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내복야코 맞춤법 절대 안 틀리는 책 2 빨간내복야코 맞춤법 절대 안 틀리는 책 2
빨간내복야코 원작, 박종은 글, 이영아 그림, 샌드박스 네트워크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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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캐릭터와 중독성 높은 노래로 108만 구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빨간내복야코의 어린이 맞춤법 교양 툰 <빨간내복야코 맞춤법 절대 안 틀리는 책> 두 번째 책이 나왔다. 1권에서 ‘붙이다 vs 부치다’, ‘역할 vs 역활’, ‘있다가 vs 이따가’처럼 어린이들이 직접 뽑은 헷갈리는 맞춤법 60가지를 담았었다면, 2권에서는 사자성어와 관용구 속 맞춤법은 물론, 띄어쓰기와 문장 부호 맞춤법까지 살펴본다. 누적 조회수 500만 뷰를 자랑하는 야코의 노래와 QR 코드, 그리고 맞춤법 활동지까지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성대모사 vs 성대묘사, 풍비박산 vs 풍비박살, 호박이 넝쿨째 vs 호박이 덩쿨째, 무릅쓰다 vs 무릎쓰다, 안절부절못하다 vs 안절부절하다 등 누구나 가끔 헷갈릴 수 있는 맞춤법 사례들과 계산은 결제인지 결재인지, 등장할 때는 출현인지 출연인지, 그리고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흔한 다르다 vs 틀리다, 머지않아 vs 멀지 않아, 한번과 한 번, 못하다와 못 하다, 큰 형과 큰형 등등 일상 속에서 자주 접하는 표현들과 초등 교과서 속 필수 맞춤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생활 밀착형 실전 맞춤법들이라서 바로 활용해 볼 수 있고,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들을 제대로 배울 수 있어 유익하다. 




이번 2권에서는 전작에 비해 한층 성장한 모습의 사동이가 등장한다. 받아쓰기 백점을 받아온 것으로 시작해, 형들에게 맞춤법 대결을 하자고 먼저 제안을 하기도 한다. 맞춤법 대결은 무려 18라운드까지 진행되는데, 과연 사동이가 형들을 이길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를 안겨준다. 그리고 잘생긴 데다 정의감까지 폭발하는 형이 등장해서 사동이를 도와주는데, 그 형의 정체는 바로 '미래에서 온 사동이'였던 것! 늘 갑자기 나타나서 도와주는 멋진 형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동이는 미래의 자신을 알아볼 수 있을까. 맞춤법 흑역사를 지우기 위해 나타난 미래의 사동이는 자신의 목표를 완수해낼 수 있을까. 




맞춤법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는 장난기 넘치는 야코, 일명 맞춤법 파괴범인 야코의 친척 동생 사동이, 잔소리로 랩을 구사하는 어머니, 야코와 사동이의 친구들이 등장해서 티키타카 카톡 대화, 맞춤법 대결, 코믹한 일상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학습 만화로 되어 있어 아이들이 지루할 틈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야코의 노래를 듣고 직접 따라 써 보거나 틀린 노랫말을 고쳐 써 보기도 하고, 쪽지 시험 코너를 통해서 배운 내용을 바로 확인해 볼 수도 있다. 맞춤법은 모든 글쓰기의 밑바탕이기에 국어 학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자주 맞춤법을 틀리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그만큼 다양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로 다르게 쓰이기 때문에 실수하기가 쉽다. 이제 곧 방학인데, 아이와 함께 신나고 재미있게 페이지를 넘기면서 자연스럽게 맞춤법을 익힐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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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걸 은그루 웅진책마을 121
황지영 지음, 이수빈 그림 / 웅진주니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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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은 계속 일어났다. 계단을 오르고 복도를 걸어가는데 아이들이 하나둘 그루를 쳐다봤다. 얼굴에 뭐가 묻었나 싶어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실수로 잠옷을 입고 왔나 싶어 옷도 살피고, 머리고 매만졌다. 그래도 아이들은 그루를 바라봤다.

