 이야기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5권에서는 새로운 드래곤 마스터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전편에서 말드레드가 마법사 감옥으로 보내지면서 포이즌 드래곤이 마법에서 풀려났기 때문이다. 드래곤 스톤은 곧 포이즌 드래곤을 위한 드래곤 마스터를 선택했고, 페트라라는 소녀가 새로운 드래곤 마스터로 성에 도착한다. 그런데 페트라는 자신의 드래곤을 만나고도 전혀 기뻐하지 않았고, 드래곤과 연결되고 싶어 하지도 않았으며, 새로운 환경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설마, 드래곤 스톤이 드래곤 마스터를 잘못 고른 것일까? 


게다가 새로운 드래곤과 마스터를 만나러 왔다가 롤랜드 왕이 포이즌 드래곤의 독에 중독되어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아직 드래곤과 연결되지도 못한 페트라는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마을 사람들은 위험한 존재인 드래곤들을 멀리 보내 버리라고 시위를 하기 시작하고, 드래곤 마스터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드래곤 마스터 세트> 서포터즈로 활동하게 되어 10주간 5번의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1주차 미션은 세트 개봉기였고, 2주차 미션은 ‘드래곤 마스터 벽걸이 장식’ 인형을 제작해보는 것이다. 이번 3주차 미션은 세트의 구성 상품인 드래곤 마스터 수련 노트 활용기이다. 드래곤 마스터는 여덟 살 아이들이 드래곤 마스터로 등장하는 이야기라 아무래도 아이들이 읽으면서 더 공감할 수 있는 시리즈이다. 이 노트에는 드래곤 마스터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도전, 끈기, 용기, 협력, 정의 항목이 나와 있다. 그리고 사실 이 다섯가지 항목은 드래곤 마스터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소양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수련법 10가지도 목록으로 수록되어 있어, 아이가 하나씩 해보면서 드래곤 마스터가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리즈를 거듭해 갈수록 더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펼쳐지고 있어, 매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각 권의 마지막에 다음 이야기가 예고가 나와있어 호기심을 해소시켜 주기도 한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프라임 드래곤 스톤이 죽어가고 있다고 헤루가 도움 요청을 해와서 모두 함께 비밀의 피라미드를 찾는 모험을 하게 된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드레이크와 드래곤 '웜'이 주인공이지만, 매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각각의 에피소드에서는 주요 인물과 드래곤이 바뀌면서 재미를 더해준다. 드래곤 마스터인 아이들의 성격도, 배경도 모두 다르고, 각각의 드래곤들도 능력과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하나씩 비밀을 만나는 듯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짧은 문장과 빠른 전개가 책 읽기가 익숙하지 않는 저학년 아이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데다, 독서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푹 빠져서 읽게 만드는 마성의 책이기도 하다. 드래곤 마스터들과 함께 가슴 뛰는 모험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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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늙을까, 왜 병들까, 왜 죽을까 - 내 안의 세포 37조 개에서 발견한 노화, 질병 그리고 죽음의 비밀 서가명강 시리즈 38
이현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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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주기의 단백질들은 등장할 때와 떠나 없어질 때를 정확히 지킨다. 만일 이 회로를 무시하고 누가 더 나서서 자기 유세를 한다면, 교향악은 듣기 힘든 소리를 내게 될 것이고, 세포에서는 암세포가 되거나 대사 이상을 가진 염증 유발 세포가 되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만일 면역계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이는 병들고 죽는 원인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포의 항상성을 잘 지키는 세포들만 가진 사람이 계속 이 지구상에 사는 것이 인간 종족에게 유리한 게 아닐까? 찰스 다윈은 우리가 나이 들고 죽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말한다. 왜 이렇게 훌륭한 개인조차 사멸되도록 설계되었을까?              p.16~17


