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대니얼 코일 지음, 박지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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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든지 말해도 좋습니다." 쿠퍼는 말한다. "계급장을 떼고, 겸손해지는 겁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 순간을 기다립니다. '그거 내가 망쳤어.' 실제로 리더의 입에서 나오는 말 중에 이 세 단어가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거 내가 망쳤어'"

, 여기 경영대학원생부터 변호사, 공학자, 디자이너, 건축가, 유치원생까지 다양한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게 문제가 주어진다. 여러 가지 소품을 이용해 바닥에 세웠을 때 가장 높은 탑을 쌓는 미션이다. 어느 팀이 이길까? 아마 대부분 재력, 기술, 경험을 갖춘 경영대학원생들 혹은 누군가를 예상하지, 아무도 유치원생들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역량이 뛰어난 개인들이 모이면 연마된 기술을 더욱 잘 결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말이다. 유치원생들은 어떻게 MBA 팀을 이겼을까. 왜 어떤 집단은 구성원을 합친 것보다 커지는데, 어떤 집단은 합친 것보다 작아지는 걸까?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성공한 기업, 우승컵을 거머쥔 스포츠 팀, 날로 번성하는 가문 등에는 특유의 집단 문화가 있다. 구글이나 픽사 같은 IT기업부터 미 해군 특부수대까지, 최고의 성과를 내는 집단에 뿌리내린 강력하고도 탄탄한 문화는 과연 일부 선택받은 자들의 타고난 특성인 것일까. 이 책은 조금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저자는 3년간 프로 스포츠 팀, 차터 스쿨, 특수부대, 영화사, 코미디 극단, 보석 도둑단 등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8개 집단을 찾아 다닌다. 그리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성공적인 집단이 가지는 일정한 행동 양식은 타고난 성향이라기보다는 배우고 단련할 수 있는 것임을 확신한다.

 

"동조가 일어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마시는 말했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정말로 하나가 되는 것처럼 한껏 상대의 존재를 느끼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서로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순간이죠. '지금까지와 달리 앞으로는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겠네요. 우리는 서로 이미 변한 것을 알고 있죠'라고 말이에요."

이 책에서는 최고의 팀들이 공유하는 특별한 문화 코드를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하고 있다. 바로 '소속감', '취약성', 그리고 '방향성' '이야기'이다. 저자는 딱딱한 이론만 늘어놓지 않고,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사례 들을 통해 이 3가지 코드가 집단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소속 신호란 심리적 안전의 원천으로 집단 내의 안전한 교류를 형성하는 일련의 행동을 의미한다. 지금 일어나는 소통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개개인을 특별하고 가치 있게 하며,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다면... 사람들은 '당신은 이곳에서 안전하다'는 소속 신호를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심리적 안전이라고 불리는 상태로 접어들게 되면, 그 집단은 다른 집단과 차별화되는 특별함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에 대한 사례로 NBA의 농구 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감독이 선수들을 대한 방식에서 비롯되는 선수들의 안정적인 플레이는 놀라웠다. 그 외에도 추락할 뻔한 유나이티드항공 232편을 살린 건 기장의 한마디, 존슨앤드존슨이 오래된 1장짜리 사훈에 따라 도산 위기를 극복한 사례 등... 흥미로운 사례들이 가득했다.

이 책은 놀라운 실적과 직원들의 만족도를 모두 잡는일하기 좋은 조직으로 거듭나고 싶은 리더들에게 굉장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리더십에 대한 통념과는 완전히 색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최악에서 최고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부터 최고들의 행동 전략까지 분석되어 있어 그야말로 필연적으로 조직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유용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얼마 전에 막을 내린 동계 올림픽을 보면서 다들 응원과 동시에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인기 종목에서 제대로 된 팀 플레이를 하지 못해서 무너졌던 경기에 대한 원성과 그에 비해 비인기 종목이었음에도 뛰어난 팀 플레이로 대번에 국민들의 환호를 받게 된 종목이 확연하게 비교가 되었을 테니 말이다. 좋은 선수들이 모였다고 해서 좋은 팀이 되는 건 아니다. 이 책을 통해 집단 속에 숨겨진 마법을 만난다면, 당신도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조직 설계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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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 상
오타 아이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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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파랗게 빛나는 하늘이 보였다.

플로리다키스다.

의식이 사라져가는 가운데 슈지의 머릿속에 하늘의 계시처럼 그런 말이 떠올랐다.

플로리다키스는 이 세상에 없다. 그러므로 공항에서 총에 맞아 죽은 그 남자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수밖에 없었다.