뭔가 이상했다. 그루를 둘러싼 공기가 평소와 달랐다. 따뜻함, 온기, 봄바람, 이런 말이 떠오르는 분위기였다.

그루는 흘깃흘깃 눈치를 보며 교실에 들어섰다.         p.43


교실에는 두 종류의 아이가 있다. 교실에 들어섰을 때 친구들이 먼저 반겨 주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그루는 그렇지 않은 아이였다. 검정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었는데도 혼자 조명을 받은 듯 환하게 빛나는 시아는 언제나 아이들의 중심에 있는 아이였다. 교실에는 또 다른 두 종류의 아이가 있다. 교실에서 아이돌 춤을 출 수 있는 아이와 출 수 없는 아이. 그루는 출 수 없는 아이였다. 반면 시하는 학원에서 배운 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며 교실 뒤편에서 늘 춤을 추는 아이였다. 


하지만 그루는 춤을 추는 것을 좋아했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새로운 안무를 늘 연습했다. 다만 남들 앞에서 나서서 춤을 출 생각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일주일 뒤에 열리는 수련회에서 반별 장기 자랑에 시하의 팀과 그루의 팀이 함께 나가게 되면서 시작된다. 기본기가 탄탄한 시하와 늘 춤 연습을 해왔던 멤버들이 있는 시하네 팀은 걱정이 없어 보였지만, 갑자기 얼렁뚱땅 모이게 된 그루 네 팀은 오합지졸 그 자체였다. 반에서 가장 키가 큰 그루, 가장 키가 작은 아연이, 키는 그루와 비슷하지만 몸은 빼빼 마른 라희, 키도 중간, 덩치도 중간이지만 혼자만 남자인 세완이. 그루 빼고는 춤이랑은 거리가 먼 아이들. 


화려한 춤솜씨를 선보이는 시하네 팀과 비교하면 정말 의외의 조합처럼 보이는 그루네 팀이었다. 틈만 나면 책을 읽는 조용한 아연이, 인플루언서가 꿈인 SNS 중독 세완이, 못 말리는 무한 긍정의 아이콘이지만 몸치 기운이 느껴지는 라희까지... 이대로 무대에 올라가면 결론은 단 하나였다. 망신. 망신 망신 대망신. 



그루는 살면서 이런 응원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지금 그루의 주머니에는 블랙홀도 없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루를 응원하고 있었다. 마음이 뭉클해졌다. 아이들의 응원 소리가 아래에서부터 울려 퍼지며 그루를 받쳐 올렸다. 정말 몸이 조금 가벼워진 것 같았다.

그루는 다시 암벽을 타고 올라갔다. 이제 시하가 저 종을 울렸다는 건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자기를 응원해 주는 아이들 앞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p.132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가는 길에 그루는 종종 간식을 챙겨 주었던 길고양이 짝짝이를 만난다. 그런데 짝짝이가 준 선물처럼 발견하게 된 까만색 돌을 손에 넣게 되고, 그루의 일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여느 때처럼 학교 가기 싫다, 학교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온갖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땅만 내려다보고 걷는 그루에게 교감 선생님이 먼저 말을 건네고, 아이들이 하나둘 그루를 쳐다보며 인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존재감이 없던 그루가 갑자기 교실의 중심이 되어 버린 상황에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알고 봤더니 짝짝이가 발견하게 해준 까만색 돌이 사실은 블랙홀이라 불리는 운석 조각이었던 거다. 블랙홀을 가지고 있으면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전설 같은 게 있었는데, 그 일이 정말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블랙홀을 가지게 된 것이 그루에게 정말 행운일까? 그루는 자신의 실력이 아니라 블랙홀을 이용해서 장기자랑에 나가도 되는 걸까.  



