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가 자연스러워지는 쿠킹 클래스 - 요리에 서툰 사람들과 함께한 '진짜 요리' 이야기
캐슬린 플린 지음, 최경남 옮김 / 현암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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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가 당신이 요리를 할 수 없다고 말하는가? 모든 음식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것이 유기농이거나 현지 생산된 것이거나 목초에서 기른 것일 필요도 없다. 튜나 헬퍼와 <톱 셰프> 사이 어디쯤 자신에게 편안한 지점을 찾아보자. 태웠거나 눌어붙었거나 떨어뜨리거나 너무 익었거나 덜 익었거나 양념을 덜했거나 이도 저도 아닌데 그냥 실패한 음식을 만들었다 해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한 끼일 뿐이다. 내일이면 또 한 끼를 만들게 될 것이다. 100년쯤 지나면 그 차이를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그런 평범한 하루가 될 뻔했던 어느 날, 캐슬린 플린은 마트에 갔다가 어떤 풍경에 시선을 빼앗긴다. 세워진 카트 안에 스무 개 남짓한 인스턴트 파스타와 즉석 식품, 소스 병들이 반쯤 담겨 있었는데, 정작 '진짜' 음식은 하나도 없었던 거다. 카트의 주인은 30대 후반의 여성과 그녀의 10대 초반의 딸이었다. 캐슬린 플린은 자신도 모르게 그들 모녀의 이후 쇼핑을 미행했고, 그녀가 와플 박스와 피자맛 프레츨, 냉동식품, 닭고기 포트파이 등을 잔뜩 카트에 채워 넣는 것을 보게 된다. 캐슬린은 무슨 까닭인지 일면식도 없는 낯선 그녀에게 뭔가 정보를 주고 싶다는 충동이 생겨,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쉽고, 건강하고 게다가 비용도 절약할 수 있는 팁을 알려주려 하지만, 도와줘서 고맙지만 자신은 어떻게 요리하는지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리고 그 우연한 만남은 캐슬린의 인생을 바꾸게 하는 계기가 된다.

캐슬린 플린은 파리의 유명 요리 전문학교 르 코르동 블뢰를 졸업하고 요리 저술가로 활동하며 몇 번의 작은 쿠킹 클래스를 진행했었다. 그녀는 마트에서 만난 모녀를 계기로 '사람들이 더 자주 요리할 수 있는 동기가 뭔지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람들이 평상시에 요리하는 음식을 만들어보게 해서 어떻게 하는지를 본 다음, 부족해 보이는 기술을 중심으로 쿠킹클래스를 열고, 나중에 다시 찾아가서 그들이 이후에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살펴보겠다고 말이다. 그녀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고 지원자들 중에 열 명의 참가자가 정해진다. 대부분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규칙적으로 소비하며, 스스로를 '요리 젬병'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었다. 이 책은 저자와 그녀의 셰프 친구들, 그리고 10명의 요리 초보자들이 클래스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소설처럼, 에세이처럼 그려내고 있다. 요리와 쿠킹클래스가 주요 소재인데, 레시피 북이 아니라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어 색다르고, 그만큼 더 흥미진진했다.

 

 

나는 그녀에게 수업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자신감이요.” 그녀는 재빨리 대답했다. “어떤 요리법이든 보면 이제는 만들 수 있겠다는 걸 알아요.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녀는 조리대에 있는 셰프 나이프를 집어 들고 숭배하듯 다루었다. “칼질하는 법을 배운 게 모든 것을 바꾸었어요. 제가 요리에 겁을 먹었던 이유 중 하나가 칼질할 거리가 많은 것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게 별 대단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요. 사실 칼질하는 순간이 좋기도 해요.”