3월의 어느 날 역 앞 광장 분수 주위로 하얀 꽃잎이 조금씩 흩날리고 있었다. 시게토 슈지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었고, 근처에는 세 명이 더 있었다. 수수한 회색 정장의 여자, 조그만 진주 목걸이를 한 노부인, 상점 주인 풍모의 남자, 그리고 청바지를 입은 여대생이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분수 근처로 달려온다. 그런데, 갑자기 평화롭던 그곳의 공기가 일변한다. 검정색 헬멧과 검정색 에나멜 롱코트에 검정 장갑과 부츠를 신은, 다스베이더가 피에 젖은 회칼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그는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찔러 죽이고, 그 무차별 살인 사건에서 유일하게 슈지만 살아 남는다. 사건 직후 근처 빌딩 공용 화장실에서 약에 중독된 범인이 체포되지만 곧 사망한다. 범인은 무고한 사람들을 무차별로 살해했지만, 약으로 맛이 간 상태에서 죽었으니 죗값을 치르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게 피의자가 사망한 상태에서 사건은 그렇게 종결 되는 분위기인데, 형사 소마는 현장에서 문득 이상한 위화감을 느낀다. 사람을 죽이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은 것처럼 보이는 범인은 어째서 사람이 더 많은 곳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왜 이런 한산한 광장이었을까. 싶었던 것이다.

한편, 칼에 찔리면서도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건진 열여덟 소년 슈지는 병원에서 정체 모를 남자에게 경고를 받는다. 다른 네 사람은 어떻게 됐냐고 묻고는 모두 죽었다는 걸 알게 된 뒤, 가능한 멀리 달아나라고 말한 것이다. 앞으로 열흘만 살아남으면 안전하다고. 슈지가 마지막 한 명이니 꼭 살아남으라고 말이다. 슈지가 채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도 전에 누군가로부터 또다시 목숨을 위협받게 되고, 형사 소마의 도움으로 그의 친구인 야리미즈의 아파트에 몸을 숨기게 된다. 경찰 조직에서 사람들의 눈 밖에 난 형사 소마, 전직 방송국 직원 야리미즈, 그리고 상해 전과로 소년분류심사원에 갔던 이력이 있는 이번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슈지. 이렇게 세 사람이 독자적으로 무차별 살인 사건의 내막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 목소리에는 무서우리만치 단순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슈지라는 인간을 죽이겠다는 의지. 놈은 약 따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느낀 원인은 싸웠을 때의 감각보다도 바로 그 목소리였음을 슈지는 비로소 깨달았다.

욕실 가득 피어오른 새하얀 김 속에서 슈지의 가슴은 섬뜩한 의혹에 옭매였다. 놈은 정말 무차별 살인범이었을까. 정말로 우연히 거기에 있던 사람들을 노린 걸까.

이 작품은 [파트너], [TRICK2] 등 유명 드라마의 각본을 써온 작가 오타 아이의 데뷔작이다. 사실 오타 아이의 작품은 최근에 <잊혀진 소년>으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구성도 훌륭하고, 캐릭터, 반전, 드라마 모두 흠잡을 데 없이 멋진 작품이었다. 사법체계의 오류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작가의 예리함이 만들어내는 드라마가 너무도 이해가 되어 함께 분노하고, 공감하고, 그러다 먹먹한 감정으로 슬픔에 휩싸이고 말도록 만들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 작품을 먼저 만났던 독자들이라면, 이번 <범죄자>를 통해서 소마와 야리미즈, 그리고 슈지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너무도 반가웠을 것이다. <범죄자>가 데뷔작이니 여기서 등장한 캐릭터들의 이후 이야기가 <잊혀진 소년>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잠깐 언급하자면 이 작품에서 소마의 친구 정도로 등장하는 야리미즈는 방송국 직원, 고스트 라이터 시절을 거쳐 흥신소를 운영하고 있고, 그 곳의 조사원으로 슈지가 일하고 있으며, 소마는 형사과에서 교통과로 좌천된 상태로 등장했었다.

