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을 지휘하라 - 지속 가능한 창조와 혁신을 이끄는 힘, 확장판
에드 캣멀.에이미 월러스 지음, 윤태경.조기준 옮김 / 와이즈베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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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보면 화면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가 스스로 생각해서 움직이는 생물처럼 느껴진다. 화면 속의 캐릭터가 공룡이든 개든 램프 스탠드든 스스로 의도(혹은 감정)를 품고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어야 애니메이터가 제대로 작업했다고 할 수 있다. 애니메이터가 종이 위에 그리는 것은 단순한 선이 아니다. 살아 있고 감정을 느끼는 개체다. 이것이 이날 저녁에 내가 애니메이터의 연필 스케치를 통해 종이 위에 나타난 도널드덕을 보면서 생애 최초로 깨달은 사실이다. 정적인 선이 살아 움직이는 입체적인 이미지로 바뀌는 과정은 당시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요술 같았다.             p.34~35



<토이 스토리>, <인사이드 아웃>, <업>, <라따뚜이>, <니모를 찾아서> 등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픽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성공 신화에 숨겨진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창의적 기업의 대표적 롤모델인 픽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부활 신화를 진두지휘해온 공동설립자이자 사장이었던 에드 캣멀이 30여 년간의 경영 경험과 통찰을 집약한 이 책은 이번에 10주년 기념으로 전면 확장판이 새롭게 나왔다. 경영 일선에서 은퇴한 후 저자가 쌓아온 기념비적인 헤리티지를 되짚어보고, 더욱 업그레이드된 혁신과 창조의 스토리를 150여 쪽 증보한 버전이다. 확장판 서문과 4개의 포스트스크립트, 2개의 챕터가 더 늘어났으니, 기존에 나온 버전을 읽었더라도 다시 읽을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월트 디즈니와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우상이었던 에드 캣멀의 어린시절부터 시작해 대학을 졸업하고 컴퓨터로 이미지를 구현하는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개발해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또한 픽사의 기업 문화부터 처음 상업적 성공을 거둔 <토이 스토리>의 제작 과정, 창의적 기업문화를 만들고자 채택한 다양한 경영 전략과 창작 원칙, 그리고 디즈니의 픽사 인수 이후 문화가 확연히 다른 두 기업을 어떻게 업계 최고로 성공시켰는지 그 스토리도 모두 담겨 있다.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품들의 비밀도 낱낱이 공개하고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다양한 작품들에 참여한 제작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고 있기 때문에 디즈니와 픽사의 작품들을 좋아한다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픽사의 신화, 디즈니의 부활을 이끈 혁명적 경영 스토리가 이 책 한 권에 모두 담겨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여러분에게 아무리 관찰력이 뛰어나고 관심을 기울이는 리더라도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인간은 자신의 관점이 아닌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상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자신이 본 것이 현실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종종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이해할 수 있는지도 인지하지 못한다. 픽사에서 나는 우리가 종종 보이지 않는 것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명확한 시선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려고 항상 노력했다. 1장에서 '나는 평생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분하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고민해 왔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 문장을 쓸 때만 해도 사람들이 타인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각화한다는 것을 몰랐다.               p.503



적극적인 경청은 머리로는 이해하기 쉽지만 실천하기에는 매우 어렵다. 픽사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제작자조차도 건설적인 비판을 듣고,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럴 때 그들은 '투 데이 오프사이트'라고 불리는 또 다른 접근법을 시도했다고 한다. 이것은 제작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제작팀이 더 깊이 파고들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이룬 상황에서 디즈니와 픽사 모두에서 큰 효과를 발휘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이 모여 이틀간의 집중 세션을 통해 몇 가지 장애물을 돌파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안을 내놓는 과정을 통해 작품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진화의 기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로 <겨울왕국>을 제작 중이던 당시에 진행했던 투 데이 오프사이트에 대해서 들려준다. <눈의 여왕>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의 스토리와 캐릭터가 크게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 당시의 문제점이었는데, 이 과정을 통해 엘사와 안나가 서로의 차이점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랑스러운 자매가 되었다고 한다.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관대하고 개방적인 자세로 모든 역량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자존심은 문 앞에 두고 들어올 것, 그로 인해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놀라운 협업의 시간이 만들어졌다. 


저자는 '성공해야 할 필요성과 무지의 결합만큼 신속한 학습 비결은 없다'고 말한다. 자신이 1986년 신생기업 픽사의 사장이 되었을 때 유일한 문제가 바로 '픽사 사장으로서 해야 할 일에 완전히 무지했다는 점'이었다고 말이다. 그랬던 그가 어떻게 낯선 신규 사업을 이끌어 가며 핵심 인재를 채용하고, 제품 가격을 책정하고, 픽사를 흑자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고심했는지 그 과정 또한 매우 흥미진진했다. 새로운 기술 도구들을 개발하고, 기업을 설립하고, 그 기업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경영하는데 수십 년의 시간을 바쳤기에 얻을 수 있는 팁들을 그저 책을 읽는 것만으로 얻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직원은 건전지처럼 쓰고 버리는 부품이 아니라고, 기업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은 경영자라면 직원들이 인간적으로 살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경영자가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각자의 삶을 영위하면서 업무 능력도 최고로 올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많은 경영자들이 이 책을 통해 배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최측근으로서 약 25년간 함께해오며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세세하게 풀어낸 책 속 부록 또한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창의적 조직 문화를 만드는 법을 알고 싶다면, <인사이드 아웃>, <주토피아> 등의 성공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지속 가능한 창조와 혁신을 이끄는 힘을 가진 픽사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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