아무런 노력 없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하루 아침에 인기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걸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하는 우주에서 온 운석 블랙홀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말이다. 이 작품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한 소녀가 전혀 꿈꾸지 않았던 걸 갑자기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유튜버이자 댄스 트레이너로 명성을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래 전에 아이돌 데뷔를 하지 못한 것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블랙홀을 강제로 빼앗으려 하는 아랑 선생님을 비롯해서, 춤도 잘 추고 친구들에게 인기도 있지만 자신이 들어가고 싶은 댄스팀에 두 번이나 떨어져서 꼭 합격하고 싶은 마음에 블랙홀을 탐내는 친구 시하까지... 블랙홀을 탐내는 사람들을 보여주며 인간의 본성에 잠재되어 있는 탐욕의 얼굴을 마주하게 한다. 


투자한 시간과 흘린 땀방울의 무게만큼 언제나 보답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노력없이 얻는 요행에 기대지 말고 그 과정을 고스란히 즐기는 것의 가치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블랙홀이 만들어 놓은 허상인 샤이닝 걸 그루와 매력은 없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뭐든 해내는 평범한 그루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 지 이 작품을 읽으면서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사과처럼 매끄럽지 않아도, 감자처럼 울퉁불퉁해도 나는 나'라는 극중 샐러드보울의 노래 가사처럼 자신만의 색깔로 한걸음씩 앞으로 걸어나가는 것이 진짜 내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거라는 걸 알게 될 테니 말이다. 나만의 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그루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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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 - 복잡한 도시를 떠나도 여전히 괜찮은 삶
조여름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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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내 모든 허덕임은 거기서부터가 시작이었다. 마음 편히 음식을 음미하지 못하고 숙제를 해치우듯 꾸역꾸역 배를 채웠다. 어떻게든 스펙을 쌓기 위해, 시험에 붙기 위해, 일을 해내기 위해 밥 먹는 시간마저 아끼고 싶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스스로 만들어낸 불안은 허덕이는 마음을 낳았고, 나중에는 허덕이지 않으면 되레 불안해졌다. 도시는 계속 나에게 강요했다. 더 열심히 하라고, 뒤처지면 끝나는 거라고, 너만 힘든 거 아니라고, 다들 버티고 있는 거라고.                 p.33~34


아주 작은 틈까지 자본이 스며 있는 도시에서 벗어나, 기껏 차지한 평범한 정규직의 삶을 뒤로하고, 시골의 작은 도시, 아담한 동네로 삶의 터전을 옮겨온 지 6년, 아무리 애를 써도 풀리지 않던 일들이 차근차근 실현되기 시작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모든 것이 수도권 중심으로 펼쳐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대도시가 아니라 작은 소도시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는, 조금은 특별한 청춘이 여기 있다. 안정적이고 순탄해 보이는 인생 경로에서 크게 이탈하는 기분이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으로 나가떨어지는 느낌과도 같았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공공기관에 입사한 지 2년 즈음, 도망갈 곳 없이 목줄로 묶인 채 살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던 저자는 겨우 거머쥔 정규직 자리를 포기하기로 한다. 인생의 낙오자가 된 듯한 기분도 들었지만, 더는 견딜 수 없는 심정이었기에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용기를 내어 가족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고, 가족들은 그런 저자를 만류하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응원해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서른셋 인생에서 저지를 수 있는 최대치의 일탈을 하고 돌아온 시골의 일상은 마치 리틀 포레스트의 그것처럼 이전보다 훨씬 풍요로워졌다. 손해보지 않으려 전전긍긍하며 지냈던 도시에서의 삭막한 마음가짐이 자연 속에서 조금씩 치유된다. 집 앞 텃밭에서 따온 채소로 느긋하게 식사를 준비하고,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넉넉한 먹거리가 주는 힘 덕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살고 있었던 것이다. 