<범죄자> 240페이지 분량의 티저북으로 먼저 만나게 되었는데, 이런 이벤트가 참 좋은 것이 일단 두툼한 페이지에다 두 권 분량으로 출간되는 작품들은 정보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는 선뜻 고르기가 쉽지가 않다. 가격적인 부분에서도 그렇고, 분량에서도 부담스럽고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티저북만 읽더라도 바로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 끝까지 읽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티저북을 먼저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을 아예 읽지 않은 사람들은 있을 수 있어도, 일단 티저북을 읽었다면 1, 2권 끝까지 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잊혀진 소년>에서 단순히 원죄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대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이라는 커다란 그림을 그렸던 것처럼, 이 작품 <범죄자>도 무차별 살인 사건으로 위장한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이야기라고 하니 앞으로 펼쳐질 스토리가 더욱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 오타 아이는 각본가로서의 탄탄한 이력 때문에 첫 장면부터 단 한 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압도적인 이야기의 힘이 뛰어난 작가이다. 게다가 의료, 경찰 조직, 매스컴, 정치계, 대기업 등에 대한 성실하고 꼼꼼한 취재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이다 보니 작품 속에서 구축되어 있는 허구의 세계가 실감나게 와 닿을 수밖에 없다. 구구절절 말이 길었지만, 사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랴. 빨리 정식 출간본으로 이 폭발하는 이야기의 끝까지 달려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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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고양이의 비밀
최봉수 지음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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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공장에서 일하는 고양이는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에 일어납니다.

고양이들이 식빵 버스를 타고 식빵 공장으로 향합니다.

고양이들이 만드는 식빵이란 어떤 맛일까. 아직 어둑한 이른 새벽부터 식빵 모양의 버스를 타고, 역시 식빵 모양의 공장으로 향하는 뚱냥이들. 공장에서 기다리는 건 갓 짠 신선한 우유와 그 우유로 만든 버터이다. 특히 우유는 넉넉히 준비되어 있는데, 이유는 고양이 제빵사들이 오가며 다들 한 모금씩 마시기 때문이라고.

건강한 재료로 잘 섞인 식빵 반죽이 오븐에 들어가 발효가 되고, 따뜻한 오븐 곁에서 낮잠을 자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너무도 평화롭다. 페이지 마다 가득한 식빵 냄새. 진짜 책에서 냄새가 나는 듯 착각이 일어날 정도로 식빵 공장의 색감이며 디테일이 오감을 자극하고 있다.

게다가 식빵이 따뜻하게 다 구워지고 나면, 특별한 일이 벌어진다.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특정한 배합과 오븐의 온도에 따라 '이것'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는데... 그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하고, 너무도 그럴 듯한 이미지에 나도 모르게 꺅. 소리라도 지르고 싶어진다. 귀여워!!! 라고 말이다.

교양 있는 현대 고양이라면

모름지기 차와 티푸드를 즐기기 마련입니다.

...당신이 아주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평생에 한 번은 초대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고양이와 애프터눈 티라니.. 정말 너무 잘 어울리는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여유롭고, 우아한 고양이들과 티타임을 가질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티 트레이 맨 아래에는 오이, 햄치즈, 달걀 샌드위치, 가운데에는 부드러운 스콘과 쨈, 맨 위에는 마카롱, 케이크, 초콜릿 등 단맛이 나는 디저트가 올려져 있다. 아래부터 먹기 시작해 디저트로 마무리하는 건 영국인들이나 고양이나 같다고. 티 트레이에 착안해 캣타워가 발명되었다는 소문도 있다는데, 어쩐지 믿고 싶어지는 이야기였다.

동네에서 자주 보는 길고양이들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어느 날 그들이 티타임 초대장을 전해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고양이들의 은신처에서 열린다는, 인간의 눈에는 잘 띄지 않는 그곳. 실재하는 지 알 수는 없지만, 어쩐지 정말 있을 것 같은 그들만의 티타임에 당신을 초대하고 싶어졌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오직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그들만의 장소. 어느 날 갑자기 당신에게 생길 지도 모를 행운을 위해, 고양이 티타임에 관한 몇 가지 에티켓을 미리 알아두자. 바로 이 책을 통해서.

뚱냥이 캐릭터로 만난 2권의 그림책 <고양이 식당> <식빵 고양이의 비밀> 모두 음식과 함께 여서 그런지 말랑말랑 소프트한 책 속에서 실제로 식빵 굽는 냄새가 나고 따스한 찻잔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따스한 햇살이 이마를 간질이는 오후,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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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식당
최봉수 지음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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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식당은고양이 식당이라 불립니다.

소문으로만 전해지는 고양이 식당은

고양이 셰프들이 독특하고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입니다.

이상하게도 고양이들은 친근하면서도 뭔가 비밀스러운 이미지를 함께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인간들은 알지 못하는 자신들만의 세계를 따로 가지고 있을 것만 같다. 길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길고양이들도 집이 없어 배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들이 사라지고 나면 특별한 문을 통해 자신들만의 세계로 쏙 사라져 버릴 것만 같고 말이다. 그런데, 여기 정말로 실재할 것만 같은, 아주 근사한 고양이 식당이 나타났다.