스물 셋의 사랑스러운 여성 새브라는 맥도날드를 아주 좋아하는 패스트푸드와 청량음료 중독이었다. 컵라면, 감자튀김, 팝콘, 레드불을 온종일 달고 살았기에, 저녁을 만드는 데 20분 이상의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아 했다. 예순한 살의 심리학자 트리시는 냉장고에 기본적인 재료는 갖추고 있었고, 요리를 할 수는 있었지만 결과에 별로 만족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새로운 요리를 자주 시도해도 결과는 늘 실망스러웠고, 하기도 전에 모든 걸 잘못할 게 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두 아이를 가진 서른두 살의 전업주부 새넌은 요리를 하고자 하는 욕구와 동기, 시간은 있었지만 핵심 역량이 부족했다. 엄마에게도, 학교에서도 어떤 요리 기술도 배우지 못했던 것이다. 그 외에도 구조조정으로 생활이 어려워져 음식을 살 돈이 제한되다 보니 마음대로 필요한 음식을 요리하지 못하는 경우, 습관처럼 음식을 대량 구매하고는 처리하지 못해 냉장고에서 시들고 상하게 놔두는 경우, 결혼 후 체중이 급격히 늘어나 다이어트 비법을 찾기 위해 몇 년간 온갖 노력을 하고 있는 경우 등등... 참가자들의 다양한 사연은 우리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캐슬린의 쿠킹클래스에서는 요리에 관심은 있지만 기초적인 도구와 기술이 부족한 참가자들을 위해칼질 쉽게 하는 법’ ‘남은 재료 활용하는 법’ ‘고기 해체하기’ ‘식재료비를 아끼는 장보기등 도구와 재료를 손질하고 현명하게 활용하는 법과 간단하게 써먹을 수 있는 요리 비법들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식습관을 바꾸고 요리와 친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녀는 패스트푸드 중독, 고당도 · 고지방 · 고염 식습관에 길들여지고, 사먹는 음식에 너무 익숙해진 현대인들의 식습관부터 걱정했다. 그래서 이 쿠킹클래스는 단순히 요리 레시피를 배우는 것을 넘어서 '제대로 먹기 위한' 요리를 가르친다는 점에 있어서 특별했다. 쿠킹 클래스가 모두 끝나고 참가자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들의 요리와 식습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고, 무엇보다 요리를 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랐던 요리 초보들에게 맛있고 건강한 요리의 비밀을 알려주고 있어 참 좋았다. 혼자 먹더라도 근사한 자신을 위한 요리, 혹은 가족에게 균형 잡힌 영양을 공급하는 요리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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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
고다마 지음, 신현주 옮김 / 책세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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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내 차례가 되면 이상하게 기계가 망가지거나 내가 산 것만 불량품이거나, 그렇게 운이 나빠서 타이밍이 안 좋아서 손해를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쩐지 '머피의 법칙'은 나한테만 집중되었다. 그래서 이번 일도 내 탓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너무도 산뜻하고 예쁜 표지에 들어간 제목의 어감이 참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띠지에 대문짝만하게 들어가 있는 문구라니.. 이건 뭔가 싶기도 했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기면 첫 장부터 작가의 느닷없는 고백이 이어진다. '느닷없는 이야기지만 남편의 성기가 들어가지 않는다. 진지하게 하는 말이다. 교제기간까지 20, '성기가 들어가지 않는' 문제는 우리를 서서히 병들게 했다'라고. 그래서 '성기가 들어가지 않는 우리는 남매처럼, 혹은 식물처럼 조용히 살아가는 삶을 택했다'는 그녀의 선언은 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하게 만들어 주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부부 사이에 불화가 생겨 관계없이 살아가는 경우란 사실 흔하게 다루어지곤 하는 소재였지만, 애초에 관계를 할 수 없는 그 방식이란 것이 이렇게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시골에 살았던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숫기 없는 소녀였다. 빠듯한 가정 형편에 그녀 아래로 고등학생과 초등학생 여동생까지 있었기에, 대학에 떨어지면 바로 취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대학 합격을 계기로 그녀는 시골을 탈출할 수 있었고, 학교 근처에 구한 자취집에서 같은 학교 남자 선배와 만나게 된다. 산후우울증과 독박육아로 고통 받던 엄마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었고, 친구들과도 충분히 교류하지 못한 성격이었던 그녀였기에 갑작스레 다가온 남자 친구라는 존재가 굉장히 크게 느껴진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 것이다. 항상 사람을 깊게 사귀는 것을 피해왔던 그녀였기에 사랑을 하게 되면서 일상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 그런데 당당하고 자유분방한 성향의 그와 처음으로 관계를 갖게 되었을 때,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문제가 생기고 만다.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인데도, 믿기 힘들만큼 이상한 문제로 그들에게만은 가능하지 않은 행위가 되고 만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누구에게도 이 고민을 말하지 못한 채, 이후 수십 년의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고등학교 탈의실에서 여학생들의 경험담이 들려올 때마다 머리부터 뒤집어쓴 파도의 파편이 아직 어딘가에 남아 있는 듯했다. 이상한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닐까. 들어가지 않아, 들어가지 않아, 하며 한탄하지만 들어가면 들어가는 대로 괴롭지 않을까. 몸도 마음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멍하니 어둠을 응시한 채 시간만 흘러갔다.