우리가 태어나서 성장하고 늙고 죽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인간은 애초에 그렇게 설계되었다. 의학은 건강한 노년을 잘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인류의 발견이며, 과학자는 메커니즘을 규명하여 그를 돕는다. 덕분에 인간의 수명은 점점 늘어났지만, 그럼에도 죽음을 결코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무병장수와 영생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여기 그에 대한 궁금증을 모두 해소시켜 줄 책이 있다.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 서른 여덟 번째 책이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각 분야 최고의 서울대 교수진들이 2017년 여름부터 ‘서가명강’이라는 이름으로 매월 다른 주제의 강의를 펼쳤고 그 현장 책으로 옮긴 것이 바로 이 시리즈다. 이번 책은 '차이나는 클라스, 이슈 Pick! 쌤과 함께' 에 출연해 '노화도 치료가 되나요? 라는 질문에 대해 세포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현숙 교수가 쓴 첫 번째 책이다. 이 책은 누구나 극복하고 싶은 '노화'와 '암부터 생체 시계의 비밀이 담긴 '텔로미어 혁명'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속의 비밀들을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우리가 늙고 병드는 이유는 뭘까, 건강하고 오래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이 있다면 아주 흥미로운 책이 될 것 같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늙는다. 늙는다는 건 과연 무엇인가? 늙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기억력이 감퇴하고, 인지 능력이 저하된다. 사람 이름이 잘 생각 안 나고, 피로하고, 주름도 많이 생기고,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병에 잘 걸린다. 키도 작아지고 암 발생률도 증가한다. 이 모든 것을 '노화'라는 하나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이렇게 별로 상관이 없을 것 같은 현상들을 동시에 일으키는 노화를 과학적으로는 어떻게 설명할까? '늙는 것이 무엇인가?'를 과학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데이터를 살펴보자. 1961년 미국 위스타 연구소 레너드 헤이플릭의 실험이다.               p.138



개인적으로는 '인간은 오래 살면 반드시 암에 걸린다'는 다소 충격적인 제목의 두 번째 챕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12년 기준, 전체 사망률의 17%를 차지한 것이 바로 암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폐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이다. 암이란 악성 종양을 이야기하며, 양성 종양은 암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암은 노화와 연관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는 오래 살수록 암에 걸릴 확률은 올라가게 되어 있다는 것과 같다. 물론 이제는 암이랑 것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할 정도로 두려워할 병은 아니다. 일찍 수술할 수 있는 암들은 우리가 다스릴 수 있는 암이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 수술이 답이 될 수 없는 암들에 관해서는 연구해야 할 게 많다. 암의 정체, 암의 발생 원인, 항암제의 원리, 현대 과학이 풀어낸 암의 비밀 등 암에 대해 궁금했던 모든 정보들을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특히나 '정상 세포가 어떻게 암세포가 되는지', 암세포를 만드는 최초의 사건들에 대한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저자는 이 책에서 모든 생명의 토대인 세포의 탄생부터 소멸에 이르는 여정을 통해 과연 노화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인지, 암은 정복할 수 있는 대상인지,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 준다. 저자의 30여 년간 연구가 집약되어 있지만, 대중의 시선으로 알기 쉽게 들려주고 있어 누구라도 생물학에 대해서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작은 세포 하나에 생로병사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는 것도 감탄스럽고, 그 세포로부터 배우게 되는 생명의 경이로움 또한 놀라웠던 시간이었다. 인간은 왜 늙고, 병들고, 죽어야만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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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명의 목숨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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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캐럴라인은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이건 살해될 사람 명단이야. 누군가가 우리를 죽음의 표적으로 삼은 거야. 저절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휴대전화가 울릴 때마다 형언할 수 없이 비극적인 소식을 듣게 될 거라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듯이. 캐럴라인은 명단을 한번 더 읽고는 그렇게 소름 끼치는 망상을 한 자신을 속으로 비웃었다. 이것이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명단이라면 당연히 모두가 언젠가는 죽음의 표적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오싹하긴 마찬가지였고, 뮤리얼 스파크의 책 <메멘토 모리>가 떠올랐다. 지금 그녀는 별 의미 없는 명단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p.34


사람을 죽이는 것이 정말 나쁜 것인지. 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해 인간 내면의 악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던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피터 스완슨이 신작으로 돌아왔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탄탄한 구성으로 살인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져온 작가이기에 이번 작품 역시 기대가 되었다.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에서 세상에서 독서를 제일 사랑하는 독서광 주인공을 등장시켜 고전 추리 소설 작품들을 단서로 미스터리를 만들어 냈었는데, 이번에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고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했다. 