재능, 건강, 물려받은 재산 등 사람마다 주어진 자원이 다르기에 살면서 체감하는 각각의 인생 난이도도 다르다. 세상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배경이나 조건 같은 한계는 뛰어넘어야 한다고, 열심히 하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며 '보통'이라는 이름으로 일률적인 목표치를 제시하곤 한다. 그렇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밤낮없이 일해도 목표에 가 닿을 수 없는 보통들이 대다수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그 보통들이 너무나 거대하고 아득해서, 감히 꿈꾸지 못한 채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도 있다는 사실을.               p.105



그저 번듯한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 혹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참고 견디며 버텨내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시골에서 직장인으로 살며 도시에서 살 때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으며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갖고 싶었던 커리어를 경험하고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다니 그야말로 소도시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부수어주는 책이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다가 발견한 '임기제 공무원'이라는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대부분 공무원은 시험을 봐서 들어가는 줄만 알았는데 색다른 정보였다. 임기가 정해진 공무원으로 연봉도 생각보다 높았기에 원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합격하게 되면서 소도시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의성이라는 아주 작은 도시에서 시골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생활이란 어떨까. 이 책을 읽다 보면 굳이 '시골'과 '도시'를 구분하고, 스스로 선을 그을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점점 들게 된다. 


저자는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고, 인규 유입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적극 추진하는 지역별 여러 정책을 활용하는 법을 비롯해서 소도시에 정착하는 과정을 자세히 알려준다. 그렇게 인구 1,000만의 대도시부터 50만, 10만, 5만을 고루 경험했다. 서울을 떠나 고향인 상주에서 농사를 도우며 슬로 라이프를 즐겼고, 의성의 군청에 임기제 공무원으로 취업해 시골 직장인이 되어 보기도 하고, 현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특별한 도시, 제주에서 직급까지 올려 훨씬 규모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물론 계속 제주에 정착하게 될지, 다른 도시에서 살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제는 어디에서 살더라도 어려워하거나 주저하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곳에 정착해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는 곳을 바꾸는 것만으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경험의 폭이 크게 확장된다면, 한번쯤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주는, 리얼 다큐 소도시 라이프! 지금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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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재밌는 수상한 과학책 - 우주에 관해 자주 묻는 질문 20가지
호르헤 챔.대니얼 화이트슨 지음, 김종명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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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렸던 모든 결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보라. 바나나를 많이 먹었거나 먹지 않았거나, 중요한 친구를 만났거나 만나지 않았거나, 과일 카트에 치일 뻔했던 시간에 집에 있기로 결정했거나 혹은 밖에 나가서 카트에 치이거나 했던 일들 말이다. 게다가 당신은 우주에 관한 이 실없는 책을 발견하고 읽기로 결심했다. 지금 여기에 당신의 존재가 가능하려면 45억 년 전부터 시작된 그 모든 일이 일어났어야 한다. 한편 그 모든 일이 똑같은 방식으로 다시 일어나 또 다른 당신을 만들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그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지 않은가?        p.49


사람들에게 시간 여행은 매우 흔한 소망이다. 영화나 SF 작품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린 시절 시간 여행에 대한 상상 한번 해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시간 여행을 할 수 없는 것일까.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그래서 지구에 방문한다면 어떨까? 왜 외계인은 우리를 찾아오지 않았을까? 우주 어딘가에 나의 또 다른 복제본이 있다면 어떨까? 어딘가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을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왜 우리는 순간이동을 할 수 없는 것일까? 


누구나 한번쯤 궁금해본 적이 있을 만한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스탠퍼드대학교 공학자 호르헤 챔과 물리학자 대니얼 화이트슨은 팟캐스트를 통해 대중들에게 과학을 쉽게 설명해왔다. 일주일에 두 번 진행되는 '대니얼과 호르헤가 설명하는 우주'에서는 마이크로파부터 은하계 간에 벌어지는 현상, 가상의 기본 입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이 책은 호기심 많은 청취자들로부터 받은 질문 20가지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과학적인 답을 들려준다. 우주, 외계인, 블랙홀, 핵융합, 양자역학 등을 다루고 있지만, 저자들 특유의 유쾌한 말솜씨와 유머, 그리고 깨알같이 곳곳에 수록되어 있는 그림들 덕분에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엉뚱하고 기발한 과학적 질문들이 가득해 곧 다가올 여름 방학에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물리학에서는 때때로 잘못된 질문을 해서 엉터리 답을 얻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주는 어디에서 왔을까? 라는 질문은 우주가 어딘가로부터 왔을 것임을 가정하고 묻는 것이다. 또한 이 질문은 다른 가능성도 열려 있는데, 어떤 조건 아래에서는 우주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정이다. 하지만 우주가 그냥 존재하고 있었다면 어떨까? 우주는 존재해야 하고, 우주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대안이 실제로 유효한 선택이 아니라면 어떨까? 위 질문은 괴상한 철학적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매우 수학적인 논거가 있다.           p.216