그렇게 그들은 육체적인 결합이 되지 않는 관계임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결혼까지 하게 된다. 더 이상한 건 두 사람 모두 다른 상대와는 문제없이 그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왜 아무 상관없는 타인과는 문제없이 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당연히 가능해야 할 상대와는 왜 되지 않는 것일까. 분명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뭔가 의학적으로 진단을 받아봤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만약 소설이었다면 설정부터 애초에 너무 말이 안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만큼. 그런데,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자전적 에세이이다. 그 어떤 소설적 허구나 해석, 미화된 부분이 없는 저자의 솔직한 감정과 살아온 이야기인 것이다. 그 사실이 파격적인 제목보다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남편과 나란히 교사가 되어 그녀가 겪게 되는 이후의 일들은 더 할말을 잃게 만든다. 대체 삶이란 것이 한 인간에게 어디까지 고난을 겪게 할 것인가.에 대한 그 결정판이라고나 할까. 교실붕괴로 인한 스트레스, 자살을 생각하게 될 정도의 심리 상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의미 없는 즉석 만남... 세상의 모든 안 좋은 일이란 모두 그녀에게 찾아오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안타까웠다.

물론 누구나 타인에게는 절대 말할 수 없는 저마다의 외로움과 상처와 숨기고 싶은 아픔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 속 그녀처럼 자신의 오랜 상처와 비밀을 거침없이 드러내서 이야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평범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그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름 거듭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내린 선택이니 틀렸다고 가볍게 이야기하지 말라는 그녀의 목소리는 당당하게 보였다. 시종일관 자책을 하고, 타인의 눈치를 보고, 상처 받아도 아닌 척하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던 수동적인 모습들이 이제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이 작품이 책으로 출간될 당시에도 그녀가 글을 쓴다는 사실을 남편이나 부모님은 몰랐다고 한다. 자신이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이 책을 가족에게 내밀려고 한다는 그녀의 진심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그녀에 비하면 너무도 평범하고 순탄한 삶을 살아온 내가 이해하기엔 다소 어려운 삶의 방식들이었지만, 어느 샌가 나도 모르게 그녀의 삶을 응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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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작은 습관 - 간단하지만 몸에 익히면 좋은
오키 사치코 지음, 윤은혜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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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막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한 달이 지나버렸고, 올해의 두 번째 달이 또 훌쩍 시작되었다. 다들 그렇겠지만 연말의 들뜬 분위기가 지나가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 주변 정리 정돈이라든지,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등 뭔가 삶에 변화를 꿈꾸기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우스울 만큼 거창하게 계획만 세워놓고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그냥 사라져 버리는 것들 투성이다. 그만큼 일상이 바쁘고, 머릿속이 복잡하고, 매일매일 순간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전투적인 삶이 우리 현대인들의 그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거창하고 복잡한 것이 나이라 생활 속에서 작은 습관들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 궁금해졌다.