이 작품은 서로 전혀 모르는 아홉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이 포함된 명단을 우편으로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금융회사 부사장, 할리우드 배우 지망생, 무명의 싱어송라이터, 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리조트 소유주, 유부남에게 기대어 생활하고 있는 여성, 종양전문 간호사, 작가이자 은퇴한 사업가, 그리고 FBI 요원까지 나이도, 사는 곳도, 배경도 전혀 다른 아홉 명의 사람들은 대부분 명단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로 한 명씩 살해 당하기 시작하고, 경찰은 그 명단이 일종의 살인 예고라는 걸 알게 되고 수사를 시작하지만 전혀 단서가 없었다. 누가 범인인지, 범인의 목적은 무엇인지, 명단에 있는 아홉 명 사이의 연결고리가 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대체 누가, 왜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것일까. 왜 하필 이들 아홉 명일까?





샘은 잘 보존된 양장본을 들고 평소 책을 읽을 때 즐겨 앉는 가죽 안락의자로 갔다. 충동적으로 이 양장본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찾아보았다. 인종차별적인 제목이 달렸는데도, 아니면 오히려 그런 제목 때문인지 약 1만 달러나 됐다. 그렇다고 그가 이 책이나 아끼는 다른 책을 팔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었다. 샘은 이 책을 다시 읽기로 했는데,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프랭크 홉킨스와 그 명단의 불운한 다른 여덞 명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몰라도 이 소설과 어느 정도 유사했다. 샘은 1장을 펼치고 첫 문장을 읽었다.                p.151~152


피터 스완슨은 데뷔작인 <아낌없이 뺏는 사랑>에서 어려운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던 비밀 가득한 악녀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누구나 그런 환경에서 같은 선택을 한다면 세상이 얼마나 끔찍해질까라는 걸 보여 줬었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서 어차피 누구나 한번은 죽게 마련인데 그 시기를 조금 앞당기는 것뿐이라는 살인의 당위성을 굉장히 설득력있게 그려내며, 사람을 죽이는 것이 정말 나쁜 것인지. 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었다.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에서는 여성들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집착, 언어폭력, 가스라이팅, 데이트폭력 등 매우 현실적인 공포를 그려 내며 인간 내면에 감추어진 어두운 심연을 들여다 봤다. 살인마의 마음속 깊은 곳을 옆집에 사는 여성의 눈을 통해 들여다본다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던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심증만으로 살인자를 쫓는 사립 탐정의 현재와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않은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는 희대의 살인자의 과거를 교차 진행시키며 충격적인 이야기를 보여주었던 <살려 마땅한 사람들>등 정말 많은 작품들이 국내에 소개되었고, 사랑받았다. 


이번에 피터 스완슨은 고전적인 플롯에다 자신만의 트릭과 반전을 더해 군더더기 없이 완성도 있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설 때까지 대부분의 독자들이 범인에 대해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미스터리를 빈틈없이 직조했고, 후반부의 거듭 되는 반전 또한 강렬한 여운을 남겨 준다. 인간 내면의 악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가답게 피터 스완슨의 작품을 읽고 나면 항상 생각할 거리가 남는 것 같다. 피터 스완슨의 전작들을 재미있게 읽어 왔다면, 이번 작품 또한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같다. 고전 미스터리와 현대 스릴러의 매혹적인 콜라보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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