과학적 정보로 가득한 책이지만, 지식 전달이 목적이 아니라 질문하고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책이다. 저자들은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각각의 상황을 직접 상상할 수 있도록 글을 이끌어 나간다. 분명 과학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큭큭대며 웃을 수 있는 포인트도 많고,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을 정도로 황당무계한 상상도 있어서 그저 페이지를 넘기는 것만으로 너무 너무 재미있는 책이다. 시간 여행이 가능한지에 대한 장에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엔지니어와 물리학자 각각의 대답을 도표로 그려 정리했다. 예를 들어 수행 과제가 '핵무기로 칠면조 요리하기'라면 엔지니어는 '어렵지만 가능함'이라고 대답하고, 물리학자는 '당연히 가능함'이고, '산 정도 크기의 케이크 굽기'가 과제라면 엔지니어는 '불가능함, 물리학자는 '절대적으로 가능함', '태양 표면으로부터 100킬로미터 이내로 비행하기'라면 엔지니어는 '그러지 않기를 바람', 물리학자는 '안 될 이유가 없음'이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구가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행성이라고 알고 있다. 적당한 온도와 숨 쉴 수 있는 대기, 지표면을 흐르는 액체 상태의 물과 같이 매우 기본적인 것조차 다른 행성에서는 찾아볼 수 없으니 말이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지구에서 가까운 '화성'이다. 그렇다면 화성을 지구처럼 만들 수도 있을까? 화성을 개조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일론 머스크가 화성 이주 계획을 장기적으로 세우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화성이 우리가 이사 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어떻게 하면 화성을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여러가지 상상력의 날개를 펼쳐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 보자. 이 책의 두 저자는 서문에서 '화장실에서 이 책을 보다가 물 내리는 것을 잊지는 말자.'라고 썼다. 위트있게 표현했지만, 그만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과학책이 이렇게나 웃기고, 재미있어도 되나 싶게 흥미진진한 상황들이 매 페이지마다 가득하니 말이다. 엉뚱한 질문들과 기발한 상상, 유쾌하고 귀여운 카툰과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두 저자의 설명까지... 우주와 물리학에 관심이 있다면 이 특별한 책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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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 창비교육 성장소설 12
안세화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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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담한다. 나는 미치지 않았다. 누구라도 나처럼 행동할 것이다. 긴긴밤, 돌이킬 수 없는 한순간을 떠올리며 숱하게 잠 못 이루고, 가슴을 치고, 통곡을 해 본 사람이라면, 그 순간 돌이킬 기회가 주어졌을 때 무조건 잡아 볼 것이다. 그 방법이 평생 알고 있던 상식과 어긋난다고 해도, 아무리 터무니없다고 해도, 일단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을 엿보았다면 최선을 다해 볼 수밖에 없다.                 p.130~131