 

매일 틈날 때마다 몸을 움직이고, 자연이 베푸는 혜택에 감사하고, 제철 채소와 과일을 골라 건강한 식사를 합니다. 가능한 직접 요리하기 위해 애쓰고,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나다운 스타일을 찾아서 깔끔한 옷차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홀가분하게 산다>의 저자 오키 사치코는 이 책에서 간단하지만 몸에 익히면 좋은 '1분 작은 습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매일의 생활은 작은 습관들이 하나하나 모여 만들어지기 때문에,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더라도 소소하게 하나씩 바꾸다 보면 어느새 인생을 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거다. 새해에는 뭔가 좀 달라지고 싶고, 삶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대체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 그런 순간 당신에게 꼭 필요한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카테고리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되어 있다. 먼저 '더 멋지게 나이 들기 위한 습관'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그 작은 습관이라는 것들은 정말 너무도 쉽고, 소소하고, 뭐 이런 걸 다 습관으로 만들어야 하나 싶을 만큼 간단한 것들이다.

하루하루를 살면서 무엇을 눈 여겨 보고, 어디에 관심을 갖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감각이 단련됩니다. 몇 살이 되었든 늦은 때는 없습니다.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언제 어디서든 나만의 감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직감적으로 내 마음에 드는 것, 감동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생활 속에 적용해 보는 자세입니다.

맛있는 식사를 바르게 먹는 것은 젊음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습관이니, 나만의 식사 순서를 만들어 보라던가. 자신의 나이와 몸의 상태에 맞는 음식을 고르는 일을 절대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거나. 작은 노트에 그날 먹은 아침식사를 매일 빼놓지 않고 기록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균형 잡힌 식사를 하게 될 거라는 식이다. 거기다 가끔은 의식적으로 등을 쭉 펴 보기도 하고, 매일 아침 몸무게를 체크해 보고, 눈에 잘 띄는 곳에 과일을 두어 의식하지 않아도 과일을 챙겨 먹을 수 있고, 분위기도 한층 밝아지게 만들라는 것들. 누구나 굳이 고민하거나, 계획하거나, 생각하지 않아도 쉽게 따라서 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이어지는 카테고리들은 단정하고 아름답기 살기 위한 습관과 삶의 공간을 산뜻하게 관리하는 습관이다. 두 번째 카테고리는 정신적인 부분이 많아 읽는 동안 그저 힐링 되는 느낌마저 들고, 마지막 카테고리는 집안일과 부엌일, 정리 정돈 등에 대한 실용적인 팁이 많아 유용했다. 이렇게 책을 보며 조금씩 따라 하다 보면 작년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내 삶이 산뜻하게 정리되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을 정도로 말이다. 특히나 저자가 제안하는 '1분 집안일' 이라는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아마 대부분의 주부들에게 이것만큼 확실하게 눈길을 사로잡는 게 또 있을 까 싶을 정도로 집안일이란 모두의 고민일 것이다. 해도 티가 안나지만, 안하면 확실하게 티가 나는 것이 바로 집안일이니 말이다. 짧은 시간 내에 필요한 집안일을 끝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특히나 청소는 싫고, 시간도 없고, 할 생각도 없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집에서 살고 싶다! 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다. 정말 시간을 들이지 않고, 귀찮지 않으면서도 깨끗하게 집안일을 해낼 수 있는 노하우가 이 책에 실려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매일의 생활 습관에 쓰는 시간은 사실 굉장히 짧은 찰나에 불과하다. 거의 초 단위 정도의 습관이 분 단위가 되어 어느새 생활 전체를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당신도 매일을 산뜻하게, 새로운 생활 습관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변화란 어렵지 않다. 그저 1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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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로써의 글쓰기 - 작가로 먹고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33가지 조언
록산 게이 외 지음, 만줄라 마틴 엮음, 정미화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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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게는 대략 3,000권의 책이 있다. 책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빚을 내서 책을 산다. 책에 대해서라면 언제나 경제적으로 말도 안 되는 선택을 했다. 밀린 공과금을 납부하는 대신 표지가 화려한 소설집 세트를 구매하고, 아이들의 대학 학비를 저축하는 대신 소문난 소설책 열두 권을 주저 없이 주문한다. 매년 연간 신용카드 사용 내역서가 오고 연말 정산을 준비할 때면 책을 구매하는 데 들어간 엄청난 돈에 놀라면서 전산상 착오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순진한 생각을 한다. 왜 이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리지 못하는 걸까? 왜 나는 이 책들을 소유해야만 하는 걸까?