 

 

이곳에서는 간단한 점심부터 화려한 저녁 정찬, 그리고 커피와 칵테일까지 마련되어 있는 그야말로 고급 레스토랑이다. , 셰프가 고양이라는 점만 빼면, 문을 열기도 전에 식당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것부터 전부 여느 유명 레스토랑 못지 않다. 게다가 요리에 사용되는 재료들이 하몽과 트러플, 신선한 생선, 치즈 등 전세계의 미식가들을 만족시킬 만한 고급 식재료들이다.

 

반짝반짝, 깔끔한 주방에서 그루밍을 막 끝낸 깨끗한 고양이 셰프들이 요리를 시작한다. 얇게 저며 튀긴 가지에 타르타르 스테이크를 올리고 태운 고양이 수염으로 마무리한 요리, 캣그라스를 넣어 반죽한 라비올리가 들어간 차가운 바닷가재 수프, 신선한 연어 뱃살을 복숭아 넥타와 올리브오일에 하룻밤 재웠다 오리 기름을 둘러 구운 연어 스테이크.... 음식에 대한 설명만 보더라도 군침이 도는 훌륭한 요리가 이어진다.

그림책의 음식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꼭 한번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식당이었다. , 그런데 고양이 식당의 명성을 듣고 유명한 음식 평론가가 찾아온다. 소문난 식당이라면 꼭 찾아가는 미식가를 자처하는 그는 과연 고양이 음식들을 어떻게 평가할까? 명성만큼 사람이 먹어도 훌륭할까?

 

그리고 케이크를 만드는 고양이들이 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케이크 대회를 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토실토실한 뱃살, 의외로 작은 얼굴, 앙증맞은 발, 웃을 때 가늘어지는 눈. 몰랑몰랑한 매력으로 집사들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았던 뚱냥이 캐릭터가 2권의 그림책으로 출간되었다. 뚱냥이 캐릭터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최봉수 작가의 첫 그림책으로 출간 한 달 전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이 3일 만에 완판되며 뜨거운 인기를 증명한 바 있다.

 

고양이 식당에 인간 손님을 받지 않게 되기로 한 사연이 소개되고 나서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뚱냥이들이 한데 모여 케이크를 만드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뚱냥이 마을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회가 열리기 때문인데... 눈 내리 숲속을 걷는 기분이 드는 부슈 드 노엘, 금빛 리본이 반짝이는 갸토 드 캣닙, 빨간 캔디와 별 모양 마지팬이 예쁜 크로캉부슈, 계피, 아몬드, 럼주에 절인 과일 등 재료를 듬뿍 넣어 숙성한 슈톨렌 등등.... 뚱냥이들이 정성껏 만든 케이크 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되는 건 어떤 케이크일까. 그리고 그 와중에 케이크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대체 범인은 누구일까.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 혹은 에세이들이 다 그러하겠지만 너무도 사랑스럽고 예쁜 책이었다. 특히나 자그마한 판형에 표지가 푹신푹신한 소재를 사용해서, 마치 귀여운 고양이를 어루만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라 정말 좋았다. 내용도 사랑스럽고, 고양이들과 함께하는 음식들도 너무 맛있어 보이고, 책 자체도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소장용으로도, 선물용으로도 너무나 좋을 것 같다. 바쁜 일상에 조급해지고, 스트레스로 짜증나고, 피곤할 때 이 책을 만나보자. 뚱냥이들의 느긋한 여유로움이 나도 모르게 마음의 독기를 빼내어 주어 힐링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할 테니 말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고양이 식당'에 어서 오세요! 뚱냥이들이 포동포동한 손으로 빚어내는 특별한 만찬을 즐긴다면, 당신의 하루가 특별해질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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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몫의 사랑을 탕진하고 지금 당신을 만나
장석주 지음 / 마음서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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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작은 유흥이나 기쁨을 유예하고 날마다 출근해서 꼬박 여덟 시간 이상씩 직장에 매여 살면서, 월급을 받으면 또 달마다 돌아오는 대출 원금과 이자나 상환하다가 어느 날 문득 나이가 들어 인생 말년의 의기소침과 마주치는 것은 좀 서글픈 일이 아닐까요? 우리가 월급생활자건 자영업자건 임대업자건 간에 소규모의 인생 설계를 하고, 사랑하고 미워하면서 제 방식대로 삶을 꾸리는 건 숭고한 일이지요. 그 생활이 한 줌의 보람도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게 인생의 전부라면 아마 머리를 벽에 쿵쿵 찧고 싶어질 겁니다.