나은은 얼마 전부터 이상한 꿈을 연달아 꾸는 중이었다. 잊을 수 없는 십이 년 전 그날, 그 사건의 완벽한 재현이 꿈이 되어 나타나고 있었다. 그날 바닷가에서 물에 빠진 어린이 두 명을 구하고 대신 하늘로 갔던 소꿉친구 수빈 곁에 나은이 있었다. 만일 그때 인사도 없이 떠난 그를 잡았더라면, 바다로 가지 못하게 막았다면 그를 살릴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뭐가 달라졌을까? 그 인생은 지금보다 나았을까? 끊임없이 솟아오른 생각은 그날 수빈이 살려준 아이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에 다다르고, 나은은 두 사람을 찾아 보기로 한다. 어린 시절 사고를 모른 채 각자 삶을 살고 있던 고등학생 은호와 도희는 자신들을 지켜보는 나은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되고, 오래 전 자신들의 목숨을 구해준 수빈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나은은 수빈이 사고를 당하고 나서 도망치듯 고향을 떠나왔었다. 하지만 최근 반복되는 꿈을 꾸게 되면서 다시 그곳을 찾는다. 이상한 꿈은 오후 3시에 시작되어 수빈이가 사고를 당하기 직후인 오후 4시까지의 시간이 반복되었다. 실제 취침 시간은 상관없이, 언제나 꿈속 그곳에서의 시간은 매번 단 한 시간이었다. 자신의 꿈에 특별한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은은 과거를 바꿔 수빈을 살려보고자 한다. 그래서 십이 년 전 소소리 마을 어딘가에 있던 여섯 살 은호와 도희를 찾아서 그들이 바다에 빠지지 못하도록 막아볼 셈이다. 수빈을 되살려 내기 위해서 간절한 마음으로 나은은 달리고, 또 달린다. 한편, 지금까지 몰랐던, 하지만 현재의 자신들을 있게 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 은호와 도희는 수빈에 대해 알아보고자 사건이 일어났던 그곳으로 향한다. 




"종종 생각했어. 그날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우리가 예정대로 선착장까지 함께 갔다면 어땠을까. 그 장면을 상상하긴 어렵지 않았어. 노을이 내리고, 갈매기 소리가 울리는 그곳엔 자주 같이 있었으니까. 나란히 앉아서 저무는 태양을 바라보는 동안, 걔가 먼저 내 이름을 불렀겠지.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그러면 난 걔가 들려줄 이야기에 귀 기울였을 테고. 그런데...... 항상 그다음 장면이 잘 상상되지 않았어. 아무리 기다려도 수빈인 아무 말도 하지 않아. 걔가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 내가 전혀 모르니까."                  p.197~198


만약 과거로 돌아가 소중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떨까. 단, 그럴 경우 그가 구해냈던 두 아이의 미래는 사라진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상관 없는 두 아이가 아니라, 나에게 소중한 그 사람을 구할 수 있을까. 긴긴밤, 돌이킬 수 없는 한순간을 떠올리며 숱하게 잠 못 이루고 가슴을 쳐본 적이 있다면, 그 순간을 돌이킬 기회가 주어졌을 때 무조건 잡아 보고 싶지 않을까. 그 방법이 평생 알고 있던 상식과 어긋난다고 해도, 아무리 터무니없다고 해도 말이다. 게다가 내가 바꾸려는 미래는 일확천금을 번다거나, 세계의 운명을 바꾸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한 사람을 다시 살려내, 그와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었다. 자, 꿈 속에서 수빈의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에 도착한 나은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수빈이는 자신의 친구를 죽게 만들었던 은희와 도희를 지켜보며 생각한다. 사고의 원흉은 이 아이들이 아니었다고, 선택은 수빈이 했고, 아이들은 운 나쁘게 운명의 장난질에 휘말렸을 뿐이라고 말이다. 그 사고는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었다. 하지만 수빈이의 잘못도 아니었다. 미래를 바꾸어 볼 기회가 단 한 번 남은 지금, 수빈은 고민한다. '만일 내가 꿈속에서 수빈이를 붙잡으면, 현실에서 은호와 도희는 어떻게 되는 거지?' 과거를 바꿀 경우 누군가의 희생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은과 함께 독자들도 고민에 빠진다. 어떤 것이 더 나은 선택인지, 어떤 선택이 더 후회하지 않을 미래로 데려갈 것인지 말이다. 학업의 무게에 눌려 바쁘게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도,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매너리즘에 빠진 어른들에게도, 오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이었다. 표지의 색감만큼이나 상큼하고 찬란했던 그 시절로 우리를 데려가는 이 작품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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