인생이란 대부분 공정하지 않은 게임이다. 마법 같은 일이란 동화 속에서나 벌어질 뿐이고, 대부분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우리는 성공한 작가들의 삶과 작업에 대한 인터뷰나 에세이 등의 글들을 많이 만나왔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실제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나 작가들의 돈과 수입에 관해 적나라하게 밝힌 적이 없다. 작가이자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는 만줄라 마틴은 글쓰기와 돈의 본질적 관계에 대해 툭 터 놓고 말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온라인 문학잡지 [스크래치](Scratch)를 창간했고 이를 바탕으로 <밥벌이로써의 글쓰기>를 출간했다. 이 책에는 록산 게이, 셰릴 스트레이드, 닉 혼비 등 기성 작가와 신인 작가 33명의 인터뷰와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다. 작가들이 실제로 매일같이 일상에서 겪어내고 있는 예술적인 투쟁과 경제적인 투쟁에 대해 거침없이 고백하고 있다. 그러나 돈과 생계에 대해 어떤 직업을 전전하고, 책을 출간하기 위해 어떤 수모를 겪는 지에 대한 가감 없는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그들이 글쓰기에 대해 얼마나 엄청난 애정을 품고 있는 지에 대해서 공감하게 되고 그들의 창작에 대한 영감과 작가가 되기 위한 인내의 과정에 감탄하게 되고 만다. 왜냐하면 그들이 하는 이야기들이 모두 진심에서 비롯된 경험담들이기 때문이다.

만줄라 마틴은 말한다. '누구에게나 꿈은 중요하다. 그러나 사랑이 현실인 것처럼 작가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우리 모두는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다. 당연하지 않은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돈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마련이라는 말은, 사실 사회, 경제적으로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이 쉽게 하는 말일 뿐이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출판 업계와 아무 관련이 없는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작가들의 생계를 유지하는 기술 또한 점점 진화해 요즘은 프리랜서로 신문과 잡지에 글을 기고하거나 광고 카피를 쓰거나, 강의를 맡아 학생을 가르치는 작가들도 있지만 말이다.

 