장석주 작가의 글은 시를 통해서가 아니라 에세이를 통해서 먼저 만났었다. 그가 아내인 박연준 시인과 함께 쓴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를 읽고 굉장히 로맨틱하면서도 특별한 부부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의 글이 참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를 찾아서 읽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 시는 나에게 아직 어려운 장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뒤로 장석주 시인의 산문집, 에세이들은 출간되는 대로 챙겨서 보고 있었기에, 이번 신작도 매우 반가웠다.

이 책은 장석주 작가가 지난여름, 무더위가 덮친 서울을 떠나 비행기로 열 시간 넘게 걸리는 남부구의 도시, 시드니와 오클랜드로 떠난 여행의 기록이다. 그곳의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그는 '당신'에게 보내는 35편의 편지를 쓴다. '당신'은 책을 읽는 독자인 나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가 사랑하는 아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혹은 그가 스쳐 지나갔던 낯선 타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짧은 글들 뒤에 항상 '당신'의 안부를 물으며, 당신, 잘 있어요. 라는 인사가 너무도 다정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는 말한다. 만약 '당신이 씩씩한 사람이라면, 타인에게서 애정이나 위로 따위를 구하지 않는다면, 이 산문은 당신에게 아무것도 줄 게 없지만'. 그렇지만 '연애에 자주 실패하고, 하는 일이 시들해 자주 하품을 하며, 시답잖은 관계들에 둘러싸여 있고, 과식과 과음에 기대어 권태를 벗어나려고 애쓴다면, 그런 당신이라면 이 산문을 한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다고 말이다. 길을 잃고 헤매는 이들에게, 마음이 복잡해서 답답한 이들에게, 이 책은 그렇게 밀폐된 영혼의 창 한두 개쯤 열어젖힐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잃은 벌로 어른이 되고 맙니다. 어른이 될 때 우리 가슴속 어린 모차르트는 소리 없이 죽어요. 아니, 우리 스스로 어린 모차르트를 살해했는지도 몰라요. 우리는 우리 안의 별들을 우러러보는 어린아이, 노래하는 종달새, 혼절해도 좋을 만큼 기뻤던 놀이들을 빼앗겼어요. 아름다운 것은 빨리 사라집니다. 참 좋은 당신은 종달새, 바람의 여울목에서 활강을 하면서 노래하는 새. 봄날의 화관을 쓴 당신은 아름다웠기 때문에 빨리 사라졌어요. 지나간 것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시인이라는 이력 때문인지 장석주 작가의 산문에서는 여백에서도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참 좋았다. 이번 산문집 또한 그러한데, 여행의 풍경들을 담고 있는 남반구의 풍경 사진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마치 여행 에세이처럼 읽히기도 하고, 인문학적 통찰이 담긴 아름다운 문장들은 마치 시를 읽는 것처럼 여운을 남겨준다. 그가 묘사하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이국적인 풍경들은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 것처럼, 그래서 블루마운틴에서 부는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듯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아마도 여행의 가장 좋은 점 중의 하나는 바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아닐까. 비록 돌아가서 맞이하게 될 내 고단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한 여행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장석주 작가 역시 이렇게 좋은 곳에서 다시 돌아갈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돌아갈 날을 염두에 두지 않고 떠날 수 없는 것이, 바로 그곳에 생업과 벗들, 거처와 추억이 많은 길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내 생이 비루했다고 생업과 벗들, 집과 추억들마저 그런 것은 아니라고, 그것들이 나를 받쳐주는 토대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생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는 것 같아 따뜻해졌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더는 탕진할 수 없는 시간을 가진 존재, 그리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더 예민해서 싸운다는 뜻'이라는 그의 말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것 같다. 그의 말처럼 누구도 처음부터 나이 든 게 아니니 말이다. 당신도 한때 젊었었다는 걸 잊지 마라. 그는 여행을 통해서 살아온 날들을 돌아본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기도 할 것이다. 여행이란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는 풍경들을 붙잡게 하고, 실수와 시행착오로 가득 찬 내 삶을 돌아보고, 일상의 소소한 기쁨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만들어 주니 말이다.

당신도 떠나보세요. 하찮은 분노, 누추한 비열함, 한심한 이기심, 천박한 탐욕 따위는 모조리 내려놓고. 자연을 순수히 관조하고 교감하며 고요와 숭고를 받아들일 마음을 가지고 자연과 교감을 나눌 수 있다면, 당신의 삶도, 내면도 큰 변화를 겪게 될 거라고 말해주는 이 책, 봄에 읽기에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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