나이가 있는 저명한 작가들은 젊은 작가들에게 성공하기 위해 해야 하는 타협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난을 감수해야 한다, 글쓰기를 목숨처럼 여겨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글을 쓸 수 있도록 한 푼이라도 모아야 한다, 창의력만 갉아먹지 않는다면 어떤 일을 하든 중요하지 않다, 서빙을 하라, 개를 산책시키는 일을 하라, 베이비시터를 하라, 라테를 만들어라, 모델 일을 하라, 난자를 기증하라, 집 짓는 일을 하라, 빵 굽는 일을 하라, 프리랜서로 글을 써라, 어떤 프리랜서 일이든 하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와일드>의 저자 셰릴 스트레이드는 그 작품이 출간되고 한 달이 되었을 때 책 홍보를 위한 북 투어 중에 남편의 문자를 받는다. 집세를 내야 하는데 수표가 부도가 났다고. 왜냐하면 당시 그들의 예금계좌에 돈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소설가인 로라 구드는 본업이 따로 있는 예술가들은 예술을 통해 생계를 꾸릴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예술을 인생의 맨 앞에 놓으려면 어떤 오만함이 있어야 하는 게 현실이니 말이다. 모든 걸 쏟아 부어 최선을 다한 다고 해서 그것이 매번 달콤한 결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아는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현실 속에서 도전하고 있다. 작가 워크숍을 세워 3,000명이 넘는 작가들을 배출한 소설가 줄리아 피에로는 책을 너무 좋아해서 빚을 내서 책을 살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의 첫 번째 소설이 6개월 동안 뉴욕의 모든 편집장에서 퇴짜를 맞았고, 남편은 생계 유지를 위해 여러 일자리를 전전했으며, 매달 겨우 집세를 낼 정도였다. 그녀는 처음으로 서점 가는 일을 그만두었고, 글을 쓸 수도, 책을 읽을 수도 없었다. 소설가 알렉산더 지는 작가가 아닌 사람들이 착각하는 성공 지점이 있다고 말한다. 작가가 더 이상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지점이란, 애초에 돈 걱정을 아예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는 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한쪽에는 글쓰기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상업성이 있다. 그 사이에는 두께를 측정하기 어려운 단단한 방탄유리벽이 있고 말이다. 아마도 작가의 반대편에는 에이전트, 편집자, 홍보 담당자들이 있을 것이다. 문학성과 상업성은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러겠지만 서로 맞지 않는 불편한 동료 관계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작가들은 문학성과 상업성을 뛰어넘어 글쓰기, , , 출판에 관한 매우 중요한 진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들의 이야기는 글 쓰는 방법에 대한 것도 아니고, 작가가 된 이들의 성공담처럼 낭만적이지도 않다. 일하는 삶이 글 쓰는 삶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이들의 경험담들은 작가라는 존재를 허공 위에 떠 있는 상태에서 현실이라는 바닥으로 내린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이 작가라는 존재를 더욱 가치 있고, 대단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글쓰기로 먹고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눈여겨봐야 할 현실적인 조언들도 가득하지만, 무엇보다 작가들의 그 치열한 삶과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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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천재가 된 홍 대리 - 딱 6개월 만에 중국어로 대화하는 법 천재가 된 홍대리
문정아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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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리가 이번에는 중국어에 도전한다. 그 동안 회계와 기획 등 회사 업무와 관련된 부분에서, 이후에는 골프, 주식, 독서, 영어, 일본어, SNS, 독서까지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던 그다. 벌써 십 년이 넘게 이어지는 시리즈물이라... 어떤 분야든 홍대리를 천재로 만들어준 업계 전문가들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어쩐지 믿음이 가는데, 무려 중국어의 문정아 강사님이라니.. 너무 기대가 되었다.

 

내가 도전해 본 외국어는 영어와 일본어, 그리고 학창시절에 배웠던 프랑스어 정도다. 중국어는 사실 시도조차 생각도 안 해본 것이 바로 한자 때문이다. 복잡한 한자를 외울 생각부터 하자니 도저히 엄두가 안 났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어쩌면 중국어 공부를 이제는 시작해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중국어 공부는 ''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저는 문법부터 공부하겠다는 사람들을 뜯어말립니다. 처음부터 한자, 병음, 성조, 발음까지 전부 알려고 하다가 지루하고 어려워서 지레 포기해버리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죠.

 

.. 문법이나 단어가 아니라 ''부터 시작하라니.. 일단 책의 진행 순서대로 아주 기본적인 문장들부터 시작해본다. 참고로 MP3자료는 콤롬북스 어플을 다운로드하면 도서를 검색해서 원하는 콘텐츠를 무료로 다운로드 하고 재생해서 들을 수 있다. 간단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회화들을 따라 해보면서 중국어에 대한 두려움을 걷어내 보라는 충고대로, MP3를 들으면서 몇 마디 따라 해보았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 다음에는 조금 더 긴 문장을 따라 해보고, 간단한 상황별 문장도 입에 완전히 익을 때까지 따라 한 뒤, 그리고 나서 성조, 발음, 병음, 한자, 어법을 익히면 된다.

 

홍대리 시리즈가 이렇게나 오랜 시간, 다양한 장르를 통해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있다. 바로 직장인들이 어려워하는 분야이거나, 직장인들에게 꼭 필요한 분야를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홍대리라는 인물을 통해서 스토리텔링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직장인들 중에서 가장 많이 분포하는 직급인 대리라는 점도 친근감이 있고, 스토리 자체도 흥미롭게 진행되어 지루할 틈이 없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재미있는 대목이 있었다. 바로 한국인에게 중국어가 특히 쉽다는 얘기였다. 중국어와 한국어에는 발음이 비슷한 단어가 많고, 중국어는 매우 단순하며, 중국은 우리나라와 같은 한자 문화권이라는 거다. 예를 들면 커피가 중국어로 '카페이'라고 한다. 이렇게 우리말과 발음이 비슷한 단어들이 중국어에 많다고 한다. 그리고 표의문자인 중국어는 표음문자인 우리말이나 영어보다 단어나 문장의 길이가 짧은 편이라고 한다. 그놈의 한자 때문에 가장 어렵게만 느껴졌던 것이 중국어였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 어쩐지 친숙해진 듯한 기분 마저 든다.

 

벌써 이렇게 술술 페이지가 넘어가 성조 따라 해보기 장에 도달했다. 어학공부를 위한 책 치고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은 또 처음이다. 무엇보다도 달달 외우고 쓰는 ‘시험용 학습법’이 아닌, 입과 귀가 저절로 트이는 ‘소리 학습법’을 통해 누구나 중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 있어서도 이 책은 처음 중국어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홍대리는 놀라운 발견을 한 기분이 들었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한자가 과학적이면서도 예술적으로 다가왔다. 무조건 외워야 하는 줄 알고 무식하게 머리에 집어넣으려고만 했고, 그러다 보니 자고 일어나면 전혀 기억이 안 나 한자에 대한 두려움마저 생겼었다. 그런데 문 소장이 알려준 것처럼 한자를 분해하여 각각의 뜻을 파악한 다음 이미지로 연결시키니, 보다 쉽게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홍 대리에게는 그야말로 혁명 같은 일이었다.

 

이 책에는 중국어를 배워보고 싶지만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렵고, 머리가 굳어 무언가를 외우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하루 30분, 6개월 만에 중국어를 정복할 수 있는 궁극의 비법도 소개되어 있다. ‘니 하오’밖에 모르던 홍 대리에게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박 팀장의 특명이 바로 6개월 안에 중국어를 마스터하라는 거였다. 과연 시간도 없고 소질도 없던 홍 대리는 어떻게 모두의 예상을 깨고 6개월 만에 ‘중국어 천재’가 되었을까? 특히나 문법을 몰라도 한자를 외우지 않아도 저절로 말문이 터지는 중국어 회화 공식은 문정아 만의 16년간 집대성한 노하우가 아닐까 싶다.

 

책의 마지막에는 교과서에 없는 찰진 중국어 표현들을 수록한 마법의 300문장이라는 부록이 수록되어 있다. 중국어 필수 회화 100문장, 중국어 비즈니스 회화 100문장, 중국어 여행 회화, 단어 100개까지... 별도로 떼어서 들고 다니면 여러모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실생활에서, 출장길에서, 여행지에서 바로바로 써먹는 마법의 300문장을 통해 현지인들이 매일같이 쓰는 진짜 리얼한 중국식 표현으로 나도 중국어 실력을 뽐낼 수 있을 것 같다.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하루 30분 투자로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공부 습관이니,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고도 매일 조금씩 듣고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어렵게만 느껴졌던 중국어가 친숙해 질 것이다. 너무 쉽고 재미있는 중국어 입문서! 당신도 이제 중국어 공부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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